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짐달 초나흘, 믈날.
하루를 잘 살았던 어제였습니다.
저녁엔 마침 김장을 했다는 회원 한 사람이 준비한
갓 버무린 김치와 수육에 굴, 그리고 나 좋아한다고 소주 한 병까지,
그렇게 하루 일정 소화한 뒤 맛난 저녁과 반주까지 곁들여
흐뭇하게 돌아와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막 잠이 들은 것 같은데 전화가 걸려 왔고
내가 잠들었다고 아내가 받았는데
술이 확 깨고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비상계엄령이 선포되었다”는 겁니다.
이게 무슨 만화 같은 소린가 싶었는데
아내가 전화를 끊고 난 다음
어수선해진 머리 추슬러 겨우 다시 잠 청했고
그렇게 자고 난 오늘 새벽 전화기를 열어보니
박안수라는 사람이 꼭두각시로 계엄사령관이 되었고
윤가가 담화 형식으로 계엄 포고문이 나왔다는 소식,
포고문을 보니 꼭 1960년대의 문서를 보는 것 같은 낯설음,
계엄령을 위해 열었던 국무회의 의원들과
군 수뇌로 계엄사령관이 된 박안수,
그리고 저것들을 끌어낸 윤가까지
모두가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짓밟은 반역자가 되었다는 것을 보는 씁쓸함,
아침에 회의에 나가야겠다고 하며
작업 공간에 들어와 셈틀을 여니
국회의 비준을 받지 못해 결국 계엄은 해제되었다고 하지만,
이제 남은 것은 이 상황을 국민들이 동의할 수준에서 정리해야 할 터인데
참 갈 길이 멀겠다고 혼자 중얼거리며
어수선한 새벽을 맞습니다.
어디까지 더 보고 살아야 하는 건지
그냥 터져 나오는 한숨,
그래도 뭐······
날마다 좋은 날!!!
- 키작은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