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를 통해 배우는 교훈
가을의 초입, 불꽃여름도 이제 끝이났습니다. 저멀리 태평양에서 태풍타고 왔던 검은구름도 덧없이 사라지니 물은 맑아지고 하늘은 청명하게 푸르네요.
어제 오후 느지막한 산책길, 뉘엿뉘엿 태양이 한강 아래로 사라지니 풀벌레 울음소리도 쇠잔해 집니다. 이는 생명의 신호이자 곧 도래할 풀벌레들의 죽음의 신호입니다.
남산 오르던 길을 멈추고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닦으며 나무등걸에 걸쳐 쉬는데, 개미들이 죽은 귀뚜라미를 힘겹게 끌고가는 모습을 보며 죽음을 관조해 봅니다.
세계의 거목인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세상을 떠나고, 몇일 전 치뤄진 장엄한 장례행렬을 CNN TV 채널을 통해 생생히 보았습니다.
거의 한세기를 살아오면서 제국의 일인자로 70여 년간 영연방을 지켜왔다는 자체가 대단한 인생여정임을 짐작할 수 있지요.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화려함 뒤에는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과 속 편치않은 일이 있었겠습니까? CNN TV를 보니 그녀의 마지막 길을 함께하기 위한 수많은 시민들로 거리를 꽉 메웠습니다.
세계각국의 추모와 수많은 세계 정상들이 추모사절로 참석하고 왕실가족과 영국시민들의 애도속에 치뤄진 엄숙하고 장엄한 장례행렬을 보며 영국 국민뿐아니라 세계인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솔직이 여왕에 대한 삶의 공과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우리에게 과는 없었다고 생각하니 절로 추모의 마음을 갖게되는 것은 동서를 막론하고 인지상정이 아닐까요?
형식과 상황의 다름은 있지만, 훌륭한 삶을 살다가신 분들을 기억하고 존경의 마음을 함께 나누는 것이 인류역사에 있어 보편적인 미덕이라 생각합니다.
이는 동서고금 선현들의 가르침을 통해 오늘을 살고 내일을 준비하는 후대의 교훈이겠지요. 지구상 저편에서 일어난 영국여왕의 서거와 애도속에 치뤄진 장례행렬을 보면서 불현듯 그녀의 정치여정을 되돌아 보았습니다.
영국여왕은 상징적인 존재이긴 하나 그녀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 영향력은 대단했지요. 요설이 난무하고 새털같이 가벼운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면서 무릇 정치인이나 국가 지도자는 "행동은 바위처럼 무거워야 하고, 내뱉는 한 마디의 말이라도 천금의 가치를 지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 내뱉으면 주어 담을 수 없는 것이 말이니 그 중요성을 오죽했으면, "웅변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다"란 말까지 있을까? 아무리 달변가라도 말을 잘못해서 분란을 일으키는 것보다는 차라리 아무말도 하지않고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정치지도자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갖추어야할 덕목은 "싸가지"가 아닌 "겸손"이란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똑똑한 정치인도 싸가지가 없으면 정이 안가지요.
우리 속담에도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하지않나? 겸손은 남을 최대한 존중하고 자신은 내세우지 않는 태도로 여유롭고 너그로운 마음입니다.
반면, 다급한 마음은 순간적인 감정이나 급한 성질을 스스로 제어하지 못해 일단 저질러 놓고 후회하는 스타일입니다. 이른바 "見蚊拔劍(견문발검)" 즉 "모기를 보고 그 모기를 베기위해 칼을 뺀다"는 스타일로 사소한 일에 크게 화를 내거나 과격한 행동을 해서 돌이킬 수 없는 나쁜 결과를 초래하니 이러한 행동을 경계하고 나무라는 뜻입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늘 즐겁고 여유롭게 편안한 마음만으로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때론 불편도 감수하고 속상함도 삭히며 서로 양보도 하고 이렇게 살아갑니다.
수많은 감정의 기복을 겪으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네 삶이지요. 사람마다 개성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듯이 성격 또한 천차만별입니다.
어떤 사람은 아무것도 아닌 일도 매사 걸핏하면 화를 내거나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늘 전투모드로 돌변해 다투려고 하는 싸움닭 기질이 있습니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기란 여간 불편하고 피곤한게 아니지요. 이런 사람은 언행을 하기전 심호흡을 차분히 세번 정도 해보거나, 열까지 숫자를 마음 속으로 세어보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 되겠지요.
말을 할 때는 꼭 "三思一言" 즉 "말하기 전에 반드시 세 번 생각"해 보고, 易地思之로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한쪽 손바닥만으로는 소리가 날 수 없고, 손자병법에도 있듯 가장 바람직한 승리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 입니다.
견문발검처럼 사소한 일로 흥분부터 한다면 해결은 커녕 좋은 결과를 결코 얻을 수 없음을 알아야 합니다. 다시말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이려 노력하며 三思一言하고, 易地思之만이 문제의 해결책입니다.
성공한 삶도 좋지만, 그보다 온전한 삶을 살아가는 것도 좋다고 봅니다. 서산대사는 선가귀감에서 "修心者 不自屈 不自高"라 했고, 논어에는 "矜而不爭(긍이부쟁)"이라 했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살아가면서 비굴하거나 자만하지 말고, 긍지를 갖되 다투지 말고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됩니다. 날씨가 산책하기 정말 좋은 계절입니다. 산책으로 건강도 챙기시고 행복은 덤 입니다.
率岩 金 聖 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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