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나라 개는 해를 보고 짖는다
촉견폐일설蜀犬吠日說
“해묵은 관습과 세속의 견해에 얽매여
계속해서 영향을 받아 습성이 이루어진다.”
전이구염 요이속견
纏以舊染 繞以俗見
전전상잉 습여성성
展轉相仍 習與性成
홍성민(洪聖民, 1536-1594),
『졸옹집(拙翁集)』권6
중국 촉나라 지방은 비가 자주 내려
맑은 날이 드물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곳에 사는 개들은
해가 간혹 뜨기라도 하면
이를 보고 괴이하게 여겨 짖었다고 한다.
해는, 생명이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하지만
촉나라 개들에게는 낯설고 불편한 존재로
인식되었던 나머지 이런 황당한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16세기 활동했던 관료이자 문인인
졸옹拙翁 홍성민洪聖民은,
촉나라 개는 해를 보고 짖는다는 뜻의
‘촉견폐일蜀犬吠日’이란 성어를 가지고
한 편의 글을 지어 사람의 습성이 형성되는 데
환경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하였다.
비가 자주 내리는 촉나라의 환경이
해를 보고 짖는 개의 습성을 형성했듯
환경과 습성은 긴밀한 관계에 놓여 있다.
나쁜 습성을 고치려면
개인의 부단한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먼저 환경을 바꿀 필요가 있음을 일깨워 준다.
홍성민은 ‘촉견폐일’을 통해
자신들과 다른 신념과 가치관을 지닌 사람을
무작정 배척하는 세태 역시 풍자하였다.
개가 해를 보고 짖는 것은
촉나라의 환경 탓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개들에게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해가 없으면 생명이 살 수 없는데,
그 어떤 개도 해를 보고 짖는 것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환경에 의해 굳어진 습성 때문에
아무리 옳고 좋은 것이라도
낯설고 다르다며 꺼려했던 것이다.
이점에 관해서는
지금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나와 다른 신념과 가치관을 가졌다고 해서
일단 거북한 마음으로 대한 적이 있다면
바로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
이럴 때는 자신과 다르다고
마냥 밀어낼 것이 아니라,
자신의 굳어진 습성과 인식 때문에
남을 포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한번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니다.
그러다 보면, 나와 다른 남에게서
정말 무언가 중요한 것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노력조차 없다면
해를 보고 짖는
촉나라의 개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김준섭(한국고전번역원
고전번역교육원 연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