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학산(450m)
학이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형국이라 하여 이름 붙은 산으로, 지난 68년1.21사태 당시 김신조 일당의 침투로로 알려진 곳... 최근 개방, 정비되면서 삼림욕과 등산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산행코스 : 초리골 안내석-초계탕집-암산(팔각정)-김신조숙영지-은굴-비학산-장군봉-매바위-두루뫼박물관-초리골 안내석(산행시간:5시간)
특징 : 평일이어선지 산행 내내 사람을 만날 수 없을 정도로 한적한 산, 암산을 제외하고는 전형적인 육산으로 걷기는 편하나 오르고 내림의 폭이 크고, 빈번하여 쉬이 피로하게 만드는 산이다
초리골 안내석
구파발역 2번출구 버스승강장에서 31번 법원리행 버스를 타면, 정확히 1시간 후 법원리 시립도서관 앞에 내리게 된다. 비학산은 능선들이 이 초리골을 가운데 두고 비잉 둘러싼 형상이다.
아주 예쁜 우리한옥 승잠원
초리골입구를 들어서면, 곳곳에 멋스런 펜숀이 보이고, 길가엔 식재한 들꽃들이 눈에 띈다. 조금 걷다보면 영화 “한반도”“황금신부”출연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한정식 전문인 “승잠원”이라는 멋스런 건물이 보인다. 승잠원... 蠶은 누에를 뜻함이니 곧 누에요리 전문점? 속단은 금물... 누에가 아니고 누에가 먹는 뽕잎을 재료로 하는 요리집이었다.
산행들머리인 초계탕집 전경
평지에 인위적으로 깊숙한 연못을 만들고, 그 연못에 다시 촘촘히 시멘트 기둥을 세운 후, 건물을 앉힌 특이한 형태로 지어졌다. 연못엔 제법 큰 잉어를 키우는 모양인데, 조그만 배도 한척 띄워져 있다.
초계탕은 닭과 소고기의 육수를 차게 식혀 식초와 겨자로 간을 한 다음 살코기를 잘게 찢어서 넣어 먹는 북한의 함경도와 평안도 전통음식으로, 살얼음이 송송 떠 있는 육수속에 있는 닭고기와 야채를 한 젓가락 집어 입에 넣으면, 시원함은 물론이거니와 새로운 맛의 세계를 느끼게 된다.
곤지암 초계탕집과, 양평 초계탕집엔 심심찮게 다녔지만 이곳은 처음... 좋아하는 음식이라서 반주 곁들인 뒷풀이를 잔뜩 기대하고 왔는데, 앗뿔싸~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늘(매주 수요일)은 정기휴일이란다....
초계탕집 입구에는 “법원리 삼림욕장 안내도”가 설치되어있다.
초계탕집의 우측 끄트머리에 등산로입구의 이정표가 나타나고 작은개울위에 만들어진 멋스런 나무다리(木橋)를 건너면서 본격적인 비학산 산행이 시작된다
다리를 건너면 제법 운치있게 만든, 나무로 밑을 동여맨 계단을 따라 비알 길을 오르게 된다. 그리 심하지는 않지만 초반 호흡을 가다듬기에는 다소 벅찬 듯...
오늘 산행에서 유일한 암봉답게 비알 길은 바윗로 변한다. 숨이 턱에 차지만, 다행이 길가에 손잡이를 만들어 놓아서 간간히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다.
암산정상은 멋스런 팔각정과, 능선을 이어갈 방향으로 나무계단이 설치되어있고 , 팔각정에서는 법원리와 이북땅이 한눈에 들어온다.
눈앞의 수많은 능선들은 안개속에 잠기고... 날씨가 맑았으면 저 산들이 파노라마처럼 물결치며 시원스럽게 펼쳐질텐데.... 도봉산. 북한산, 불곡산에 더하여 운이 좋으면 개성의 송악산까지...
암산을 지나고 나면 산은 전형적인 육산으로 변한다. 무릎관절에 부담을 주지 않을 정도로 걷기 편한 길이지만, 내리막길과 오르막길이 번갈아 이어져 지루함을 느낄 겨를이 없다. 이 산은 거의 평탄한 능선길이 없고 제법 굴곡이 심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기를 반복하기 때문....
무장공비 침투로
1968년 1.21사태시 김신조일당이 이곳을 지나면서 근처에서 하루저녁 숙영을 했단다. 하긴 갖가지 아름드리 나무들이 솟아 하늘을 찌르고 있으니 공비들을 발견하기 쉽지 않았을 듯... 하여튼 덕분에 향토예비군이 생겼고, 난 동원예비군에 일반예비군, 무려 15년을 뺑뺑이를 돌았다. 카투사로 입대하여 미군들과 3년을 뒹군 탓에 완전군장도 꾸릴줄 모르고, 총기분해,조립도 못하는 고문관이 말이다...
은굴(銀광산 갱도)
무장공비숙영지에서 내리막길로 편히 내려가는가 싶더니만, 다시 된비알이 나타난다. 한참을 힘들게 오르면 1900년도 초반 일제 강점기 때 은을 채광했다는 은굴이 나타난다. 길이는 명주실 한타래 정도... 60년대 후반에 잠시 채굴을 다시 했다지만 지금은 콘크리트로 동굴을 폐쇄(군인들이 간첩들의 숙영방지용으로)시키고, 입구의 형태만을 보존함으로써 여기가 은굴이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은굴을 지나면서 소나무와 굴참나무가 섞여있던 산은 소나무科 일색의 산으로 변한다. 오른편엔 삼나무, 왼편엔 잣나무... 잣으로 유명한 가평과 제법 떨어져 있는데도 잣나무 군락이 있음은 아마 유실수 개량사업의 일환이 아니었을가싶다
400여m밖에 되지 않은 산에 포근한 흙길은 웬지 마음까지 포근하게 만든다. 그러나 만만찮은 산이니 결코 얕보아서는 안될 듯.... 내리막과 오르막을 가다보면 지루하진 않지만 힘은 많이 들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집사람은 다음날 아침까지 다리가 아프다고 애달프게 끙끙거린다.
정상표지석을 찾아 헤매다 만난 암봉
비학산을 가기위해서는 대피소에서 안개목이방향으로 임도까지 내려가, 이정표의 등산로입구방향으로 올라서서 나무계단과, 밧줄 목책의 암반길을 지나면 비학산 정상에 도착한다.
비학산 정상은 표지석이 없고 軍 방카만... 방카 위가 넓어 얼핏보면 헬기장으로 오해하기 쉬울 정도다. 혹여 정상표지석이 없나 100m미터를 진행하면 작은 바위봉이 나오고, 이곳의 조망은 일품이다.
어느 날 그대가 피운 새싹인 줄 알고 좋아라 했던 날에 홀씨 떨어진 잡초였음을 아쉬워했던 것은, 다시금 우리 곁에 푸르름을 선보여 주기를 기원했던 나의 기다림이었다는 것을 그대는 아는가(원성스님의 ‘풍경’중에서).
장군바위전망대
장군바위는 보이지 않고, 축대처럼 생긴 바위 위에 멋스런 나무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이곳에서의 전망은 시원스럽기 그지없어, 비학산에서 전망이 가장 좋은곳일 듯...
장군봉에서의 조망
초리골을 가운데 두고 산으로 병풍을 친듯한 형상이다. '파주의 알프스'... 난데 없는 집사람의 중얼거림에, 무슨 뚱단지 같은 소리냐며 되 묻는데 가로등을 가르킨다. 앗뿔싸~~ 가로등 기둥의 팻말에 그렇게 적혀 있지 않는가. 재팬알프스, 영남알프스, 충북알프스 등등... 아무리 알프스를 제멋대로 갖다 붙인다고하지만, 이정도까지 알프스라고 부른다면 진짜 알프스가 좀 거시기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장군봉에서 3Km를 걸어내려오면 매봉을 만난다. 매같이 생겼는지 방향을 바꾸어가며 살펴보지만 글쎄... 그저 생기다만 것 같은 어설픈 바위 몇개 포개놓은 모습일 따름... 무학대사님 曰 '임금눈에는 모든게 임금으로 보이고, 돼지 눈에는 모든게 돼지로 보인다' 역시 내 안목이 부족해서일까?
산행 날머리인 두루뫼박물관
소설가인 강위수씨와 역사유적 여행가인 김애경씨 부부가 30여년간 모은 민속생활용품을 전시해 놓은 전문박물관이다. 두루뫼는 강위수씨가 태어난 장단군에 있는 주산동의 속칭인데, 지금은 DMZ의 안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가보지 못하는 애틋함을 담아 박물관 이름으로 승화시킨 듯 싶다
하산길 길목에서 만난 은행나무....
파주에 들어올 때부터 가로수가 온통 수십년된 은행나무로 바뀌더니, 여기저기 할것 없이 은행나무 일색이다. 그것도 수명이 꽤 오래된... 파주시의 홈페이지에 들러보니, 아니나다를까 파주시의 市木이란다. 오랫동안 역경을 이겨낸 웅대한 모습은 파주의 번영을 뜻하고, 그 뜻대로 평안하고 안락한 도시로서 영원하기를 기원한다면서...
톨스토이는 <세가지 질문>에서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함께 있는 사람이고,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럼 난? 내 목숨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랑하는 아내의 손을 꼭 잡고, 둘이 다 좋아하는 아름다운 산에서, 알콩달콩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며 걷고 있으니, 이 세상에서 내게 가장 중요하고, 또한 내가 살아가는 이유인 그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리곤 자신있게 답한다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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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보고 갑니다...
비학산이 채력을 많이 요구하는가봅니다 옆지기님이 담날까지 다리가 아프셨으면 .....늘~~아름다운 산행기 감합니다
서울 근교산인데도 가보지 못한산입니다. 덕분에 좋은 산행을 같이 한것 같습니다. 오늘도 역시 마지막 사진은 아름다운 그림으로 마무리 하셨네요. 너무 보기 좋습니다. 산행 후기을 이렇게 글과 그림으로 자세히 표현해 주시는 마음쓰심에 감사드립니다.
선답으로 감~솨 드리며 한적할때에 함 찾아보기로 하겠습니다..두분의 즐산에 추~카드리면서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바람니다..
알콩달콩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며 걷는 두분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좋은 산행 잘보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