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음식을 직접 배우고 맛볼 수 있는 절이 있다. 경남 산청에 자리한 금수암에서는 매월 정기적으로 사찰음식 강좌를 연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고즈넉한 절도 둘러보고 사찰음식도 배우며 힐링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음식으로 힐링하는 시간
매월 사찰음식 강좌를 여는 산청 금수암
몸뿐 아니라 정신까지 맑고 건강하게
사찰음식 여행은 여느 미식기행처럼 단순히 절에서 한끼 맛있게 먹고 가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직접 사찰음식을 배워 일상으로 돌아와
식생활에 십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여행이다. 오감이 즐거운 여행을 넘어 더 나은 생활을 위한 여행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찰음식이란 흔히 스님과 불자들이 사찰에서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을 뜻한다. 하지만 단순한 먹을거리에 그치지 않고, 음식의
재료를 구하고 음식을 만드는 일부터 음식을 먹고 그릇을 정리하는 일까지 수행의 과정으로 생각한다. 몸뿐 아니라 정신까지 맑고 건강하게 하는
수행식인 것이다. 그래서 사찰음식은 맛보다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줄곧 관심을 보여왔다. 유기농이니 자연식이니 논할 때 자연히 생각나는 것도
사찰음식이다.
사찰음식은 불교에서 금하는 오신채(자극적인 맛을 내는 파, 마늘, 부추, 달래, 흥거)는 물론 육류, 어패류,
인스턴트 음식 등을 배제하기 때문에 아토피 등 피부병 치료와 다이어트에도 이용된다. 그래서 종교와 무관하게 사찰음식을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왼쪽/오른쪽]직접 담근 장으로 만드는 사찰음식 / 사찰음식은 만드는 것만큼 먹는 것도
중요하다.
금수암 주지 대안스님은 1998년부터 사찰음식에 관한 강의와 저서 등을 통해 꾸준히 사찰음식을 세상에 알리고 있다. 그 일환으로
금수암에서도 사찰음식 강좌를 진행한다. 1년 단위로 10회에 걸쳐 열리는 정기강좌는 매월 셋째 주 토요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시작해 각각
3~4시간 동안 진행된다. 사찰음식의 정의, 특징, 예법 등 이론 수업과 함께 서너 가지 사찰음식을 직접 배우고 조리하는 과정이다. 음식이
완성되면 다 함께 시식하며 담소를 나눈다. 1년 정기 강좌의 비용은 회당 10만 원으로 총 10회 과정이다.
매월 셋째 주 토요일 오후
2시에는 일일강좌 ‘사찰음식 만들기’ 체험과 시식이 진행된다. 음식명상 뒤 두 가지 사찰음식을 배우고 시식한다. 3시간 정도 소요되며 일일강좌
비용은 5만 원이다.
매 강좌 초반에 간단한 이론 수업을 한 뒤 바로 조리에 들어간다. 먼저 스님이 하는 요리를 쭉 지켜보면서
머리로 배우고, 그 다음 4~5명씩 짝을 이뤄 사찰음식을 직접 만들며 손으로 배운다. 음식의 이름을 보면 어찌 만들까 싶다가도, 스님의 손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음식이 완성된다. 사찰음식 만들기는 어려울 거라는 편견이 있지만 사실 사찰음식은 제철에 나는 재료를 활용해 복잡하지 않은
조리법으로 담백하게 만드는 음식이다. 요리에 문외한이라도 어렵지 않게 배워볼 수 있다.
매월 셋째 주 토요일에 열리는 금수암 사찰음식 강좌
치
사찰음식 강좌는 이론과 실기, 시식이 병행된다.
내 손으로 만들어 가족이 함께 먹는 영양식
2월에 열린 강좌에서는 채소두부, 연근톳찜, 은행마죽, 구기자차 만드는 법이 진행되었다. 사찰음식은 기본적인 조리법이 일반 음식과 크게
다르지 않으면서도 섬세한 재료 손질과 정성스런 손길, 인위적인 것을 배제한 자연스러운 조리법을 추구한다.
먼저, 단백질과 비타민이 풍부한
채소두부를 만들었다. 대안스님은 집에서도 간단하게 건강한 두부를 소량으로 만들 수 있는 법을 알려준다. 하루 전날 불려둔 콩을 믹서에 간 다음
베주머니에 담아 콩물을 짠다. 콩물을 냄비에 넣고 끓이다가 넘치려 할 때 당근, 시금치, 표고버섯 등 채소와 간수를 넣는다. 콩물이 엉기기
시작하면 불을 끄고 베보자기를 깐 틀에 부어 굳히면 채소두부가 완성된다. 검은콩을 써도 되고, 안에 들어가는 채소도 다양하게 바꿀 수 있다.
그렇게 완성된 두부의 맛은 사 먹는 두부보다 더 건강하고 담백하다. 질감은 다소 거칠지만 그 거친 식감이 오히려 마음에 든다. 투박하긴 해도
내가 직접 만든 두부라서 애정이 깃든다. 그야말로 내 취향대로 만드는 '나만의 두부'다. 두부 만들기가 아주 어려운 일인 줄만 알았는데, 이렇게
집에서도 쉽게 나만의 두부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요리 수업이 점점 더 흥미로워진다. 사찰요리 강좌에는 집에서 흔히 해먹지 않는
건강요리도 종종 등장한다. 자연에서 얻은 건강한 재료를 이용해 대안스님이 새로 개발한 사찰음식도 많다. 연근톳찜도 그중 하나다.
연근톳찜은 연근을 갈아 톳과 함께 떡처럼 쪄내는 음식이다. 얼핏 어려울 것 같지만 스님의 안내대로 따라 하면 전혀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 먼저, 마른 톳을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물에 불린 다음 물기를 꼭 짜서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그리고 연근을 갈아서 체에 밭친 뒤
건더기를 덩어리로 만들어 소금 간을 약간 하고 톳과 함께 뭉쳐서 찜기에 쪄내면 끝이다. 건강에 이로운 연근과 톳이 하나로 뭉쳐진 건강 찜이다.
떡 같은 쫄깃한 식감과 아삭한 톳의 식감이 어우러진다.
은행마죽은 덖은 은행과 마를 갈아 쌀가루와 함께 끓인 죽으로 아침에 먹기 좋다.
또 집에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구기자차도 매력이다. 좀 번거로운 면도 있지만 시중에서 사 먹는 차에 비해 믿을 수 있고, 늘 집에서 끓여 마실
수 있다는 점이 번거로운 일도 마다 않게 한다.
구기자차 덖는 법은 간단하면서도 정성이 많이 들어간다. 팬에 소주를 약간 넣고 구기자를
덖는데, 과정 자체는 간단한 듯 보여도 이를 아홉 번 반복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구기자를 한 번 덖을 때마다 팬을 물에 씻어 마른 행주로
닦아낸 뒤 다시 덖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성이 90%다.
[왼쪽/오른쪽]콩물을 끓여 만드는 채소두부 / 연근과 톳을 뭉쳐 쪄내는 연근톳찜
[왼쪽/오른쪽]아홉 번 덖어 만드는 구기자차 / 덖은 은행을 빻아 만드는
은행마죽
만드는 정성, 먹는 즐거움
사찰음식은 수행식이니만큼 만드는 것 못지않게 먹는 것도 중요하다. 하나의 음식 재료가 나기까지 거쳐 간 많은 이들의 노력과 정성을 잊지
않고 음식을 절대 남기지 않는다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배부를 때까지 먹지 않고 육신을 유지할 정도로 적당한 양만 먹는 '소식'도 강조된다.
먹는 즐거움이란 어쩌면 혀만 즐겁게 하는 음식을 양껏 먹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서 온 음식에 감사하고 소식하며 느끼는 편안함일지 모른다.
대안스님은 현재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 자리한 사찰음식점 '발우공양'의 대표 소임을 맡고 있기도 하다. 산청까지 가기 어렵다면
발우공양에서 사찰음식을 배우고 시식해보는 것도 좋다. 정기강좌와 일일강좌 중 선택해 들으면 된다. 아니면 간단한 채식 뷔페나 사찰음식을 코스
요리로 즐길 수 있다.
여행정보
금수암
주소 : 경남 산청군 금서면 수철리 510
문의 : 055-973-6601
1.주변 여행지
남사예담촌 : 경남 산청군 단성면 지리산대로2897번길 10 /
055-972-7107
산청온천랜드 : 경남 산청군 산청읍 지리
169 / 055-972-8233
산청한방테마파크 : 경남 산청군 금서면 특리 1300-25 /
055-970-7201
2.숙소
너와나펜션 : 산청군 단성면 성철로102번길 96-12 /
055-973-3322
지리산둘레길펜션 : 산청군 시천면
삼신봉로 800 / 055-972-6586
너와나펜션 : 산청군 단성면 성철로102번길 96-12 /
055-973-3322
첫댓글 이건 순전히 제 생각인데 음식에 너무 많은 시간을 뺏기면 안 된다 봅니다.
동감 때론 대충...
음식 만드는 수행이라 생각하심이....ㅎ
그럴 수도.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