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별곡 Ⅱ-28]첫사랑 담임선생님과 결혼한 ‘해피 가이’
TV 최애最愛 시청 프로그램중 하나가 <인간극장>이다. 월-금요일 오전 7시 50분-8시 20분, 5부작 휴먼 다큐멘터리를 모르시는 분은 거의 없으리라. 이번 주 방영된 <나는 선생님과 결혼했다>를 정말로 흥미롭게 보면서, 과연 ‘사랑’이라는 게 무엇일까를 새삼스레 생각하게 했다. 8세 연상의 담임선생님(과학 전공)에게 운명처럼 한 눈에 반해 버린 18세 고3 학생. 졸업 후 가족이 독일로 이민을 가는 바람에 ‘첫사랑 순정’만을 안은 채 조국을 떠났지만, 운명처럼 다시 돌아와 짜릿한 프로포즈 끝에 21세에 결혼을 한다. 이후 사범대를 장학생으로 다니며 과학을 전공, 나란히 과학선생님이 되었다. 토끼같은 딸(4) 아들(1) 육아育兒에 정신이 없는 결혼 6년차 맞벌이 교사부부. 천하에 둘도 없을 27세 ‘해피 보이’(박민혁)는 요리, 육아, 사랑, 선생님 역할 등 1인다역을 너끈히, 기쁘게 수행하고 있다. 35세의 아내의 얼굴엔 ‘행복’이라고 쓰여 있는 듯하다. 무척 앳되게 보이는데 ‘청순함 그 자체’이다.
그들 부부의 싹수가 있는 것은 또 있다. SNS로 공개하는 그들의 사랑이야기에 팬들의 모임이 생겼단다. 연말 합동송년회 개최 수익금으로 연탄 1800장을 사 팬과 제자들이 함께 배달까지 해주는 봉사활동을 한다. 생각이 얼마나 기특한 지 옆에 있다면 허그를 해주고 싶다. 이렇듯 몸과 마음이 건실하고 건강한 젊은이들이 있기에, 그들에게서 희망을 본다. 세상이 아름답게 보인다.
선생님아내의 앙징맞은 찐빵모자라니, 그건 또 얼마나 잘 어울리던가. 아, 젊다는 것은 예쁘다는 것이고 아름답다는 것이다. 어느 문인이 ‘청춘예찬론’을 썼던가. 맞다. 청춘은 얼마든지 예찬을 해도 지나치지 않다. 나의 아들 딸뻘인 얘들을 바라만 봐도 예쁘고 기특했다. 그러니 친가와 처가 부모들은 어떻겠는가. 장모의 말을 들어보라. 맨처음 사귄다며 딸이 남친을 소개할 때 “돈과 나이가 문제라 한다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사위 자랑이 넘친다. 그 젊은 부부의 세계를 엿보며 부러움을 넘어 시새움까지 났다. 흐흐. 우리 아들네들도 저렇게 서로 이해하고 다독거리며 재미나게 사는 것일까? 마침 선생님아내는 둘째 며느리하고 이름이 같아 더욱 예쁘고 좋았다(국혜민). ‘LOVE IS ALL’을 입버릇처럼 달고 사는 저들을 그 무엇(?)이 결혼까지 하게 만든 걸까. 신기하여라. 이렇게도 인생의 짝궁이 되는구나. 날로, 달로 행복하시라. 금실 좋은 젊은 부부여, 이왕이면 사랑의 열매인 아이도 더 낳으셔 잘 키우시라.
프랑스 마크롱(48) 대통령과 영부인 브리지트(73) 여사의 러브 스토리가 떠올랐다. 15살 마크롱은 당시 40살이던 유부녀 선생님과 사랑에 빠졌다. 더구나 선생님은 자식을 셋이나 두었고, 그녀의 딸은 마크롱과 같은 반 친구였다. 자녀들의 마음의 상처를 염려해 10년의 공백기간을 가진 후 이혼하여 마크롱과 결혼한 브리지트는 영부인이 된 지금도 내조를 티내지 않고 잘 하고 있다고 한다. 그녀는 최근 “마크롱의 매력은 여전히 눈이 부신다. 그가 나를 놀라게 하지 않는 날은 단 하루도 없다”고 말했다. 오 마이 갓!! 놀라워라. 사랑은 이렇게 때때로 기적을 만든다.
아무튼, 5일내내 다큐에 몰입하며, 나의 초창기 결혼생활을 돌아보게 했다. 나는, 저렇게 많은 시간을 가장으로서,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육아와 사랑에 할애해본 적이 있었던가. 저렇게 알콩달콩 사랑 표시를 하며 아내를 사랑했던 적이 있던가. 아내에게, 두 아들에게 헌신적으로 해준 것이 ‘1’도 없었던 것같다. 졸지에 떨어져 사는 월말부부 5년째이다. 미안했다. 반성도 많이 했다. 그넘의 술이 무엇이라고 ‘술 수렁’에 빠져 보낸 젊은 시절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하여, 처음으로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뜬금없는 생각도 들었다. 105세 김형석 교수는 돌이켜보니 “인생의 황금시절이 65세에서 75세였던 것같다”며 “그보다 더 젊은 시절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지금이 내 인생의 황금기라고 하겠지만, 30대 초반으로 돌아가면 친구들의 비난을 받을지언정 ‘가족애家族의 화신’이 되리라, 작정하며 오늘 아침 희미하게 웃었다.
부기: 휴먼다큐 <인간극장> 이 특히 애시청 프로그램으로 나를 사로잡은 것은 2017년 11월 7-11일 5일동안 우리 아부지와 어무니가 출연한 <총생들아, 잘 살거라> 때문이기도 하다. 가족문집 <총생들아, 잘 살그라>의 서평을 우연히 보게 된 <인간극장> 프로덕션 대표의 출연 제의에 놀라고, 가족끼리 촬영 여부를 놓고 논란도 되었다. 결과적으론 제안을 수락한 것은 잘된 일이다. 기똥찬 추억이 되었기 때문이다. 어머니 상을 치르며 장례식장에서 사흘간 틀었으니, 화제가 될 만했다. 아무튼, 나든 누구든 사람 사는 세상에 어찌 인간적인 이야기들이 없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