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여행 - 용문행 전철 타고서
2011. 1. 23. 눈 나리는 일요일
엊그제 까진 이렇게 맑고 투명한 하늘이
간밤부터 눈이 나리더니 종일 눈발이 하염없이 풀풀 날리었다.
세종로 맑은 하늘 , 토요일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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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후나절..... 눈발이 풀풀 날린다.
언젠가부터 내심 기대해본 열차 여행을 떠나고픈 충동이 있었던터
오늘은 그 예행연습삼아 전철을 타고 눈길 따라 나선다.
눈이 나리니까.....
아무래도 지하노선이 짧고 차창으로 눈구경을 하기 괜찮은 외곽으로
대충 방향을 잡고 청량리역에서 전철노선을 둘러보다가 용문행 전철을 탔다.
눈이 하염없이 풀풀 흩날린다.
청량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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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같은 추억 - 청량리역
속칭 ‘청량리 588’ 로 더 알려진 그곳 청량리....
유신체제와 광주사태를 지나는 세대들의 암울함이 지하 다방 구석진자리에서
꽁초를 뻐끔거리던 그로테스크한 매력이 또한 거기에 있다.
그곳은 중앙선, 영동선, 경춘선이 출발하는 대학생들의 MT출발지이기도 하였다.
낡고 바랜 청바지에 세고비아 키타를 걸메고 열차 통로에서 마냥 누구라 할것없이
고래잡으러 떠났던 그때 그시절의 이야기이자 추억이다.
청량리 부르스 / 명혜원
늘어진 커텐 황혼이 젖어 / 화병 속에 한 송이 국화
긴 하루 걸린 창에 앉아 / 타는 해를 바라보네
내 빈 방을 음~ 채워줘요 / 부르스를 들려줘요
호사한 밤은 아직 먼데 / 예쁜 꽃불 어디에 켤까
내 빈 방을 음~ 채워줘요 / 부르스를 들려줘요
이노래도 한때는 금지곡이었다죠
바로 엊그제......
12월 20일 밤 10시 15분, 이곳 청량리역에서 춘천행 마지막 열차가 출발했단다.
1939년에 개통된 경춘선 열차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그 자리에 서있다.
하염없이 가는 눈발이 날린다.
춘천쪽으로 갈까나 하였지만 아껴두고 용문행 전철을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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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소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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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발 안동행 무궁화호 - 기차 카페를 달고가는 눈열차이다 (아래)
이 열차가 지나치는동안 전철은 잠시 비켜 서 주었다.(위)
먼길 가는길이니 어서 지나라고....
우당탕 우당당당~ 쿵콩콩콩~
KTX나 새마을호에 비해 한참 완행이지만 (예전 한때는 젤루 뽐내던 때가 있었는데)
그래도 추억이 서려진 정스럽고 주황색이 예쁜 무궁화호 열차이다.
다만.... 지켜보는 시야에 다소 버거워 보이는 쉰소리가 조금 애잔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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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 - 덕소 - 팔당 - 양평 - 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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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포옴......
플랫포옴은 기다리는 설레임과 떠나는 부푼맘이 거기있고
먼길이건 작은길이건 돌아온 안도감과 다녀온 여운이 길게 늘어뜨려지는
그런 묘한 맛이 있다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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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펄 눈나리는 현장 사진 용케 한장 건졌슴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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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이 좋은 플랫포옴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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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라 유리창을 통해본 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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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빛띄는 전철 유리창을 통한 시야(사진)가
웬지 더 시려보이고 암묵적이다.
하얀눈으로 덮인 남한강 줄기.....정말 새로 시작하는 새봄을
갖고 싶은가보다.
여태것을 다 하얗게 덧칠해버리고선.....
나도 그랬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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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철로길 따라 실컷 눈구경을 다녀온 여행이다.
다만 혼자라서 쪼메 머쓱하기도 하였지만 (원래 생뚱맞게 혼자서도 잘 노는편이라^^)
용문역까지 갔다가 용문역에서 되돌아오니 전철 차비도 편도요금만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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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로 들어가기전.....왕십리역에서 잠시....
어느덧 어둠이 내리 깔리며 네온이 하얀설경에 점점이 명멸한다.
낮과 밤의 길목같은 .....
금새 지나치지만 이때가 사진 맛이 더 숙연하다.
추억은 인생을 두 번 사는 것
아득히 밀려오는 그리움을 솜사위처럼 포근히 가슴에 담고
내일을 기약하는 조금은 여린 마음으로 하루 하루를 살고 싶다.
설령, 누군가 나를 자신의 눈 감은 머릿속 추억의 안주거리로 만든다 해도
나는 자기 도취에 취해버린 순수한 그 마음을 높이 사서
그냥 웃어주는 어리석음을 인생에서 배우고 싶다.
마음을 비울 순 없지만 더더욱 세상을 등질 순 없겠지만
더불어 살아가는 삭막한 세상의 한 가운데서
홀로인 나를 한번쯤 느낄 수 있는
자신이 되길 원한다.
........................ (하략)
정일석 시집 "추억은 인생을 두 번 사는 것" 권두시에서(퍼옴)
작지만
하얀 철길따라 풀풀 날리는 눈발을 쐬어내며 다녀온 미니여행이다.
크다란 유리창 너머로 먼발치의 하얀 설경을 멀뚱히 바라보며,
문듯....매끄럽게 윤기나는 삶은 계란을 까먹고 싶은 충동이 일렁인다.
눈이 나리니까.....
홀로인 나를 한번쯤 느낄수 있는..... 그런 시간 여행이었다.
2011. 1. 23
까망가방하양필통 입니다.
2011. 3. 3. 정리
첫댓글 까망가방오라버니 덕분에 구경 잘했어요. 건강하시죠?
이외수와 포복절도할 트위터 오타 ~~~~ 이글위에 ~~~~ ((( 늘어진 커텐 ))))))~~~ 째즈 ?
기차여행 잘했읍니다 !!!~~ㅎ
강화에도 저런 기차가 있었으면 참 좋겠네.
만년 청춘...만만세 ㅎㅎ
떠나신 겸에 구둔역< 간이역>을 다녀 오시지 그래어요~까방님~
다음주쯤 저두 혼자서 구둔역까지 가려고 구요....ㅋㅋ!
청량리 블루스와 함께 까방님 따라 여행 잘 했습니다. 봄빛이 도드라질무렵 저도 한 번 떠나볼까합니다.
이그~ 아, 까방님!
아가씨들 죄다 봄바람 나잖어여~
언제나 낭만 가득한 가방님의 글과 사진 ~~잘 느끼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흩날리는 눈보라 뒷편으로............."어떤" 중년아자쒸의...........짠~한 기억거리도..........스멀스멀~~~~~멀어져 가는거 같으유.................쓸쓸~~~~~~쓸~~쓸~~~~~~~~~~~~~~~~.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