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학교는 출석 원칙이 있습니다. 한 해에 두 번, 모임이 열리기 일주일 전에 알리고 결석을 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는 원칙적으로 결석할 수 없어 다른 일정을 조정해야 합니다. 매일 모이는 학교가 아니기 때문에 모임에 빠지면 프로그램 내용을 공유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친구들과 관계를 맺고 협력해 가는 데 지장이 있습니다. 학부모와 학생들 모두 이 점을 염두에 두고 협조하고 있습니다.
이번 모임 결석학생은 지난 주에 제게 결석 사유를 알렸습니다. 그런데 카톡에 있는 대화방에서 친구들에게는 모임 당일에 결석 사실을 알렸는데요, 한 줄로 사정만 간단히 전달을 했습니다. 왜 빠질 수밖에 없는지, 친구들에게 어떤 마음인지, 자세히 전달을 해야 친구들이 이해를 하고 양해하기가 쉽습니다. 다른 친구들도 숙제가 많은 상황이어서 한 줄 설명만으로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워 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학원 시간 조정이 어려워 한 시간 지각한 학생이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 학부모님들게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학원에 직접 연락을 하셔서 재미있는학교 일정에 우선순위가 있음을 설득해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요즘 학원 방침이 하도 강력해서 학생이 직접 상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니까요.
청소년들은 오케스트라 연습을 해 왔지만 오케스트라 연습 외 따로 시간 내기가 어려워 불가피하게 현충일임에도 모임을 열었습니다. 애초에는 영화를 보고 근사한 점심식사를 할 계획도 세웠습니다. 그러나 그 사이 문지기가 발목부상을 당하고 완전히 회복이 안 돼 무리가 되었습니다. 계획을 줄여 오후 3시에 알트루사에서 모여 대화 나누고 회의를 했습니다.
돌아가면서 자기근황을 전하고 나누고 싶은 대화 주제를 제안했습니다.
성철군은 오버워치라는 새로 출시한 컴퓨터 게임을 친구들과 팀을 짜서 전략을 세우고 온라인 상에서 다른 팀과 겨룬 사연을 전했습니다. 게임 일주일 전부터 친구들과 모여 단단히 전략을 짰는데 상대팀이 너무 쉽게 무너져서 조금 맥빠졌다는 사연입니다. 이날 청소년 모임이 시작하기 전부터 민석군과 열심히 오버워치 게임에 대해 대화를 나누길래 그것이 나누고 싶은 화제인지 묻고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성철군의 대답을 듣고 보니 어른들이 화제가 되는 드라마를 보고 수다를 떠는 것과 비슷한 경우로 보였습니다. 그런 인상을 전했더니 성철군이 아마 그럴 거라고 대답을 하더군요. 제주도로 수학여행 다녀온 이야기도 전했습니다.
민석군은 중학교에 올라가 반에서 회장으로 활약 중이었습니다. 종례를 두 시간씩이나 하는 담임선생님과 지낸다고 했는데요, 다 듣고 보니 매우 성의 있는 선생님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잔소리가 대부분이라 학생들이 힘들어 한다고도 했는데요, 이제는 고등학생인 원석군이 그때는 그게 싫은데 시간이 지나니 학생을 열심히 상대해 주신 분들이라 고맙게 생각된다고 자기 생각을 전했습니다. 민석군은 다른 선생님들이 '개를 풀어놓은 것 같다'고 평할 정도로 자기반 친구들이 마구잡이로 행동하는 걸 보면 한심하기도 하고 때론 재밌게 보이기도 한답니다.
민철군은 탁구를 매우 좋아합니다. 탁구를 잘 하기도 하고요. 학교에서는 탁구선수라 앞으로 다가올 시합에 또 나가게 된다고 했습니다. 지난 대회에서는 은메달을 땄는데 이번에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시합 장소가 어디냐고 물었더니 지난 시합 장소도 잘 기억을 하지 못해 민철군에게 장소는 그닥 관심사가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가족이 응원을 가냐고 물었더니 본인이 가족이 오는 걸 어색해해서 오지 마시라 한다네요. 다른 친구들도 그런 기분일까 궁금해서 물었더니 다 다른 생각을 전했습니다. 부모님이 오시는 게 좋다는 학생부터, 잘 하는 경기일 땐 오시면 좋은데 못하는 경기일 때는 오시는 게 싫다, 경기 중에 엄마 얼굴이 보이면 신경쓰여서 경기에 집중이 어렵다, 난 오셔도 경기에 집중하느라 그닥 신경 안 쓸 것 같다, 부담스러울지도 모르겠다, 난 오시면 좋다 등 학생에 따라 반응이 분분했습니다. 강원도로 수학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답니다. 워터파크로 갔다는데 저는 학교에서도 워터파크를 간다는 걸 처음 듣고 놀랐습니다.
원석군은 학교에서 수학여행을 다녀오지 않았는데 학급의 날은 있었습니다. 하늘공원에서 바베큐 파티를 했다네요. 고기만 구워 먹고 재미가 없었답니다. 학급의 날보다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모의고사를 보고 충격 받은 이야기를 주로 했습니다. 고1이라 수능 준비를 아직은 할 필요가 없다고 여겼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았답니다. 같은 고1인 민지도 합세하여 첫 모의고사를 망쳤다고 두 친구는 입을 모았습니다. 그런데 고1 첫 시험을 못 보는 게 불리하지만은 않다는 점을 문지기에게 듣고 고무되는 듯 했습니다. 고1 첫 시험을 잘 봤던 문지기의 경험이 훗날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두 친구에게 타산지석이 된 것입니다.
수아양은 영어, 수학과외에서 일어난 일을 시험결과와 함께 전했습니다. 영어, 수학 숙제는 학교 갔다오면 피곤해서 잘 미루고 안 하게 된다고요. 성적도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게 되지만 물어보니 국어, 역사 등 다른 과목은 성적이 좋았습니다. 다만 영어, 수학, 과학에 관심이 잘 가지 않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국어와 역사를 좋아하고 잘 한다는 게 수아양에게 무척 중요한 사실로 보이는데 부모님에게는 영어, 수학 점수 때문에 혼나기만 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우리는 부모님이 수아양을 전체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수학, 영어에 편향되어 평가하신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영어는 단어도 문장도 외우는 것이 공부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가 여기 저기에서 나왔고 실제로 원석군은 중학교 때와 달리 열심히 외워서 영어 성적 올린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각자의 공부법에 대해서도 관심 갖고 좀더 효과적으로 공부할 필요도 얘기가 되었고요. 문지기는 재미있는학교 학생들이 설렁설렁 공부하는 것 같아도 강제적이기보다 주로 자발적으로 자기 속도대로 하기 때문에 마지막에 집중하여 성적을 올리는 경향이 있음을 지난 10년의 경험을 돌아보며 전했습니다.
민지양은 학교 오케스트라 경험, 농구와 축구 시합에 대해서 전하면서도 학교에서 학생부 기록을 좋게 하기 위해 무리하고 부당한 방식을 취하는 학생들과 그것을 문제시 하는 학생들이 나뉘는 분위기에 대해 주로 이야기 했습니다. 민지양을 매우 고민하게 만드는 사건이 있었는데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할 중요한 문제이기도 했습니다. 제가 아는 최근의 사건을 전하며 함께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사건은 이렇습니다. 고2 학생 네 명이 학교 논문쓰기 대회를 위해 함께 연구하며 보고서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접수 전날 참가자가 네 명이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았답니다. 세 명으로 제한이 있었던 걸 몰랐던 것이지요. 그런데 접수가 불가능하다는 걸 뒤늦게 알고 당황한 학생들에게 접수를 받는 선생님은 세 사람만 보고서를 제출하거나 둘씩 나눠서 두 사람이 하루 사이에 새로운 연구 보고서를 만들어 제출하라고 했답니다. 당황한 세 학생은 서둘러 가위바위보로 진 사람을 보고서에서 제외하는 걸로 하고 문제를 처리했습니다. 제가 아는 학생이 가위바위보에서 졌고 나머지 친구들 이름으로 보고서를 제출한 것이지요.
우리는 이 문제를 당사자가 되어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바로 토론해 보았습니다. 보고서를 내지 않아도 무척 아쉬워서 어찌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같이 준비한 친구를 떨구는 건 너무 크게 상처를 주게 되고 친구 관계를 망친다는 점 때문에 갈등이 많았고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처음엔 넷 다 포기하고 내년에 고3이 되면 두 사람씩 새로 연구를 해서 보고서를 내는 게 좋지 않겠냐는 의견으로 모아지다가, 학교나 담임선생님도 출전기준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책임이 있으니 학교에서 이 문제를 두고 회의를 열어 친구관계를 해치지 않으면서 해결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게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보고서 접수를 받는 선생님이 학생들 관계를 생각하지 않고 너무 쉽고 간단하게 일처리하듯이 학생을 몰아간 것도 문제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학생부 기록을 위해 부정으로 대회에서 상을 탄 학생을 두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의논했는데요, 그 학생을 위해서도 침묵해선 안 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무엇을 위해 공부해야 하는지, 그 목적과 동기가 문제가 있는 경우 성적이 좋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무의미하고도 반사회적인 행위의 문제를 함께 고민했습니다. 학교에서 성적만 치중하고 학생을 고르게 전체적으로 파악해서 테스트하지 못하는 한계도 꼬집었습니다.
학생들은 오케스트라 시간에 대화 시간이 더 늘기를 바랐습니다. 문지기가 지휘자님과 의논해 보기로 했습니다.
오케스트라 시간에 친구들 사이에서 어색한 시간이 있어서 그 점에 대해 의견을 나눴습니다. 고3이라 오케스트라에서 빠진 두 학생이 있었는데요, 그 두 사람에게 관계를 매우 의존해 왔다는 걸 깨닫고 의존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한다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먼저 얘기를 해 보려고 시도를 하는데 반응이 없어 위축이 됐던 경험, 친한 이들끼기리만 대화를 해서 소외감을 느낀 경험을 조심스럽고도 솔직하게 전했습니다. 이해도 되지만 소외감도 느끼게 됐다고요. 이 친구가 솔직하게 마음을 꺼낸 덕에 다른 친구들도 솔직한 이야기를 꺼내 대화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학생 또한, 자신도 분위기를 활발하게 만들고 싶어 얘기를 꺼내보는데 결국 친한 사람이 반응을 하니 그렇게 둘만 자꾸 얘기하는 결과를 나았는데 자신도 편하지 않았다고요. 이쪽 저쪽 사연을 다 들은 친구들은 모두 공감이 되는 듯한 표정이었습니다. 서로 이해하게 되는 기회였습니다.
대화와 반응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반응이 적은 친구들에게 어떤 마음인지도 들어봤습니다. 한 친구는 일부러 반응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닌데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가 아니면 관심이 가지 않는다는 걸 고백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그 친구가 관심의 폭을 넓혀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런 면에서 민지양은 오케스트라에서도 좀더 관심을 넓히도록 돕는다는 의미에서 그 친구가 재밌는 악기를 다루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일리가 있었습니다. 좀더 크고 흥겨운 타악기를 재미있는학교에서 구입하고 배울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또다른 친구는 친구들이 자기가 반응이 없다고 느끼는 줄 몰랐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관계가 조심스럽고 긴장되면 반응이 활발하지 않게 된다고 하여 모두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것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친구와는 달리, 이 친구는 어색함을 해소하는 데 다른 사람보다 시간이 더 걸리는 친구라고 생각한다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어색함을 해결해 가는 게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이 친구의 경우 이 친구의 다른 형제들도 모두 매우 신중해서 행동을 조심하는 면이 있어 문지기가 그 사실을 전했습니다.
함께 살고 협력하기 위해 서로가 느끼고 생각하는 바를 적합하게 전하고 서로 알아주는 과정을 훈련한다는 점에서 오늘 대화는 매우 의미 있다는 걸 모두가 확인했습니다. 그것이 재미있는학교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지점이기도 하고 재미있는학교의 가치이기도 하고요. 학교나 학원에서도, 요즘에는 가족간에도 하지 못하는 일이니까요. 그러니 공휴일에도 시간을 쪼개 모임을 여는 것이 매우 귀했습니다.
겨울에 캠프를 가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1월 첫 주로 계획을 하니 학부모님들은 협조해주시기 바랍니다. 여름에는 하루 모임을 갖는 것으로 캠프를 대신합니다.
6월 말 7월 초에 기말 시험이 있어 오케스트라 연습이나 청소년 모임은 7월 10일 이후로 일정을 잡아 알리기도 했습니다.
정말 귀한 모임입니다. 이렇게 자세히 전달해주는 님이 계셔 귀한 이야기들을 전해들을수있으니 감사하구요. 모여앉아 눈과 마음을 반짝이며 이야기 오고갔을 그림이 그려집니다. 수아이야기에 영수에 편향된 점 반성했고 전체적인면을 보지못하는 것도 인정했고 잘하는 것 보지않는것 알게됐어요. '매우 신중해서 행동을 조심하는 친구의 다른 형제들은 누구일까?' 잠시 궁금해하기도 했구요~^^ 고마워요~~
너무 긴 것 같아 읽을 엄두를 못 냈었는데 읽기 시작하니 한 친구 한 친구 얼굴이 그려지며 어떻게 지내는지 잘 알게 된 느낌 들어요. 돌아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거기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반응도 접하고 어떻게 하면 좋을까 같이 생각도 하는 모임 정말 가족과도 못 하는 거네요.
첫댓글 자세한 후기 잘 읽었습니다.
아주 이야기가 많았네요
학부모협조사항 잘알겠습니다
겨울캠프도요!!
저도 잘 읽었습니다. 청소년 모임의 내용을 알게되어 좋습니다. 글쓰느라 애쓰셨겠네요. :) 소민이에게도 이런 대화가 있었다고 알려주렵니다~
좋지요. 아이들이 소민이를 찾아요.
정말 귀한 모임입니다. 이렇게 자세히 전달해주는 님이 계셔 귀한 이야기들을 전해들을수있으니 감사하구요. 모여앉아 눈과 마음을 반짝이며 이야기 오고갔을 그림이 그려집니다. 수아이야기에 영수에 편향된 점 반성했고 전체적인면을 보지못하는 것도 인정했고 잘하는 것 보지않는것 알게됐어요. '매우 신중해서 행동을 조심하는 친구의 다른 형제들은 누구일까?' 잠시 궁금해하기도 했구요~^^ 고마워요~~
너무 긴 것 같아 읽을 엄두를 못 냈었는데 읽기 시작하니 한 친구 한 친구 얼굴이 그려지며 어떻게 지내는지 잘 알게 된 느낌 들어요. 돌아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거기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반응도 접하고 어떻게 하면 좋을까 같이 생각도 하는 모임 정말 가족과도 못 하는 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