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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촌초등학교 34회 동창회
 
 
 
카페 게시글
자유 게시판 스크랩 미역국에 관한 단상
hope 추천 0 조회 53 14.04.30 18:37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지난 화요일  꼭 일주 전 22일 밤 자정도 막 지나는 시간의 일 

 

냉동실에 들어있던 불린 미역을 꺼내 해동시킬 겨를도 없이 뭉치 그대로

소고기 한덩이도 꽝꽝 얼어있는 채 냄비에 넣고 물을 확 부어 끓인다.

미역을 참기름에 달달 볶는일도 다 제쳐놓고

그냥 미역국을 끓이는 것이다.

끓이는 내가 생각해도 알량하고 정성도 안 들어가  이게 말이 미역국이지 미역국 맛이 날려나

우려 되는데 

아무도 기척 없음에 공연히 슬퍼지려고도 하고 부아가 나려고도 하고

아무튼 심사가 뒤뒤틀린다.

즈이들 생일 빼먹었다고 죄다 삐친거야 뭐야.

 

죄없는 가스불만 들볶다가 누구라고 지칭할 것도 없이 거실쪽으로 목을 빼고

<낼이 무슨 날인지 아는 사람?> 허공에 소릴 질러대나 나는 이미 맥빠졌음.

큰놈 혜영이 침대에 들어누웠다가 열린 문틈으로 빼꼼히 얼굴 내밀고

<엄마 생일!> 낼름 한마디 한다.

<어 그래? 그래도 엄마 생일 인 줄 아는 놈도 있긴 있네.> 슬몃 맞장구를 치고는

파란 불꽃으로 냄비를 달구는 가스불 앞에 서서 쿡 혼자 웃는다.

좀 게면쩍기도하고 우습기도 하고..

 

서방님 생일 애들 생일 몽땅 잊어먹고 그냥 지나치던 나.

마누라의 자리

엄마의 자리를 순간 지키지도 못했으면서

낼 아침 4월 23일이 본인 생일이라고 미역국을 끓이자니 혼자도 어처구니 없어 실실 웃을수 밖에.

애린과 소영은 잠이 들었는지 그야말로 기척도 없다.

나도 내 생일에 미역국 내 손으로 끓이지 않게 그냥 잊어먹고 지나갔으면 딱 좋겠는데

이게 이게 병남씨 때문에 쉽지 않다.

 

친구인 내 생일을 달력장에 동그라미라도 그려놓고 있는지

여지없이 지난주부터 전화해서 다음주에 같이 밥먹자. 하고

어제도 전화해서 한다는 말이 23일에 같이 밥을 먹자니 도통 잊고 지나치게 놔 두질 않는다.

나도 아직까지 양심은 살아 있어서 남편 자식새끼 생일날에 미역국도 못 끓였다는 자책으로

편치 않은게 당연지사인데 말이다.

그러다가 또 아니 내가 뭐 죄진 것도 아니고 내가 왜 이래야 돼.

이거 끓여 논들 나혼자 먹을 것도 아니고 보나마나 나는 아침은 거를 것이고

나를 제외한 식구들이 먹을게 뻔한데.

빳빳이 고개를 들고

미여국 간 보랴 소금치랴 달구랴 혼자 부산하다.ㅋㅋ

 

날 낳아주신 어머니께

미역국을 끓여 정성으로 아침상을 올려드림이 마땅하거늘

불효인 딸년은 저혼자 생일 맞자고

청승맞게 미역국을 끓이고 있다. ㅠㅠ

........................

 

 

다음날

친구의 생일이라고 병남씨가 챙겨주는 점심을 거하게 잘 먹고

엄마께 가지도 못해 미안하고 죄송한 맘에 

어머니께 전화해 이런저런 얘기 나누며 미적거리다

<엄마 밥 사드릴께 우리 신촌서 만날까?

多多에 가서 밥먹읍시다.> 했더니

울 어머니

< 참 얘, 니 생일이 요맘때인데 지나갔냐 어찌된거냐?> 하시기에

<히잉~ 오늘이 바로 엄마가 날 낳아주신 날이여용!>

<그래? 날도 잊어 먹었다. 이젠 다 살았어.

아무것도 생각이 안난다니깐. 그럼 미역국은 먹었냐?> 하십니다.

<응, 엄마 어젯밤에 내가 미역국 끓였지~> 했더니 울어머니 댓바람에 쩌렁쩌렁

전화통 너머에서 불호령이 떨어집니다.

홧팅2

<아니 적기나 해?

딸년이 셋씩이나 되는게 다 뭣들하고 자빠져서 지 에미 생일에

미역국 하나를 못 끓이고 니 손으로 미역국을 끓여먹게 해. 돼 먹길!>

말릴새도 없이 역정을 막 내십니다.

급한 맘에 난 엄마가 옆에 계신것마냥 손을 휘휘 내 저으며

<아이구, 엄마 그게 아니구. 애들이 저녁을 밖에서 먹자구 해서 그러라 그러구. 국도 없길래 그냥 끓였어요~>

< 으응, 난 또 그것들이 제 에미 생일도 모르고 다 그냥 지나가나 허구.~>

그제서야 역정을 푸십니다.

에구에구 울 엄마 못말려! 증말 못말려!

아이구, 딸년인 나 보다 손녀 딸년들이 훨 낫다고 흠마흠마 하실때는 언제고 고렇게 역정을 내신댜 그래???ㅎㅎ

미우니 고우니 해도 고런땐 그래도 당신속으로 낳은 새끼가 우선인가 봅니다여~

울 엄마 최고!!

조여사 최고!하트3

.................................

 

 

미역국이란게 그게 참 그렇다.

예전에 없어 못먹고 헐벗던 시절에야 미역 한닢도 귀 할때도 있어

출산 출생과 생일을 기리는 대표 음식이었지만

요즘이야 쌔고 널린게 미역이고

미역이 질좋은 단백질과 비타민, 철분, 칼슘, 엽산 인 알긴산...등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고 과학적인 근거를 들어 

누구나 건강식재료로 언제 어느때나 먹을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출산후 산모의 영양 건강식으로 아이출생과 맞물린 이미지 

미역국 하면 생일이 떠오르고

생일해도 미역국이 떠오르는 고로  

사실상 먹어도 그만 안먹어도 그만인데 그 상관관계를 쉽게 벗어날수 없어

지금도 너 나 할것 없이 생일에 미역국이 빠지면 서운하단다...ㅋ 

 

 

 

 

2014.4.29 화

연욱

 

 

 

 

 

I Want Some Lovin - Louis Prima

늘편한자리님 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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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4.04.30 21:23

    첫댓글 ㅋㅋㅋ그러네 생일날의 표정이그려지네
    ㅎㅎ그래도 생일엔미역국을 먹어야 인덕이 있다나 ~~~~~
    애들 빠뜨리지않고 끓여 주던때가 ~~~~`
    이젠나도 모른다 애들생일 ~
    전화해서 미역국끓였니 엄마지나갔잖어 이런 인런 ~~~~~ㅎㅎㅎ
    다시한번축하해 생일 건강하고 늘좋은날들
    울나이에 뭐가그리좋겠냐 건강하면잘살고 있는거지 그치 연욱아
    보고싶다 ~~

  • 14.05.01 09:04

    생일 미역국은 낳아주신 분께 대접해 드려야 하는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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