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역시 럭비공이자 독불장군의 상징인 것으로 보입니다. 미 대통령에 당선된지 이제 보름정도 지났지만 한 몇달 보낸 것처럼 느껴집니다. 일반적인 대통령 당선인들은 어느정도 여유를 가지고 대국민 소통도 하고 그동안 갈등을 겪었던 인물이나 조직들에게도 화해의 제스추어를 취하는 것이 상식적입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그런 것과 거리가 멉니다. 아니 그의 사고에는 그런 화해나 융합 그리고 소통 이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 듯 합니다. 벌써 손 볼 인물들의 명단이 언론에 공개될 정도입니다. 트럼프 당선인도 인간인지라 미운 사람이 당연히 있을 것이고 그런 인물들을 손봐주고 싶은 생각이 왜 들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설령 그런 속내가 있더라도 속에서 결정할 문제이지 내놓고 떠들 사안은 아니라고 보입니다.
특히 언론을 향한 그의 불편함을 그는 결코 숨기지 않습니다. 물론 세상에 자신을 비판하고 지적하는 조직을 맘 편하게 바라볼 인간이 어디 있겠습니까.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자신의 치부나 잘못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부류에 감정이 격해지는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하지만 대상이 일국의 대통령 그것도 그냥 일국이 아니라 세계의 초강대국이자 리더국가라는 미국의 대통령 입장에서는 결코 그래서는 안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그것도 그냥 SNS나 찌라시같은데서 날린 그런 지적이 아닌 그래도 미국에서 오랜 역사 즉 트럼프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에 탄생한 그런 세계적인 언론들의 지적에 특히 그래서는 안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앞으로 4년이면 모든 것이 끝나지만 언론은 그 이후에도 존재할 것입니다. 또한 그 언론을 존중하고 그 언론의 기사의 가치를 믿는 그런 독자나 시청자들을 감안하면 절대 그래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당선되기 전에도 당선된 후에도 미국의 폭스 뉴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방송과 신문에 대해 날선 경고를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이미 워싱턴포스트와 LA타임스에서는 트럼프의 압력이 두려워서 경영자가 기자와 편집자들에게 이런 저런 엉뚱한 지시를 내린 바 있습니다. CNN의 경우에도 이미 중요 앵커나 출연진들이 스스로 또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회사를 떠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속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언론인의 정보제공자 보호 권리를 강화하는 법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 법안은 정부가 언론인들에게 정보 제공자 이른바 취재원(기자에게 제보한 인물 포함)을 공개하라고 강제적으로 하지 못하게 하고, 해당 기자 등 언론인이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디지털 데이터를 포함한 정보를 압수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기자 등 언론인들의 취재활동에 제약을 가하는 행위를 못하게 하는 법안입니다. 이런 법안에 대해 트럼프 당선인은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입장뿐 아니라 미국 공화당 의원들에게 이 법안을 부결시키거나 표결자체가 이뤄지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나선 것입니다. 미 국의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 언론의 자유에 직접적인 위해를 가할 언행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앞에서 언급한데로 트럼프 자신을 향해 비판하고 지적하는 언론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보입니다. 이 법안은 하원에서 초당적인 지지를 받아 가결됐지만 현재 민주당이 다수당인 상원에서 일부 공화당 의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대부분 공화당 의원들의 반대로 몇달째 상원 법사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트럼프는 이런 상황을 계속 유지하던지 표결자체를 못하도록 하라는 지시를 공공연히 내리고 있는 것입니다. 세상에 민주주의 국가의 권력자치고 대놓고 이런 지시를 내리는 인물은 아마도 트럼프가 유일할 것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의 이런 행위는 미국의 헌법에도 위배되는 일입니다. 미국의 헌법 제 1조부터 제 10조까지는 권리장전으로 불리며 인간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특히 제 1조는 표현의 자유입니다. 제 1조는 미국 국민에게 가장 중요한 기본권 중 하나인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여기에는 종교의 자유, 언론의 자유, 집회의 자유, 그리고 정부에 청원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지금 행하는 일은 바로 미국의 헌법정신에 크게 반하는 사안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유세내내 MAGA 즉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소리높여 외쳐 왔습니다. 그러면 어느 시절의 미국처럼 되고 싶다는 것인가요. 바로 영국에서 독립해 새로운 합중국을 만든 바로 그 시대로 돌아가서 제대로 된 민주국가 그리고 평등과 자유가 넘치는 그런 나라로 만들겠다는 것 아닙니까. 물론 돈 좋아하는 트럼프이지만 미국이 독립된 그때를 부끄러워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헌법 1조에 명시된 언론의 자유를 짓누르겠다는 의지는 결코 미국의 위대함을 위해 존재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트럼프 당선인 스스로 미국의 헌법을 무시한 채 어떻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자신에게 향하는 지적과 비판의 소리를 겸허하게 받아드리고 그속에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 요소를 찾아내는 것이 위대한 정치지도자가 해야 하는 당연한 덕목이기도 합니다. 자신에 대한 비판과 지적을 공개적으로 불쾌하게 생각하고 그런 기자와 언론인들을 벌 주려고 마음 먹는다면 그야말로 공산독재주의자들과 다를 바가 없을 것입니다.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옵니다. 트럼프 당선인도 그런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를 통해 당선된 것이지 쿠데타라는 무력에 의해 당선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아야 할 것입니다. 솔직히 트럼프 당선인보다 미국의 언론들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미국을 위대하게 만든 일등공신이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입니다. 세계가 두눈 부릅뜨고 바라보고 있는데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자신의 의지대로 언론을 요리하려 하다가는 앞으로 4년후 그에게 돌아올 평가가 어떨 것인지도 한 번쯤을 생각해 봐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은 온 세계를 다 가진 것처럼 흥분되고 기고만장해 그런 지적이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겠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4년은 결코 긴 세월이 아님을 트럼프 당선인은 좀 알았으면 참 좋겠습니다. 세계의 수많은 언론인과 역사학자들이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응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2024년 11월 22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