안녕하세요.
2년 전 11월 10일이 재이식 한 날이었어요.
얼마 전 글에서 아시다시피 일을 그만두어야 할 정도로 몸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아요.
그걸 반영하듯이 이번 외래는 정신건강의학과, 혈액내과, 호흡기내과, 감염내과, 안과, 내분비내과로 진료과가 6개였어요.
저에게 7시간 이동할 힘이 있거나 혹은 집과 병원이 가깝다면 하루 동안에 저렇게 많은 과를 보지는 않았을 거예요.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집에 오니 밤 9시가 되더라구요. 중간 중간에 검사(혈액검사, 폐기능검사, 안 검사)까지 있으니 정신이 없었어요. =_=
1. 정신건강의학과
요즘 정신건강의학과는 원외 약국으로 처방전을 주는데 미리 수납할 때 약국을 지정해도 약국에서 1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하더라구요. 더군다나 공간은 좁고 사람은 많으니 숨 쉬기도 답답하고 무엇보다 기대어 앉아있을 수가 없어서 힘들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떼를 써서 원내 약국으로 처방받았어요.
2. 혈액내과
이식 2년이 된 지금, 혈액 수치는 정상권이지만 폐숙주로 인해 면역억제제 마이렙트(500mg×2)와 메치론 2알을 먹고 있어요. 숙주가 어느 정도 잠잠해졌다고 판단하셨는지 면역억제제를 아침만 먹어보고 호흡이 어떤 지 살펴보고 숨이 차면 다시 저녁에도 면역억제제를 먹으라고 하셨어요. 또한 근육통과 손발 화끈거림으로 옥시코돈(2개월분 19만원 =_=)을 먹고 있구요.
3. 호흡기내과
4개월만에 폐기능 검사도 했는데 머리가 어지럽도록 불었어요. 검사결과를 보신 호흡기내과 교수님이 폐기능이 올랐다고 하셔서 기대했는데 41%라고 해서 허탈했어요. 왜냐면 지난 번에는 39%였거든요.=_=
마스크를 썼어도 실망하는 모습이 보였는지 '자연 경과로는 폐기능이 더 나빠지는데 이렇게 오른 것을 보니 열심히 운동도 하고 잘 먹으려고 노력한 것을 알 수 있네요.'라고 하셔서 기분이 좀 나아지긴 했어요.
정말 눈을 뜨고 있는 것도 힘이 들기에 하루 대부분을 누워있는데 대문 밖으로 나가는 것은 저에게는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 어려웠어요. 마지못해 운동하는 시늉만 하고 들어와서는 달력에 빨간펜으로 운동 시간을 적어요. 달력에 빨강색이 늘어날수록 은근 더 채우고싶은 생각이 들거든요. ^^
폐질환 카페에서 몇 년간 천식으로 산소발생기를 사용해왔는데 새로나온 흡입제 사용 한달 만에 폐기능이 19%에서 69% 로 올랐다는 것을 보고 호흡기교수님께 말씀드렸더니 천식 69%가 아니라 100%까지 오를 수 있다며 폐숙주와는 다르다고 하셔서 한 번 더 절망했죠. =_= 그리고 운동만이 입증된 치료법이라고 매일 해야한다고하셨어요.
4. 감염내과
감염내과는 면역억제제를 먹고 있어서 다른 예방 접종은 못하고 독감 예방 주사만 맞았어요.
5. 안과
대상포진으로 각막염이 있었던 눈이 뿌옇게 보이고 일주일에 5번 이상 아지랑이 같은 게 나타나서 백내장을 의심해서 협진을 받았어요. 다행히 백내장 얘기는 없었지만 각막에 염증이 있다며 항생제 안약과 안연고를 처방받았어요. 2개월마다 진료를 받으라는데 안받을 생각이에요.
6. 내분비내과
작년에 골다공증 및 조기폐경으로 진료를 받고 여성호르몬제와 비타민D를 처방받았어요. 하지만 그 당시 부작용으로 우울증과 구역/구토가 있어서 보류했었거든요.
숙주반응으로 스테로이드를 먹기 시작한 지 1년이 넘으니 골다공증에 대한 불안감이 들어서 이번에 진료를 보았어요. 내분비내과의 검사는 당일 결과를 알 수 없는 게 많아서 진료일로부터 일주일 전에 검사를 해야하는데 이번에는 검사없이 여성호르제(크리멘)와 칼슘/비타민제(디카맥스디) 만 받아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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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서없이 나열했지만 재이식 2년째인 지금, 저는 저를 잃어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식 이전의 사진이나 글을 보는 것은 힘이 들어요.
하루에도 아침, 점심, 오후, 저녁의 상태가 달라요. 오전에 기분 좋게 동생이랑 카톡했다가도 오후에는 우울해하거나 짜증이 나기도 하고.. 예전과 많이 달라진 이런 제 모습에 더 우울해지기도 하구요.
저는 혈액수치와 이것들(뜨거운 물에 덴 것처럼 손바닥과 발바닥의 따가움, 묵직하고 뻐근한 온몸의 근육통, 무기력, 식욕부진, 우울 그리고 폐숙주로 인한 호흡곤란)을 맞바꾸었어요.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기에 지금의 제 상황이 좋아보일 수도 있겠지요. 제가 지금 힘든 것은 다른 사람과 비교를 해서가 아니라 이식 이전의 제 상황과 비교해서 더 낮아진 삶의 질이 끝이 보이지 않아서예요. T.T
이식 100일만 지나면 나아지겠지, 이식 6개월이면 나아지겠지, 이식 1년이 되면 나아지겠지, .. 그렇게 2년이 되었어요.
하지만 희망을 안가질 수 없기에 이식 3년이 되면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를 해보렵니다.
첫댓글 어떤위로의 말씀을 드려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모든 환우분들이 힘든고통의 시간을 잘이겨내었으면 좋겠습니다
몽실님도 힘든 과정을 잘이겨내시어 꼭 좋은 결과로 건강을 회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절때 좌절하지마시고 건강을 회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힘내세요
환우회인데 너무 안좋은 얘기만 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해요. 하지만 언젠가는 이 글을 보며 '내가 혹은 이 사람이 이렇게 힘든 시간이 있었구나'라고 생각할 날이 올 것이라는 기대로 글을 남기고 있어요. 길주님! 매번 따뜻한 격려 감사드려요. 길주님도 오늘보다는 내일이 나아지길 기도할게요.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있는 몽실님의 글에서 큰 힘을 얻었습니다. 몽실님이 하루하루 더 건강해지길 기원합니다.
늘푸른님! 격려해주셔서 감사해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글이어야 하는데 힘들다, 후회한다 등의 말만 하는 것 같아 부끄럽네요. 요즘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있는데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효과 있으면 글 올릴게요~^^
몽실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카페와서 몽실님 글 뵈니 반가워요. 정말 힘든 나날들이지만 늘 믿음을 가지고 노력하시는 그 자체가 회복과 완치의 큰 약인 것 같아요 정말로 너무 대단하세요 반드시 이 힘든 나날들 그 배 이상으로 건강하고 질좋은 삶으로 보답되어지는 날이 올거라고 믿습니다 힘내주세요 몽실님!!! 화이팅!!!
알레스너리님! 고맙습니다.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는 듯한데도 벌써 2년이 흘렀더라구요. 내년 3년째에는 조금이라도 나아져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효과가 있으면 바로 글 올릴게요. ^^ 감기 조심하세요~
몽실님의 친절한 댓글에 힘내어가며
이식도 시작했었고 회복도 하고 있습니다
항상 긍정적인 에너지 나눠받음에 감사함이 큰데
지금 몽실님 지쳐있는것 같아 마음아파요!
힘든생각 아픈생각 잠시만 내려놓고 쉬어가는걸로 해요 우리
잠시 쉬었다가 다시 도약해요!
힘내요!!
안녕님! 힘이 되는 댓글 감사합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기분도 변하고 몸상태도 변해서 저도 저를 모르겠어요. 새로운 몸에 아직 적응이 안되네요. 이식하기 전에는 이렇게 하면 감기 안걸리고 저렇게 하면 감염 안생기고 등의 저만의 건강비결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게 안통하니까 저도 안갯속에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해가 뜨면 이 안개도 걷히겠죠. 그 날이 빨리 오도록 노력할게요. 안녕님도 건강 관리 잘 하시길 빌어요~^^
예전에 한창 협진진료 많이 보던 시절에 하루종일 병원을 돌아다니다 집에오면 정말 맥이 풀리고 몇일씩 피로가 안풀려 힘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몸도 몸이지만 진료볼 때마다 긴장하게 되니 정신적 피로가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저처럼 서울에 계시다면 좀 나눠서 다녀오시면 좋을텐데 그것도 쉽지 않으시니... 고생 많으셨어요. ^^ 저또한 아직도 지금의 제가 익숙하지 않아요. 가끔 와이프한테 농담으로 "내가 13년 전에는 말이지..어쩌구 저쩌구.." 이런 말 하면 옛날 얘기 하지 말라고 합니다..ㅎㅎ 그래도 언젠간 다시 나의 본모습을 찾을 수 있으리란 믿음은 지금도 변함없습니다. 아 그리고 몽실님이 알려주신 책 잘 읽고 있어요~
재식님! 저도 부모님하고 '이식 하기 전에는~' 라는 얘기를 하곤 해요. ^^; 외래 다녀온 이후에 매일 새벽에 통증과 이상한 느낌으로 잠을 못자서 컨디션이 엉망이에요. =_=곰곰이 생각해보니 면역억제제를 갑자기 줄여서 나타난 금단증상인 것 같아요. 다리쪽에 하지불안증상 같은 게 있었는데 오늘 새벽에는 그 이상한 느낌이 상체까지 있어서 힘들어요. 손발바닥 화끈거림도 심해지고 등쪽도 화끈거림이 있어요. 다행히 옥시코돈이 있어서 참을만하기는한데 재식님도 면역억제제 줄일 때 이런 하지불안증상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작년에 항진균제를 끊었을 때도 이런 증상으로 힘들었는데 이번에도 그래요..
@몽실 와이프랑 몇일 여행다녀왔어요. 답변이 좀 늦었네요. 면역억제제 금단증상이라기 보단 그동안 좀 눌려있던 근육 숙주반응 증상이 조금 나타난 건 아닐까 걱정이 되네요. 예전에 근육 숙주반응때문에 많이 불편하셨는데 혹시 다리쪽 불편함을 느끼고 화끈거리는 증상이 혹시 근육숙주와 관련된 증상은 아닌지 염려되네요. 약 늘리고 줄이다보면 알게 모르게 몸에서 많은 변화과 생겨요. 전 스테로이드를 증량했더니 몸의 전반적인 염증상태는 조금 나아진 것 같은데 여전히 잇몸증상은 불편하네요. ^^ 여행내내 와이프가 수술했을 때 먹었던 진통제로 근근히 버티면서 돌아다녔어요. 항진균제나 면역억제제가 중독성이 있는 약들은 아닌 것
@몽실 같은데 병원에 한번 말씀해보시는게 어떨까요.
오랫만에 들어와서 몽실님 뵈니 반가운데..힘든 시간으로보내고 계신듯해서 안타깝네요.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지금처럼 잘 견디고 이겨내시길 응원합니다.다음엔 더 좋은 소식 전해주세요~화이팅하세요^^
커피사랑님! 응원 고맙습니다. 다음번에는 좋은 얘기 할게요~^^ 감기 조심하세요~
마음이아파요제아이도그러것든요
또다른 문님!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되돌리겠는데 그럴 수 없으니 앞으로 나아가야죠. 신장도 폐도 두 장기 모두 중요한 장기이고 둘 다 망가지면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하지만 예외는 있다고 생각해요. 같이 힘내서 지금 이 상황을 이겨내요. ^^
지금 많이 힘든 시점인가보네요~ 감정도 왔다갔다하고 응원할게요~
힘들고 지치기도 하시겠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시고 이겨내셨으면해요.
꼭 좋은 결과있으실겁니다. 힘내세요!
몽실님 재이식후 이제 3년이 지났네요 지금은 잘 지내고 계신가요?
몽실님 여성호르몬제 프로기노바 부작용으로 크리멘으로 바꾸신건가요?? 저도 프로기노바 먹고 울렁거림이 심하고 식욕부진에 구토까지 하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