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경기도 지사는 태평동 주민들을 비행기 태워주고, 성남시 공무원은 지옥철 태워주고, 어느 분이 성남시장이고 어느 분이 경기도 지사인지 헷갈린다”, “경기도청에서 차려준 진수성찬(뉴타운개발)을 성남시가 차 버리겠다니 말이 되느냐”.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 재개발구역 내 주택 소유자들이 포털사이트 카페 등에 올린 글들이다.
이 같은 글 속에는 태평동 일대를 뉴타운으로 개발하겠다는 경기도의 개발 계획을 묵살해 버리려는 성남시 처사에 대한 울분과 분노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성남 태평동 일대 재개발 부동산시장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뉴타운 개발 기대감으로 한때 술렁거렸던 성남시 태평동 재개발예정지 일대가 요즘 뒤숭숭한 분위기다. 이곳 주민들은 “이제 뉴타운 개발이 물 건너간 거냐”며 흥분과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다.
웃다 운 사연은?
이 같은 상황 반전은 성남시가 지난 22일 경기도가 제시한 뉴타운 방식 대신에 기존의 주거환경개선사업으로 이 일대를 개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
원래 태평동 일대는 구시가지 정비사업(재개발)으로 추진될 전망이었다. 성남시가 태평1ㆍ2ㆍ4동은 주거환경개선사업으로, 태평3동은 주택재개발으로 계발할 계획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곳이 지난 6월 이후 갑자기 부동산시장에서 주목받는 관심지역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지난 5ㆍ31 지방선거 때 김문수 경기지사 후보가 경기도 뉴타운사업을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부천시 소사 등과 함께 이곳을 유망지로 꼽았기 때문이다. 또 6월초 모 지역신문에서 태평동 일대가 경기도 첫 뉴타운사업지로 개발될 것이라는 기사를 보도한 이후 이 곳 부동산시장이 들썩거렸다.
또 재개발 예정지 4개 구역(태평1~4동)을 합치면 51만㎡(17만여평)로 뉴타운 개발면적 기준을 충족시키는 데다 현지 건축물이 워낙 낙후돼 기반시설 확보를 통한 광역개발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작용하면서 투자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뉴타운 지정 기대감에 땅값 급등
뉴타운 개발로 태평동 일대가 성남시 구시가지 개발의 중심축으로 떠오르면서 이곳 땅값은 최근 넉 달 새 평당 200만~300만원 가량 치솟았다. 지하철 분당선 태평역과 경원대역 사이에 있어 초역세권인 태평1동 20평짜리 단독주택의 경우 6월 이후 5000만~8000만원 올라 평당 1300만~1450만원을 호가했다. 태평동 다인공인 이상현 사장은 “뉴타운 개발 기대감에 매물이 자취를 감춘 가운데 투자 문의는 많아 가격이 상승세를 탔다”고 말했다.
태평2~3동도 단독주택 지분 값이 평당 1200만~1350만원으로 넉 달새 평당 200만원 이상 뛰었다. 태평1동 H공인 관계자는 “물건이 달리다 보니 호가 위주로 가격이 크게 형성됐다”며 “투자자 대부분은 서울 강남권과 분당신도시,용인 죽전지역 거주자들이었다”고 귀띔했다.
뉴타운 무산 우려에 분위기 반전, 분위기 ‘썰렁’
하지만 성남시가 지난 22일 태평동 일대에 대해 뉴타운 사업방식을 채택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분위기는 180도로 바뀌었다. 성남시 도시개발과 김모 과장이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에서 “뉴타운 방식으로 할 경우 사업성이 떨어지는 데다 현행 법상 뉴타운으로 건설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성남시의 입장 발표 이후 성남시청과 시의회 홈페이지는 물론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 카페에는 항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태평3동에서 21평짜리 단독주택에 산다는 박모씨는 “성남시가 추진 중인 주거환경개선사업은 아직 1단계 구역도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며 “뉴타운 사업지로 지정되면 사업 속도가 빨라지지 않을까 기대했는데,성남시의 속셈이 도대체 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현지 중개업소에는 계약 해지 등을 문의하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태평1동 금오공인 관계자는 “뉴타운 무산 소식을 접한 투자자들이 ‘뉴타운이 안 된다는 데, 투자했던 것들을 팔아야 하나’, ‘태평동 매물에 계약금을 걸었는데 계약금을 포기해야 하는지’ 등에 관한 문의가 적지 않아 골머리가 앓을 정도”라고 말했다.
거래시장도 한산하기만 하다. 중개업소에 매도 시기를 묻는 문의가 늘고 있으나 매수세는 뚝 꺾였다. 이달 중순까지만 해도 가파른 상승세를 탔던 매도 호가도 지금은 주춤한 상태다. 일부 중개업소에는 호가를 시세보다 평당 30만~50만원 가량 낮춘 실망 매물도 많지는 않지만 조금씩 나오고 있다고 한다.
성남시 “아직까진 기존 입장에 변화없어”
하지만 성남시의 입장은 여전하다. 성남시 도시개발과 관계자는 “뉴타운사업은 광역기반시설을 설치하는 대신 용적률과 고도 제한을 완화해주는 게 핵심인데 성남은 얻을 것이 없다”며 “뉴타운 방식보다는 기존의 주거환경개선사업으로 추진하는 게 낫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비행장이 있는 성남시는 층고가 45m 이하로 묶여 있어 도시재정비촉진법에 따른 인센티브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성남시의 입장 불변으로 태평동의 뉴타운 사업은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당장 10월 15일까지 경기도에 뉴타운 시범지구 사업 신청서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설령, 성남시가 기존 입장을 바꿔 뉴타운 사업을 추진키로 결정하더라도 사업 신청서를 작성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여 마감일 이전에 신청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성남시 관계자는 “신청서 항목이 워낙 많은 데다 작성 내용도 복잡하다”며 “더욱이 추석 연휴가 끼어 있어 제대로 작성한 신청서를 마감 전에 내기도 벅찰 수 있다”고 말했다.
“뉴타운 아니어도 투자성 있다”
일각에서는 태평동 일대 재개발사업이 뉴타운 방식으로 추진되지 않더라도 투자가치는 충분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는 사업지의 입지 여건이 워낙 좋은 데다 어떤 방식으로든 재개발이 추진될 수밖에 없다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태평1동 금공인 오경규 사장은 “태평동은 뉴타운이 아니더라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이미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돼 사업이 추진 중”이라며 “오히려 뉴타운으로 확정될 경우 6평 이상 토지에 대한 거래 허가제 적용을 받는 등 투자 환경이 더 나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성남시도 기존시가지 재개발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성남시 도시재개발 기본계획안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17년 까지 수정구 11개동 11개 지역, 중원구 8개동 10개 지역을 총 20개 구역으로 나누어 단계별로 개발할 예정이다.
자료원:중앙일보 2006. 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