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여행은 낭만여행이다. ‘쉬이익’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내며 총알처럼 달려 나가는 KTX가 철도교통의 대세로 자리했지만, 30대 이상의 세대에게는 아직도 터거덕 터거덕 소리를 내며 도시 뒷골목의 낯선 풍경을 지나 들녘을 가로 지르고 강을 건너던 디젤기관차에 대한 아스라한 추억이 남아 있다.
서울에서 출발해 중부내륙 순환구간(제천~단양~풍기~봉화~태백~정선~영월~제천)을 한 바퀴 돌고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중부내륙 관광열차는 조금 더 젊었던 시절에 느꼈던 기차여행의 낭만을 다시금 접할 수 있는 추억여행이 되고, 느림의 미학을 오롯이 경험할 수 있는 낭만여행이 된다.
사람들은 갖고 있지 않은 것, 쉽게 접할 수 없는 것에 동경을 느낀다. 자가용이 흔치 않던 시절에는 풍경이 좋은 도로를 달리는 드라이브가 낭만과 동경의 대상이었다면, 집집마다 차가 있고 막히는 길에 지친 지금은 드라이브보다는 편안한 기차여행이 감성을 자극하는 동경의 대상이 된다. 창 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을 무심히 바라보다가 삶은 계란과 도시락을 먹으며 도란도란 얘기를 하기도 하고, 이도 저도 지루해지면 책을 읽거나 눈을 한숨 붙일 수 있는 한가로움이 기차 속에 있다. 경쟁하듯 달려 목적지에 이르고 또 다시 그렇게 달려 돌아오는 여행이 아니라, 가고 오는 과정까지 즐길 수 있는 여행이 바로 기차여행의 즐거움이다.
코레일에서 세계적인 관광전용열차를 표방하며 내놓은 중부내륙 관광열차 중 중부내륙 순환열차의 이름은 오트레인(O-train), 순환구간 중 풍경이 아름다운 협곡구간만 별도로 운영하는 백두대간 협곡열차의 이름은 브이트레인(V-train)이다. 2013년 4월 12일(금)부터 정식으로 운영될 예정인 이 관광전용열차에 먼저 타보는 시승기회를 얻었다.
중부내륙 순환열차, 오트레인(O-train)
오트레인(O-train)은 서울역에서 아침 7시45분 출발해 청량리역을 거쳐 제천까지 160.5km를 2시간 남짓 이동한 후, 제천에서 영월, 정선, 태백, 봉화, 영주, 단양을 거쳐 다시 제천, 또는 단양, 영주, 봉화, 태백, 정선, 영월을 거쳐 다시 제천에 이르는 257.2km의 순환구간을 4시간50분에 걸쳐 달린다.
서울에서 8량으로 출발한 순환열차는 제천에서 각각 4량식 2대의 오트레인으로 나뉘어 반대 방향으로 하루 2차례 순환하기 때문에 중간 정차 역에서 내려 인근 지역의 관광명소를 둘러본 후 후속 열차를 이용해 다시 출발지점으로 돌아올 수 있다.
태백역을 기준으로 한다면 첫 번째 열차는 영월, 민둥산, 고한, 추전을 거쳐 태백역에 오전 11시51분에 도착하고, 두 번째 열차는 같은 역을 거쳐 오후 4시52분에 도착해 4시54분에 태백역을 출발한다. 태백에서 대략 5시간 정도를 머무를 수 있는데, 이 정도면 태백산 등산도 가능한 시간이다. 두 번째 열차는 순환구간의 가보지 않은 역들을 돌아 밤 10시쯤 서울역에 도착한다.
풍기역을 기준으로 한다면 첫 번째 열차는 단양을 거쳐 풍기역에 오전 10시37분에 도착하고, 두 번째 열차는 오후 3시41분에 도착해 3시42분에 풍기역을 출발한다. 역시 5시간 정도 여유가 있는데 이 시간 동안 소수서원, 선비촌, 부석사 등의 관광명소를 돌아볼 수 있다.

오트레인은 일본이나 유럽의 특급관광열차처럼 모든 객실이 목조 느낌이 나도록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으며 커플룸(4석), 패밀리룸(4석), 가족석(48석), 휠체어석(7석)을 포함해 총 205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카페, 유아 놀이공간, 카페, 전망석, 휴대폰 충전을 위한 콘센트 등의 편의시설도 갖춰져 있으며, 열차 앞에 달린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을 내부에서 모니터를 통해 볼 수 있는 것도 특이한 점이다.
정차하는 역은 제천, 영월, 민둥산, 고한, 추전, 태백, 철암, 승부, 분천, 춘양, 봉화, 영주, 단양 등 모두 14개 역으로 영월, 철암, 분천, 단양역에는 각각 4대씩의 차량을 배치해 저렴하게 대여해 주는 카셰어링이 운영된다.
<이용요금>
◎ 서울~제천(18,900원), 제천~제천(27,700원), 서울~순환~서울(62,900원)
◎ 1일권(54,700원), 2일권(66,100원), 3일권(77,500원), 5일권(100,300원), 7일권(123,100원)
※ 노인 및 청소년은 위 금액에서 30% 할인, 어린이는 50% 할인, 5일권과 7일권은 7월1일 이후 판매
백두대간 협곡열차, 브이트레인(V-train)
브이트레인(V-train)은 중부내륙 깊숙한 오지에 자리한 백두대간의 협곡을 달리는 관광전용열차다. 운행구간은 태백시 철암역과 봉화군 분천역 사이의 27.7km로, 하늘도 3평 꽃밭도 3평이라는 승부역, 우리나라 최초의 민자역사이자 가장 작은 역인 양원역 등을 포함하고 있다. 소요시간 1시간 남짓.
기관차는 흰색 바탕에 검은색 줄무늬를 넣어 옛날 백두대간을 호령했을 백호(하얀 호랑이)를 연상시킨다. 짙은 레드와인 색의 객차는 천정을 제외하고 최대한 많은 부분을 유리로 처리해 시야가 넓고, 개방형 창문이라 창을 열고 숲과 협곡의 청정한 공기를 접할 수 있다. 브이트레인의 또 다른 매력은 ‘복고’다. 열차의 내부는 옛 비둘기호를 연상시키는 의자와 접이식 승강문, 친환경 목탄 난로, 천정의 선풍기, 백열전구 등 곳곳에서 추억을 되살릴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난방을 위해 설치된 목탄 난로에 고구마, 감자, 오징어 등을 구워 먹을 수도 있다.


첫 열차는 오전 8시50분 분천역을 출발해 철암역에 10시에 도착하고, 이후 철암역과 분천역 사이를 하루 3차례 왕복하는데, 마지막 열차는 철암역에서 오후 4시30분에 출발해 오후 5시 33분에 분천역에 도착한다. 브이트레인 구간 중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히는 분천에서 석포 사이는 시속 30km로 천천히 이동하며 백두대간의 비경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열차가 정기적으로 운행되므로 정차하는 역 인근의 아름다운 풍광을 천천히 둘러본 후 후속 열차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용요금> 편도 8,400원
<브이트레인 정차역 별 트레킹 연계 코스>
◎ 수채화길 : 양원역~구암사~무주암, 2.3km 1시간 소요
◎ 가호가는 길 : 양원역~비동임시승강장, 2.2km 1시간 소요
◎ 고요숲길 : 승부역~비동임시승강장, 6.8km, 3시간 소요
◎ 낙동강 비경길 : 승부역~양원역, 5.6km 2시간 소요, 6월 개통
[열차여행 TIP] 칙칙폭폭 → 터거덕 터거덕 → 쉬이익
우리는 기차가 칙칙폭폭 칙칙폭폭 소리를 내려 달린다고 생각한다. 칙칙폭폭은 증기기관차 내는 소리에 기반한 의성어다. 우리나라의 증기기관차는 1967년 퇴역했다. 이후에는 경유나 중유를 쓰는 디젤기관차가 운행되었다. 디젤기관차에서는 칙칙폭폭 대신 철로의 이음새 부분을 바퀴가 지나갈 때 나는 터거덕 터거덕 소리뿐이다. KTX는 또 달라졌다. 기술이 좋아지면서 철로가 길어져 터거덕 터거덕 대신 쉬이익 하고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낸다. 시속 300km로 달리는 빠른 세상이 도래했지만, 그래도 우리는 가끔씩 ‘터거덕’이 그립다. 그리고 여전히 우리의 마음 속의 기차는 칙칙폭폭 소리를 내며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