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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들이 우리들을 트럭에 태우고 대구역으로 가려는데 길에는 이미 흰옷을 입은 피난민들로 발들여놓을 틈이 없이 꽉 찼습니다.
전국의 피난민들이 다 대구로 왔는가? 차가 꼼짝도 못합니다. 그러자 군인이 몽둥이를 들고와서 마구 휘두르자 간신히 길이 트여 대구역까지 왔습니다. 우리는 또 기차에 실려 가는데 어디로 가는지 비밀이라고 하지만 틀림없이 부산일꺼라고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기차가 어느 초라한 정거장에 서더니, 우리들을 내려 놓는 것입니다. 아주 한적한 시골이고 멀리 소나무가 울창하게 늘어선 제방 같은 것이 보일뿐 너무 황량합니다. 한참 있자니까 군 트럭이 하나와서 우리를 실어갑니다.
트럭이 멈춘 곳은 밀양국민학교입니다. 그곳에는 `제7육군병원` 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습니다. 학교건물을 병원으로 만든 것입니다.
사무착오인지, 임시 머물게 하는 장소인지 우리는 군인들 틈바구니에서 머물게 되었습니다. 한교실에는 부상한 군인들이 세줄로 담요 한장을 깔고 한장은 덮고 누워 있는데 40명이 넘어보입니다.
이곳에 왜 환자들이 많은가하면 인민군들이 대구와 부산을 점령하려고 집결해 있고, 유엔군들과 우리 군인들이 필사적으로 막기 위해 피나는 전투를 하다보니 군인들이 너무 많이 죽고 다친 것입니다.
하루에 700명의 군인환자들이 밀양으로 쏟아져 들어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학교를 다 병원으로 만들어도 부족해 천말을 치고 수용하기도 했습니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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