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기본권인 ‘화장실 이용’서도 소외당해
용변 참으며 일하는 건설 노동자들
특별취재팀
입력 2024.03.12. 03:00
업데이트 2024.03.12. 06:45
“여자 화장실 없어 하루 종일 참은 적도…어떤 날은 눈물이 핑 돌더라고요.”
8년간 수도권 일대 아파트 등에서 마루 공사를 해온 박선희(38·가명)씨는 설을 앞둔 지난달 6일 일을 아예 그만뒀다. 그는 “다시는 건설 현장 관련된 일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가 그만둔 가장 큰 이유는 화장실이다.
2월 초까지 박씨가 일한 공사 현장에선 이용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여자 화장실이 1㎞ 거리에 있었다고 했다. 자기가 설치한 마루 면적에 비례해 월급을 받는 까닭에 그는 최대한 용변을 참으면서 일을 했다고 한다.
제대로 된 화장실은 사소하지만 근로자들에게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하지만 요즘에도 상당수 건설 현장에서는 화장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간이 화장실이 있더라도 남녀가 같이 써야 하거나,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아 도저히 이용할 수 없는 상태라고 한다.
마루 노동자들은 “화장실은 보편적인 인권의 문제”라며 건설 현장의 화장실 문제 개선을 요구한다. 지난 2월부터 ‘건설 근로자의 고용 개선 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이 시행돼 ‘화장실(대변기)은 남성 근로자 30명당 1개 이상, 여성 근로자 20명당 1개 이상을 건설 현장 300m 이내에 설치하거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일부 건설 현장은 여전히 이를 지키지 않는 곳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마루 공사 노동자들처럼 마감 공사를 하는 사람들의 고충은 더 크다. 원래는 간이 화장실이 현장 안에 있었더라도 실외 공사가 끝나면 도로를 포장하거나 조경을 해야 한다며 이 화장실을 철거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특별취재팀>
팀장=정한국 산업부 차장대우
조유미 사회정책부 기자, 김윤주 사회정책부 기자, 김민기 스포츠부 기자, 한예나 경제부 기자, 양승수 사회부 기자
#전태일재단-조선일보 공동기획 [12 대 88의 사회를 넘자]
관련 기사
한달 일해도 서류엔 7일… 나는 유령 노동자
한달 일해도 서류엔 7일… 나는 유령 노동자
창호·도배처럼… 마루공사도 노임단가 정해 급여 줘야
많이 본 뉴스
집 한 채가 1유로… 이탈리아 빈집에 줄 섰다
집 한 채가 1유로… 이탈리아 빈집에 줄 섰다
한달 일해도 서류엔 7일… 나는 유령 노동자
한달 일해도 서류엔 7일… 나는 유령 노동자
프로배구 선수 출신 30대 여성, 모텔서 숨진 채 발견
프로배구 선수 출신 30대 여성, 모텔서 숨진 채 발견
100자평1
도움말삭제기준
100자평을 입력해주세요.
찬성순반대순관심순최신순
만토바
2024.03.12 06:11:30
국가인권위원회 야 이런것이 기본적인 인권이란거다 ~ 정신좀 차려라
답글작성
0
1
많이 본 뉴스
1
총선 판세 흔드는 조국혁신당 이변...비례 지지율에 여야 긴장
2
손녀에게 9억 아파트 물려줄때 세금… 2900만원 vs 1억1400만원
3
부르즈 할리파 163층에 벼락 쾅… ‘사막도시’ 두바이, 물에 잠겼다
4
집 한 채가 1유로… 이탈리아 빈집에 줄 섰다
5
李 동아줄 잡고… 종북세력, 23년전 ‘군자山 약속’ 현실화
6
[김윤덕 칼럼] ‘파묘’의 800만 흥행을 보며 시부야 스카이를 떠올린 까닭
7
버티던 박용진마저 탈락… ‘비명횡사’ 마무리
8
바둑 황제 가족, ‘우리집’ 생겼다...“12년 소망 진서가 풀어줬어요”
9
위기론에도 한동훈만 쳐다보는 與
10
‘무연고 공천’ 안귀령, 유세 중인 ‘동 이름’ 질문에 답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