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첫눈 오는 날 만나자
글 정호승•}{•낭송 이정안
사람들은 왜,
첫눈이 오면 만나자고,
약속을 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왜,
첫눈이 오면 그렇게들,
기뻐하는 것일까~
왜 첫눈이 오는 날,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하는 것일까~
아마 그건,서로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이 오기를
기다리기 때문일 것이다.
첫눈과 같은 세상이 두 사람
사이에 늘 도래하기를
희망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한때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있다.
첫눈이 오는 날,
돌다방에서 만나자고,
첫눈이 오면,
하루종일이라도
기다려서 꼭 만나야
한다고 약속한 적이 있다.
그리고 하루종일 기다렸다가
첫눈이 내린 밤거리를
밤늦게까지 팔짱을 끼고
걸어본 적이 있다.
너무 많이 걸어 배가 고프면
눈 내린 거리에 카바이드
불을 밝히고 있는
군밤 장수 한테 다가 가
군밤을 사 먹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약속을 할 사람이 없다.
그런 약속이 없어지면서
나는 늙기 시작했다.
약속은 없지만
지금도 첫눈이 오면
누구를 만나고 싶어 서성거린다.
다시 첫눈이 오는 날,
만날 약속을 할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첫눈이 오는 날 만나고
싶은 사람, 단 한 사람만
있었으면 좋겠다.
🔅🔅🔅
첫눈 오는날 만나자/정호승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어머니가 싸리빗자루로
쓸어 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
첫눈 오늘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
팔짱을 끼고
더러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가난한 아저씨가 연탄 화덕
앞에 쭈그리고 앉아
목장갑 낀 손으로 구워 놓은 군밤을
더러 사 먹기도 하면서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눈물이 나도록 웃으며
눈길을 걸어가자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과
눈 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얼마나 큰 축복인가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커피를 마시고
눈 내리는 기차역 부근을 서성거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