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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연스러운 어둠을 빠져나간다.
인기척이 끊어진 심야.
달빛에 비춰지면서도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통로를 지나, 그녀는 그 실내로 들어섰다.
「————————---」
그곳은, 한 건물의 방이었다.
수용된 종업원은 50명 정도.
그 대부분이 남성이며, 그 전부가,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산란되어 있다.
「————————---」
그녀는 이를 악문다.
어둠으로 시계가 닫혀 있는 것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됐다.
썩어 짓무른 공기는, 풀 냄새가 연기가 되어 실내에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무슨 냄새지, 이거. 아쳐, 너 알아?」
문을 열고, 창문을 열면서 그녀는 자신의 등뒤에 물었다.
거기에 사람 그림자는 없다.
그저, 자욱이 낀 연기보다 농밀한 기척만이 흔들리고 있다.
「마녀의 연고겠지. 젤리 과의, 사랑을 파괴한다던가 하는 녀석일까」
「……독 당근? 뭐야, 마력 먹는 것만으로는 질리지도 않아서, 남자를 불능으로 만들고 즐기고 있다는 거야? 이 참상을 만든 녀석은」
「그렇다고 하면 상대는 여자일까. 아니, 무슨 원한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서번트가 돼서까지 화풀이를 하다니 뿌리가 깊군」
「자기 자랑은 됐으니까 창문 열어. ……쓰러져 있는 녀석들은---아직 숨은 붙어있네. 이렇다면, 지금부터 연락하나 아침이 돼서 발견되나 마찬가지야.
볼일이 끝나면 잽싸게 뜨자, 아쳐」
한쪽 벽의 창문을 열어젖히고, 특별히 상태가 나쁜 사람의 치료를 하고, 그녀는 실내를 뒤로 한다.
「……치. 옷, 클리닝 해야겠네」
킁, 하고 코트의 냄새를 맡는다.
특히 닿은 건 아니지만, 그녀의 코트에는 녹슨 철 냄새가 배여 있었다.
밀실이 되어 있던 공간.
그 바닥에는 온통, 50명이나 되는 인간이 토해낸 피가 고여 있었으니까.
그녀의 등뒤에 있던 기척이 형상을 얻는다.
그녀---?토오사카 린의 등뒤에 나타난 것은, 붉은 외투를 걸친 기사였다.
영체로서 토오사카린을 수고하고 있었던 서번트, 아쳐이다.
「그래서? 역시 흐름은 류도사인가?」
「……그래. 빼앗긴 정기는 전부 산에 흘러가고 있어. 신토에 일어나고 있는 혼수사건은 거의 류도사에 있는 마스터의 짓이야. 마스터가 어느 정도인 녀석인지는 몰라도, 이런 건 인간에겐 벅차. 가능하다고 하면, 서번트 캐스터뿐이겠지」
「류도사에 둥지를 튼 마녀인가. ---?그렇다고 하면, 어젯밤은 실태를 보였군」
「실태……? 버서커와 비긴 거? 그건 최선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어떨까. 캐스터가 그 정도로 광범위하게 그물을 치고 있다면, 어젯밤 싸움도 훔쳐보고 있었겠지.
그런데도 불구하고 버서커를 쓰러뜨리지 못하고, 세이버조차 놓치고, 이쪽은 카드를 보여주고 말았다. 이것의 어디가 최선이냐」
비꼬듯이 말한다.
그러나, 그 말에 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버서커를 격퇴한 것도, 세이버를 구한 것도 잘못이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아쳐는, 그 실력을 드러내지도 않은 것이다.
어젯밤.
아쳐가 쏜 “화살” 이 버서커를 멈추게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정체---그 정도로 강력한 “보구” 의 정체를, 마스터인 린조차 알지 못했다.
「---린」
……아니, 원리만이라면 그녀도 꿰뚫어 보고는 있다.
그건 그저 폭탄이다.
“보구” 라고 하는 화약이 들어찬 폭탄을, 적 앞에 파열시켰을 뿐.
그것이 어느 정도 파격인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그건 최강의 환상인 보구를 사용한, 단 한 번뿐인 마력의 작렬이었다.
---."깨어진 환상"
그것이 붉은 기사가 가진, 필살의 보구의 명칭.
「---린」
……그러나, 그것이 너무나도 불가해했다.
서번트가 가진 보구는 단 하나이며, 생전 계속 함께 있었던 반신이다. 그것을 아끼지도 않고 파괴하는 것이, 과연 어느 영령에게 가능하단 말인가.
「---?린」
파괴된 보구의 수복은 용이한 일이 아니다.
자신의 보구를 파괴하다니, 서번트에게 있어서는 자살행위에 가깝다.
「---?린」
즉 아쳐는, 그 때, 아직 쓰러뜨려야 할 적이 6명 있는 상황에서, 스스로 최강의 무기를 포기했다.
아니, 무엇보다 영웅의 증거인 보구를 스스로 파괴하다니, 다른 서번트가 알면 졸도하겠지---
「린---!」
「윽! 에, 뭐? 미안, 안 듣고 있었어」
「……. 오늘 밤은 이제부터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다. 아까의 전투로 피로해 있을 테고, 신중을 기해서 돌아가는 게 어떤가 하고 말이지」
「————————---」
아쳐의 말에, 린은 살짝 주먹을 쥔다.
아까의 전투.
통로에 엄청나게 꿈틀대고 있었던 뼈로 만든 들.
그 전부를, 그녀는 혼자서 파괴했다.
아쳐의 도움 따위 필요 없었고, 그런 일로 아쳐의 능력을 드러낼 생각도 없었다.
무엇보다---마술사로서의 룰을 깨고, 이렇게 제3자를 말려들게 하고 있는『적』에 대한 분노가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파괴했다.
용서 없이, 철저하게 때려눕혔다.
……그 뼈의 재료가 어제까지 살아있었던 누군가라고 해도, 일체의 정은 가지지 않았다.
「————————---」
그 싸움에서, 그녀가 입은 상처는 없다.
단 하나.
필사적으로, 구역질을 참으면서 싸운 대가로, 입술을 씹어서 찢어버렸을 뿐.
「---캐스터를 쫓을 거야. 기척은 아직 남아있겠지. 류도사에 도망치기 전에 결판을 내겠어」
「뭐? 놀랐는걸,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일은 하지 않는 게 네 주의가 아니었나?」
「……그래. 나, 결과를 잘 알고 있는 일은 할 수 없이.
하지만 이건 다르잖아. 지금부터 따라가면 꼬리 정도는 잡을 수 있을 거고, 무엇보다---?」
「---?싸움을 걸지 않으면 기분이 풀리지 않는다, 라고.
이런이런. 죽이기 쉬운 상대를 놔 두고, 가장 죽이기 어려운 상대를 쫓다니」
「……음. 괜찮아, 세이버는 내버려 둬도. 그런 건 언제라도 처리할 수 있으니까, 별로 눈엣가시로 여길 필요 없잖아.
얌전히 하고 있다면, 무리하게 손을 댈 필요도 없지. 그 녀석이 집에 숨어있는 만큼 눈감아 주고 있을 뿐이야」
「……호오. 그럼, 그 마스터가 눈앞에 있으면 이야기는 다른 건가. 예를 들면, 아직 마스터로서의 자각도 없는 채로, 에미야 시로 쪽에서 네 앞에 나타났다고 하면」
시험하는 듯한 말.
감정이 없는 그 목소리에, 밤 거리를 내려다보면서,
「---죽일 거야.
그런 것도 모르는 녀석에게, 다할 의리 따위 없어」
자신에게 들려주듯이, 토오사카 린은 단언했다.
그것은, 5년 전 겨울의 이야기.
달이 아름다운 밤이었다.
자신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아버지인 에미야 키리츠구와 달을 보고 있다.
겨울인데도, 기온은 그렇게 낮지는 않았다.
툇마루는 약간 으스스할 뿐이라, 달을 구경하기엔 좋은 밤이었다.
이 무렵, 키리츠구는 외출을 적게 하게 되었다.
그다지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 틀어박혀서 한가로이 지내고 있는 때가 많아졌다.
……지금도, 돌이켜 보면 후회한다.
그것이 죽을 때가 왔음을 깨달은 동물과 비슷한 것이라고, 어째서 알아채지 못했을까.
「어릴 적, 나는 정의의 사자를 동경하고 있었지」
문득, 자신이 보기에 정의의 사자 그 자체인 아버지는, 그리워하는 듯이, 그런 말을 중얼거렸다.
「뭐야, 그거. 동경하고 있었다니, 포기한 거야?」
부루퉁해져서 응수한다.
키리츠구는 미안한 듯이 웃고, 먼 달을 올려다보았다.
「응, 유감이지만 말야. 히어로는 기간한정이라, 어른이 되면 그렇게 자기를 밝히기가 어려워지는 거야. 그런 걸, 더 빨리 깨달았으면 좋았을걸」
듣고서 납득했다.
어째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키리츠구가 하는 말이니까 틀림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 그럼 어쩔 수 없네」
「그렇구나. 정말로, 어쩔 수 없지」
맞장구를 치는 키리츠구.
그래서 당연히, 내가 할 말은 정해져 있었다.
「응, 어쩔 수 없으니까 내가 대신해 줄게. 할아버지는 어른이니까 이제 무리지만, 나라면 괜찮잖아. 맡겨두라구, 할아버지의 꿈은」
“---내가, 확실하게 실현해 줄 테니까”
그렇게 잘라 말하기 전에, 아버지는 웃었다.
그 뒤에 이어지는 말 같은 건 들을 필요도 없다고 하는 얼굴이었다.
에미야 키리츠구는 그러니, 하고 길게 숨을 들이쉬고,
「아아---안심했다」
조용히 눈꺼풀을 닫고, 그걸 끝으로, 다시 눈 뜨는 일은 없었다.
그것이 5년 전 겨울 이야기.
에미야 시로의 갈 곳을 정한 이별,
에미야 시로는 정의의 사자가 되겠다고 결심한 밤.
---잊을 수 있을 리가 없다.
말로는 하지 않았지만, 제대로 기억하고 있었다.
10년 전, 불 속에 남겨져 있었던 자신을 구해내 줬던 남자의 모습을.
의식도 없고, 전신에 화상을 입어 죽어가고 있던 아이를 안아 들고, 에미야 키리츠구는 고맙다, 라고 말했다.
찾아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한 사람만이라도 구해낼 수 있어서 그나마 잘 됐다고, 누군가에게 감사하듯이, 더할 나위 없는 웃음을 흘렸다.
……그 때의 감정이, 무의식 중에 가슴에 강하게 남아 있다.
누구도 구해주지 않았다.
누구도 구해줄 수 없었다.
그 속에서 단 한 사람 구해진 자신과, 단 한 사람 구해준 사람이 있었다.
그러니, 그런 인간이 되자고 생각한 것이다.
그처럼 누군가를 돕고, 누구도 죽게 하지 않도록 하는 정의의 사자가.
그것이 어린애다운 공상이라도, 그렇게 되면 좋겠다고 꿈꿔버렸다.
……그리고.
자신에게 있어서 그 구현자인 키리츠구야말로『그런 것』이 되고 싶었다고 남기고, 자신의 앞에서 평온하게 막을 내렸다.
아이가 아버지의 뒤를 잇는 것은 당연한 것.
에미야 시로는 정의의 사자가 되어, 과거의 자신 같은 누군가를 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다, 어릴 적에 굳게 맹세했다.
에미야 시로는, 누구보다도 동경했던 그 남자 대신에, 그의 꿈을 이룰 거라고.
……그러나, 솔직히 잘 모르겠다.
자신의 생각이 올바른 것인지.
그것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미숙한 채인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키리츠구의 말버릇이었던, 모두가 행복하게 있을 수 있다면 돼, 라는 마법 같은 꿈의 실현방법이라던가.
……아아, 그리고.
마스터가 된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정말 여러 가지 있기에 솔직히 머리가 펑크가 날 것 같아서---?
「————————---」
그리운 꿈을 꾸고, 눈이 뜨였다.
창에서는 선명한 아침의 빛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모포를 말고 있는 몸은 약간 차가워져 있지만, 감기를 걸릴 정도로 춥지는 않았던 듯 하다.
「……이런. 또 여기서 잠들어 버린 건가」
가볍게 머리를 흔들고, 에서 교복으로 갈아입는다.
---시간은 아침 6시 되기 전.
사쿠라의 생활 리듬으로 보건대, 이미 일어나서 아침 준비를 하고 있겠지.
뜰에 나가서, 신선한 공기를 가슴에 가득 빨아들인다.
이야, 좋은 아침이다.
여기에 집에 들어가면 여자애가 셋이나 있다, 라는 것만 아니면 더 기분이 편하겠는데.
「……아, 정정. 여자애는 둘 뿐이지」
아무리 그래도 후지 누나한테 애를 붙이는 건 저항이 있다.
어찌되었든, 이 뒤로는---?
우선은 세이버가 어떻게 됐는지를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
세이버는 저래 보여도 세상 물정에 밝은 것 같고, 잘 후지 누나랑 사쿠라를 속여줬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만, 그래도 신경 쓰이는 건 신경 쓰인다.
「……세이버, 일어나 있겠지」
그렇게 되면, 갈 곳은 하나 정도다.
거실에는 사쿠라가 있고, 세이버가 있다고 하면---
예상대로, 도장에는 세이버의 모습이 있었다.
「시로……? 무슨 일이죠, 아직 기상에는 이르다고 생각합니다만」
「에? 아니, 나는 이 정도가 보통이야. 밥 준비가 있으니까」
「그런가요. ……놀랐어요, 꽤나 일찍 일어나는군요, 당신은」
어지간히 의외였는지, 세이버는 그런 일로 놀라고 있다.
「……으?응, 뭐 일찍 일어나는 부류에는 들어갈까.
하지만 이상한 걸 신경 쓰는구나. 세이버, 내가 늦잠 자는 타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아……아뇨, 저, 실언이었어요. 타이가가 아직 자고 있기도 하고, 에미야 가 사람들은 전부 아침에 약한 거겠지, 라고 지레짐작해 버렸습니다」
「아?, 납득. 후지 누나의 잠꾸러기 레벨은 보통이 아니니까 말이지」
응응.
생각해 보면, 저 잠버릇 나쁜 녀석이랑 같은 방에서 잠든 것이다.
사쿠라도 세이버도, 어젯밤은 자기 힘들지 않았을까.
「그것보다 안녕, 세이버. 어제는 잘 잤어?」
「네, 충분히. 어제는 전투도 없었고, 피로는 전혀 없어요」
「그거 다행이군. 틀림없이 잠 못 들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서. 후지 누나, 잠버릇 나빴지.
……어제는 그, 늦게까지 떠들고 있었던 것 같고. 너무 시끄러우면, 내가 말해서 방을 나누게 할 건데, 어떻게 할래?」
세이버 성격 상, 후지 누나들과 침상을 같이 하는 건 고통이 아닐까, 하고 걱정해서 제안해 본다.
「아뇨,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문제가 없는 한, 타이가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 아니, 그렇게 해 주면 이쪽도 고맙지만……」
그, 미묘하게, 세이버의 목소리에 친밀감이 느껴진다고 할까…….
「세이버. 후지 누나, 마음에 들었어?」
「네, 타이가는 좋은 인품을 가졌어요. 그 정도로 사람에게 꾸미지 않고, 사람에게 속지 않는 인간은 드물어요. 그녀가 감독하고 있었다고 듣고, 시로가 순수한 것에 매우 납득이 갔습니다」
「……으?응. 기뻐해도 될지 어떨지, 미묘한 평가구나, 그거」
「칭찬하고 있는 거예요. 아직 짧은 시간 밖에 안 됐지만, 그녀에 대해서는 잘 알았으니까」
과연.
알기 쉽다, 라는 점에서는 동의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뒤, 후지 누나의 사고를 이해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되지만, 그건 다른 이야기다.
「그럼 사쿠라랑도 사이 좋아졌지. 사쿠라는 후지 누나보다 한층 더 독이 없으니까 말야」
「……그건 그렇습니다만……저는, 그녀를 파악할 수 없어요. 적의……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아직 경계하고 있다, 라는 느낌이 있습니다」
「……음. 그럼 사쿠라랑은 아직 이야기하지 않았어?」
「아뇨, 사쿠라와도 화해했습니다. 시로의 말대로, 그녀도 타이가와 마찬가지로 상냥한 인품이었으니까」
「---?뭐야. 그럼 문제 없잖아」
휴, 하고 가슴을 쓸어 내린다.
……그, 후지 누나들과 화해했다, 라고 하는 구절은 아무래도 신경 쓰이지만, 어쨌든 세이버는 마음을 터 놓아 준 것 같다.
일단, 에미야 가에 일어난 문제는 이걸로 해결됐다는 거겠지.
잘 먹겠습니다, 하는 목소리가 겹친다.
아침 식탁, 넷이서 테이블을 둘러싼다는 건 첫 체험이라, 이런 것도 좋구나, 하고 마음이 온화해졌다.
「응? 어라, 이거 미묘하게 맛이 옅은데. 다르게 맛을 낸 거야, 사쿠라?」
「네. 세이버 씨, 된장국은 익숙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너무 맛이 진한 것도 안 될까 하고요」
「그렇군요. 어제의 간보다는, 오늘 쪽이 맛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사쿠라, 저도 일본풍 식사에는 익숙해져 있으니까, 그렇게 신경 쓰지 말고 자유롭게 조리해 주세요. 그 쪽이 서로를 위하는 겁니다」
「에, 그런가요!? 우와, 제대로 젓가락질 하네. ……놀랐어요, 세이버 씨는 손재주가 좋군요」
「익숙해졌으니까요.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젓가락질은 피곤해요. 나이프나 포크보다 뛰어난 도구라고는 생각하지만」
「그렇지?. 세이버쨩은 젓가락보다 나이프랑 포크지. 아니, 그거 아냐아냐. 치는 건 소스가 아니라 간장」
「……과연. 충고, 감사 드립니다」
「좋아좋아. 보수로서 김을 한 장 받지. 자, 시로 한 그릇 더」
「자. 너무 많이 먹고 또 자지 마」
「저, 선생님? 오늘 아침 연습에 참가하신다면, 조금은 삼가시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괜찮아 괜찮아, 이 정도 넣어두지 않으면 점심까지 못 버티는걸. 그렇게 말하는 사쿠라쨩도 아침 연습 뒤에 주먹밥 먹고 있잖아」
「---?! 선생님, 알고 있었어요?!」
「므흣. 구석에서 부스럭부스럭 하고 있으니까 신경 쓰여서 관찰했었지. 안 돼?, 묘령의 여자애가 아침 2번 먹다니.
악마는 몰래, 어느 날 테러리스트처럼 체중계에 내려앉는다니까. 후후, 내가 보기에는 사쿠라쨩의 지금 체중은---?」
「안 돼! 안 돼요, 선생님, 말하면 이제 밥하러 안 올 거예요!」
「쳇」
「거, 거기에, 간식은 가끔 뿐이에요. 항상 그런 거 먹고 있는 게 아니라구요!」
「어라, 그런 거야? 아침밥, 항상 한 그릇 많이 하고 있어서, 틀림없이 사쿠라가 주먹밥이라도 만들고 있겠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서서서서선배도 알고 있었던 거에요!?」
「아하하, 소용 없어 소용 없어, 사쿠라쨩. 시로는 말야, 그런 자잘한 데에는 묘하게 예민한 녀석이니까. 분명 처음 간식 만들었을 때부터 눈치채고 있었을걸?」
「처음? 그거 작년 여름 말야?」
「으으으으————————--- ! ! ! !」
「? 사쿠라, 공중에 먼지라도 있는 건가요? 그런 데서 손을 흔들고」
---?이러저러해서 아침 식사는 진행돼 간다.
여느 때보다 2배 시끄러운 아침.
그 중에, 갑자기
「---오늘 아침 새벽에 발견된 피해자는 50명을 넘어, 현재는 가장 가까운 구급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어쩐지, 굉장히 뒤숭숭한 뉴스가 흘러나왔다.
「……에? 신토에서 또 가스 누출? 우와?, 이번엔 50명이래」
「어디어디, 피해자에게는 어젯밤부터 연락이 취해지지 않았고, 몇 명의 가족은 수상하게 생각해서 회사에 연락, 경비원에게 확인시킨 바 사내에 남아있던 사원은 없었다는 것……뭐야 이거?
저녁부터 모두 빌딩 안에서 쓰러져 있었는데, 어째서 경비원이 알아채지 못할까아. 직무 태만이라던가, 그런 레벨의 이야기가 아니잖아」
그것 때문에 식욕이 없어졌는지, 후지 누나는 3그릇 째인 밥에서 손을 뗐다.
「……………………」
세이버는 굳은 얼굴로 뉴스를 보고 있다.
……그렇다면 틀림없다.
목적은 확실하지 않지만, 이 사건은 마스터에 의한 것이겠지.
지금까지 가스 누출 사건과 마찬가지로, 사망자가 나오지 않은 것만은 다행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정말, 위험하네.
시로, 당분간 신토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건 금지야. 저금이라면 많이 있으니까, 이런 때 정도는 느긋하게 있어」
「————————---」
후지 누나가 걱정해주는 건 고맙지만, 대답은 할 수 없었다.
원래부터 지금은 아르바이트 할 때가 아니지만, 싸움이 시작되면 여기에 돌아올 수 있는 것도 적어지게 된다.
그렇다면---후지 누나와 사쿠라를 걱정시키지 않도록, 돌아오지 못할 때는 아르바이트라고 꾸미지 않으면 안 되겠지---.
뒷정리를 끝내고 현관으로 나왔다.
후지 누나와 사쿠라는 아침 연습 때문에, 한 발 먼저 등교해 있다.
세이버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집을 나가려고 하는 내 뒤에 따라와 있다.
하지만, 오늘은 그것을 인정할 수는 없다.
휴일이라면 또 모르지만, 평일에 세이버를 학교에 데리고 갈 수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세이버, 미리 말해두겠지만 여기까지야.
학교에 가 있는 동안은 여기에 있어 줘. 세이버와 같이 학교에 가면 소동이 커질 거고, 무엇보다 눈에 띄어. 마스터는 사람 눈에 띄는 건 피해야 하잖아」
「————————」
납득이 가지 않는지, 세이버는 아무 말 없이 항의를 해 온다.
「그러니까 괜찮다니까. 인기척이 있는 곳에서는 습격 당하지 않으니까, 학교는 안전해. 거기에 말야, 몸을 지키는 것만이라면 나 혼자서도 어떻게든 돼」
「윽---?」
움찔, 하고 세이버의 눈썹이 움직인다.
몸을 지키는 것만이라면 혼자서도 할 수 있다, 라는 거에 반론이 있는 거겠지.
「하나 묻겠습니다만. 그건, 시로 혼자서 적을 쓰러뜨릴 수 있다, 라는 의미인가요?」
「설마. 낮이라면 혼자서도 위험을 회피할 수 있다는 거야. 사람이 없는 곳에서는 가까이 가지 않을 거고, 해가 지기 전에 돌아올 거야.
그거라면 세이버도 납득이 가잖아. 너도 마력을 온존하기 위해서 쉬고 있지 않으면 안 되니까, 무리해서 따라올 필요는 없어」
「……후우. 알았어요, 마스터가 그리 말한다면, 저는 믿지 않을 수 없군요」
어깨를 떨구고 한숨을 흘리는 세이버.
……그녀는 진지하게 내 안전을 걱정해주고 있다.
그걸 딱 잘라 거절하는 건, 그다지 기분 좋은 것이 아니었다.
「……미안, 세이버.
하지만 괜찮다니까. 거기에 말야, 내 몸에 무슨 일이 있으면 세이버한테도 전해지잖아? 혹시 그렇게 되면 서둘러서 와 주면 되잖아」
「아뇨, 그렇게는 안 되겠죠. 저와 시로의 연결은 가늘어요. 마스터의 위기가 저에게 전해질 때는, 시로의 목숨 자체가 위험해져 있을 때예요. 그렇게 되고 나서 서둘러 가도 너무 늦습니다」
「음. 그럼 내 쪽에서 세이버를 부르면 되는 건가?」
「네. 시로가 저를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그건 당신의 서번트인 저에게도 전해져요. ……그래도 늦는다고 판단했을 때는 령주를 쓰세요. 이 있다면, 공간을 도약해서 시로를 지키는 게 가능하겠죠」
공간을 도약해서, 라고……?
그런 거, 거의 마법이잖아.
절대명령권---령주라는 건, 그렇게까지 터무니 없는 거인 건가.
「……알았어, 가능한 한 그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행동할게. 해가 질 때까지는 돌아올 테니까, 세이버는 집 좀 봐 주고 있어」
나중에 보자, 하고 손을 들고 현관에 손을 댄다.
그 때.
「……네. 아무쪼록 조심하세요, 시로.
당신의 학교는 정상이 아닙니다. 행동에는 세심한 주의를. 특히 린과는 만나지 않도록」
심각한 얼굴로, 세이버는 이상한 말을 했다.
「? 학교에서 토오사카가 공격해 온다는 거야? 설마, 그거야말로 있을 수 없겠지」
그 녀석은 제대로 된 마술사다.
관계 없는 인간을 말려들게 하지 마라, 라는 협회의 룰에 물들어 있는 녀석이고, 무엇보다 우등생이라고 내숭을 떨고 있다.
학교에서 얼굴을 마주대면, 안녕, 이라고 천연덕스럽게 인사해 올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다면 좋겠지만. 린은 인목을 신경 쓰느라 판단이 둔해지는 타입이 아닙니다.
거기에 시로를 적시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조심하는 게 제일이겠죠」
「네네. 기우라고는 생각하지만 조심할게」
시간은 아침 7시 좀 지난 정도.
여느 때보다 늦어졌지만, 이 시간이라면 서두르지 않아도 시간 안에 대겠지.
7시 40분.
여유를 가지고 정문을 지나, 교사로 향하는 도중.
「————————---」
어쩐지 이상한 위화감이 덮쳐 와서, 발을 멈췄다.
「……뭐지? 딱히 뭐가 이상하다는 건 아닌데……」
누군가가 보고 있다는 것도 아니고, 여느 때와 풍경이 다른 것도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그래---왠지 모르게 활기가 없다, 라고 할까.
그건 교사로 향하는 학생들만이 아니라, 나무들이나 교사 자체도, 어딘가 색이 바래 보이는 듯한 착각이었다.
「……기분 탓일까.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 과민해져 있는지도 모르지」
눈을 감고, 으득으득 어깨를 푼다.
……허나.
그렇게 한숨 돌리고 봐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위화감은 사라져 주지 않았다.
3층에 올라가서 교실로 향한다.
그 때.
딱, 토오사카와 얼굴을 마주쳤다.
「여어」
일단, 이미 알게 된 사이기도 하고 가볍게 인사를 한다.
「————————————————」
하지만, 토오사카는 유령이라도 본 듯이 굳어져 있었다.
「토오사카? 뭐야, 얼굴에 뭐 묻었냐?」
교복 소매로 얼굴을 문질러 본다.
「————————---」
토오사카는 그래도 입을 열지 않고,
흥, 하고 얼굴을 돌리고 자신의 교실로 돌아갔다.
「…………? ? ? ?」
뭐지, 지금 그 리액션은.
토오사카 녀석, 인사를 받으면 무시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
교실에 들어가자마자, 또 그 위화감이 있었다.
누군가가 과자라도 가지고 온 건지, 미묘하게 달콤한 냄새가 난다.
「……딱히, 평소와 다를 거 없는 교실이잖아」
남자 녀석들에게 인사를 하면서 자리에 앉는다.
HR이 시작할 때까지 앞으로 10분 정도.
그 사이에 빙글 교실을 둘러보고, 가방이 없는 자리가 있는 걸 알아챘다.
「신지 녀석, 결석인가」
그러고 보면 어제도 부활동 쉬었었지.
저리 보여도 신지는 꼼꼼하고, 과민하다고 할 정도로 규칙을 지키려고 하는 녀석이다.
그런 그 녀석이 이틀이나 학교에 없다고 하는 건, 왠지 모르게 신경 쓰였다.
점심 시간이 됐다.
도시락을 만들어 온 날은 대개, 이렇게 학생회실로 이동한다.
왜인가 하면, 교실에서 도시락을 열면 남자들은 젓가락으로 집어먹고, 여자들은 놀려대기 때문이다.
「뭐야, 잇세. 너, 점심은 안 먹는 거냐」
「아아, 아까 마쳤지. 지금은 여하튼 졸려서 말이지, 점심 시간이 끝나기 전에 깨워 주게」
털썩 책상에 엎드린 채로, 잇세는 그런 말을 한다.
「뭐야, 철야라도 한 거야? 산에선 11시에는 절대취침 아니었냐?」
「음……그런데, 최근에 잠을 잘 못 자겠어. 아무리 자도 피로가 안 풀려서 말이지. 덕분에, 이 며칠간은 틈만 나면 자고 있지」
「……? 뭐야, 그거. 틈만 나면 자고 있다면, 잠기운 같은 거 없잖아」
「으으, 그렇긴 한데 말이지. 아무리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기에, 피로를 풀기 위해 잠을 자지 않을 수가 없는 거다.
……모순돼 있는 건 알고 있지만, 졸린 건 어쩔 수가 없지」
「---하아. 봄이 되기엔 아직 이른데 말이지, 잇세」
「춘곤증 말인가. 진정으로 할 말이 없군」
잇세는 책상에 엎드린 채로 일어나려고도 하지 않는다.
……할 수 없지.
중증인 듯 하고, 점심 시간이 끝날 때까지 같이 있어주기로 할까---?
「어라? 어이, 잇세, 누가 왔는데」
「……모른다. 학생회는 문 닫았다고 말해줘라」
「아니, 그리 말해도 난 상관없지만……온 거, 쿠즈키 선생 같은데」
「---?. 으음, 그건 곤란하지」
유유히 일어서서, 문을 여는 잇세.
「류도. 오늘 아침 궁도부 건 말인데---?」
하고, 학생회실에 내가 있는 걸 알아채고, 쿠즈키는 말을 멈췄다.
쿠즈키 소이치로는 2학년 A반 담임으로, 학생회 고문이기도 하다. 이 학교에서 가장 엄한 교사로, 애교라고 하는 것은 전혀 없다.
「에……? 그럼 집에도 돌아오지 않은 겁니까?」
「그런 듯 하다. 아마도 형사사건이 되겠지. 알고는 있겠지만, 함부로 이야기하는 것은 피하도록」
「---그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마토는 어떻게 된 건가요. 그 녀석이 어제 만났다고, 궁도부의 1학년이 말했지 않았습니까」
「거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마토 신지도 무단결석하고 있고, 집도 비우고 있다는 듯 하는군. 여동생인 마토 사쿠라는 후지무라 선생님의 집에 묵었다고 하고, 사정은 알려져 있지 않다」
……잇세와 쿠즈키는, 무언가 뒤숭숭한 대화를 하고 있었다.
들어버린 내용을 음미해 보면, 어제부터 행방불명인 학생이 있고, 그 학생과 마지막으로 만난 것이 신지라고 하는 건데---?
「방해했군. 그런 사정도 있다. 또 하교시간이 빨라지겠지」
용건만 말하고, 쿠즈키는 학생회실에서 떠나갔다.
「……정말. 어이, 에미야, 너 신지 못 봤나?」
「아니, 보지 못했어. 오늘 아침은 궁도장에도 가지 않았고, 그 녀석이 학교 안 온 건 너도 알고 있잖아」
「그런가. 그렇다면 됐지만……」
심각하게 얼굴을 흐리는 잇세.
---곤란하군.
그렇게 거리낌 없이 물어볼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닌 것 같지만, 아무래도 사건은 궁도부에 관련된 일인 듯 하다.
잇세에게는 미안하지만, 무리로라도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야겠지.
「잇세. 어제부터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던가 했는데, 그건 누구야? 아니, 신지 녀석도 어디 있는지 못 잡고 있다는 건 알겠는데」
「응……? 그렇군, 에미야도 관계 없는 사람인 것도 아니고, 알아둬도 괜찮겠지」
「어젯밤 이야기다.
궁도부 연습에 나간 딸이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 라는 연락이 있어서 말이지. 급히, 연습에 참가한 학생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봤더니, 행방불명이 된 학생과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했던 건 신지라고 안 거지」
「---?」
신지와, 이야기를 했어……?
「잠깐 기다려. 신지는 어제 연습에는 없었는데. 거기에, 궁도부 다른 사람들이랑은 분명히 교문에서 헤어졌는데」
「아아, 에미야도 있었다고 하더군. 이야기는 그 뒤지. 물건을 잊고 간 1학년이 도장에 돌아갔을 때, 신지가 도장 앞에 있었다는 것 같아. 그 때에 말이지, 신지와 그 녀석이 말싸움을 하고 있었다는군」
「————————---」
싫은 예감이 든다.
……그 때, 도장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면, 그건 한 사람밖에 없기 때문이다.
「잇세, 제일 중요한 이야기를 어물어물 넘기지 마. ……그래서, 어제부터 행방불명이 된 학생이라는 건 누구야」
「……음. 미츠즈리 아야코, 궁도부 주장이다.
그녀는 도장 열쇠를 교무실에 가져다 놓은 뒤, 궁도장 앞에서 목격되고 나서 전혀 행방을 알 수 없다」
잇세는 말하기 거북한 듯이, 시선을 돌리면서 그렇게 말했다.
수업이 끝났다.
예의 사건의 영향인지, 방과 후의 부활동은 중지되어 있다.
도서실도 폐쇄된 듯 하고, HR을 끝낸 학생들은 빠른 걸음으로 교사에서 떠나간다.
특별히 볼일이 없는 학생은 하교해 주십시오, 하는 방송.
2학년 C반 교실에는 이미 자신밖에 없다.
다른 교실도 비슷해서, 서두르지 않으면 교사는 곧 아무도 없게 되어 버리겠지.
「————————---」
그 전에 이야기를 듣자.
미츠즈리가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 라는 걸 듣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돌아갈 수 있을 리가 없다.
그 녀석은 야무진 녀석이고, 완력도 그 근처에 깔린 남자보다는 세다.
그런 그 녀석이 행방불명, 이라는 건 보통 일이 아니고, 무엇보다 친구로서 놔 둘 수 없다.
「……미안, 세이버. 좀 할 일이 생겼어」
세이버에게 사과하고, 교실을 뒤로 한다.
우선은 2학년 A반, 미츠즈리네 반에서 이야기를 들어봐야겠지.
「에? ……저, 아야코쨩이라면 감기로 쉬고 있는데요?」
「미츠즈리라면 오늘 결석. 궁도부원이라면 그 정도는 알고 있잖아」
「그러니까 결석이라니까. 강철 같은 그 녀석이 웬일이람. 그 녀석의 무지각 무결석도 이걸로 끝이구만, 우햐햐햐햐햐」
귀가 준비를 하고 있는 여자들 이야기는, 다 그 정도뿐이었다.
2학년 A반에는, 미츠즈리는 어디까지나 병결인 걸로 돼 있다.
「실례했어. 내일 미츠즈리가 오면, 이건 말하지 말아 줘」
한 손을 들고 교실을 떠난다.
그 외에 무언가 있다고 하면, 이제 도장 정도 밖에 없는데---?
「---아무도 없나. 그렇지, 부활동은 쉬었으니까」
도장 입구는 굳게 닫혀있다.
안에 누군가가 있는 낌새도 없고, 여기에 있어도 무의미하겠지.
「……잇세에게 물어볼까. 그 뒤로 뭔가 알아냈을지도 모르고」
점심시간으로부터 3시간이나 지났다.
어쩌면 이미 미츠즈리는 발견돼서, 들어보니 별 것 아닌 이야기였다, 라는 가능성도 있다.
「————————---」
이런.
설마 학생회까지 쉴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교사에는 거의 사람이 남아있지 않고, 이 이상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듣는 것도 어렵겠지.
「……일단 돌아가자. 미츠즈리 일이니까, 후지 누나가 무언가 알고 있을 거고」
가방을 손에 들고 복도로 돌아간다.
밖은 붉은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석양은 지평선에 가라앉기 시작해, 앞으로 1시간만 지나면 완전히 어두워지겠지.
3층 계단에 도착한다.
가방을 손에 들고 귀로에 오르려고 한 그 때, 탁, 머리 위에서 소리가 났다.
「?」
얼굴을 든다.
그러자, 거기에는---
4층으로 이어지는 층계참에 당당하게 서 있는, 토오사카의 모습이 있었다.
「어라. 토오사카, 아직 남아있었냐?」
「………………………………………」
대답은 없다.
아침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인사를 할 때마다, 저 녀석 눈초리가 더 험악해져 가는 듯한.
「? 뭐야, 할 말 없으면 간다, 나」
보라구, 하고 가방을 눈앞에 들고, 지금부터 돌아갈 거다, 하는 제스처를 해 보인다.
「————————---하아」
……?
어찌된 일인지, 토오사카는 질린 듯이 한숨을 쉬고 나서,
「질렸어. 서번트를 데리고 오지도 않고 학교에 오다니, 제정신?」
그렇게, 감정이 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제정신이냐니, 그런 건 당연하잖아. 애초에 세이버는 영체화 할 수 없으니까, 학교에 데려올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럼 학교 따위 빠져. 마스터 서번트 없이 어슬렁어슬렁 걸어 다니다니, 죽여 주세요 하는 거나 마찬가지야.
……에미야 군, 자기가 어느 정도 바보인지 알고 있어?」
「뭐---바보라니, 그럴 리가 있냐.
토오사카야말로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마스터는 인목이 있는 데서는 싸우지 않잖아. 그럼 낮, 특히 학교 같은 데는 문제가 안 되잖아」
「…………흐응. 그럼 묻겠는데, 여기는 인목이 있는 데인 걸까」
「하------」
무슨 소리 하는 거지, 인목이 있냐니, 그런 건 확인할 것까지도---?
「어라 ————————?」
왜일까.
마침,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3층 복도에는 아무도 없다. 분명 4층도 2층도 비슷한 상황이겠지.
해질녘의 교사는 고요하다.
이렇게 되면, 1층밖에 학생이나 교사는 남아있지 않는 건 아닐까---?
「겨우 안 모양이네.
……정말, 아침엔 어이없는 걸 넘어서서 열 받았어.
그 정도로 가르쳐줬는데, 어째서 자진해서 당하러 올까 하고」
가시 돋친 말투로 말하면서, 토오사카는 왼손 소매를 걷어 올린다.
「------」
하얗고 가는 팔.
여자애다운 그 팔에, 희미하게.
인광을 띈, 문신 같은 것이 떠올랐다.
「---아」
령주가 아니다.
저건 혹시---나는 가지고 있지 않지만, 마술사의 증거라고 하는 마술각인이 아닐까.
「---설명할 것까지도 없지?
이게 우리 가문에 전해지는 마술의 결정이야. 여기에 새겨진 마술이라면, 나는 마력을 돌리는 것만으로 발동시킬 수가 있어」
……그렇다.
마술각인이라는 것은, 말하자면 마술사 본인의 회로와는 따로, 부속된 엔진이다.
복잡한 영창도 수순도 필요 없다.
그저 돌리는 것만으로 마술이라고 하는 차를 달리게 할 수 있는, 궁극의 단축기관.
하지만 그렇기에, 마술각인은 사용할 때가 아니면 떠오르지 않는다.
마술각인이라는 것은, 주인이 마력을 돌리는 것에 의해 형성되는, 또 하나의 마술회로인 것이다.
간드
「아쳐는 돌려보냈어. 너 정도, 이 각인에 새겨진 (gandr)”으로 충분한걸」
내뱉는 목소리에 감정은 없다.
「————————---」
그걸로, 눈앞의 상대가 진심이라고, 깨달았다.
「도망쳐도 좋지만 괴로울 뿐이야. 어차피 이기는 건 나니까」
냉담하게 말한다.
그러나 이쪽 머리는 두서없이 시끄럽다.
여기서, 정말로, 싸운다고……?
어째서 이런 곳에서,
어째서 이런 때에,
어째서 하필이면, 그 토오사카와 싸우지 않으면 안 되는 건가------
「기, 기다려, 토오사카! 너 제정신이냐, 여기 학교라구?! 어설프게 소동 일으키면 누가 올지 모르는---」
「그 때는 그 때야. 난 말야, 눈앞의 찬스는 놓치지 않는 주의거든. 에미야 군에게는 미안하지만 여기서 정리할게.
……거기에, 오늘처럼 어슬렁대면 내 신경이 버틸 것 같지 않고」
「그, 그러니까 기다리라니까……! 본시 나는 토오사카와 싸울 생각 따위---?」
「너한테 없어도 나한테는 있어……! 됐으니까 각오해, 시로---!」
어쩐지 화풀이 같은 선전포고를 하고, 토오사카의 팔이 움직였다.
「————————---!」
그건 어떤 마술인가.
토오사카가 왼손을 내민 순간, 시계가 빛에 짓눌렸다.
「윽………………!」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까지, 힘껏 뛰어서 네 발짝.
복도에 돌아간다면, 마찬가지로 네 발짝 정도로 토오사카의 사각에 들어갈 수 있다.
망설이고 있을 때가 아니다, 지금은---
「윽---?!」
뒤도 안 보고, 감만으로 뒤로 뛰어서 물러났다.
토오사카의 사각, 복도 코너 모서리를 방패로, 어쨌든 전력으로 옆으로 뛴다---?!
복도에 앞으로 기운 자세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치이---?!」
신경이 곤두선 듯한 토오사카의 혀 차는 소리와, 무언가 무거운 것이 벽을 난타하는 소리가 들렸다.
「잠까 --- 저 녀석, 지금 뭐 했지---?!?」
일어서면서 뒤를 본다.
……벽.
아까까지 내가 있었던 뒤 벽에서, 무언가 연기 같은 것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리고.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벽에는 3개, 주먹 크기 정도 탄 자국이 있기도 하다.
「————————---」
장거리 무기---?아니, 저건 노린 상대를 병에 걸리게 한다는 “저주” 같은 것이다.
토오사카가 말한 간드라고 하는 것은, 분명히 북구 룬 마술에 포함되는 것으로, 상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것에 의해 병상을 악화시키는 간접적인 저주일 터.
효용은 어디까지나 컨디션을 나쁘게 하는 것뿐이고, 절대로 저런 식으로, 직접 콰광 하고 효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토오사카의 간드는 너무나도 짙은 마력으로 짜여 있기 때문에, 척 보면 탄환이랑 똑같다.
문제는 외견만이 아니라, 위력도 효과도 탄환과 같다는 거다.
이야, 과연 토오사카.
본래 느긋한 저주를 즉효성으로 만들다니, 실력행사에도 정도가 있다.
「아니, 죽일 생각이냐, 저 녀석---?!」
「이, 그러니까 그렇다고 했잖아!」
등뒤에서 달려서 내려오는 발소리가 울린다.
「윽---?!」
최대한 빨리 자세를 갖춰서 다시 일어선다.
---생각하고 있을 여유는 없다. 지금은 어쨌든 도망치지 않으면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다……!
「복도, 복도는 위험해---?!」
여하튼 쭉 뻗어 있다.
토오사카의 무기는 장거리 무기니까, 단순히 복도를 달리고 있으면 등을 맞는다.
「거기, 움직이지 마---?!」
계단에서 뛰어나오는 토오사카.
그것보다 약간 빠르게,
바로 옆의, 2학년 F반 교실에 뛰어들었다.
복도를 꿰뚫는 간드.
토오사카 녀석, 복도에 나오자마자 이 소리 저 소리 할 필요 없이 쏴 댔던 것 같다……!
「농담이지, 저런 거 상대할 수 있겠냐……! 뭐가 싸워라야, 애초에 전력이 다르잖아, 전력이……!」
아주 서둘러서 교실을 돌아본다.
방어구.
무언가, 저런 걸 맞고도 살아날 것 같은 방패라던가 옷이라던가 방탄조끼라던가 없나……!?
「이런, 왔다---?!」
달려오는 토오사카의 발소리는, 교실 입구 근처에서 멎었다.
……내가 여기에 뛰어드는 건 보였을 터.
그렇다고 하면, 내가 매복하고 있다고 주의하며 발을 멈췄---?
「을 리가 있겠냐, 바보---?!」
달린다.
교실 끝에서 끝, 교실 앞 출구로 달리기 시작하는 것과 때를 같이 해서,
용서 없이, 복도에서 이 연발됐다---?!
아아 정말, 연사도 정도껏 해야지……!
탄환은 벽을 관통해서, 방사형으로 교실 안을 저격한다.
「윽……! 아 뜨거, 등에 스쳤다, 등에!」
발을 멈추고 있었으면 틀림없이 맞았다.
「!? 거짓말, 어째서 말짱한 거야, 너는!」
탓, 하고 교실에 뛰어들어오는 토오사카 린.
거리는 4미터 정도, 우리들은 교실 앞과 뒤의 입구에 손을 대고, 다시 서로 노려본다---?라는 짓을 하고 있을 여유는 없다……!
복도에 뛰쳐나온다.
교실에 도망쳐 들어가는 건 각하다.
이렇게 되면 이제, 저쪽 계단을 향해서 전력질주 할 수 밖에 없다!
「!」
우와, 용서 없구나, 진짜로!
관자놀이에 스쳐갔다, 지금! 잠까, 옆구리, 옆구리에 지금 징?하고 왔어, 징?하고!
「아 뜨거, 아 뜨거어어어……! 제길, 진심이냐, 너! 그런 거 맞으면 무사하지 못하잖아!」
「당연히, 무사히 끝낼 정도로 무르지 않아……!
아픈 게 싫으면 멈춰, 그러면 금방 편하게 해 줄 테니---!」
앞질러 가는 총탄.
아니 그것보다, 어째서 아까부터 효과음이 Real 총탄이 돼 있나요!?
「잠깐, 너 간드 쏘고 있는 거 아니냐?!
살기 이외에 느껴지지 않는 소리다, 그거!」
「시끄러, 그럼 쫄래쫄래 움직이지 마! 표적이 여기저기 움직이니까, 그만 조준에 열중하게 되잖아……!」
탕탕 쏘면서, 그런 말을 하는 토오사카.
「우와?앗! 이래서야 뭐한테 칼 쥐어준 거잖아?!」
「이게, 다른 할 말 놔두고 하필 한다는 말이 그거냐?앗!!」
한층 강한 총성이 메아리 친다.
하지만 아슬아슬.
정말로 스칠 정도 타이밍으로, 2학년 A반 옆의 계단에 도달했다.
「헉---하아, 하아, 하---?!」
계단을 달려 내려간다.
여기까지 오면 이쪽의 승리다.
계단을 내려가서, 2층 층계참에 닿는다.
이대로 1층까지 내려가 버리면, 아무리 토오사카라도 이런 무턱대고 하는 공격은 하지 않---?
---말이 막힌다.
토오사카 녀석, 계단 난간을 뛰어넘어서, 1층으로 이어지는 계단까지 단숨에 횡단해 버렸다.
……간결하게 말하면, 즉.
이 계단에서 1층으로 내려가려면, 이쪽을 노려보고 있는 싸울 생각이 넘쳐흐르는 토오사카를 돌파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거다.
「---놀랐어. 몸, 가볍구나, 토오사카. 전엔 군살이 있다던가 했었는데」
「————————---」
아.
토오사카, 핏줄 세우면서 노려봤다.
익숙해진다고 하는 건 무섭다.
오는구나, 라고 생각한 순간, 발은 멋대로 복도로 옆으로 뛰어서, 탕탕, 하고 벽에 작렬하는 총탄 소리를 듣고 있었다.
복도를 역방향으로 도주한다.
한 걸음 전진한 부분은, 3층에서 2층 복도가 됐다는 거다.
이걸로 한 번 더 끝까지 도망가서 1층까지 내려가면, 아무리 토오사카라고 해도 이젠---?
「우와아, 또 왔다?! 끈질기다, 토오사카, 적당히 포기해라?!」
「그 쪽이야말로 적당히 체념 해라아아앗! 목숨까지는 뺏지 않을 테니까 얌전히 있으란 말야……!」
---이번에야말로 진심으로 전력을 다하는지, 그렇지 않으면 내가 도망쳐 다녀서 머리에 피가 올랐는지.
토오사카의 간드는, 이 이상 하면 틀림없이 경찰에 통보될 레벨까지 up해있다.
「히……!
그런 걱정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거---?!」
위력이 올라가 있다, 라는 건, 탄환도 커졌다는 거다.
아까까지 스쳐도 뜨거울 뿐이었던 “저주” 는, 닿은 곳을 몽땅 태워 없애는 것이 되어 있다.
「---?아얏…………!」
한쪽 발. 허벅지에 간드가 닿는다.
---스피드가 떨어진다.
계단에 닿기 전에 따라 잡힌다, 라고 판단한 순간, 몸은 바로 옆, 3학년 교실로 뛰어들고 있었다.
「---?윽」
교실에 뛰어들어, 창가까지 이동한다.
……자, 어떻게 할까.
2층 정도라면 뛰어내려도 어떻게 될 것 같다.
복도에 나가도 저격 당한다면, 아예 여기서 밖으로 나가버릴까.
준비. 방음. 종료
「---Das Schlieben.Vogelkafig,Echo 」
복도에서 토오사카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언가, 엷은 막 같은 것이 교실을 둘러싼다.
「————————뭐지, 결계……?」
그것이, 어떠한 방음기능을 가진 결계라고 알아챈 순간, 토오사카가 뭘 할 생각인지 짐작했다.
「! ! ! ! ! ! ! ! !」
창가에 머리부터 뛰어든다.
---강한 마술의 발동을 전신으로 느낀다.
즉시 몸을 웅크리고, 책상을 쓰러뜨려 그 그늘에 숨는다.
---지금까지의 간드와는 다르다.
눈을 감고, 손바닥을 책상 뒷면에 밀착시킨다.
---주문을.
마술각인의 도움이 있으면서도, 토오사카는 주문을 영창하고 있다.
제 때 댈 수 있을까. 아니, 제 때에 댈 수 밖에 없다.
모든 공정, 등뼈에 제2의 신경을 만드는 과정을 패스하고, 미친 것처럼 책상에 마력을 흘려 넣는다……!
노려라 일제사격
「,Fixierung,EileSalve ------!」
trace on
「동조 개시---!」
작렬하는 소리와 빛.
여느 때와 마찬가지인 방과 후. 별 색다를 것도 없는 교실은, 한 순간에 무도회장으로 변모했다.
---춤추는 책상.
복도에서 교실을 향해 쏘아진 마력다발은, 권총 따위로는 비유가 되지 않는다.
끊임없이 쏘아지고, 광범위로 뿌려지는 그것은, 이미 기관총이나 마찬가지였다.
마력에 담긴 “저주”가 어떤 효과를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눈에 보일 정도의 마력덩어리다.
질량을 가진 그것은, 닿는 것 전부를 튕겨 날려버린다.
교실에 늘어서 있던 책상들은, 머리에 불이 붙은 인간처럼 미친 듯이 날뛴다.
울리는 총탄과 춤추는 책상 소리로, 고막은 진작에 맛이 가 있었다.
이래서야 무도회장이라기보다는 전장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창유리에는 금 하나 가 있지 않다.
토오사카가 친 결계의 힘이겠지.
지금, 이 교실은 밀실이 되어 있다.
이 밀실은 침입하는 건 가능해도, 나오는 건 용납하지 않는 듯 하다.
쏘아지는 수십이나 되는 탄환도 예외가 아니라, 이 소음조차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는다.
……진짜.
토오사카 녀석, 피가 확 오른 것 같아도 감탄할 정도로 정말이지 마술사연 하고 있잖아---?!
「윽---?!」
방패로 한 책상에, 있는 마력 전부를 담는다.
내가 쓸 수 있는 단 하나의 마술---“강화”에 의해 경도를 늘린 책상은, 호우 같은 마력의 탄환을 막고 있었다.
「크, 윽---?!」
그러나, 그것도 한때.
내 강화로는, 이 탄환의 비를 3초도 막을 수 없다.
결과로서, 강화가 끊긴 순간에 더욱 강화를 걸어, 마력이 계속되는 한 그걸 반복할 수 밖에 없지만---?
「제길, 저 녀석 마력은 끝이 없냐---?!」
비는 전혀 누그러지지 않는다.
……어쩌면, 토오사카는 교실의 상황을 다 파악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저 녀석은 내가 이렇게 막고 있는 걸 알고 있으니까, 공격을 누그러뜨리지 않는 게 아닐까.
그렇다고 하면, 이 비가 그칠 때는, 즉---?
「……이쪽 마력이 다 됐을 때, 인가……」
책상에 신경을 집중하면서, 하아, 하고 어깨를 떨궜다.
……이렇게 되면 끈기 싸움이다.
저 녀석과 나, 어느 쪽이 먼저 두 손 들지 승부해 주겠어---?!
「---이야, 항복」
승부는 깨끗이 났다.
뭐라고 할까, 1라운드 개시 15초로 KO패를 당한 기분.
이쪽은 상처 하나 없고, 체력도 남아돌고 있지만, 마력이 바닥을 드러내서야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또 이건」
책상에서 쏙 얼굴을 내민다.
교실은 흰 연기에 싸여서 잘 보이지 않았다.
딸그랑, 하는 소리.
바닥에 대고 있었던 손이, 뭔가 봉 같은 것에 닿았다.
「의자 다리다. ……정말 요란스럽게 부쉈잖아, 저 녀석」
하여간, 어느 정도 무기는 되겠지.
20cm 정도의 철봉을 쥐고, 남은 최후의 마력을 넣는다.
「---제대로 됐다. 뭐야, 실전이라면 백발백중이잖아, 나」
붕, 하고 위세 좋게 “강화”한 철봉을 휘둘러 본다.
……자.
여기서 연기에 싸여있어도 사태는 호전되지 않고, 한 번 더 아까 그걸 당하면 틀림없이 벌집이 된다.
마력을 너무 많이 써서 발이랑 허리가 말을 안 듣는지, 지금은 일어설 수도 없다.
「윽---?쿨럭, 커헉」
덤으로 이 연기, 제대로 호흡시켜 주지도 않고.
「연기로 끌어내는 건가, 제길. 마무리까지 완벽하잖아, 저 녀석」
토오사카는 싸움에 익숙해져 있다.
여기에 머물러 있으면 더욱 궁지에 몰릴 뿐이다.
……어차피 복도에서 태세를 갖추고 기다리고 있겠지만, 이상한 결계 때문에 창문으로는 나갈 수 없다.
「————————---」
각오를 하고 복도로 향한다.
다리가 저린 건 아직도 사라지지 않아서, 책상 잔해를 밀어젖히면서, 포복전진으로 흰 연기에 돌입한다.
그리하여 타서 시커매진 땅을 빠져나간 그 앞에,
「---흥. 드디어 나왔구나, 에미야 군.」
크게 어깨를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토오사카가 채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
윽, 하고 노려보면서, 간신히 반 정도까지는 일어선다.
다리가 저린 건 일시적인 거라서, 움직이려고 생각하면 움직일 수 있는 듯 하다.
하지만, 그걸로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다.
토오사카는 달려서 지쳐있을 뿐이고, 마력은 아직도 남아 있다.
마력이 떨어진 나와는 거꾸로, 토오사카는 체력이 먼저 다해있을 뿐이다.
이대로 전투를 재개하면, 이번에야말로 피할 새도 없이 맞겠지.
「결판 났네. 자, 그 묘한 무기를 버려. 이렇게 되면 에미야 군한테 승산 같은 거 없잖아」
흐흥, 하고 이겨서 의기양양한 토오사카 린.
「………………」
무척 기분이 나빠졌다.
솔직히, 무모하다는 건 알고는 있지만, 왜 그런지 여하튼 기분이 팍 상했다.
「……그런 건 해 보지 않으면 모르잖아. 어깨 들썩이면서 숨 쉬는 주제에 잘난 소리 하지 마, 바보」
철저항전이다, 라고 하듯 의자 다리를 토오사카에게 들이댄다.
「---흐응, 그래.
알았어, 얌전히 하고 있으면 부드럽게 해 주려고 생각했지만, 그런 건 쓸데없는 참견이었던 것 같네. 그래, 그러니까 시작하기 전에 사과해 둘게, 에미야 군」
히죽, 하고.
왠지, 엄청나게 불길한 웃음을 띄우는 건 그만뒀으면 해.
「? 사과한다니, 어째서 말야. 아니 그렇다기보다는, 이제 와서 사과 받아도 이 원한은 잊지 않을걸」
「응, 내가 사과하는 건 이제부터 일어날 일에 대해서야, 에미야 군.
왜냐면 어설프게 저항하면 봐 줄 수가 없게 되잖아? 손어림이 빗나가서 널 죽여버리면, 이제 사죄는 할 수 없잖아」
「---……………!」
우와, 이 녀석 진심이다……!
아니, 지금까지도 진심 같았지만, 지금 그걸로 진짜 최후의 스위치를 넣어버렸다고 할까, 자신이 도마 위의 생선이라고 드디어 알아챘다……!
「아, 드디어 알아먹어 줬어? 다행이다, 이만큼 말하고 아직도 멍한 소리 지껄이면, 그야말로 어떻게 돼 버렸을 테니까, 나」
「으---?어떻게라니, 어떻게 말야」
「————————---」
번뜩, 하고 노려봐 온다.
……과연.
즉, 지금 같은 소리가 멍한 소리라는 건가.
「---이게 최후의 충고야.
그 이상한 무기를 버리고, 령주를 내놔. 최악의 경우엔 팔 신경을 떼어내게 되겠지만, 생명을 빼앗기는 것보다는 낫잖아?」
「————————---」
령주를 내놔……?
아니, 령주는 내어 놓을 수 있는 게 아니고, 무엇보다---
「……안 돼. 그건 할 수 없어, 토오사카」
「……흐응. 물어두겠는데, 어째서야」
「령주는 넘겨줄 수 없어. 그건, 나한테 세이버를 배반하라고 하는 거나 다를 바 없어」
「……그래. 3초 줄게. 자신의 목숨이니, 스스로 골라」
왼손을 들어올리는 토오사카.
내가 거절한 순간, 그 팔에서 간드가 내뿜어지겠지.
「3초---에미야 군, 대답은」
첫댓글 여기에 올리시넵
네,딱히 사람들이 별로오지는않네요;구경게시판이좋았는뎁
항상 재밋게 보고잇어요 ㅋㅋ 다시봐도 재밋네요 ㅎ
오옷 세이버님이시네요 열심히써가봐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시로님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