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내면이 만들어낸 행복

이번에 소개해볼 네 번째 인생책은 '빨간머리 앤' 이다. 새로운 가족을 찾은 낙천적인 고아소녀 '앤 셜리'가 주인공인 이 책은, 보는 사람을 저절로 행복하게 만든다.  나이가 들어 부쩍 일이 힘들어진 매슈와 마릴라는 자신들의 힘든 일을 도와줄 남자아이를 입양하기로 한다. 이웃인 린드부인의 충고도 무시하고 매슈는 자신이 데려올 남자아이를 맞으러 기차역으로 나간다. 하지만 역에는 주근깨 투성이 얼굴에 초록색 눈을 가지고 기다란 빨간머리를 두갈래로 땋아내린 여자아이 하나 밖에 없었고 여자아이와 대화를 나누어본 매슈는 고아원장의 실수로 남자아이 대신 여자아이가 오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된다. 소극적인 성격의 매슈는 행복에 젖어있는 여자아이를 보고 자신이 원했던 것은 남자아이라고 말할 수가 없어 같이 타고 온 마차를 타고 자신의 초록지붕 집으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곧 그 여자아이가 밝고 수다스런 성격이라는 것을 알게되고 좋아하게 된다. 초록지붕 집으로 돌아오자 마릴라는 왜 남자아이를 데려오지 않았냐고 묻고 곧 여자아이는 모든 것을 알게된다. 아이가 울자, 마릴라는 걱정하지 말라며 위로해준 뒤, 여자아이에게 이름을 묻고 식사를 준비해준 뒤 잠자리를 내준다. 앤이라고 답한 여자아이는, 우울해하며 밥도 얼마먹지 않고 쓸쓸히 잠자리에 든다. 그날 밤 매슈는 앤을 데리고 있고 싶다 말하고 앤은 그렇게 초록지붕 집의 일원이 된다.  앤은 초록지붕 집에 살게 되면서 제비꽃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염색약을 잘못 사서 머리를 초록빛으로 물들이는 등 엉뚱한 면도 있지만, 자신의 외모를 놀린 사람은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 홍당무라고 놀린 길버트의 머리를 석판으로 내리치고 선생님께 혼나자 한 동안 집에서 공부하며 지낸 일은 '빨간머리 앤' 하면 떠오를 만큼 유명한 이야기 이다.이 책은 이렇게 앤이 저지른 여러가지 에피소드로 구성이 되어있는데 내가 가장 재미있게 본 이야기를 하나 꼽아서 소개해보겠다. 앤은 마을에 사는 앤 나이또래의 검은머리를 가진 '다이애나' 라는 아이와 친구가 된다. 어느 날, 다이애나가 앤의 초록지붕 집에 놀러오게 되었다. 앤은 다이애나에게 마릴라 아주머니가 일러준대로 딸기주스를 대접한다. 하지만 다이애나는 딸기주스를 마시다 이상한 발음으로 이야기하며 금방 가 버린다. 앤은 실망했고 며칠 뒤 다이애나를 만나러 가지만, 울면서 돌아온다. 다이애나에게 줬던 딸기주스는 사실 포도주 였던 것이고 다이애나의 엄마 베리부인은 이것이 고의였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된 마릴라가 실수였다며 용서를 구해보지만, 베리부인은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그날 밤, 다이애나가 앤의 집으로 뛰쳐 들어온다. 부모님은 외출해 있는데 동생 미니메이가 후두염을 앓는다는 것이다. 매슈는 재빨리의사를 데리러 시내로 가고, 고아원에 오기전 머물렀던 해먼드 씨네 가정집의 쌍둥이들이 후두염을 자주 앓아 대처법을 아는 앤은 미니메이를 정성껏 돌보고 결국 응급조치에 성공해, 미니메이의 생명을 살리게 된다. 다음 날 베리부인이 찾아와 그 동안의 일을 사과하고 앤과 다이애나가 만나 기뻐하는 것으로 에피소드가 끝난다.  시간이 흐르고, 앤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서 가야하는 학교 중, 가장 좋은 학교인 퀸스 학교에 가게 된다. 앤이 그토록 싫어하던 길버트도 이 학교에 다니게 되는데, 둘은 입학시험에서 공동1등을 하고, 서로를 더욱 긴장시키게 하는 건강한 경쟁상대 관계가 된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흘러 에이번리 장학생이 된 앤은 레이먼드 대학에 가기로 결심하고 길버트는 대학에 갈 형편이 못되어 선생님이 되어 돈을 벌기로 결정한다. 기숙사에서 초록지붕 집에 돌아온 앤은 마릴라와 매슈와 함께 행복하게 지낸다. 하지만 얼마 안 가 매슈가 심장마비로 숨을 거두고 혼자서 초록지붕 집을 책임질 자신이 없는 마릴라는 집을 팔려고 한다. 하지만 앤은 자신이 대학에 가지 않겠다 말하며 카모디의 학교로 가, 돈을 벌겠다고 한다. 그 소식은 금세 마을에 퍼졌고 길버트는 자신이 맡으려고 했던 마을의 학교를 양보하고 둘이 화해하며 책이 끝난다.  앤은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어렸을 때 부터 갖가지 고생을 하게 된다. 술 주정뱅이 토마스 씨네 집에서도 살았었고, 그곳에서 여덟명이나 되는 아이들의 보모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토머스 씨가 숨을 거두자 고아원에서 살게됬고 마음에 드는 옷도, 책도 한번도 가지지 못하지만 앤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고 자신의 상상세계를 만들어나가며 작은 것들, 모두가 무시하는 것들에 대해서 기뻐할 줄 알았다. 앤의 비록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진 않지만 아름다운 내면을 가지고 있어서 행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지난 번에 난 '안네의 일기'에 대해서 글을 썼었다. '안네의 일기'의 주인공 안네도 마치 앤 처럼 모든 것에 감사했고 아름다운 내면으로 같은 공간 (은신처)에 있던 사람들 보다 훨씬 행복하게 삶을 살았던 것 같다. 나도 이런 앤과 안네처럼 사소한 것에 기뻐하는 아름다운 내면을 가꾸어 행복하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