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어가는 나무 잎사귀가 유난히 반짝거리는 햇빛 맑은 유월의 아침이다.
새봄을 반기던 그날은 가 버렸고, 벌써 유월의 중순을 지나고 있다.
살다 보면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어서 마음이 이랬다 저랬다 하거늘,
내 마음이 푸른 하늘을 떠도는 흰구름에 비유해도 될까마는...
며칠만 계속 사람을 만나면 혼자이고 싶고,
혼자서 사흘만 가면 또 어디 갈 곳을 찾아본다.
그 변덕스러움이 한 길로만 간다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때로는 뒷걸음질 치고 싶은 그런 날도 있다.
지금 생각하면, 우리 어린 시절에는 없는 것이 너무도 많았는데,
마음이 부푸른 풍선이었는지 그때는 그것이 부족한 줄을 몰랐다.
여중 1년, 처음 영화 단체관람이 빈소년 합창단이 나오는 <들징미>였다.
단축 수업으로 친구들과 버스를 타고 시내 극장가로 갔다.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것은,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헝가리 난민소년 토니를
다뉴브강 여객선 선장이었던 할아버지가 토니를 친손자처럼 먹여주고 재워주며,
토니와 함께 교회를 방문했다가 빈 소년합창단의 미사곡을 듣게 되고,
토니는 그 합창단에 들어가고 싶어 할아버지에게 이야기한다.
토니를 오디션을 보게 하려고 그와 함께 비엔나로 여행을 하고,
토니가 빈 소년 합창단이 되어 활동하는 모습인 것 같다.
하얀 세일러 복에 스쿨버스를 타고 들장미 노래를 합창하며,
측백나무가 울창한 숲 속 길로 달리는 그 장면을 아직까지 나는 기억한다.
'들장미'와 '보리수'등 빈소년합창단원들의 합창도 있은 것 같았지만,
자연과 어울린 생활과 노란색 미니스쿨버스를 탄 단원들의 모습이 무척 부러웠다.
요즘 이른 아침, 운동을 위해 아파트 단지를 한 바퀴 돌면서,
아파트 담장에 예쁘게 핀 넝쿨장미와 눈 맞춤 인사를 하고 옆 공원으로 간다.
나는 들장미 영화 속에서 본 넝쿨장미를 생각하게 되고
그것은 학창 시절이든 지금이든, 장미 피는 계절이면 언제나 그렇다.
넝쿨장미가 담장을 넘어 온 집이 있으면, 선망과 눈호강을 했었다.
곳곳에 빈터는 있었지만 공원이라고 일컬어지는 곳은 없었고
공원이라는 말 자체가 고급스럽고 먼 이국땅의 선진 문화로 생각되었다.
있었다한들, 시설물이 부서지고 떨어져 나가고 관리가 제대로 되었을지 의심스럽다.
오늘은 일요일 아침, 한 젊은 아빠가 한 손에 2인분 커피홀더를 들고
귀여운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공원을 지나 집으로 가는 모습이 생경스럽다.
어떤 아가씨는 이쁜 강아지의 목줄을 잡고 그냥 강아지 가는 곳으로 따라다니면서,
귀에는 이어폰이 끼어져 있어 음악을 듣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영화 들장미를 보고 엄청 부러워했던 오스트리아의 숲과 마을 풍경이
이제는 별 부럽지 않은 그런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다.
풋풋했던 시절은 기억 속에 있는데, 내 젊음은 멀리로 희미해져 간다.
느림의 미학으로, 오늘과 내일을 살아야 하는 마음을 곱게 다잡아 본다.
<저 밝은 햇빛은 온누리 비치니 우리는 항상 즐겁다.
내 비록 슬픔을 지녔을지라도 햇빛은 밝게 비치네.
오 나의 안식처 일세 햇빛은 지지 않으니
오늘도 날 위해 저 밝은 햇빛은 가득히 비치네>
- 영화, 들장미의 주제곡 가사 중에서 -
2026 . 6. 18.
첫댓글 학창 시절의 추억을 되새겨 쓴 글이군요.
저는 들장미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들장미 노래는 좋아합니다.
6월 중순인데 벌써 30도를 넘나드는 요즘의 날씨가
이번 여름 얼마나 더울까?...
미리 걱정하게 합니다.
ㅎㅎ 추억도 추억이지만요.
버스를 타고 통학을 하고,
처음으로 교복을 입고 넓은 세상으로 나온
철부지 어린 여학생이었지요.^^
학교에서 단체관람이란 영화를 보는,
첫 경험은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언제 저런 스쿨버스를 타고
통학 할 수 있을까 하는 시절입니다.
지금 아이들이 보면,
그 시절 얼마나 가난한 나라인지
상상도 못할 것입니다.^^
어릴 때 인상 깊게 본 영화는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잊히지 않죠.
저는 다섯살 무렵에 본 '벤허'의
장면들 중에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장면들이 여럿 있습니다.
벤허는 우리가 여고 때,
서울까지 와서 본 영화였지요.
시네마스코프 라나 뭐~라나.
대단히 큰 화면에 놀랐지요.^^
빈 소년 합창단의
노래는
언제나 들어도
마음이 맑아 지는 듯 합니다.
60여년전
학창시절
들장미와
보리수는 즐겨듣고
즐겨 부르던 곡이었습니다.
96년도에
오스트리아에
다녀 온이후
가 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아름다운 나라인것
같았습니다.
언젠가
시간되면
가고픈 곳입니다.
오스트리아의 경치는
너무 아름다웠어요.
어린 여학생의 눈에는
빈소년 합창단의 노래에 반하고,
똘망똘망한 파란 눈의 어린이들이
너무 귀엽고 자연환경이나 교육도
우리와는 달라 보였지요.
빈 소년 합창단은 1498년 창설되었습니다.
세계 3대 합창단 중 하나로 꼽힙니다.
영화 '들장미'는 1957년에 첫 상영이 된 것 같습니다.
저는 1959년에 중학교를 입학했지요.
중학교 다닐때 외국노래를 선교사를 통해 배웠죠. 그때 배운 노래는 평생을 가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도나 노비스 파쳄> 같은 노래죠..
6.25동란이후 고아들을 모아 만든 합창단이 선명회 합창단인데 제친구 외삼존이 단장겸 지휘자였고 본분은 목사였답니다. 우리가 어린시철 성탄절에 즐겨 부르던 탄일종이 땡땡땡. 그 노래를 작곡하신 분입니다. 그리고 찬송가 570장 <주는 나를 기르시는 목자> 도 이분 작곡으로 교회에서 자주 부르는 찬송이지요.
선명회 합창단의 활약도 컸습니다.
언덕저편님은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가난했지만 허리띠 졸라메고,
우리 부모님들은 많은 식구를 거느리고
자식들 공부에는 많은 열을 올렸지요.
그 결과 지금은 세계의 젊은이들이 부러워 하는
대한민국입니다.^^
들장미라는 영화를 본적은 없어도
콩꽃님 글을 통해 어렴풋이 느낌이 전해져 옵니다.
아름다운 오스트리아 숲 풍경이
얼마나 환상적이었을까요.
저는 오전에 산에 갔다 왔는데
어쩌면 그렇게 들꽃들이 다양하고 예쁜지
예전 어렷을 때 없었던 풍경들~
지금은 어딜가나 공원같고
영화에서나 봄직한 풍경들이 연출됩니다.
콩꽃님~
참 멋지게 나이들어 가시는 서정적인 정서가
고우십니다.
늘 행복하시길요^^
제라님의 댓글은 예나 지금이나
참 고맙습니다.
그 당시는 상급학교에 간다는 것이
동네에서는 면류관을 쓴 것과 다름이 없었지요.^^
구태어, 사복이 필요치 않았지요.
교복만 입으면, 으쓱 했습니다.^^
우리들 환경이 얼마나 잘 되어있는지,
요즘 사람들, '올챙이 적'을 잊은 것 같습니다.
너무나 환경 좋고, 이렇게 되기까지
우리 부모세대가 피나게 살아 온 결과를 모르는 것 같아서...
넝쿨장미와 아침운동을 할 공원이 어디 있었겠는지요.
매사에 감사할 뿐 입니다.^^
제라님, 건강하시고 자주자주 뵈어요.
5,6월이 오면 여기저기 담장에 예쁜 장미들이 많이 보이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아름다운 글 감사합니다
살기좋은 세상은
사람의 인심도 부드러운 세상입니다.
한 세상 살아간다는 것은
내가 가는 길이 더불어 가는 세상이겠지요.
꽃이 피는 세상은,
아름다운 세상을 다 함께 꾸며가는 세상이지요.^^
마음의 꽃밭에 초대된 듯
꽃향기처럼 향기로운 글입니다.
추억은 추억대로 아름답고
현실은 현실대로 아름다우니
인생의 진정한 향기는
마음밭에 있는 것 같습니다.
느낄 수 있는 마음!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마음의 향기가 느껴지는 글
잘 보고 갑니다.
우리들이 '마음 꽃밭'으로 살아간다면,
무엇을 더 바라겠습니까.
땀 흘리고 열심히 사는 세상을 살아왔다면,
지금은 여유로운 느낌과 정다운 마음으로
이웃과 함께 살아간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마음이 꽃밭 같은 세상이면,
남의 행복도 함께 빌지요.
삶의 지혜님, 댓글도 지혜롭게 쓰셨습니다.
꽃님..!
방긋..?
콩꽃님 이 학창시절에
영화를 보셧다니 콤도 아련히 생각나네유..!
초딩때 저하늘의 슬픔을 보앗고요
중딩때 007 위기일발을 보앗네요
고딩때 산드옵 뮤직...!
이영화에서 에델바이스 노랠 영어쌤이 가르쳐 주셧구요..!
잠깐 추억 소환 햇네유...!
기분 존 주말 데시옵소서...!
처음 뵙겠습니다.
처음으로 단체관람한 영화였기에
기억에 오래 남았습니다.
지금도 빈소년 합창단의 내한 공연을 보면,
매우 감명 깊을 음악회일 겁니다.
댓글에 오셔서 감사합니다.^^
방장님 사시는곳 정원이 참 아름다운것 같습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에도 장미터널이 있어 가끔 지나갑니다
얼때 배운 들장미 노래가 생각나 올려드립니다
~웬아이가 보았네 들에핀 장미화~
https://youtu.be/s_-hrFfW3NE?si=mENf-MPPpxCIb9CO
PLAY
그산님, 참 오랜만에 듣는 노래입니다.
초등 어린시절을 벗어나,
교복을 입게되고
통학을 하게되고
처음으로,
마을 바깥을 구경하던,
호기심과 사춘기의 추억 어린 시절입니다.
동요에서 벗어나는 시절에...
참 예쁜 노래였는데,
독일어 가사는 왜 그리 어려운지요^^
그산님, 감사합니다.
저 영화는 못 봤습니다.
그 시절 단체 관람 영화는
파계,벤허가 생각납니다.
이해를 못 하고 봤으니까
제가 많이 늦되었습니다.
맑은 수필 한 편 잘 읽었습니다.
지언님, 반갑네요.
요즘 수필방이 한산해졌습니다.
이럴 때,
글 한편 올라오면
엄청 반갑습니다.
다 같이,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며,
댓글이 오고 감은 좋은 소통이 이루어 지고
글의 소재를 떠 올리며,
자판을 두드리는 손가락의 움직임, 맞춤법등을 생각하며
여러가지로 노후의 정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우리가 새로 받아들여야 할 정보도 있지요.
지언님, 다녀가심에 감사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영화 '들장미'와 함께한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세월은 흘렀지만 그 시절의 순수한 마음과 풍경은 여전히 가슴속에 아름답게 피어 있는 것 같습니다.
따뜻한 추억을 나눠 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좋은 글 계속 기대하겠습니다.
단석님, 지나간 글에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랜 세월, 수필방 글을 놓치지 않고 보고 있으면
제 다름으로 여러가지를 느끼게 합니다.
사이버 세상이라 할지라도,
글에서 오는 분들의 정서와 품격을 보게 됩니다.
일일이 다 표현할 수는 없지만,
본문 글 만큼이나, 댓글과 답글에도 정성을 다하는 분들의 모습을 봅니다.
그래서,
수필방이 아름답게 이어져 가는데 일조를 하시는 분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놓지지 않습니다.^^
항상 건강한 모습으로 건필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