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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가 지속적으로 창출되는 열린 사회
요즘 우리는 위기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40여 년 만의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진단이 등장하는가 하면, 이보다 더 자극적인 퍼펙트 스톰이라는 용어도 회자된다. 여기에 더해 우리를 둘러싼 대외 환경도 그 어느 때보다 긴장도가 높아진 상황이다. 우리 사회의 세대 및 계층 간 갈등 역시 심화되고 있다. 그러나 상황의 심각성을 토로하는 것만으로는 작금의 어려운 국면을 헤쳐나갈 수 없다. 우리는 조금 냉정하고 차분하게 현재의 경제상황을 파악하고 바람직한 정책방향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생산성 높이려면 규제합리화와 노동시장 개혁 통해 민간 스스로 경쟁력 강화할 수 있어야 현재 세계경제의 가장 큰 이슈는 인플레이션과 이에 대응한 고금리 정책이다.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은 코로나 충격으로부터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한 이후에도 추가적인 대규모 부양정책이 지속된 것이 그 발단이다. 수요는 급속도로 팽창하는데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으로 공급 측면이 기대만큼 받쳐주지 못하면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설상가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발발한 것이다. 이에 미국 연준은 기준금리를 급격히 인상하고 있다. 그 결과 세계 금융시장은 불안한 상태에 놓이게 됐고, 실물경제 역시 상당히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타 선진국들에 비해 그 심각성은 다소 약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경기회복과 함께 인플레이션이 발생했고, 이에 대응한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이 진행 중이다. 이와 같은 최근의 경제상황은 공급 측면의 생산성을 개선하지 못한 상태에서 수요 측면만 자극해서는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경제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국가가 이를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기엔 우리 경제가 이미 고도화됐다. 이제는 민간 스스로 자신들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대신 정부는 국민 개개인의 창의력이 충분히 발현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우선 경제적사회적 장애요인 때문에 자신의 잠재력을 개발하지 못하는 상황을 줄여야 한다. 아울러 개인의 개발된 능력이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기득권의 벽에 가로막혀 구현되지 못하는 경우는 더욱 적극적으로 타파해 나가야 한다. 그렇게 국민 개개인이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기회를 찾을 수 있는 열린 사회를 만들어나갈 때 우리 경제 전반의 생산성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는 규제합리화와 노동시장 개혁을 이뤄낼 필요가 있다. 규제개혁이 경제사회의 발전속도를 따라가는 데 있어 정부 주도 개발정책의 레거시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버, 타다 사태와 같이 기술환경 변화에 대한 탄력적 적응을 제약하는 규제, 대형 소매업 영업규제와 같이 시장진입을 제한하는 규제 등이 그러한 예에 해당할 것이다. 이와 같은 규제들은 민간 스스로의 창의력이 발현될 기회를 제약할 뿐 아니라 급속히 변화하는 국제환경에 빠르게 적응할 공간을 제한하고 있다. 최근에는 규제의 비용과 편익을 과학적인 방식으로 평가하는 대신, 정치적 진영논리를 앞세우는 규제들이 확산되기도 했다. 이러한 비합리적 규제들은 노동시장에서 특히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주 52시간 근무제와 같은 경직적 근무시간제는 다양한 형태의 근로를 제약한다는 점에서 고용주뿐 아니라 노동자들의 기회도 제한하고 있다. 또한 경직적 임금체계인 호봉제는 생산성에 비해 낮은 임금을 받는 젊은 근로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하며, 고령 근로자의 은퇴연령을 연장하는 데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아울러 경직적 고용은 아직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좋은 직장을 찾지 못한 근로자들, 특히 젊은이들에게 제2의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 이는 공정한 기회의 제공이라는 측면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킨다. 노동시장이 경직적일수록 첫 직장이 평생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으며, 그럴수록 대학 입시가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은 사교육비 부담을 증가시켜 가계의 윤택한 소비생활을 제약하는 동시에 경제력의 대물림이라는 사회문제를 야기한다. 생산적 교육에 더 많은 복지재원 투입해 자신의 능력 개발할 기회 폭넓게 줘야 결국 모든 국민에게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제공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을 비롯한 우리 사회의 전반이 보다 유연해지고 적극적으로 열려 있어야 한다. 그러나 능력을 발휘할 기회뿐 아니라 스스로 능력을 개발할 기회 또한 보다 폭넓게 제공돼야 한다. 우선 형편이 어려운 유아 및 학생들의 생산적 교육에 복지정책 재원의 보다 많은 부분이 투입될 필요가 있다. 또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충만함에도 재원 부족으로 사업기회를 잃는 일이 없도록 신생 기업에 대한 과감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이처럼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고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공정하고 폭넓게 제공될 때 결과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이 높아질 것이다. 한편 공정한 기회의 제공은 사회적 이동성을 제고해 역동적인 사회를 구축하기 위한 필요조건이지만, 결코 충분조건일 수는 없다. 장애인, 고령층과 같이 원천적으로 기회를 활용하기 어렵거나 스스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가항력적 요인에 의해 성과를 창출하지 못하는 경우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적 약자층을 두텁게 배려해 함께 성장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사회를 통합하고 체제를 유지발전시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함께 잘 사는 사회는 모두의 이상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성장을 우선할 것이냐, 분배 혹은 복지를 우선할 것이냐의 오래된 논쟁이 존재한다. 우리는 이에 보다 실용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효율과 분배를 동시에 가로막고 있는 부분들을 우선적으로 찾아 개선하는 것이다. 보다 많은 사람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그들이 수용할 수 있는 공정한 경쟁시스템을 구축함과 동시에 성장유인을 저해하지 않는 복지정책을 우선적으로 확대해 나가다 보면, 어느새 함께 잘 사는 사회에 성큼 다가선 우리 사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우리를 둘러싼 외부환경은 매우 불안하다. 우리는 위기극복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는 와중에도 위기 이후 어떤 모습의 경제사회를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 실제 우리가 외환위기 때 다시는 유사한 위기를 겪지 않기 위해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견뎌낸 결과, 우리의 경제체질이 극단적인 외부 충격에도 버텨낼 정도로 강화됐다. 덕분에 대공황 이후 최대 위기라던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에서 우리 경제가 비교적 잘 이겨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번 위기극복 과정에서는 어떤 변화를 추구해야 할까? 이번 위기가 생산성 향상을 동반하지 않은 수요 자극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는 교훈을 줬다는 점에서, 향후에는 생산성을 지속적으로 제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변화의 핵심 의제가 돼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보다 많은 국민에게 보다 많은 기회가 제공될 수 있도록 우리 사회를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 구체적으로 규제합리화, 노동시장 유연화, 교육개혁 등을 들 수 있다. 물론 이들은 특정 이해집단의 저항을 초래할 수 있는 쉽지 않은 과제들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지난 반세기 동안 위기를 겪을 때마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우리 사회를 업그레이드했던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우리는 보다 생산적인 방향으로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데에 모두의 힘을 모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장2023년 01월호
코로나19 극복에 매달리던 전 세계가 일상적 경제활동으로 복귀하면서 만난 것은 커다란 위기를 극복한 후 가져야 하는 희망이 아니라 훨씬 복잡한 어려움이다. 코로나19 이전에도 기후위기, 인구, 저성장, 에너지, 양극화, 질병과 재난 등 국가적으로나 세계적으로나 풀어야 할 문제가 많았고 헤쳐나가야 할 길은 어지러웠다. 그러나 2023년을 시작하는 상황은 어려움을 넘어 고약해 보인다. 하나의 큰 시장으로 움직이던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의 세계는 멈추고 마치 판게아가 갈라져 이동해 대양을 사이에 두고 각 대륙으로 나눠진 것과 같이 경제판게아가 갈라지는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유불리는 모호하고 셈법은 복잡해졌다. 게다가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으로 에너지와 식량 문제가 덮치고 인플레이션, 환율, 이자율 등 금융까지 요동치고 있다. 때가 어려워지니 불안감과 두려움으로 많은 문제가 앞다퉈 한꺼번에 수면 위로 올라온다. 그야말로 모든 문제 시대다. 획기적인 고기술고생산성 산업구조로의 전환은 국가경쟁력 향상 위한 절체절명의 과제 이렇게 복잡한 문제들이 뒤엉켜 만들어낸 복합위기를 앞에 두고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1960년대 이후 석유파동, 냉전 붕괴,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저성장 뉴노멀 등 지금까지 여러 위기를 겪으면서도 지속적으로 성장을 이어온 우리는 알고 있다. 위기는 위기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위기는 기회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기본은 결국 탄탄한 국가경쟁력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국가경쟁력=인구생산성, 즉 인구가 만들어내는 생산성을 국가경쟁력으로 볼 수 있다. 감소하는 인구는 우리나라에 정해진 미래다. 이미 2021년 우리나라 총인구는 처음으로 감소해 2040년에 5천만 명 이하로 줄고 2070년에는 3,800만 명으로 현재의 73%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경제활동인구 상황은 더욱 나빠진다. 전체 인구에서 15~64세 경제활동인구 비중이 2020년 72%(약 3,700만 명)에서 2040년에 57%(약 2,800만 명), 2070년 46%(약 1,700만 명)가 되고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까지 늘어나는 구조적 난관이 예고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은 함수의 다른 변수인 생산성이다. 지금과 같은 수준의 국가경쟁력을 가지려면 생산성을 최소한 2040년에 1.8배, 2070년에 2.2배로 높여야 한다. 획기적인 고기술고생산성 산업구조로의 전환이 절체절명의 필수과제다. 생산성은 구조적이다. 우리나라의 생산성이 크게 증가한 것은 외환위기 이후다. 산업개발 시대에 만들어진 노동 투입 중심의 구조를 큰 사회적 희생을 대가로 치르면서 외부의 충격을 통해 바꿨다. 생산성 변화는 기존 산업의 혁신과 고생산성 신산업의 성장으로 이뤄졌다. 특히 기존 산업 중 제조업에서 기술 수준이 높은 부문에서 생산성 증가가 뚜렷했다. 신산업으로는 ICT산업의 성장이 생산성 증대에 크게 기여했다. 실질 GDP의 ICT 비중이 2000년 1분기 4.3%에서 2018년 4분기 11.7%로 확대됐고, 특히 GDP 대비 ICT 수출은 2000년 약 3.2% 수준에서 2018년 약 18.9%에 달했다. 기존 산업과 신산업 모두 고기술 산업이 생산성 증대와 경제발전에 주는 영향을 증명했다. 이후 2010년대 중반 정체 내지 감소세를 보이던 제조업 생산성이 최근 스마트제조 정책으로 증가세로 바뀌고 있다. 그러나 서비스산업은 2000년대 이후에도 여전히 저부가가치 구조에 고착돼 제조업과 비교하면 상대적 생산성이 실질적인 하향세에 있다. 제조업이든 서비스업이든 기존 산업 분야의 생산성 혁신을 꾀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중장기적 생산성의 획기적 증대는 과거 ICT산업의 역할에서 볼 수 있듯 새로운 첨단기술을 통해 고부가가치 산업의 진입과 성장을 끊임없이 촉진하는 일에 달려 있다. 이러한 방향을 만드는 첫걸음은 혁신인재들이 혁신 기술기업을 만들어 새로운 산업으로 키워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벤처붐은 20년에 한 번 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혁신의 활력을 불어넣도록 벤처붐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 혁신 첨단기술을 활용한 고생산성 신산업은 산업적 측면뿐 아니라 인구감소, 즉 경제활동인구 감소 대응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특히 지금의 20~30대가 2040년 경제활동의 중심축이 되는데, 이들에게 일할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한다면 다른 무엇보다도 그 결과가 치명적일 것이다. 고생산성 신산업을 일으키는 일은 새로운 교육을 받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갈 다음 세대에게 사회적 성장을 이루며 역량을 키울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동시에 충분하지 않은 혁신인재를 확보할 방법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벤처기업을 통해 세계로 나아가는 것도 필요한 일이지만, 해외에서 우리나라로 벤처사업을 하러 오도록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 보통 다른 나라로 유학을 가는 인재들은 역량 이 훌륭하고 성취 욕구가 크다. 먼저 우리나라로 유학 온 해외 우수인재들이 공부를 마치고 바로 귀국하기보다 우리나라에서 벤처사업을 하며 투자를 받아 자국으로 진출할 수 있게 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겠다. 혁신의 길을 터야 도태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다. 이에 더해 고생산성 산업으로의 전환은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던 인구군을 적극적으로 경제활동에 편입하는 전략이 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여성이 해당한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일하는 시간의 양에 큰 영향을 받는다. 고생산성 산업으로 체질을 개선해 적은 시간의 투입으로 더 많은 소득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 될 것이다. 특히 여성 일자리 비중이 높은 서비스산업을 변화하는 첨단기술산업과 결합해 고질적인 저부가가치에서 전향적으로 벗어나도록 함으로써 생산성 높은 좋은 일자리로 전환해 가야 한다. 서비스산업의 체질 개선은 고령인구군이 생산가능인구의 역할을 하게도 만들 것이다. 초고령화를 앞둔 우리나라로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다행히 청년층여성층고령층 중 많은 인구가 고등교육을 통해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활용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 드문 강점이다. 저출산고령화에 의한 인구문제에 대응하는 일은 더 이상 사회정책이 아니라 경제정책이다. 자유로운 연구개발 지원과 전략적 국가임무를 구분해 다루는 국가혁신시스템 필요 고생산성 혁신기업과 신산업을 키워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가장 큰 밑거름은 과학기술 혁신이다. 눈앞에서 경제판게아는 갈라지고 기후변화를 늦추려는 국제사회의 규범은 강력해지고 있다. 글로벌 경제사회 질서의 판이 바뀌고 있는 상황을 반영해 국가전략성을 포함한 과학기술 혁신을 중심으로 하는 국가혁신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이 시스템에서는 자유로운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보편적 혁신의 자유와 국민경제에 큰 영향을 주는 사안에 대한 전략적 국가임무를 이중화해 다뤄야 한다. 혁신성장을 넘어 전략성장을 꾀해야 한다. 지난 60여 년간 응축한 위기극복과 기회로의 전환 역량을 발판 삼아 과학기술 혁신을 넘어 국가혁신을 이뤄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이 글로벌 복합위기의 파고를 넘어 새로운 지평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문미옥 과학기술정책연구원장2023년 01월호
지금 우리는 글로벌 복합위기의 한가운데 서 있다. 2020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의 긴 그림자가 3년째 우리 주변을 떠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2월에 발생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해를 넘겨 계속되고 있다. 올해 글로벌 식량위기와 에너지위기의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반도체와 원자재 등 전략자산뿐만 아니라 일반 범용상품의 안정적인 공급도 여전히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후변화는 가속화하고, 미중 경쟁은 비전통적 영역뿐만 아니라 전통적 안보 영역에서도 전방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주요 강대국을 중심으로 자국 우선주의도 노골화하고 있다. 대외경제 상황은 불안정 속에서 큰 조정을 겪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지속돼 온 확장적 통화정책은 그동안 엄청난 과잉유동성을 발생시켰고, 코로나19 팬데믹과 공급망 불안으로 물가 수준이 빠르게 상승해 40년 만에 인플레이션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금리인상은 경기를 빠르게 하강시켜 취약국을 중심으로 경제위기의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취약계층에 더 큰 타격을 줘 분배구조를 악화시켰지만, 이를 타개하기 위한 정부의 재정은 허약해졌고 사람들은 지쳤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속되면서 식량에너지 위기 더 심각하게 전개될 수 있어 현재 상황을 좀 더 면밀하게 살펴보자. 먼저, 올해 세계경제는 2% 초반대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수치는 2021년 6.1%, 2022년의 3.1%(추정)보다 낮은 수준일 뿐만 아니라 2010년대 중반 세계경제의 평균 성장률 3% 중반대를 밑도는 수준이다. 한마디로 긴축과 파편화 속에서 코로나 이후 진행되던 경기회복이 다시 억눌린 형국이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경제에 미친 악영향뿐만 아니라 40년 만에 돌아온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응으로 주요 선진국이 펴고 있는 급격한 긴축적 통화정책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공급망 교란은 2021년 말에 최악의 수준에 이르렀으나 지금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원자재와 노동시장에서는 여전히 압박이 계속되고 있으나 운송과 생산 부문에서는 공급망 압력이 낮아지고 있다. 2021년 말 최고 수준에 비하면 최근의 공급망 압력은 반으로 낮아진 상황이다. 다만 전쟁으로 빠른 정상화가 늦춰진 측면이 여전히 회복을 더디게 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당초 예상과 달리 1년 넘게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수세로 몰리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지만 러시아의 경제상황이 심각하게 어려운 것은 아니고, 서방과 우크라이나는 입장은 서로 다르지만 러시아에 대한 전쟁 의지가 여전하다. 종전협상이 시작된다고 하더라도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것이다. 올해 세계는 식량위기가 더 심각하게 전개될 수 있다. 지난해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이 제약받았으나 협약에 따라서 어느 정도는 지속됐다. 올해는 우크라이나 곡창지대의 파종면적이 줄어듦에 따라 상당한 생산감축이 예상된다. 게다가 러시아산 비료 공급의 부족으로, 남미 등 다른 곡창지대에서의 비료 부족 문제가 적정 수준의 식량 공급을 제약하게 될 것이다. 에너지 부문에서 심각한 것은 천연가스 공급이다. 지난해 전쟁자금 확보 차원에서 제한적이나마 천연가스를 공급했던 러시아는 대체 공급지를 찾게 됨에 따라 유럽으로의 천연가스 공급을 재개할 이유가 별로 없어졌다. 비축 천연가스가 바닥날 유럽의 2023년은 2022년보다 훨씬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다. 첨단 전략자산에 대한 미국과 중국 간 갈등 구조는 계속 유지되고 오히려 더 강화될 것이다. 반도체 부문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겪는 어려움은 계속될 것이며, 적절한 소재와 장비 공급이 되지 않아서 시간이 지날수록 중국 또는 중국에 투자한 외국 기업들의 생산성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핵심광물 부문에서 중국의 장악력이 확고한 가운데 중국이 핵심광물 공급을 무기화하지는 않았으나, 올해는 공급망상의 교란이 있을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호주, 인도네시아, 캐나다, 남아공과 남미 일부 국가의 대체 가능성이 아직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EU는 각각 반도체, 배터리와 전기차 분야에서 자국 우선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비롯해 연이은 입법을 통해 대중 견제를 넘어서 자국으로 모든 첨단산업의 공정을 불러들이려는 미국 정부의 의도는 유럽, 일본과 우리나라의 반발을 사고 있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계속될 것이다. 유럽도 첨단 전략자산에서 포트리스 유럽(Fortress Europe)을 구축한다는 우려가 더욱 높아가고 있다. 디지털과 그린 분야에서도 대전환의 구조변동이 적지 않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디지털 무역 관련 규범 제정은 WTO에서 논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독립적인 디지털동반자협정과 함께 미국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다른 12개국과 함께 논의에 참여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등 미국이 자신의 의도를 솔직하게 드러낸 협정에서 어떠한 형태로 디지털 무역규범이 제정됐는지 파악해야 한다. 노동과 환경 이슈도 마찬가지로 미국의 선행 협정을 진지하게 참고해야 한다. 그린 분야에서 현재 가장 중요한 국제적 이슈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다. 최근 EU 집행위는 유럽의회와의 협의를 거쳐 2021년에 발표한 당초 안보다 더 나아간 새로운 CBAM을 발표했다. 전환기간이 올해 10월 시작되고 본격 시행은 그로부터 3~4년 뒤로 일정이 다소 늦춰졌지만, 대상 품목에 수소가 추가되고 일부 간접배출이 포함될 수 있다고 한다. 결국 명분은 어떠하든지 CBAM은 탄소관세의 역할을 함으로써 새로운 통상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다. EU 탄소국경조정제 등 해외동향 정밀하게 파악하고 규제개혁 통해 속도감 있게 디지털그린 전환 이뤄내야 한국경제가 이 상황을 견뎌내는 방법은 무엇인가. 글로벌 복합위기의 거센 파도에 정면으로 대항하기보다는 이를 타고 넘는 지혜를 가져야 할 것이다. 해외동향을 정밀하게 파악하고, 국내적으로 규제개혁을 통해 속도감 있게 디지털과 그린 전환을 이뤄내야 한다. 이를 통해 투자를 회복하고 일자리를 창출함과 동시에 디지털과 저탄소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경제안보를 강화해야 한다. 일부 국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벗어나기 위한 국제협력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보다 긴 안목을 가질 필요가 있다. 앞으로 2, 3년 후면 위기 국면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서 경기가 다시 살아날 것이다. 기업은 향후 도래할 기회를 잡기 위해 내실을 다져 신제품 개발과 상용화 작업을 미리 하는 하로동선(夏爐冬扇)의 지혜를 가져야 하고, 정부는 어려운 재정상황에서도 선별적 재정정책을 통해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미래에 투자해야 한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2023년 01월호
지난해 경제상황은 우리가 내심 기대했던 바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불확실한 측면이 많았지만 우리는 코로나19의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기치 못했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이 주도한 통화정책의 급속한 전환,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연이은 봉쇄조치, 격렬해지는 강대국들의 경제패권 다툼, 점증하는 신흥국들의 금융불안과 같은 변수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그 결과 2022년 경제는 전년보다 악화됐고 기대했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2023년 경제에 대한 기대도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IMF는 지난 10월 발표한 세계경제 전망에서 2023년 세계경제 성장률이 2.7%로 전년보다 낮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상당수 국가가 경기침체를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경제는 아직도 코로나19 팬데믹의 위협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성장세 둔화, 인플레이션 압력 지속, 불확실성 확대 등의 부정적 요인들이 지배할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 등 성장 시장 공략하며 중국 의존도 낮추는 등 경기침체기의 수출 전략 마련해 안정적 성장 모색해야 우리 경제에 대한 위기의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이미 지난 4분기부터 제조업과 수출 실적이 악화되기 시작했고, 고물가와 고금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우리 경제 성장의 발목을 붙잡을 것으로 보인다. 2023년 국내 경제는 수출과 투자가 부진하고 소비 증가세도 둔화되면서 1% 후반대의 성장률이 예상되고 있다. 제조업에서 자동차, 조선, 이차전지, 바이오헬스 등의 업종은 그나마 긍정적인 흐름이 기대되지만 반도체, 석유제품, 철강을 비롯한 여타 대다수 업종은 부정적 흐름이 예상된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경제환경의 불확실성이 미칠 영향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올해는 각 부문의 누적된 부채와 금리의 추가 상승이 우리 경제에 중요한 위험요인이 될 것이다. 주택가격이 급락할 경우 가계부채 문제가 단기적으로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대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회사채시장 불안과 자금시장 경색이 일부 나타난 바 있는데, 기업 도산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물가 및 외환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의 유지가 필요하지만, 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제적이고 종합적인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 또한 경기침체기의 수출 전략을 마련해 안정적인 성장을 모색해야 한다. 지난 2년 동안 수출의 획기적 증가가 우리 경제의 회복을 이끌어왔지만 올해는 수출이 감소해 경제성장에 부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동남아시아, 인도, 중동 등 성장하는 시장을 집중 공략하면서 중국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가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를 준비해 산업 대전환을 이뤄내야 한다. 당면한 위기극복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되, 세계경제를 근본적으로 바꿀 메가트렌드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 경제에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는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지고 신기술과 신산업이 세계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고 있다는 점,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감축의 중요성이 커지는 점,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소위 탈세계화가 진행되고 있는 점, 소비 행태와 노동 및 일자리 형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점, 기업들의 경제적사회적환경적 책임이 강조되고 있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세계사적 흐름은 우리만 직면한 문제는 아니다. 모든 국가에 공통으로 주어진 과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우리나라는 기존의 산업 질서, 즉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 친환경적이 아닌 탄소집약적, 그리고 중국 의존도가 높은 글로벌 가치사슬 구조하에 최적화된 국가 중 하나였다. 지금은 경제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그간 우리가 가졌던 경쟁우위의 많은 부분이 오히려 리스크로 전환되고 있다. 우리가 다른 어느 국가보다 산업 대전환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근본적인 변화의 흐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핵심기술 개발이나 신산업 육성, 인재양성 등이 미흡하고, 강대국 간의 갈등과 국제질서 변화로 경제안보가 매우 불안한 상황이다. 더욱이 저성장양극화와 함께 인구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생산성 정체로 인한 성장잠재력 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 산업 대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산업 특성에 맞는 맞춤형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첫째,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바이오 등 첨단전략산업은 현재 갖고 있는 초격차를 유지확대해야 한다. 이들 산업에 민간이 신속하고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국내 투자환경을 개선하고 기업 수요에 맞는 산업인재가 적기에 공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산업 대전환 위해선 민간의 신속과감한 투자 가능하게 하고 제품서비스 간 융합 촉진해 새로운 먹거리 산업 찾아야 둘째, 자동차, 조선, 철강, 석유화학, 섬유 등 주력산업은 탈탄소화를 위한 기술적 해법을 마련하면서 동시에 연관 산업 생태계가 전면적으로 신속하게 전환할 수 있는 해법이 필요하다. 전환 과정에서 중국 등 다른 나라에 경쟁력을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셋째, 새로운 먹거리 산업도 찾아야 한다. 순차적이고 분절적으로 이뤄지는 정부의 육성정책은 동시다발적이고 와해적으로 이뤄지는 혁신을 담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 유망기술을 선정하고 연구개발(RD) 투자에 집중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제품과 서비스 간의 결합과 융합을 촉진하는 데 좀 더 공을 들여야 한다. 정책당국은 긴 안목으로 대응의 기본 방향과 전략을 수립해 개별 사안에 대처해 나가야 한다. 사안에 따라서는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 있겠지만 가능한 한 폭넓게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내야 한다. 그래야만 충분한 추진력과 일관성을 갖고 장기간에 걸쳐 산업 대전환 전략을 실행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주현 산업연구원장2023년 01월호
2022년 고용통계를 살펴보면 우리 노동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에서 회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고용회복 추세가 나타난 2021년 2분기부터 2022년 11월까지 30만 명 이상의 취업자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다. 실업자 및 비경제활동인구 역시 2021년 초부터 꾸준히 감소하고 있고, 실업률은 2022년 매 분기 떨어져 3분기엔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2.5%를 기록했다. 비경제활동인구는 3분기 53만 명 감소하는 등 2022년 감소 폭이 더욱 커지는 추세가 나타나면서 비경제활동인구의 경제활동으로의 이행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노동시장 모니터링 강화하고, 위기 징후 포착되면 고용 유지촉진과 소득 유지 위한 단계별 정책 추진해야 그러나 2023년 노동시장 분위기는 어둡다. 최근 글로벌 고물가와 이에 대응하는 고금리 정책은 경제를 둔화시키고 있으며, 국가 간 전쟁과 코로나의 여파로 인한 국제 공급망 마비 또한 악영향을 미치면서 글로벌 경기침체는 어느새 우리 경제를 옥죄기 시작했다. 기획재정부의 2022년 12월 최근 경제동향에 따르면 정부는 물가, 내수, 수출 등에서 경기둔화의 징후를 지적한다. 11월 기준 7개월 연속 경기둔화, 9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2023년 1%대 중후반의 경제성장률 전망은 금융위기 상황이던 2009년 0.8%, 코로나 상황이던 2020년 -0.7%를 제외하면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최근 KDI와 한국노동연구원은 2023년 8만~9만 명의 연간 취업자 증가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1월 기준 63만 명의 취업자 증가 규모를 고려할 때, 이는 2023년 급격한 고용 악화가 발생할 가능성을 예견한다. 실물경제 상황이 본격적으로 노동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올해는 일자리 대책과 소득 유지를 위한 정책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다. 따라서 2023년 초 노동시장 동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위기 징후가 발생하면 고용 유지 및 촉진, 소득 유지를 위한 단계적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사전단계로 과거 추진된 일자리대책 중 효과가 큰 사업을 미리 선별해 두고, 1단계로 임시직일용직 등이 급감하거나 전체 취업자 증가 규모가 일정 기준 이하로 내려가면 앞서 준비해 둔 대책을 추진한다. 2단계로 일부 분야의 상시직 일자리 감소까지 발생하며 전체 취업자 증가 규모가 0에 가까워지는 경우 1단계 대책에 상시직 일자리 감소가 발생하는 분야의 충격요인을 완화하는 산업정책과 함께 일자리전환 촉진 지원대책을 추가한다. 마지막 3단계로, 대부분 분야 모든 고용형태에서 일자리가 감소해 전체 취업자 증가 규모가 감소 추세로 전환할 경우 1단계, 2단계 정책에 더해 경기사이클을 상승 주기로 바꾸는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경기부양 정책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혹자는 경기침체가 오는 이런 시기에 무슨 노동개혁을 추진하느냐고 비판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노동개혁은 중장기에 걸쳐 추진해 지속 가능한 경제와 사회를 구축하는 환경을 만드는 작업이기 때문에 미뤄뒀다가 추진할 성격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개혁의 내용이며, 이 개혁을 추진할 경우 국민이 어떤 성과의 혜택을 받을지가 명확히 보인다면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대선 당시 공약집을 통해 다양한 노동 이슈에 대해 어떤 정책을 추진할 것인지 밝혔다. 이 공약들은 새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 제시를 거쳐 노동시장 개혁이라는 큰 정책과제로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6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을 발표했고, 여기서 우선 추진과제로 제시된 근로시간 제도와 임금체계 개편이 노동개혁 과제 중 가장 먼저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월 12일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이하 연구회)는 근로시간 제도와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했다. 연구회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에 대해서는 일하는 방식의 다양성에 대응하는 근로시간 법제의 현대화를 위해 근로시간의 자율적인 선택권을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고, 임금체계는 격차 해소, 공정성 회복을 위한 개편을 제시했다. 세부 과제를 보면 근로시간 제도 개편에서는 노사의 연장근로시간 자율 선택, 근로일 및 출퇴근시간에 대한 근로자의 자율적 선택 확대, 충분한 휴식 보장을 위한 근로자의 건강 보호, 근로시간 기록과 관리체계 강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 및 다양한 휴가 사용 활성화, 근로시간 제도의 현대화 등을 제시했다. 임금체계 개편에서는 고령자 시대를 대비한 임금체계 개편, 관련 법제 정비, 중소기업과 해당 근로자에 대한 임금체계 구축 지원, 지역업종 차원의 임금체계 개편, 공정한 평가 및 보상 확산 지원, 포괄임금 등의 오남용 방지, 상생형 임금위원회 설치, 직무별 시장임금 정보 제공을 위한 시스템 구축 등이 언급됐다. 과거 부작용 타산지석 삼고 부문별 파급효과 등 세밀하게 분석해 개혁 추진할 필요 2023년은 이러한 세부 과제를 더욱 구체화해 그 내용을 만들고 추진하는 시작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전 정부가 주 52시간 상한제를 추진하면서 이 제도가 적용되면 큰 충격을 받는 근로시간 비례형 저소득 근로자를 고려하지 못한 점, 근로시간 측정이 어려워 특례에 포함돼 있던 부문(일례로 연구개발)을 주 52시간 상한제에 포함한 점, 새로운 제도에 적응할 시간을 충분히 설정하지 않고 임기 내에 마무리지으려 했던 점 등의 부작용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즉 이번 제안대로 연장근로를 자율적으로 노사가 결정할 수 있도록 했을 때 장시간 근로로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을 해칠 수 있는 부문 또는 직업이 없는지 그 파급효과를 세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임금체계 개편 또한 기업 직무별업종별 등 특성이 다양한 만큼 각각의 상황에 적합한 임금체계, 공정한 평가에 따른 임금체계 등에 대한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이를 통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풍부한 정보가 제공됐을 때 연구회가 제시한 내용을 적절하게 추진할 수 있다.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발생하느냐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오래 지속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으나 2023년은 노동시장 위기에 대비한 비상계획(contingency plan)을 만들어 대비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동시에 중장기 개혁의 구체적인 내용을 설계해 추진하는 시작점에서 세밀한 정책프로그램 구성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고용노동 분야의 장기적 정책 이슈는 결국 기술에 의한 노동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이다. 그러나 고용노동 정책만으로는 적절한 대응이 불가능하다. 고용노동 정책-경제산업 정책-과학기술정책-교육훈련 정책의 공조가 필요하다. 수년 동안 정부는 일자리정책에서 부처 간 협력하기보다 상호 견제해 정책패키지를 효율적으로 추진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변동성이 커진 경제와 사회의 대전환기를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부처 간 협력을 통한 패키지 정책 추진이 필수다. 그 중심에 경제부총리와 사회부총리가 국정을 이끌어가는 두 리더로서 공동의 목표를 갖고 경제와 사회 분야에 속한 여러 부처의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2023년은 윤석열 정부가 본격적으로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체적인 정책을 추진하는 해가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국민 눈높이 맞춤형 정책 추진이다. 정부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결국 우리 국민의 후생 향상이므로 국민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설정된 목표와 내용으로 정책이 추진되기를 희망한다.
김승택 한국노동연구원 원장직무대행2023년 01월호
경제와 복지의 선순환. 1998년 김대중 정부 들어서 생산적 복지라는 국정기조가 천명된 이후 역대 정부 대부분이 수용한 중요한 정책기조라 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의 비전 2030에서 이 용어가 좀 더 분명히 드러난 이후 이명박 정부의 능동적 복지에서도 복지와 경제의 선순환은 기본이 됐다. 박근혜 정부는 경제와 복지가 선순환하는 창조경제를 언급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조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경제와 복지, 고용의 선순환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물론 정부마다 복지와 경제의 선순환에 담은 정책의지와 비중, 무엇보다 구체적인 정책고리들이 다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하나의 정치적 수사(rhetoric)로 끝난 경우도 없지 않다. 복지경제의 선순환에 대한 이론적 논쟁 있지만 역사적으로 복지 확대가 성장과 동조한 사례 많아 한국 사회에서 복지와 경제의 선순환이 등장한 근본적인 배경에는, 1970년대부터 본격화된 고도 경제성장 시대에 일관되게 관철돼 온 선성장 후분배 논리에서 벗어나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복지에 정책적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동원한 복지정당성의 논리가 있었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복지도 확대하게 되면 이들이 서로 교호(交互)작용을 해 결국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이 논리는 정치권 차원에서 외면하기엔 너무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학술적 차원에서는 이 논리에 대한 의견이 첨예하게 갈린다. 특히 복지가 경제를 성장시키고, 다시 경제의 성장이 복지를 확대할 수 있는지는 이론적으로도, 실증적으로도 논쟁의 소재임이 틀림없다. 복지의 확대는 근로의욕을 떨어뜨리고, 조세부담으로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키며, 시장의 착란요인을 증대해 국가경제적으로 재정여력을 없애버리기 때문에 결국 경제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통적 주류경제학의 논리다. 다른 한편에서는 복지의 확대는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이고, 유효수요의 확대정책이며, 민간일자리 축소를 대신해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로서 유효할 뿐 아니라 인플레이션과 실업에 대한 자동안정화 장치의 기능도 있다고 주장한다. 제3의 길 등장 이후 2000년대에는 사회적 투자라는 말로 함축해 복지의 사회적경제적 의미를 나타내기도 했다. 실재 세계에서는 워낙 시공간의 스펙트럼이 커 한 가지로 결론이 나지 않는다. 복지국가가 시작된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사이 기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오일쇼크까지의 전 세계적인 황금성장기, 198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이후부터 2007~2008년 금융위기까지, 그로부터 현재까지. 이렇게 시기가 크게 네 단계로 나뉘는데 각 시기마다 특징이 다를 수밖에 없다. 피터 린더트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2004년 출간한 저서 『공공의 성장(Growing Public)』에서, 18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실로 100년이 넘는 장대한 기간 동안 주요 선진국의 사회지출이 지속적으로 확대돼 온 추이와 경제와의 관계를 분석하면서, 복지국가 정책이 1인당 GDP에 악영향을 주지 않은 국가의 경우 조세와 복지급여의 설계가 성장과 조화를 이루도록 조세 민주주의와 보편주의가 기여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2007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은행이나 OECD는 불평등의 축소, 빈곤층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성장을 이끈다고 결론 내리며 선진국에 재정확장 정책을 권유하기도 했다. 이탈리아 유럽대학연구소의 안톤 헤머릭 정치사회학 교수와 로빈 위그노 노엘 박사후연구원은 지난해 발간한 공동저서 『회복력 있는 EU 복지국가(Resilient Welfare State in the European Union)』에서 과거 금융위기 당시 과감한 재정정책을 쓰지 못해 불평등이 양산됐다는 자성이 코로나19 위기 때 서구 국가들이 유례없는 재정투여를 감행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역사적으로 그리고 선진국들의 경험에서 복지의 확대가 성장과 동조한 경우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경제와 복지의 선순환은 매우 중요한 정책기조임이 분명하다. 지난해 5월 발표한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서도 생산적 맞춤복지를 제시하면서 복지지출은 인적 투자로서 사회적 생산성을 높이고, 기회의 사다리를 놓는 방식이 돼야 하고, 이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 국민 삶의 질을 높이고 복지재원을 확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나갈 것임을 밝히고 있다. 이어 7월에 열린 2022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도 주요 분야별 재정투자 방향에서 복지투자 혁신 및 지출 효율화를 통한 복지-성장 선순환 전략을 언명하고, 복지투자 혁신, 성장 친화적 복지전략, 취약계층 맞춤형 지원, 새로운 복지수요 적극 대응, 지출구조 개혁 등을 구체적인 내용으로 제시하고 있다. 생산성혁신역량 높이는 방향으로 전 계층에 복지투자, 사회통합 통해 갈등비용 줄여 성장동력 만들어낼 것 사회서비스 부문을 주목하고 돌봄과 교육, 건강 부문에서 국민의 필요와 욕구에 걸맞은 양의 서비스가 양질로 공급될 수 있는 기반을 제대로 만들기만 해도 새로운 일자리와 그로 인한 유효수요 창출, GDP 증대 등 상당한 효과가 유발될 것임은 자명하다. 다만 이 일자리들이 저임금과 불안정한 일자리가 되지 않아야 매우 훌륭한 선순환 전략이 될 수 있다. 또한 여성의 양육과 부양이라는 돌봄부담을 줄여 이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적사회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다면, 고용률을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10~20%p 높일 수 있는 엄청난 경제성장의 기반이 된다. 초고령화 추이 속에서 고령층이 지금과 같은 저소득에 머물지 않고 노인 친화적 직종에서 적정 임금을 받고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도 선순환의 중요한 고리가 될 수 있다. 생산성을 제고하고 혁신역량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 계층에게 복지투자를 하는 것은 경제성장의 성과를 전 국민이 골고루 향유하는 사회통합의 길임과 동시에 갈등비용을 줄여 성장동력을 낳는 길이기도 하다. 린더트 교수는 빈곤층에 대한 지원이 도덕적 해이와 노동력 감소로 이어져 경제성장을 저해한다는 논리에 의거해 빈곤층 지원을 경계하는 로빈 후드의 역설(paradox of Robin Hood)을 언급하며 그러한 역설이 빈곤에 대한 지원이 절실한 국가에선 오히려 재정투여가 적고 그렇지 않은 선진국에선 더 많은 기이한 현상을 낳고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에서 강조하는, 약자에게 두텁게 지원하는 것이 선순환의 주요한 고리 중 하나로 작동할 것을 기대해 본다. 새 정부 5년 동안 복지와 경제가 선순환하기 위한 굳건한 토대가 만들어지길 바란다.
이태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2023년 01월호
세계경제는 여전히 한 치 앞을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불확실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종식되지 않고 변종 바이러스가 계속 생겨나고 있어 위드 코로나가 불가피한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언제 끝날지 모를 상황이다. 세계적인 식량 및 에너지 위기는 물론 글로벌 공급망 개선 지연 등에 대한 우려도 불식되지 않고 있다. 각국의 강력한 통화긴축에도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유럽경제는 위기로 내몰릴 상황에 처해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긴축발작(선진국의 긴축으로 신흥국의 통화주가 약세가 발생하는 현상) 등 신흥국 금융위기 가능성도 큰데, 중국경제마저 경착륙하게 되면 글로벌 경제위기의 재현은 불가피해진다. 특히 미중 패권경쟁 심화와 새로운 군비경쟁으로, 아테네와 스파르타 간 30년 전쟁 후 양국 모두 패망의 길을 걸은 상황과 같은 투키디데스 함정(Thucydides trap)에 미국과 중국이 빠지면, 세계는 경제뿐 아니라 안전보장 측면에서도 회복 불가능한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이처럼 세계경제는 아직도 코로나19 팬데믹, 전쟁, 인플레이션, 미중 패권경쟁 등에 대한 대가를 치르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올해 세계경제 전체로는 최악의 상황을 모면한다 하더라도 적어도 선진국과 개도국 중 일부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 중첩된 위기 속 방향성 잃어가는 한국경제, 저성장고물가 함께 나타나는 슬로플레이션 지속될 전망 국내 경제는 중첩된 위기로 방향성을 잃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대외 여건도 문제지만, 대내적으로도 현실화할 경우 위기로까지 번질 수 있는 각종 리스크 탓에 비관적인 전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의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이미 1%대 중후반대로 낮아진 상황으로 그나마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분간 산적한 대외 불확실성과 이로 인한 수출의 성장기여도 하락,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에 따른 경제주체들의 심리 악화와 내수 부진 등으로 경기 둔화세가 장기화되는 슬로플레이션(slowflation) 상황은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리스크도 매우 큰 상황이다. 국내 건설사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는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중소 금융사 및 중소벤처 기업을 중심으로 한 자금 조달 환경 역시 녹록지 않다. 특히 가계를 중심으로 한 민생 부문은 3고 현상과 함께 부동산 및 주식 등 자산시장 불안정, 가계부채 부실화, 실질임금 상승세 둔화 등으로 실질소득이 크게 낮아지면서 생활고가 가중되는 이른바 스크루플레이션(screwflation)이 지속될 것이다. 당연히 거시경제와 금융시스템 전반의 안정적인 운영과 취약계층에 대한 안전망 강화 등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지속돼야 하겠지만,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한 통화 및 금융 정책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재정정책도 이러한 딜레마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이 정도면 다행이라는 안도감으로 위안을 삼아서도 안 되고, 1%대로 떨어질 위기에 놓인 잠재성장률을 그대로 둘 수도 없는 일이다. 이럴 때일수록 위기극복을 위한 잠재력과 국가 역량을 모을 수 있는 리더십 발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우리 경제의 위기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를 포함한 모든 경제주체들의 과도한 위기의식에 따른 자기실현적 위기(self-fulfilling crisis)는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높은 신뢰를 바탕으로 위기극복 리더십을 제대로 작동시킴으로써 정부 및 공공 부문의 정책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게 해야만 정부 및 공공 부문과 민간이 원팀이 돼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동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늘 강조하는 것이지만 정부와 공공 부문은 현장 중심의 신속하고 합리적인 정책 의사결정과 실행 및 관리에 철저해야 하고, 민간 부문은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 긴요하다. 갈등관리 역시 매우 중대한 과제로, 실패하면 위기극복은커녕 국가 역량 결집조차 불가능해진다. 위기극복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양극화의 확대와 산업재해를 포함해 우리 사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각종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갈등관리 능력이 반드시 발휘돼야 한다. 공공은 현장 중심의 신속하고 합리적인 정책 실행관리가, 민간은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기 위한 노력이 긴요 국내 거시경제와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위해서는 중앙은행의 직간접적인 시장개입 등 비전통적인 방법을 포함한 모든 가용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만큼, 범부처 차원의 협력을 바탕으로 한 적극적인 정책 조합(policy mix)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국내 여건의 안정화 기반이 마련되면 위기극복과 성장 잠재력 확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시장 기회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별로 보면 놀라운 아시아(amazing Asia)로 칭송받는 동아시아 지역은 새로운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지역으로 부상하면서 급성장하고 있고, 중동 등 주요 산유국들은 막대한 오일머니로 산업화와 도시화 및 탈전통에너지화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계획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들 지역에 대한 상품 및 서비스 수출 기회는 밝아 보인다. 산업과 기술 측면에서도 충분한 기회를 만들 수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각국의 탄소제로 전략, 기업의 ESG 경영 확산은 친환경 에너지와 관련된 산업과 기술, 시장 확대를 촉진할 것이 분명하고, 소비자 입장에서 좋고 지구환경에도 좋은 소비(good for me the planet) 트렌드 정착에도 기여해 막대한 시장 기회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지금까지 중시돼 온 것처럼 규제 혁신, 혁신을 통한 주력산업의 세대교체, 노동의 유연성 확보, 인적자본의 고도화 등은 중장기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핵심 과제임과 동시에 단기적으로도 위기극복에 기여할 수 있는 정책 대안이라는 점 역시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허용석 현대경제연구원장2023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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