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일렁이는 바닷가에서 따끈한 커피 한 잔을 마신다. 바다와 커피의 어울림이 휴식의 가치를 한껏 높여준다. 이른 봄날의 여유를 만끽하러
바다와 커피의 도시, 강릉으로 떠난다. 이미 많이 알려져 북적이는 강릉항(안목해변) 카페거리 대신, 알음알음으로 호평을 얻고 있는 영진해변을
목적지로 삼는다. 느긋하고 고요한 봄날의 여유가 기다리는 곳, 영진해변에서 반나절 산책을 즐겨본다.
커피 한 잔 곁들인 봄날 해변의 여유
영진해변 풍경
이른 봄날, 영진해변 풍경
강릉 전역이 그러하겠지만 강릉의 해변에 카페가 점점 늘고 있다. 예전에는 강릉항 카페거리가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강릉의 여러 해변에서 카페를
찾아볼 수 있다. 카페가 밀집한 강릉항 카페거리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번잡하지 않고 조용한 해변의 카페를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후자의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 바로 사천진해변과 영진해변이다. 강릉항 카페거리가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대스타라면,
사천진해변과 영진해변은 마니아 팬을 확보한 인디 스타라고나 할까? 영진해변은 주문진항과 사천진항 사이에 위치한다. 사천진해변에서 주문진까지
이어지는 바우길 12코스가 지나는 곳이기도 하다. 영진해변에 서면 한쪽으로는 고요한 영진항이, 다른 한쪽으로는 번화한 주문진항이 내다보인다.
영진해변은 백사장이 넓고 깨끗하며 물빛이 곱다. 맑은 봄 햇살이 떨어지는 날에는 물빛이 더욱 영롱하다. 수심이 얕고 물이 깨끗해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따스한 햇볕을 쬐며 사부작사부작 걷기 좋다. 보드라운 모래와 부드러운 봄빛이 마음을 간질인다. 사람도 많지 않으니 봄날 여유로운
산책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아직은 차가운 기운이 간혹 느껴지는 봄날 바다 산책에 따스한 커피 한 잔을 더해본다.
모던한 2층 건물의 ‘카페 브라질’
카페 브라질 내부와 야외 테라스
바다가 훤히 내다보이는 통유리창이 매력적이다.
평화로운 어촌 마을의 모습을 간직한 영진해변에는 카페가 많지는 않다. 하지만 강릉 커피의 역사를 품은 특별한 곳이기도 하다. 강릉이 커피
도시로 자리매김하는 데 일조한 양대 선구자이자 지금도 강릉 커피의 양대 산맥 중 한 축으로 손꼽히는 '보헤미안'이 영진해변 인근의 작은 언덕
위에 자리한다. 해변에서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면 커피의 장인으로 불리는 박이추 선생이 운영하는 보헤미안에서 풍미 좋은 커피를 맛볼 수
있다.
한편, 영진해변 바로 앞에는 2008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카페 브라질’이 있다. 모던한 느낌의 2층 건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초창기에는 단층짜리 옛 가옥을 리모델링해 카페로 운영했다. 매일 신선한 원두를 로스팅해 질 좋은 커피를 제공하면서 입소문을 탔다. 그리고
2013년 가을, 지금 같은 세련된 2층 건물로 변신했다. 1층과 2층 모두 통유리창이 설치되어 있어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1층에는 넓은
야외 테라스도 마련돼 있다.
1층 실내로 들어가 커피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사이, 벽 한쪽에 적혀 있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커피는
악마와 같이 검고 지옥과 같이 뜨거우며, 천사와 같이 순수하고 사랑처럼 달콤하다.” 손에 든 커피를 뜨겁고 달콤하게 한 모금 삼켜본다. 카페
브라질의 주인공은 커피만이 아니다. 시원한 바다 전망이 공동 주연이다. 1층도 그러하지만 2층에 올라서면 키 큰 통유리 너머로 탁 트인 바다
풍광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해변을 거닐며 지척에서 바라보는 바다도 아름답지만, 한 발짝 떨어진 높은 공간에서 내려다보는 바다도 황홀하다.
따듯한 커피를 홀짝거리며 눈이 시리도록 바다를 감상한다. 이만한 눈 호강이 또 어디 있을까 싶다.
영진해변에서 만나는 오징어빵과 수제버거
영진해변에 자리한 ‘마시와 오징어빵’ 가게
진짜 오징어가 들어가는 앙증맞은 오징어빵
커피 한 잔으로 아쉽다면, 영진해변에 자리한 ‘마시와 오징어빵’ 가게를 찾아가보자. 카페 브라질에서 나와 조금 걸어가면 ‘오징어빵’이라는
글자가 크게 달린 작은 2층 건물이 보인다. 오징어로 유명한 주문진의 특색을 살린 명물 빵을 선보이는 가게다. 오징어빵이라는 단어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오징어빵은 도대체 어떤 맛일까? 크기는 손바닥 안에 쏙 들어오는 정도로 앙증맞다. 작지만 지느러미부터 눈과 다리까지 오징어의 모든
것을 갖췄다. 단순히 겉모양만이 아니다. 안에는 실제 주문진산 오징어가 들어가 있다. 팥앙금을 넣은 빵맛이 ‘거기서 거기겠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오징어와 빵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는 선입견도 버리자. 오징어와 빵이 제법 조화로운 맛을 만들어낸다. 오징어분말과 오징어추출물뿐
아니라 실제 오징어도 들어간다. 한입 베물면 고소한 오징어와 달콤한 빵맛이 동시에 번져간다. 묘한 이끌림에 한 개, 두 개 자꾸 손이 간다.
2층은 카페로 꾸며 바다를 내다보며 오징어빵과 커피나 차를 곁들일 수 있다. 오징어빵에 나만의 그림을 그려 넣는 오징어빵 체험도
진행한다.
바다를 내다보며 맛보는 푸짐한 수제버거
‘위니버거’ 2층 전망
이 바다를 두고 떠나기에 아직도 미련이 남는다면 식사까지 해결하고 가자. 요즘 카페만큼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수제버거 전문점이 영진해변에도
있다. 마시와 오징어빵 가게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주문진 방향으로 도보 2분 거리에 ‘위니버거’가 있다. 번잡하지 않은 분위기에서 푸짐한
수제버거를 맛볼 수 있어 강릉 현지인들도 많이 찾는다.
두툼한 패티와 신선한 채소로 맛을 내는 가장 기본적인 위니버거, 햄버거 빵 대신
도넛번으로 만드는 독특한 스위트 파인 버거를 비롯해 곤졸라버거, 나초칩 치즈버거, 위니 케이준 버거, 바비큐 에그버거 등 10여 가지가 넘는
버거를 선보인다. 그중 마늘와인소스로 풍미를 살린 위니갈릭와인버거와 모차렐라 치즈가 폭포처럼 흘러내리는 모차렐라 치즈버거가 인기다. 치즈의
느끼함이 부담스럽다면 매콤한 맛이 가미되는 핫 칠리 모차렐라 버거를 선택해도 된다. 취향에 따라 모차렐라 치즈나 파인애플, 패티, 달걀,
할라피뇨 등 토핑을 추가할 수 있다.
위니버거는 주문과 조리가 이뤄지는 작은 1층 공간과 막힘없는 바다 전망이 펼쳐지는 널찍한 2층
공간으로 구성된다. 커다란 창밖으로 바다를 내다보며 버거를 즐기니 그 맛이 배가된다. 봄볕 따사로운 날, 야외 테라스에 앉아 간지러운 바닷바람과
나지막이 들려오는 파도소리를 벗 삼아 쉬어가도 좋다.
여행정보
영진해변
주소 :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영진리 72-2
문의 :
033-660-3682
1.주변 음식점
카페 브라질 : 커피, 디저트 / 강릉시 연곡면 해안로 1439 /
033-662-1259
마시와 오징어빵 : 오징어빵 / 강릉시 연곡면 해안로 1445-1 /
033-661-4311
위니버거 : 수제버거 / 강릉시 연곡면 해안로 1459 /
033-662-0733
2.숙소
노멤버펜션 : 강릉시 연곡면 영진4길
16-2 / 033-662-6642
사천애펜션 : 강릉시 사천면 해안로
1052 / 033-643-7058
경복궁펜션(한옥스테이) : 강릉시 주문진읍 주문진서당길 33 /
033-661-00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