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식 국방부장관은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회의를 주재하며 “그동안 일각에서는 북한이 변화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이는 완벽한 환상이자 헛된 믿음이었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발언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신원식 국방부장관 같은 생각을 하는 세력들은 생각이 달라진 것이라는 말인가 하는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그들에게는 바보 같은 질문이 되는데, 왜냐하면 그들은 남과 북의 체제 경쟁에서 남측이 이겼는데 이긴 쪽이 왜 달라지는가, 진 쪽에서 생각이 달라져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국 전쟁 이전부터 남측의 미군정과 미군정을 계승한 한국정부는 북쪽의 공산주의에 동조하거나 동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사람들을 다수 학살했고 북측에서도 비슷한 행위들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집니다. 한국전쟁 중의 양민학살이라는 범죄행위는 남과 북이 서로를 공격하는 데 사용되는 소재가 됩니다.
지금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에 대해 벌이는 학살행위에서 몇 명의 하마스 사령관들을 살해한 것을 내세워 수천 명의 민간인을 죽인 것에 대해 정당성을 강변하는 것을 보면, 한국전쟁에서 미국이 몇 명의 공산군을 제거하기 위해 양민들의 피난행렬에 공중에서 총탄을 퍼부어 몰살시켰던 행위가 같은 전쟁 교리에서 나온 것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휴전이 된 지 70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종전이 되지 않았고 그래서 잠재적으로는 전쟁상태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 때문에 우리는 과거의 전쟁이나 학살의 진상에 대해 객관적으로 연구하고 발언할 수가 없습니다. 적을 이롭게 하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지금 나온 책들이나 공식적인 역사는 역사의 진실을 담고 있다기보다는 전쟁 수행에서의 정신교육 목적이 더 강하다고 하겠습니다.
이런 책을 읽고 공부한 사람들은 당연히 북측을 비인도적이고 야만적인 정권을 유지하고 있는 나라라고 보기가 쉽습니다. 70년이나 지났는데 과거의 일들에 대해 초연하게 객관적으로 바라볼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너무 심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