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일에 정신이 팔려 가을이 다가오는지도 몰랐다.
숨어서 왔다고 하는 표현이 딱 맞을 것 같다.
오랜만에 다가온 가을을 알려주려는 듯 붉으스름한 빛깔로 물이 든 감잎 한 장이
내 머리를 툭 스치며 떨어진다.
이런 날은 집에 앉아 있기도 숨이 막힌다. 그래서 무작정 발길 닿은 곳이 뿌리공원이다.
아직은 한적하지 않을 정도로 사람의 발길이 붐비는 곳, 조상들의 삶이 담긴
성씨 유래비를 읽다가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잠자리가 여린 날개를 스치며 지나가도 금이 갈 듯 수정처럼 얇은 하늘,
차라리 보는 것조차 두려웠다.
여명처럼 밝은 하늘 한 편으로 하늘은 요술처럼 뭉게구름을 피워 올렸다.
목화솜을 풀어헤친 듯한 뭉게구름이 빚어내는 풍경도 예사롭지 않았다.
구름은 어디에 걸려도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낸다.
아무리 훌륭한 사진 작품이라고 해도 이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담아낼 수 있을까.
정지된 사진 풍경에서 느끼는 감정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가슴이 벅찰 정도로 숨 쉬는 자연보다 더 훌륭한 풍경이 있을까.
아직 속이 덜 찬 나락을 익게 할 만큼 따사로운 햇살이 두루 퍼지는 뿌리공원,
그 공원길을 거닐며 천천히 햇살에 물들어가는 가을을 만끽하는 맛도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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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만 보면 끈질기게 타오르는 능소화...하늘끝에도 꽃 두장을
맺어놓았다. 여린 줄기를 틀어올려 주홍빛 꽃을 터뜨린
웃음에 새파랗던 하늘도 다소 긴장을 풀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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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얇게 풀어헤친 구름을 이고 있는 우뚝 솟은 소나무에서
절개를 찾을수 있을까. 꺾이지 않는 절개를 가졌어도
여유롭게 만져주는 구름의 손길에는 어쩔 수 없나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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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목에서 움트는 나뭇잎들이 몰래 다가온 가을앞에 여린 잎처럼 보인다
꽃잎 두 장을 매단 능소화는 제 혼자 꽃을 피운 듯 우쭐대는 모습이
가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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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배꽃도 저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니....
습기가 확 들어찬 담배밭에서만 대하던 담배꽃이 푸른 하늘 앞에서는
눈물이 날 만큼 청순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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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앞에서는 뭐든지 아름답다.
평소에 눈길 한 번 안받던 오이꽃은 카메라 앞에서는 기회를 만난 듯
노란 물감을 마구 풀어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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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끈질기게 기다린 보람이 있다.
무더운 여름을 보내고 조용히 맞이한 가을 앞에 겸손하다.
매미소리 조차 들리지 않아 나무는 더 고독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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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잎을 떨어내는 배롱나무꽃이 한편으론 시원한 모양이다.
백일을 피웠으니 지겨울만도 하다. 얼마나 짙은 빛깔을 지상에 새겼기에
아직도 붉은 빛이 저리 선연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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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담배꽃 너무 이쁘네요. 아마 저기에 현혹되어 담배를 피우게 되었나 봅니다. 수세미 노오란 꽃도 너무 반갑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