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큼은 고2말고 열여덟이야 우리.
20208 김시은 수필
'꿈 같던 3일.. 이제 우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치열했고 빼곡했던 일상이 있었기에 이번여행이 더욱 값졌던 것이 아닐까...
잠시 흐렸던날씨 속에서도 우리의 얼굴은 그 어느때보다도 밝았다.
이 글로 하여금 다시 그 순간들로 돌아간다. 행복했던 순간들로..
예전 같았으면 여행 가기 한달 전, 일주일 전, D-1, D-day 이렇게 헤아리며 여행 당일을 손꼽아 기다렸을 테지만, 어느새 고등학생이 된 나에겐 그럴 여유가 없었다. 더군다나 나에겐 18일 수학여행보다 11일 위클리 연주가 더 중요했고 그랬기에 수학여행을 기다리기는 커녕 별 감흥도 없었다. 게다가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을 읽고 유럽여행이라는 큰 꿈을 품은 나에게 학교 수학여행은 그저 '형식적인 학교 일정'에 불과했었다.
하지만 하루 전날 부랴부랴 짐을 싸고, 캐리어를 끌고 집을 나서며 생각했다.
"아무리 학교에서 가는 수학여행이지만, 이것도 여.행 이잖아?"
그러고는 학창시절 핀구들과의 마지막 여행, 반복되는 일상에서의 유일한 숨구멍이 될 이번 2박3일의 여정을 정말 의미있고 즐겁게 보내자고 다짐하며 첫 여행지를 향해 떠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두 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전주 한옥마을 이었다,
모든 거리마다 한국의 미를 가득담아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5월의 산뜻한 초록들과 더욱 멋지게 어우러지는 한옥들이 너무나 '한국적으로'아름답고 고풍스러웠다. 거리의 끝 즈음엔 이어져오던 거리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로마네스크 양식의 전동성당이 자리잡고 있었다. 전주한옥마을.. 한국과 서양의 오묘한 조화를 맛볼 수있던 곳이었다.
오고 가는 거리에서 선생님이나 친구들을 만나면 바로 멈춰서서 사진을 찍곤 했던, 곳곳에 2015년 5월18일의 추억을 묻혀두고 온 그곳. 나중에 다시 찾게되면 오늘의 기억에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는 내가 남겨놓았던 열여덞살의 발자국을 따라, 이곳을 되짚어 보지않을까 싶다.
광한루를 거쳐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남원 국악의 성지였다.
국악의 성지 답게 산속 깊이 위엄있게 한가로이 자리잡은 건물을 보고 우와!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우린 그 건물로 들어가 나란히 앉아서 미니장구만들기를 시작했다.
내 손으로 악기가 탄생할 수 있다니..악기를 다루는 사람으로써 나에게 악기는 이 세상 어느 것이든 표현해 낼 수있는 소중하고도 신비로운 수단 이었다. 그래서 대단한 악기가 아니라 미니장구를 만들더라도, 악기를 만드는 행위는 그 자체 만으로도 나에게 큰 경험, 잊지못할 경험이었다. 그래서인지 별거 아닌 미니장구일지 몰라도 나는 만드는 내내 설레어했다.
너도 나도 한번 씩 두드려보고 하나 씩 팔에 걸고, 우린 국악의 성지에서 음악과 단체사진을 끝으로 첫날의 일정을 마무리 했다.
어머나..여긴 혹시 동화속?? 아기자기한 예쁜 집들이며..신선한 공기.. 진짜 여기가 오늘 숙소예요?
집들은 하나같이 너무 예뻣던 '지리산 프리방스 펜션'에 있는 내내 정말 꿈만같았다.
내부도 너~무 예쁘고,길가며 식당이며 정말이지 동화속같았다. 이제껏 다녀본 숙소 중 최고랄까.
아마 이번 수학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첫날의 숙소 일것이다.
그 이유는 그 곳의 예쁜 집들, 복층구조, 샹들리에,맛있는 식사도 아닌 친구들과 함께보낸 밤 때문이다.
식당 앞 마루에 모여앉아 수다와 함깨 컵라면에 의지해 5월 밤의 쌀쌀함을 이겨내던 밤이며, 좁디 좁은 방에 굳이 옹기종기 앉아서 과자를 먹으며 또다시 이야기꽃을 피웠던 밤이며, 무서운 얘기 하던 밤. 그리고 서로를 위해 기도해주었던 그 밤.
무서운 얘기로 시작된 오싹함을 이겨내기위해 '무서우니까 다들 기도하고 자자' 라고 시작된 기도가 어느새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따뜻한 기도가 되었다. 그 어느때보다 내면을통해 서로 교제하던 시간이었다. 우리가 단순히 학교친구가 아닌 깊은 내면을 공유하고 서로 의지하는 친구들이란 사실과 이러한 시간을 같은 신앙을 가진 친구들과 함깨할 수있다는것에 행복했던 밤이었다.
어느새 무서움은 달아났고, 우린 또 옹기종기 누워 이야기하다가 어느새 잠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