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에 단풍 보러 왔다가,
무지개 송어 낚으러 왔다가 코빼기도 못 보고 돌아가야 했던
이 곳 빅베어 호숫가에 아예 이사를 와버렸다.
멀리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숲속에
오두막을 한 채 월세로 빌려서 살고 있다.
아이들 학교에는 동양인이 없어서
첫날부터 전교생이 이름을 불러주는 작은 산꼭대기 마을이다.
제프리 소나무가 하늘을 찌르는 오솔길을 따라
하교길을 마중나가면,
머리에 왕관을 쓴 파랑새가 아들놈 어깨 위에 내려 앉는 곳이야.
해발 2000 미터가 넘다보니
10월부터 눈이 내렸는데,
오늘은 산도 호수도 보이지 않게 짙은 눈보라가 오두막 창 밖으로 매섭게 몰아친다.
산동네라 비탈이 심해서
겨울철에 눈이 많이 오면 학교 문을 안 연다는 지역 방송 뉴스가 나오기도 한다는데,
혹시나 하고 그런 뉴스를 고대하며 어물쩡거리던 애들을
학교 보내놓고,
잘 안 마시던 커피를 내려 분위기를 띄우고,
KBS 1 FM 세상의 모든 음악 다시듣기를 틀어놓으니 참 좋다.
밤새 바람이 심해서
솔방울들이 오두막 지붕 위로 떨어지는 소리가 나더니
솔가리와 솔방울들이 수북이 쌓여있다.
눈 그치고 해가 나면 잘 말렸다가
눈 내리는 밤이면 불 피워야겠다.
솔방울과 솔가리를 갈퀴로 긁어서 캠프 파이어를 하는데
솔방울이 그렇게나 향기로운 냄새를 풍기는 줄 몰랐어.
물가가 비싸서
몇 달만 살다 산 아래로 내려가야 하는데
하루하루가 너무 빨리 흘러간다.
첫댓글 무지게 송어 꼭 잡아서 사진 올려줘봐~~ 건강하구^^ 날곰은 추우면 잠잔다..ㅋㅋ
니가 먼곳에서 고생이 많다...
ㅎㅎ, 꼭 우리 아버지 같구나...진짜 고생 많아, 솔방울 줍느라고 손 끝이 다 갈라졌거든. 근데 이 산에서 안 내려가고 싶으니 어쩐다냐. 산 동네 구멍 가게 하나 인수해서 안 내려가고 여기서 영영 살랬더니 권리금이 너무 비싸서 포기했다.
동화속으로 들어간 기분이네 ~
한성이 말대로 한폭의 그림이 그려진다.
그런곳은 여름에 살기좋겠다.겨울에는 눈이 많이 오니까 그렇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