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에 약한 한국인
우리말 중에 영어로 번역이 안 되는 문장이나 단어가 있죠. 대표적인 단어 중 하나가 바로 정(情)이에요.
그렇다면 이 정을 영어로는 어떻게 표현할까요? 아무리 사전을 찾아봐도 이 단어를 제대로 표현하는 영어 단어가 없어요. 어떤 사전에서는 정을 ‘love’로 번역하는데, 정은 사랑과 엄연히 다르죠. 또 ‘warm heart’ 즉 따뜻한 마음이라고 번역하는 사전도 있는데, 꼭 이런 뜻만 가진 것도 아니에요. 그만큼 정은 영어로 번역이 거의 불가능한 단어라고 할 수 있답니다.
흔히 언어는 문화의 상징이라고 하죠. 나라, 지역, 민족이 쓰는 언어를 보면 그들의 문화를 짐작할 수 있다는 뜻이에요. 그래서 우리는 ‘정’이라는 단어에서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를 파악할 수 있답니다. 곤경에 처한 사람을 보면 도와주려는 마음, 하나만 주면 정이 없다고 꼭 두 개씩 챙겨 주는 마음……. 이런 것들이 ‘정’을 중요시하는 한국인의 특징이지요.
세계 1위의 할인 마트, 월마트
월마트라는 회사를 들어 봤나요? 이름만 보면 “벽(wall) 만드는 회사야?”라고 오해할 수도 있지만, 미국의 독보적인 대형 할인 마트예요. 사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 진출해 세계 최대 할인 마트로 평가를 받는 회사죠. 이름에 들어간 ‘월(wal)’은 벽(wall)이 아니라 이 회사의 창업자 샘 월튼(Sam Walton)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랍니다.
월마트가 얼마나 대단하냐면, 2000년대가 시작된 이래 2020년까지 전 세계 기업 중 상품 판매액 1위를 한 번도 놓친 적이 없을 정도예요. 그러다가 지난해, 온라인 플랫폼 아마존이 2000년대 들어 처음으로 월마트를 앞질러 엄청난 뉴스가 됐어요.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입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사람들이 마트를 가는 대신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죠. 월마트의 위상은 지금도 유지되고 있답니다. 2022년 현재 28개 나라에 진출해 1만 개가 넘는 매장을 가지고 있어요. 직원 수만 230만 명으로, 웬만한 작은 나라 인구에 버금가죠.
월마트의 한국 진출과 실패
이 거대 기업 월마트가 1998년 우리나라 시장에도 진출한 적이 있어요. 그 당시 우리나라에는 이마트가 운영되고 있었지만 할인 마트라는 것에는 그다지 익숙지 않은 시절이었죠. 이마트도 전국에 몇 곳 없었을 뿐더러, 롯데마트는 1998년에서야 첫 매장을 냈으니까요. 심지어 홈플러스는 아예 없었답니다.
월마트 입장에서는 이런 한국 시장이 만만해 보였겠죠. 그런데 이게 웬걸, 월마트가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자리를 잡았는데 한국 소비자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어요. 미국에서는 싼값에 대량으로 물건을 쌓아 놓기만 하면 불티나게 팔렸는데, 한국인은 물건을 아무리 싸게 팔아도 월마트에 가지 않은 거죠. 그 이유가 뭘까요? 바로 한국인 특유의 ‘정’ 문화 때문이었답니다.
월마트는 창고형 매장, 즉 창고처럼 물건을 잔뜩 쌓아 놓고 파는 마트예요. 그 당시 월마트의 최우선 가치는 ‘최대한 싼값에 많은 물건을 파는 것’이었죠. 그 때문에 마트 내부를 꾸미는 일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어요. 직원들도 최소한으로 배치했죠. ‘싸게 파는 대신 많이 판다.’는 전략으로 상품도 대용량으로만 들여왔죠. 그 당시에 월마트가 팔았던 과자 한 봉지는 웬만한 쌀 한 자루 크기였거든요. 이게 미국에서는 무척 잘 먹히는 전략이었어요. 땅이 넓은 미국의 특성상 마트가 멀어서 자주 가기가 힘들었거든요. 그래서 소비자들은 한번 마트에 가면 물건을 산더미처럼 사 오는 경향이 있었죠. 이런 이유로 쇼핑하기에는 다소 불편하더라도, 가격이 싼 월마트에 만족했던 거예요.
그런데 한국은 달랐어요. 쇼핑을 ‘정’을 나누는 일이라 생각하거든요. 매일매일 시장에서 필요한 물건을 조금씩 사 오는 문화에 익숙한 한국인들은 가게에 가서 흥정도 하고, 찾는 물건이 안 보이면 종업원한테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자연스럽게 생각했어요. 그러면 한국 직원들은 친절하게 고객에게 그 상품이 있는 곳을 안내해 주었죠. 하지만 월마트는 그러지 않았어요.
글로컬라이제이션의 중요성
그 때문에 월마트를 찾은 한국 소비자들은 “여긴 뭐 이렇게 불친절하고 불편해?”라며 짜증내기 일쑤였어요. 가격은 싸지만 정을 느낄 수 없는 차가운 미국식 쇼핑 문화를 견디지 못한 거죠. 결국 야심차게 한국에 진출한 월마트는 한국 시장에서 고전무슨 일을 해 나가기가 몹시 힘들고 어려운 것을 거듭하더니 2006년에 완전히 철수하고 말았답니다.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 보통 ‘세계화’라고 번역되는 말이 있어요. 기업이 다른 나라에 진출할 때 흔히 쓰는 전략이지요. 이 세계화 전략의 핵심은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보편적인 제품을 만드는 것이랍니다. 예를 들어 판다 모양의 스마트폰은 판다를 좋아하는 중국에서는 잘 팔릴지 몰라도, 다른 나라에서는 잘 안 팔릴 거예요. 그래서 세계화 전략을 쓸 때는 특정 국가나 지역보다, 전 세계 사람이 다 좋아할 만한 제품을 만들어 많은 나라에 물건을 파는 게 중요하지요.
하지만 이런 세계화 전략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에요. 제품이 아무리 세계 표준에 가깝다 하더라도, 월마트의 사례처럼 현지인의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면 사업에 실패하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새로 떠오른 전략이 바로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이랍니다. 이 단어는 세계화(globalization)와 현지화(localization)가 합쳐진 단어예요. 판매는 세계적(global)으로 하되, 제품은 각 지역(local)의 특성에 맞게 변화를 준다는 뜻이죠. 월마트의 실패 같은 사례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자, 거대 기업들은 글로벌한 제품만으로는 현지인을 사로잡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이들은 글로벌하면서도 지역 특성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기 시작한 겁니다. 월마트는 이 글로컬라이제이션에 실패해 한국 시장에서 쓴맛을 본 셈이지요.
출처 : 소년한국일보(https://www.kidshankook.kr)
코스트코는 성공하고, 월마트는 실패한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는데요~~~~
교수님 덕분에 찾아보는 재미가 생겼습니다.
정(情) ...다음주 화요일에는 정을 준비해볼까합니다^^
첫댓글 정(情)... ^^
월마트를 통해서 가격전략, 차별화전략에 대해선 꼭 공부해 보고 싶습니다. 기업경영이란 측면에서 지금까지 승승장구할 수 있는 비법이 뭔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정수석님의 열정과 의지를 존경합니다^^
쵸코파이 주세요~~ㅎㅎ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월마트가 들어 왔을때 우리나라 사람들 쇼핑문화와 맞지 않았나 싶습니다 .
요즘은 월마트와 비슷한 창고형 마트가 많이 있는거 보면 시기가 조금 이르지 싶었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