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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중공업 노조가 동구 본사 사내에서 2차 부분파업을 벌이고 있는 모습. 울산매일 iusm@iusm.co.kr |
현대중공업 노사 관계를 좌우할 제27대 현대중 노조 대의원 선거에서 강성 노선 대의원들이 과반수 이상 당선됐다.
이들 강성 노선 대의원들은 현 정병모 노조집행부를 지지하고 있어, 앞으로 노사 갈등의 폭이 커질 전망이다.
◆강성 노선 대의원, 과반수 이상 당선
이번 대의원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을 끌었다. 강성 노선의 현 집행부 영향 때문이다.
지난 2002년부터 온건 노선의 현장조직인 ‘노동자민주혁신투쟁위원회(노민투)’는 노조위원장을 연이어 당선시켰다. 2012년 대의원선거에서도 노민투 소속 혹은 노민투와 같은 기조를 보이는 무소속 후보들이 대의원 의석을 대부분 장악했다.
반면 강성 노선의 후보들은 매번 탈락했다. 노조 집행부와 이를 지지하는 대의원들이 회사와 순탄한 관계를 유지하니 현대중공업에는 노사상생 문화가 정착됐다.
하지만 12년 만에 이 같은 흐름은 뒤바뀌었다. 현 정병모 집행부가 집권하면서 부터다. 그동안 노사상생을 해온 조합원들은 회사를 상대로 별다른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게 현실이었다.
낮은 임금인상 등이 지속되면서 조합원들도 불만이 쌓였다. 결국 조합원들은 더 많은 복지를 안겨다 줄 것으로 기대하면서 현 정병모 집행부를 선출했다.
당선 이후 정병모 집행부는 회사를 상대로 강도 높은 임단협 교섭을 펼치며 20년만에 파업에 나서는 등 무파업 기조를 깨뜨렸다. 이번 대의원 선거에서도 조합원들 기대치가 이어졌고, 결국 강성 노선 대의원들의 대거 당선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한 지역 노동계 전문가는 “당초 온건과 강선 노선 현장조직들이 비슷한 수준에서 대의원 석을 확보하거나 혹은 온건이 다소 우세일 것으로 예상됐다”며 “하지만 예상결과는 완전히 뒤집어졌다. 최근 회사가 발표한 희망퇴직이나 성과 연봉제 등도 조합원들의 반감을 샀기에, 강성 노선 대의원들이 상대적으로 지지도가 올라갔다”고 분석했다.
◆집행부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
강성 노선 대의원들의 대거 당선은 현 집행부의 투쟁에 큰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현 집행부는 조합원들로부터 지지를 얻었지만, 반면 노사상생 기조를 유지한 기존 온건노선의 대의원들과도 맞부딛쳤다.
당선 이후인 지난해에는 집행부가 대의원 석을 장악하고 있었던 온건노선의 대의원들과 매번 마찰을 일으키며 사업이나 노조 일정을 원만하게 추진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노조는 앞으로 임단협 뿐만 아니라 노조 내부적으로 확정한 2015년 사업 계획안을 추진하는데 어려움이 없게 됐다.
또 더 나아가 민주노총 등 ‘상급단체 가입’ 문제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
실제 지난해 3월에는 상급단체가 없이 지금까지 독자의 길을 걸어온 현대중 노조가 현대차 노조와 함께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노사 관계는 안개 속
반면 노사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게 지역 노동계의 분석이다.
현대중 노사는 2014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아직까지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노사가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에서 2배이상으로 반대표가 쏟아져 부결돼서다.
수 일내 교섭을 재개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쉽게 마무리되지 않을 전망이다. 강성 노선 대의원들의 지지로 회사와의 교섭에서 우위에 점할 수 있어, 추가안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 임단협 역시 지난해보다 노조의 요구가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차기 집행부 선출 선거에서도 강성 노선 대의원들의 영향력이 미칠 것으로 보여, 연이어 강성 노선의 집행부가 집권할 가능성도 있다. 자연스레 회사와 갈등의 폭이 커질 수 밖에 없는 분위기다.
지역 노동계 전문가는 “이제 현대중공업을 국내 대표적인 노사상생 기업이라는 말이 퇴색되고 있다”며 “강성노선 대의원들로 인해 앞으로 노사 관계가 순탄치 않을 것 같다. 노조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