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전 국가를 통틀어서 저만큼 관심을 가지고 동계올림픽을 보는 사람이 있나 싶을 정도로 정말 열심히 챙겨봤습니다. 종목을 가리지 않고 보느라 지난 3주간이 정말 피곤하면서도 행복했습니다.
주류 종목인 빙상도, 비주류인 썰매와 설상 종목도 국가대표 선수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들의 경기를 모두 시청하기란 쉽지 않았지만 저 나름대로 열심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습니다.
다만 JTBC와 공중파 3사의 중계권 다툼이 올림픽에 대한 직접적인 관심보다는 다른 것에 집중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파리 하계 올림픽과 비교를 하더라도, 이번 동계올림픽은 관심도가 현저히 적었는데요. 저는 다른게 아니라 JTBC와 공중파 3사의 파워게임의 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공중파 3사도 2010~2012에 고점을 찍고 내려오는 올림픽 인기를 잘 알고 있기에, 매 올림픽 시기에 발맞춰 모든 프로그램이 올림픽 특집으로 진행됐습니다. 예능도, 뉴스도, 다큐멘터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올림픽 시청률이 잘 나와야 광고가 많이 들어오니, 그 수입으로 어떻게든 1000억 대에 달하는 중계권료를 충당해야 했기에 그렇습니다.
예능에는 해설위원으로 섭외된 과거 올림픽 레전드 국가대표 선수 출신들을 출연시키며, "반강제" 올림픽 분위기를 조성했죠.
뉴스에서도 "올림픽 성적 분석", "달아오르는 올림픽 열기", "분위기가 고조되는 진천 선수촌" 같은 보도를 연일 이어나가며 보도국조차 올림픽에 애를 쓰는 모습이었습니다. 이것을 공중파 3사가 매일 같이 하니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한번씩은 보게 됐었습니다. 더욱이 하계올림픽은 일반인들의 삶에 녹아든 생활 스포츠 종목이 많아서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인기가 많았습니다.
더군다나 파리올림픽은 경기장 자체만으로도 홍보가 아주 잘 되어서 커뮤니티에 자주 언급됐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동계올림픽은 달랐습니다.
JTBC는 저 공중파 3사가 했던 홍보를 혼자 떠 맡아서 하게 됐지만 분위기를 내는데는 솔직히 실패했다고 생각합니다. 더더욱 JTBC는 정말 사활을 걸었는지 조차 의심스럽습니다. 마치 벼락치기로 홍보를 한 것만 같았습니다.
1월 초까지도 JTBC 예능과 뉴스에서는 올림픽 관련된 방송을 전혀 하지 않았거든요. 올림픽에 관심있는 저조차 IOC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개막식 날짜를 알아내야 했으니, 일반인 입장에선 시작하지도 모르는 게 지극히 정상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영상 재판매권을 네이버-치지직에 독점 계약으로 진행하며 자신들의 유튜브 채널에도 하이라이트 영상 업로드를 못하는(?) 기상천외한 일이 일어납니다. 제가 생각하기엔 이것이 가장 큰 패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AI 시대라고는 하지만 지금은 유튜브가 전 연령대에 가장 보편적으로 퍼져있는 미디어 매체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유튜브와 치지직의 영상 파급력은 상상도 못할 만큼 차이가 납니다. 치지직은 10대~30대에서도 LCK를 보는 마니아들에게 주로 알려진 플랫폼이니까요.
물론 JTBC도 억울한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종목은 결선 및 메달 결정 경기를 현지시각으로 저녁 때 진행했기에, 한국 시차로는 새벽에 경기를 봐야했습니다. 쇼트트랙도, 스노보드도 주요 경기들은 새벽이었습니다.
설 연휴가 5일이나 있긴 했지만 평일 새벽에 일어나서 보기란 쉽지 않았죠. 중계하는 입장에서도 정말 답답할 노릇이었을 겁니다.
더군다나 공중파 3사가 진행했다고 해도 중계방송의 큰 틀은 달라지지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같은 날 쇼트트랙 경기가 있던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결선 경기는, 최가온 선수가 큰 부상을 당했던 1차시기 직후에 쇼트트랙으로 넘겨버렸을 겁니다. 공중파도 돈을 벌어야 하기에 냉정하니까요. 어쩌면 스포츠 채널도 아니고 SBS, KBS, MBC 자체 홈페이지 온에어 방송으로 봐야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놓고 녹화방송으로 쇼트트랙이 쉬는 시간에 3차시기를 잠시 내보냈겠죠. 저는 충분히 예상됩니다. 평창올림픽 때 "마늘 소녀들의 기적"을 불러왔던 컬링 팀 킴 경기때도 그랬습니다. KBS1에서 예선 경기 도중 정규방송을 틀어줘야 한다며, 뉴스와 "드라마"까지 방송하는 자폭을 하고 맙니다. 이후에 컬링 팀 킴이 성적이 잘 나오자, 오히려 모든 경기 중계를 끊어버리고 컬링만 중계하게 됩니다
그나마 KBS1에서 바이애슬론, 크로스컨트리 경기를 간간히 중계해주기는 했지만 아마 그것도 녹화중계로 진행됐을지도 모릅니다.
비인기종목 팬으로서 오히려 치지직에서 모든 종목을 IOC 영어 공식 중계로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 점은 충분히 장점으로 작용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JTBC 독점 중계에 가장 큰 피해를 본 사람들은 비인기종목 선수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유튜브와 공중파로 재생산 됐으면 아마 지금보다는 더 좋았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이번에 성적이 유달리 좋았던 스노보드 선수들이 아쉬워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한 스케이트 종목도 쇼트트랙 이외에는 그다지 관심있는 사람들이 없거든요. 썰매에서는 봅슬레이 종목에서 선전했지만 이만큼 성적을 냈다고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게 될 겁니다.
아마 저 조차도 4월~5월쯤에 이 글을 다시 보았을 때, "아 그랬었나?" 라고 되새길 듯 합니다.
홀로 해가 뜨기 전의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훈련했을 선수들에게, 부족한 지원과 낮은 저변 속에서도 각자 나름의 최선을 다했던 선수들에게 팬으로서 정말 눈물날 만큼 안타깝습니다.
이 선수들이 국위선양을 하고 있으니 무조건 관심을 갖고 응원해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비인기종목 팬으로서 그들이 꿈을 이루는 과정을 보고 따뜻한 격려와 박수를 보내줬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보며 잠시라도 바쁜 현생에 힘이 되고 위안을 얻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축구 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골을 넣고 승리하며 16강에 진출하는 것 뿐만 아니라, LCK 프로게이머 선수들이 아시안게임과 월즈에서 해외 팀들의 넥서스를 깨는 것만큼 올림픽도 큰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그 점에 감명을 받고 아직도 스포츠에 미쳐 있습니다.
이번 JTBC와 공중파 3사의 행태는 비난 받아 마땅합니다. 더더욱 온라인 영상 재판매권을 "네이버"가 단독으로 가져가는 바람에, 유투브도 SNS도 재공유가 안됐던 점은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스포티비가 아시안게임 중계권을 재판매해서 관심을 잘 끌었던 것 처럼, 2028 LA올림픽 때는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동계올림픽 글을 나름대로 열심히 올렸는데 눈팅으로나마 관심을 가져 주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첫댓글 좋은글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 독점 중계가 나쁘진 않다고 생각해요. 어차피 방송 3사에서 같은 경기 틀어주고 kbs1에서만 다른 경기 틀어줄게 뻔하니깐요..심지어 우리나라가 메달 딴 경기 재방송하고 다른나라 관심경기는 안한 경우가 워낙 많았어서.. 다만 하계올림픽은 독점 중계로 하기에는 종목이 워낙에 많아서 현실적으로 힘들죠.
좋은 글 이네요. 저도 jtbc가 혼자 한게 아쉽긴 하지만 잘못된거라 생각하진 않아요. 자본주의사회에서 어쩌겠습니까...다만 유튜브에서 못 보는건 정말 아쉬웠습니다.
선수들만 피해 봤다..싶어요. 전체적으로 스포츠에 대한 관심도도 예전에 비해 떨어지고, 시간대도 그렇고...뭔가 뒤숭숭한 와중에 준비한거 다 쏟아낸 선수들이 대견합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