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님이네 회 센터
-곽 쪼가리에 쓰여진
조성춘
속지 마세요.
달님이는
앙증맞은 계집아이도
복스런 처녀도 아닌
쭈그렁 할마시니까요.
오해 마세요
회 센터라 해서
수족관엔 고래가 헤엄치고
직직 지직 카드를 긁는 데도 아니고
뜨거운 시멘트 바닥 파라솔 그림자가 전부죠.
골내지 마세요.
그림자 제일 깊은 곳은 오징어 대야 몫이구요.
몸빼를 흘려 입은 쥔장도 옆집 그늘 신세 지거든요.
잰 칼 놀림으로 썰어대는 날오징어를
낼름낼름 받아먹는 건 손님입니다.
조심하세요.
호기심에 만진 코끼리 조개가
물벼락 내리기 십상이고
지나는 행인은 팔꿈치를 툭툭 건들고 갈 거예요.
땡잡은 줄 아세요.
대포항 달님이네 좌판
마지막 손님이니까요.
(김포문학 39호 273~274페이지, 2022년)
[작가소개]
조성춘 김포시청 정년퇴직. 계간『시인정신』등단 (2022 봄호). 한국문인협회
김포시지부 회원, 통진문학 회원. 산문집『그때 라떼, 브라보 마이 라이프』
[시향]
마음이 해지고 바닥이 느껴질 때, 우리는 무엇에서 위무를 얻을 수 있을까? 조성춘 시인이 대포항에서 쓴 연작시 중 한 편의 시향을 느껴보기로 한다
대포항엔 ‘달님이네 회 센터’가 있다 곽 조각에 횟집 이름을 적어 붙인 쥔장은, 이름처럼 앙증맞은 계집아이도 복스러운 처녀도 아닌 난전 파라솔 그늘에서 오징어 회를 썰어 주는 쭈그렁 할마시다 활어들이 헤엄쳐 다니는 수족관 대신, 산 오징어가 담긴 대야가 파라솔 그늘을 다 차지하고 몸빼 흘려 입은 센터장은 옆 가게 그늘에 신세 지고 있다 잰 손놀림으로 종일 오징어를 썰어대지만 날 오징어 회를 먹는 사람은 손님들 뿐이다 호기심이 발동하여 대야에 담긴 코끼리 조개에 손가락을 댔다가는 물벼락 맞기 십상이고 행인이 팔꿈치를 툭툭 건들고 지나갈 만큼 복잡하지만 그나마 마지막 손님이 될 거라며 땡잡은 줄 알라고, 시인이 일침을 놓는 걸로 보아, 이 정겨운 노상 회 센터도 곧 사라질 모양이다 그러나 쭈그렁 할마시의 노고를 알게 된 사람들은 다시 힘을 얻어 되돌아올 수 있는 것이다 상처 입은 마음을 푸근하게 달래주는 ‘달님이네 회 센터’는 다른 이름표를 달고서라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필요로 한다
글 : 박정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