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발선인장 꽃 피다/ 강미숙
시아버님의 관을 모시고
장의차에 오른 나는 처음으로 시댁 가족들과 대전에 있는
현충원으로 소풍을 떠났다.
구십 이세의 연세에 별세하신 아버님은 요양원에 가신지 열 한 달 만에 급성폐혈증이 와서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을 하셨다가 소천 하셨다.
임종 순간에 병실의 창문에
두두둑~ 소리를 내며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다.
나는 아버님의 자서전이라고 생각했다
검소하고 정직하게 사신 아버님의 생애가 굵은 활자가 되어
느낌표와 함께 짧게 타전되었다.
빈소가 차려지고 조문이 이어졌다.
장례식장에서 지내는 동안 나는 고민을 많이 하였다.
맏며느리인 내가 시아버님의 제사를 모시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시동생 내외가 기독교 교인인 관계로 제사에 참석할 수가 없으나
굳이 우리 부부가 모시는 일을 반대하진 않겠다고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시동생의 의사는
가급적이면 기일이나 명절에 현충원 아버님의 묘비 앞에서 다 함께 모여
각자의 의식으로 추모하길 원했다
나는 종교가 없이 유교적 문화 속에서 자랐기에 제사에 대한 생각이
고인의 기일에 밥 한 그릇 올리는 것은 영가를 위해서도 좋고
핑계 삼아 뿌리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묻고
정을 나눌 기회가 될것이라 여겼다
그런 반면, 시동생의 가족들이 참석하지 않을 제사를 우리 집에서 지내면
오히려 형제간 우애를 끊는 역할이 될까 하여 큰 고민을 했다
화장이 끝나자
한 줌의 재가 되신 아버님을
유골함에 모시고 대전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올려다보는 하늘은 참으로 맑고 고왔다
하늘로 오르시는 아버님을 위해
구름이 음표로 놓여 너울대고
비파가 연주해주었다.
나팔구름과 군 악기구름도 군데군데 배치되어 우렁차게 환영식을 해주었다.
현충원에는 아버님의 자리가 준비되어 있었고
아버님의 명복을 기원하며 편안히 모셨다.
혼백을 태워드리면서 아버님의 장례는 끝이 났다.
상주들은 다시 장의차를 타고 안동으로 돌아와 저녁 식사를 하였다.
그리고 아쉬움을 뒤로 한 채 흩어졌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삼우제를 지내느라
밥과 탕국, 과일들과 포 등을 올렸다
마지막 날 촛불을 끄면서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제사를 지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꼬리를 물고 계속 갈등이 생겼다
그러다 문득 결심했다.
어차피 산사람 마음 편하자고 지내는 일이니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자고 결정을 했다.
그리고 시동생이나 시누이등 타인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남편과 밥 한 그릇 올린다는 마음으로 지낸다면 부담감도 없고
마음이 편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니제사를 위한 제기를 샀다
수량도 많지 않아 음식을 정성껏 올리기에 적당했다.
두 폭으로 된 미니병풍도 샀다
국화가 그려져 있는 아담한 가리개식 병풍을 골라 결재하고 나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리고 지방 쓰는 붓펜과 종이, 향도 주문했다
며칠 후에 택배로 온 제기들과 제수용품들을
거실 반닫이 안에 차곡차곡 넣었다.
오래전에 시어머님께 받은 스탠 밥그릇과 국그릇 세트도 닦아 넣고
시집올 때 친정어머니께서 챙겨주신
놋쇠 수저 세트도 챙겨 넣으니 어느 기품 있는 고택의
종가집 종부처럼 의연해지는듯 했다
남편에겐 지방 쓰는 법을 보고 붓펜으로 평소에 연습을 하라고 말했다
그리고 기제 때엔 알밤을 예쁘게 쳐야 한다고도 말했다.
남편은 기다렸다는 듯이 큰 소리로 그리 하겠다고 대답했다.
신기한 일이 생겼다
거실의 화분에서 몇 년째 잎만 무성하던 게발선인장 꽃이 화르르 피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 보니 초롱같은 꽃망울이 온 집안을 환히 비추어주었다.
세상이 변해가고 문화가 바뀌어가는 시대에 잘 살아가는 방법은
나름의 방식을 선택하여 실천에 옮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봄꽃이 저마다의 색깔과 모습으로 피어나고
가을 들국화가 구속감 없이 흐드러지듯
계절이란 큰 틀 속에서
자기만의 몸짓으로 꽃잎을 열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향기를 내뿜는 일이 아닐까?
아마도 시동생 내외도 아버님을 위해 뜨거운 기도를 할 것이라 믿는다
마치 내가 겪던 갈등처럼
줄기와의 규칙 속에서 수 백 번의 발돋움을 하다가
오롯이 피어난 우리 집 게발선인장꽃이
유난히도 붉다.
첫댓글 글 잘 읽었습니다.
여기서 제목 [개발선인장 꽃 피다]에서 개발과 게발에서 시선이 머무네요.
활자화 되기 전에 검색해 보시길 바랍니다.
네 감사합니다,
저도 게발선인장으로 알고 있었는데
좀 혼돈스러워 검색하니 개발선인장이라고 나오기에
개발선인장이라고 썼었습니다.
제 생각에도 게발을 닮았다고 게발선인장이라고 한다는
말이 맞는것 같아서
방금 수정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