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LONDON
오후 04:00
우리는 하이드 파크(Hyde Park)의 비행선 부두에 정박했다. 75일 만에 처음으로, 나는 다시 잉글랜드의 땅을 밟고 발밑에서 전해 오는 흙의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침내, 기한 내에 런던으로 돌아온 것이다. 내기의 보상을 받을 시간이다!
나는 하이드 파크의 서펜타인(Serpentine) 둑길에서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 증기 마차 한 대를 잡고서는, 주인님의 옷깃을 붙잡고 마차에 던져 넣었다.
“혁신 클럽으로!” 나는 소리쳤다. 속도를 높이기 위해 나는 운전수에게 50 파운드를 던졌다.
“도착하면 50 파운드를 더 주겠소! 이제 출발!”
“그리 볼품없이 서두를 필요는 없네, 파스파르투.” 주인님이 지적했지만, 나는 무언가에 홀린 것만 같았다.
런던 거리의 풍경이 스쳐 지나갔다. 여행하며 많은 것들을 본 나의 눈에는 거리가 예스럽고 멋져 보였다. 마차는 대부분 말이 끌고 있고, 팰 맬을 달려 내려가는 길 좌우로는 전등보다는 가스등이 불을 밝히고 있었다.
증기 새는 소리가 멈추고, 마차의 흔들림도 잦아들자 나는 주인님을 자리에서 끌어내 혁신 클럽의 웅장한 문 앞으로 데려갔다.
넓은 응접실에 도착한 후에야 나는 그를 놓아주었다. 주인님의 예전 친구들이 의자에서 일어났다. 크게 충격을 받았는지 그들은 입을 벌린 채 서 있었다.
포그 씨는 잠시 자세를 바르게 잡고 말했다. 그 특유의 평온한 목소리로.
“여러분. 제가 왔습니다!”
방에서 환호성이 가득 터져 나왔다. 나는 비틀거리며 가까운 의자에 무겁게 쓰러지듯 앉았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나는 마치 갑자기 마법에서 깨어난 듯 깨달았다. 우리가 성공했다는 것을, 그리고 주인님은 20000 파운드를 받게 된다는 것을! 시작할 때 가져간 4000 파운드에, 다니면서 은행에 쌓인 빚, 그리고 지금 남은 돈까지 생각해 보면 이익은 12000 파운드 이상이다. 하찮은 액수라 말할 수 없는 돈이다!
내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나는 군중들이 이 중요한 순간을 목격하려고 쏟아져 들어오는 모습을 보았다.
검푸른 보닛을 쓴 여기자가 내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당신은 분명 그 충실한 하인이시군요, 파스파르투 씨!” 그가 말했다.
“우리가 이렇게까지 유명해지다니 믿기지 않는군요.” 내가 말했다.
“온 런던 시내가 필리어스 포그의 행보를 지면으로 보고 흥분하고 있었답니다!” 그는 나를 바라보더니 맹렬하게 공책에 무언가를 휘갈겨 댔다.
“당신 주인은 내일 헤드라인에 오를 거예요. 아니면 내 모자라도 먹어 보이죠!”
“그 분은 인기를 즐기시지 않을 겁니다. 제 생각에는.”
그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면 몇 주 내로 저희가 이에 관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제 생각엔 아마 그렇게 될 거예요.”
클럽의 집사 한 명이 마침 우리 가방에서 요코하마를 그린 스케치를 꺼내들었다.
“벽난로 선반 위에 두면 좋겠군요. 제가 보기에는.” 그가 속삭였다.
“가장 훌륭한 모험 기념품입니다. 포그 경.”
그 자리가 아주 좋아 보였다. 나는 자부심에 미소를 지었다.
나는 몸을 이끌고 포그 씨에게 다가갔다. 그는 축하해주러 온 군중들에게 거의 잡아먹힐 뻔했다.
“이기셨네요, 무슈.” 내가 말했다. 나는 주인님의 손을 잡고 악수했다. 우리는 서로가 마치 대등한 관계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저 단순한 주인과 시종의 사이는 아니었다.
포그 씨도 나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나의 행동이 온당치 않다고 지적하지도 않았다.
정말로, 비록 그의 냉정한 눈빛은 흔들리지도, 누그러지지도 않았지만, 나는 그가 나와 악수하는 것을 기쁘게 여겼다고 믿는다.
“자네를 하인이라 부를 수 있는 신사는 누구라도 정말 운이 좋은 걸세. 그리고, 자네는 나의 훌륭한 벗이네.” 포그 씨가 말했다. 나는 안다. 그에게 있어 이보다 대단한 찬사는 없다는 것을.
드디어 여행이 끝났습니다! 75일 만에 런던으로 귀환했습니다. 포그의 도박이 성공했네요!
여기는 사설이 기니 내리셔도 됩니다.
런던을 떠난지 75일째, 실제로도 34일째 만에 이 긴 여행이 막을 내리는군요. 십 년 전 실패한 연대기 이후 두 번째로 해 보는 연재입니다. 처음에는 그저 남는 시간에 무료함을 달래고자 시작했을 뿐이었습니다. 마침 쥘 베른도, 세계여행이라는 테마도 제가 좋아하는 것이고요. 그러다 이곳 회원이라면 분명 이런 것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에, 내친김에 글을 쓰게 된 것이었죠. 과연 예상대로였습니다.
영어에 그다지 능통하지 못한데다 문학적 수사와 처음 보는 표현이 어지럽게 날아오는 바람에 글을 읽고 해석하는 데만도 매번 두 시간씩 걸렸습니다. 사실 빠르게 넘기면 길어야 이틀이면 완료할 분량인데 말이죠. 그래도 더 잘 이해하고 싶고, 또 잘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지금까지의 글 내용은 모두 게임 내의 지문을 바탕으로 아주 조금씩 각색한 것입니다. 이 글이 재미가 있었다면 그것은 게임의 내용이 충실한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고생을 하고 나니, 마지막에 런던에 도착할 때는 정말 전율이 오더군요. 지금도 참 뿌듯합니다!
영어와 씨름하면서 영어 실력이 늘었다기보다는 국문 실력과 상식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사실 지금도 글을 처음부터 다시 읽으라면 아마 사전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매끄럽게 번역하는 과정에서 영어보다도 우리말로 글쓰는 실력이 조금 늘지 않았나 싶네요. 각지의 명소, 그 시대의 (실제)기술, 언어 등도 많이 알게 됐습니다.
큰 문제 하나는 도중에 튀어나오는 다양한 나라 사람들, 다양한 언어를 어떻게 표현하느냐는 문제였습니다. 결국 대부분 특색 없이 한국어로 번역했는데, 고유명사를 활용해서 표현을 하려고 했습니다. 또는 호칭 같은 것 말이죠. 아마 도시명이 오락가락해서 많이 헷갈리신 분도 있을 겁니다. 처음에 별 생각 없이 쓰는 바람에...나중에야 깨닫고 부랴부랴 여태껏 쓴 글에 맞추어서 제 나름의 원칙을 정하고, 글 작성 후에도 수정하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그바람에 국명은 영어 기준, 지명은 현지 국어 기준이라는 괴이한 원칙이 생기고 말았네요. 파스파르투는 도시를 말할 때 현지어 이름으로, 포그는 유럽에서는 현지어, 비유럽 지역에서는 영어로 부르고 게다가 현지인은 국명도 자기 나라 말로 부르는 바람에 아주 뒤죽박죽이 되었습니다. 보기 불편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사실 이를 통해서 파스파르투는 아는 건 부족해도 현지 사람들을 이해하려는 성격으로, 포그는 지리도 잘 알고 교양이 높지만 유럽(특히 영국) 중심의 사고가 남아있는 성격으로 묘사하려고 한 것도 있습니다. 나중에 포그 씨가 해외여행을 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을 때 놀라우면서도 왠지 그럴 것 같았다는 생각이 들었죠.
파스파르투와 필리어스 포그, 모두 여행을 하면서 많이 변했습니다. 그들과 함께 저 또한 많이 변했습니다. 이 한 달 간 많은 생각을 했고, 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인생의 전환기를 맞게 되었네요. 하고 싶은 것만 다 하기에도 인생은 너무 짧다-연재를 하면서 깨달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하고 싶지 않은 일은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찾을까 합니다. 세계일주를 하겠다는 건 아니고요(꿈이긴 하지만). 지금까지는 남의 견해에 적잖이 흔들린 것 같아요. 제 뜻대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합니다. 이 생각을 하기까지, 연재가 저에게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평소와 달리 이 글을 쓰는 시간-그것도 자의로-은 진정으로 즐겁게 살았거든요. 80DAYS는 정말이지 제 필생의 명작 중 하나로 꼽을 게임이 되었습니다.
생각이 복잡해서 넋두리가 길었습니다. 파스파르투가 되어 세상을 돌았던 75일은 정말 행복했습니다! 모두 여러분 덕분입니다. 끝까지 저와 함께 해 주시고 적극적으로 여행에 참여해 주신 많은 포그 씨께 하인이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
“포그 씨! 포그 씨!” 푸른 보닛을 쓴 기자의 외침에 우리의 대화는 끊겼다.
“대모험가 필리어스 포그와 그의 충실한 하인 파스파르투의 다음 계획은 무엇인가요?”
주인님은 나를 보았다. 나는 곁눈질로 그를 바라보았다.
“나는 항상 지구의 중심에는 무엇이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나는 주위에 모인 사람들의 얼굴을 둘러보며 눈썹을 묘하게 씰룩였다.
“내기하실 분 있습니까?”
포그 씨가 눈을 굴리기를 멈추었다.
“나는 오늘밤,” 그는 대단히 신중하게 말을 시작했다. “저녁 식사를 하고, 잠을 잘 것입니다. 따라오게, 파스파르투! 시간이 늦었네.”
“예, 포그 씨!” 나는 그렇게 말하고 뒤를 따랐다.
첫댓글 그림 출처 : http://www.aventurasliterarias.com/2016/04/item/reform-club/
http://jv.gilead.org.il/virginia/eighty/36.html
백지도 : http://spainforum.me/media/diagram-of-world-map-art-black-and-white-at.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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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80일이면 멋졌겠죠? ㅎㅎ
가까스로 성공한것 같습니다만 축하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재미있는 글 많이 써 주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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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큰 힘이 됩니다!
재미있게 봤습니다 성공으로 끝나서 좋지만 살짝 아쉽내요 ㅎㅎ
ㅋㅋ 한 번 더 해야 되나요
성공하신거 축하드립니다!원작보다 빠르시네요
고맙습니다! 플레이는 많이 하셨나요
@koringenieur 영알못이어서 못했어요....
@노스아스터 이런...ㅠㅠ 한글화 ㅠㅠ
@koringenieur 원작소설그대로면 소설 보면서 하면 되는데 스팀펑크 설정이 추가되서 어렵더라고요...
좋아요 좋아!!
오 감사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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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그랬다가는 이번에는 정말 죽을 듯...ㅋㅋㅋ
압도적 성공!...악마적 감사!
감사감사합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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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보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
크으....막판에 아슬아슬한가했는데...축하드립니다! 멋진 게임에 멋진 연대기였어요 ㅜㅜ
고맙습니다!
정성이 듬뿍 담긴 여행기 잘 보았습니다. 앞으로 새로히 도전하시는 일 잘 되기를 빌어요.
ㅎㅎ감사합니다 입사만큼 퇴사도 힘들다더니 정말이네요
아닛...마누라를 만나야 하는데 포그씨 ㅠㅠ
관련 언급조차 되지 않아서...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