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신학] 주님의 눈에 드는 옳은 일(신명 6,18 참조) 주님의 눈에 거슬리는 악한 짓(판관 3,12)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한 모세는 가나안 땅으로 나아가기 앞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느님의 백성으로 올바르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켜야 할 법과 규정들을 설명하는데, 그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 신명기입니다. 모세가 하느님께 받아, 돌 판에 새겨 전해주었다고 하는 십계명도 이 책에 담겨있지요.(신명 5,10 참조)
신명기가 말하는 주제를 요약하면, 하느님께서 명하신 것들을 잘 지키고 실천하면 그분께서 약속하시는 것들을 받게 되지만,(신명 4,1 참조) 반대로 하느님의 가르침을 잊고 다른 신들을 따라간다면 멸망하게 된다는 것입니다.(신명 8,19 참조) 즉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하느님께 충실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것을 ‘신명기 신학’이라고 부릅니다. 구약성경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신명기 신학을 아는 것이 중요한데, 그 이유는 구약성경의 많은 책들이 신명기 신학을 토대로 저술되었기 때문입니다.
신명기 신학을 잘 표현해 주는 성경 구절을 두 개만 언급해 보겠습니다. “너희는 주님의 눈에 드는 옳고 좋은 일을 해야 한다.”(신명 6,18) “이스라엘 자손들이 다시 주님의 눈에 거슬리는 악한 짓을 저질렀다.”(판관 3,12) 이 구절들에서 ‘주님의 눈에’라는 표현이 사용되고 있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왜냐하면 성경의 저자들은 이러한 표현을 통해 하느님과 인격적인 만남을 이루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단순하게 전해져 내려온 전통으로 계명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계명을 주신 하느님의 존재, 나아가 그분의 시선을 느끼면서 그분의 눈에 드는 좋은 일을 해야 함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주님의 시선을 느끼면서 살아갔던 성경 저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들의 모습을 돌아봅니다. 여러분들은 얼마나 다른 이들이 시선을 의식하십니까?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는 법》이라는 제목의 책이 있을 정도로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며 살아갑니다. 사실 그것이 너무 과한 것이 아니라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는 것이 유익할 때도 있습니다. 말 한마디, 작은 행동 하나도 정도에서 벗어나지 않게 조심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성경의 저자들은 올바르게 살아가기 위해서 주님의 시선을 그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주님께서 나를 어떻게 보실까?’ 그 시선을 의식하며 주님의 눈에 올바른 행동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우리들은 어떠합니까? ‘주위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볼까’ 염려하면서도 정작 중요하게 의식해야 할 하느님의 시선은 너무 쉽게 잊고 지내는 것은 아닌지요. 나에 대한 주위의 평가가 나를 진리로, 구원으로 이끌어주는 것이 아닙니다. 참된 행복으로 나아감에 있어 신경 써야 할 시선이 있다면, 그것은 하느님의 시선 하나로 충분할 것입니다. 하느님과 인격적인 만남 안에서, 그분의 눈에 올바르게 살아가는 신앙인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2024년 10월 20일(나해) 연중 제29주일(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 · 전교 주일) 서울주보 5면, 박진수 사도요한 신부(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