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드 필립스 감독의 '조커'는 나오기 전부터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만 그 덕분에 관심 하나는 제대로 모으지 않았나 합니다. 그리고 직접 확인한 와킨 피닉스의 조커는 상상 그 이상으로 미쳐버린 '괴물'입니다. 그것도 그냥 미친게 아니라 이 사회의 어두운 면이 강하게 비틀고 꼬아버린 괴물이죠.
우선 기존에 나온 영화나 코믹스의 조커는 화학 공장의 약품 통 안에 빠져 얼굴이 망가지고 그로 인해 미쳐버리는 것으로 나옵니다만 이 영화의 조커는 그런 고통을 만나지는 않습니다. 대신 학대와 주변의 폭력을 만나게 되죠. 자세한 것은 스포일러 때문에 말하기 어렵습니다만 그런 느낌이 강합니다.
'조커'에 나오는 고담시는 조커의 탄생을 그리는 밑작업을 위해 아직까지는 그저 겉으로 평화로운, 하지만 어두운 면을 품고 있는 도시로 나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겪는 온갖 일들로 인해 점점 미쳐가고 결국 심지에 불이 붙어 대폭발해버리는 아서 플렉을 볼 수 있습니다. 영화 내내 불길함을 일깨우는 사운드로 가득 차 있고 톤 자체가 아주 조금 밝은 색감이 점점 어둡게 변해가는 그라데이션과도 같습니다. 범죄 스릴러와 블랙 코미디의 결합에 조커의 탄생과 함께 겹쳐 일종의 경각심을 울리는 메시지도 있습니다만 그건 영화의 광기에 조금 묻히는게 아닐까 싶어요.
더불어 마틴 스콜세지의 '코미디의 왕'을 대놓고 오마쥬한 작품입니다. 곳곳에서 나오는 장치들을 보면서 비교해보는 재미가 빠지면 '조커'의 영화적 매력이 반감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택시 드라이버'의 배경에 '코미디의 왕'을 덮어씌우고 믹서기로 빙빙 돌리면 '조커'가 나온다고 보시면 됩니다. 적어도 '코미디의 왕'은 꼭 미리 감상하실 것을 권합니다.
기존의 조커들과 비교하면 우선 잭 니콜슨의 조커처럼 광대의 요소가 강하고 그와 동시에 히스 레저의 조커처럼 사회 풍자/조롱의 성격이 짙습니다. 정확히는 범죄자의 궤변에 가깝다고 할 수 있지만 아예 무시하긴 어려운 소리 정도로 요약할 수 있죠. 미국식 코미디와 결합되어 말그대로 묵직한 '조롱'이 날아오는 영화입니다. 씁쓸한 웃음을 짓고 나올 수밖에 없죠. 무엇이 이런 광기를 탄생하게 했는가. 괜히 미국의 몇몇 평론가들이 평점 주기를 거부한게 아닙니다. 그만큼 논란이 강하게 터져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미국에서 총기 사고가 다발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감안할 경우 영화 '조커'의 개봉 시기는 그리 좋은 편은 아니죠.
원작 코믹스 중에선 '킬링 조크'의 느낌을 많이 풍깁니다만 뼈대는 좀 다릅니다. 배트맨이 없기 때문이죠. 토마스 웨인과 알프레드 집사조차 이 영화에서는 조커의 탄생을 위해 좀 흑화되었구요. 하지만 온전히 조커에 집중했기에 흡인력 하나는 굉장합니다. 영화의 말미로 달려나가는 흐름이 가히 폭발적이고 그 '미소'가 나오는 순간에는 정말 전율할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이 옳은 것인지 조금이나마 곱씹는 도중에 광기가 폭발하는데, 그 순간에 관객이 멍때리는게 감독이 의도하는 것처럼 보이구요.
DC 코믹스 캐릭터를 기반으로 만든 영화 중에선 크리스토퍼 리브의 슈퍼맨, 잭 니콜슨 조커가 나온 배트맨,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와 함께 명작 리스트에 오를 만합니다. 기존의 DC 영화 유니버스에는 들어가지 않고 온전한 한 편의 영화로서 역량을 집중하면 이런 물건이 나오니 앞으로 워너 브라더스와 DC는 이 기조를 유지하지 않을까 하네요.
와킨 피닉스가 '조커'로 아카데미에서 수상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기존의 출연작들을 즐기셨던 분들이라면 매우 재밌게 보고 나오실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마스터'를 좋게 본 분들은 '조커'도 마음에 들어하실지도.
아무튼 정말 오랜만에 광풍 하나 만나서 이리저리 휩쓸리고 나온 기분입니다. 씁쓸한 뒷맛은 당연하구요.
평점 : 9/10.0
첫댓글 감사합니다~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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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결제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아
@트와이스 다현 정 찾기 어려우시면 요약본이나 트레일러라도 보시면 좋을 듯 해요.
영화 ost,브금은 어땠나요?
전체적으로 톤이 묵직하고 어두운 편이었네요. 개인적으론 시카리오 1편이 생각나더라구요.
2회차 갑니당
ㄱㄱ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코미디의 왕 보고 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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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시간 있을때 한번 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