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는 죄인입니다.
아들이 신부감이라면서 아가씨를 데려왔는데, 이상하지요? 갑자기 적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꽃술 같은 속 눈섭을 요염하게 치켜뜨는 것을 보니, 혹시 꽃뱀은 아닌지?
발랑 까져 내숭을 떠는 것을 보니. 꼬리가 여럿 달린 여우가 아닌지?
어머니는 겉으로는 미소 지으면서, 속으로는 눈을 위아래로 치켜뜨고, 조그만 빈틈이라도 없는지 째려봅니다.
내심 못생기기를 바랐으나 젊고 예쁘니 질투가 납니다.
자식의 실수는 그럴 수 있겠지 하면서, 며느리 될 사람은, ‘거봐라 쯧쯧’ 하는 것이 시어머니들의 마음입니다.
왠 여자가 홀연히 나타나, 아들은 자기가 맡을 테니, 손을 떼라고 합니다.
죄송스러운 말이지만, 어머님은 좀 유별난 분이셨습니다.
남자는 말발, 여자는 화장발, 국수는 면발이라고 했습니다.
말발이 세기로는 욕쟁이 김수미보다 더합니다.
말은 청산유수여서, 신바람 김 박사 저리가라입니다.
심술궂기가 뺑덕어멈 놀부 꿰차고 도망갈 정도입니다.
마침내 그 아가씨가 며느리로 들어왔습니다.
“어머! 어떤 계집애야? 너는 죽었다. 그 여편네 밥이야 밥!”
동네 아줌마들의 입방아였습니다.
시어머니는 이상하리만치 말이 없습니다. 이런 정적이 어쩌면 더 무서운지 모릅니다.
시어머니의 구박이 시작되었습니다.
“친정에서 그것도 안 배우고 시집을 왔느냐?”
느닷없이 뒤통수 때리는 말을 합니다.
“친정에서 배운 것보다 시집에서 배운 것이 더 많아요! 모르는 것은 가르쳐 주셔요”
며느리가 공손히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뜬금없이 “그것도 모르면서 고등교육을 받았느냐?”
“요즘 높은 학교 나왔다고 해도, 옛날 국민학교 나온 것 보다 못해요.”
며느리가 다소곳이 고개를 숙였습니다.
어떻게든 콧대를 꺾어 놓아야겠는데. 그러면서 어려운 질문을 했습니다.
아무런 레시피 없이, 손끝으로 맛깔스럽게 만드는 할머니들의 음식 솜씨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시어머니다운 질문입니다.
“어머님 인생철학을 제가 어찌 감히 짐작이나 하겠어요?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진리이고 경구입니다.”
큰마음 먹고 한마디 하면, 그저 순종하면서 발밑으로 기어듭니다.
매사 이렇게 꼬리를 내립니다.
뭐라고 말대꾸라도 해야 나무라겠는데!
하루는 시어머님께서 청천벽력 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너는 어느 정도 가풍을 알았을 것이다, 이제부터 곡간 열쇠는 네가 맡아라!
첫댓글
@클로이2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