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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풀씨를 잡는다
텃밭이 온통 풀 천지이다.
고추, 고구마, 토마토 밭과 무, 배추, 쪽파 등을 파종한 밭을 제외한 전체가 거의 허리춤까지 자란 풀로 뒤덮여있다.
요즈음은 풀씨를 잡기에 적절한 때이다.
한삼덩굴이 씨앗을 맺으려하니 징벌을 할 수 밖에 없어 예초기를 가동하였다.
억센 가시와 덩굴이 농작물에 피해를 주니 토벌대상 1호라 부지런히 꽃대를 박살내고 줄기를 자르며 토벌한다.
그러다보니 옆의 바랭이풀이나 강아지풀, 그리고 여러 풀들이 줄기와 꽃대를 세우며 때 이른 가을바람에 하늘거린다.
그놈들이 낭만적인 나의 마음을 앗아가고 약 올리는 것같이 보이는 건 예초기를 가동하면서 마음이 메말라져서인가?
내친김에 이놈저놈 꽃피고 씨 맺은 놈들을 자르다보니 아침나절과 저녁 무렵에 예초기를 한 번에 한 시간 씩 세 번씩이나 사흘을 가동하였는데도 다 잡지를 못하였다.
아직도 열매가 달려있고, 꽃이 피고, 자라면서 계속하여 나에게 즐거움을 줄 고추, 가지, 방울토마토, 들깨, 부추 등을 수확하는 시간 이외는 잡초징벌에 매달리게 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건 텃밭의 풀들도 해마다 흥망성쇠를 거듭한다는 사실이다.
삼년 전엔 대마같이 생긴 한길 넘는 억센 풀이 가시달린 씨앗을 옷에 뭉텅이로 붙이며 괴롭히더니 작년엔 텃밭 둘레를 가시 붙은 줄기가 무섭게 뻗어가는 한삼덩굴이 온통 점령하였었고, 한쪽 텃밭에는 강아지풀이 지천으로 깔렸었는데 올해에는 한삼덩굴의 세력이 크게 약화되었고, 또 다른 텃밭에는 바랭이가 많아졌고, 제대로 가꾸지 않는 밭은 잎이 손톱만하고 동그랗게 생긴 놈들이(콩풀?) 질긴 줄기를 잔뜩 뻗어 땅 위에 무릎 높이로 푹신하게 과수묘목을 덮고 있다.
올해에는 두어 차례 풀씨를 잡고 잡초들을 자르며 땀 흠뻑 흘리며 분탕질을 할 것이기에 풀들의 잔해가 텃밭에 두툼하게 깔리고 덮여져 아마도 내년에는 텃밭이 옥토로 변할 것 같다.
내년에도 텃밭은 경운기로 로타리를 치지 않을 것이다.
아니, 경운기 자체가 출입을 할 수 없도록 만든 밭이기에 경운기로 경운도 하질 않는다.
텃밭을 경운기로 경운을 하고 놔두면 텃밭은 온통 더 풀밭으로 변한다.
땅속에 그리고 흙 표면에 널려있는 각종의 풀씨들이 싹트기 좋게 파종된 것과 마찬가지이니 잡풀들이 더 잘 자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텃밭에 농작물을 심어 3년쯤 되면 잡초의 가지 수가 많이 줄고 강한 잡초들의 세력도 꽤나 약화된다.
따라서 웬만한 텃밭 규모의 농사에서는 적당한 노동력을 투입하여 호미나 낫 그리고 때에 따라서는 예초기를 사용하여 잡초들을 적절하게 제어하며 농작물을 기를 수 있어 제초제를 만지지 않아도 된다.
텃밭에서 자라는 잡초들은 아주 유용하다.
베어낸 풀을 이랑에 얹어 피복하면 흙을 적절히 보습하여 미생물과 벌레들의 번식을 도우니 텃밭의 흙을 아주 부드럽게 만들어 장기적으론 거름이 된다.
잡초들이 적절하게 자라는 밭이랑엔 잡초들의 뿌리들이 표토를 결속시켜 어지간한 집중호우에도 흙과 거름기의 유실을 막아주니 텃밭의 황폐화를 막아준다.
올해에는 300여주 심은 고추밭에 목초액이나 식초, 우유 등 어떠한 것도 뿌려주지 않았다.
그래도 병들어 죽은 고추는 하나도 없고 만족스런 수확을 하는 중이다.
물론 병든 고추와 벌레 먹은 고추를 꽤 많이 따서 버렸지만 그 정도는 감안하고 텃밭을 가꾸니 별일이 아니다.
텃밭은 태평농법, 친환경농법, 유기농법, 자연농법 등 잡탕농법으로 경작된다.
어쨌든 텃밭은 화학비료와 농약, 기계경운, 제초제, 그리고 비닐멀칭을 삼년간 맛을 못 보았고 잡초가 그런대로 대접받으니 이를테면 게으르고 무식한 나의 멋대로농법만을 맛보는가보다.
텃밭의 작물들은 텃밭주인을 잘못 만나서 맛있는 독약을 못 먹고 자극 없는 자연만을 먹고 사는가보다.
(2006.9.12.)
2. 쑥대밭이 된 텃밭
텃밭이 넓어 문제가 많다.
그리고 밭에 큰 돌이 많이 박혀있어 더 큰 문제이다.
매년 밭이랑을 새로 만들어가며 농사를 짓는 밭을 늘려가지만 텃밭을 부드러운 옥토로 만들기 아주 어렵다.
올해는 비닐하우스를 짓느라고 농사에 정성을 다하지 못하여 밭이랑이 더욱 형편없다.
작물을 심은 밭은 잡초가 크게 자라 작물을 위협하거나 씨앗 떨군 밭을 점령한 상태이며, 매실과 여러 유실수와 벚나무 묘목을 심은 넓은 밭은 쑥이 묘목보다 높게 자라 말 그대로 쑥대밭이 되어버렸다.
할 수 없이 짬을 내어 예초기를 가동하여 세 시간을 땀을 빼냈다.
쑥대가 굵어 애를 먹으니 그도 쉽지 않다.
겨우 삼분의 일 정도 쑥대밭을 휘젓고는 다음 주에 평정작업을 하기로 하였다.
텃밭의 잡초는 해마다 극성을 떠는 놈들이 다르다.
예전엔 바랭이, 명아주, 도깨비풀, 개망초, 한삼덩굴 같은 놈들이 텃밭을 유린하더니 올해는 쑥과 토끼풀이 텃밭주인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을 제집으로 만들어버렸다.
쑥이 지천이라 잠시 뜯으면 향내 나는 쑥이 한 삼태기라 부자 되는 기분이고, 하얀 꽃을 흩어 뿌린 토끼풀이 융단 같아 낭만에 젖어보는 마음을 가져보기도 하지만 내년이 걱정스럽다.
작물듣 심기 좋게 밭이랑을 만들려면 땀 꽤나 빼야하기 때문이다.
어느 면으론 잡초가 텃밭 만들기에 아주 좋은 점도 있다.
쑥은 유기질거름기가 없어 흙 알맹이가 단단하게 굳은 밭의 흙을 아주 부드럽게 경운을 해주는 역할도 해준다.
밭의 잡초를 베어 그대로 흙에 덮어두면 잡초가 썩으면서 미생물의 활동이 증진되어 흙을 부드럽게 만들어 주고는 밭의 거름으로 환속한다.
텃밭농사로는 특히 나같이 내깔겨두는 엉터리 자연농법(?)으로 농사하는 엉터리농군에겐 잡초도 좋은 친구가 되는 것이다.
예전 농가에선 쑥이 자라 크면 낫으로 베어 말려서 저녁때 마당에서 불을 지폈다.
극성스럽게 달려드는 모기를 막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내 텃밭에는 모기가 전혀 없으니 쑥대를 태울 일도 없다.
베어낸 쑥대를 밭에 깔아놓아서 거름이나 되게 하여야겠다.
(2007.6.11.)
3. 잡초다스리기
텃밭농사도 다른 일들과 마찬가지로 힘들기는 예외가 아니다.
잡초가 온 밭을 점령하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프로가 아닌 취미농사군의 눈으로 보아도 머리가 복잡해진다.
지난해에 작물을 심었던 밭에도 해를 넘기면 잡초가 무성해진다.
계속하여 놀리지 않았던 밭에서도 갑자기 바랭이 같은 놈들이 극성이고, 매실이나 유실수와 벚나무를 심은 밭에는 개망초나 쑥이 나무를 압도하며 밭을 점령해간다.
예초기를 동원하여 한차례 베어내고가면 어느새 토끼풀이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이 나타나기도 한다.
장마가 지니 텃밭의 잡초들이 신났다.
작물의 크기보다 높게 자라 한껏 그 위용을 뽐내고 있다.
애지중지 심은 작물들은 압도당하여 얼굴을 보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호미, 낫, 괭이, 예초기 등을 불러 모아 일을 시킬수록 텃밭주인의 손바닥은 살갗이 까지고 굳은살이 생기고 손가락 마디마다 아프다고 아우성이다.
텃밭농사를 시작한 이후로 매년 두세 차례 대대적인 잡초토벌작업을 실시한다.
장마가 끝난 이후에는 한차례 잡풀들의 목을 바짝 치고 나면 하동안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작물의 크기와 세력이 잡풀을 이기기 때문이다.
텃밭에서 예초기와 낫으로 진땀을 빼며 지내는 여름철에는 날씬한 몸이 더욱 날씬해진다.
보통 때보다 한 관 정도 줄어든 몸무게가 쉽사리 늘지를 않아 정상을 회복하느라 많이 먹어대지만 별 효과가 없다.
가을을 기약할 수밖에 없다.
고구마 밭이 뭔 밭인지 모를 지경이라 고구마 주변과 고랑에 밀집한 잡초들을 새벽부터 낫질을 해대며 베어냈다.
온몸을 땀에 절구고 나니 밭의 모양이 좀 난다.
고구마 밭은 이쯤 하고나면 고구마를 캘 때까지 그냥 내버려둔다.
그래도 집에서 맛있게 먹을 예쁜 놈들을 얼마든지 건져낼 수 있다.
잡초가 없는 텃밭은 살아있는 건강한 텃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잡초가 적절하게 작물과 공생할 때에 텃밭이 기름지고, 작물이 병 없이 싱싱하게 자라면서 텃밭의 주인에게 좋은 먹을거리를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농약, 화학비료, 제초제, 그리고 비닐멀칭을 전혀 모르는 취미농군의 텃밭농사이야기이다.
(2007.7.13.)
4. 잡초베다가
텃밭 남쪽의 둑은 아랫집 논과 경계를 이룬다.
두어 길 아래에 논이 있어 둑이 좀 가파르고 장마철에 텃밭의 토사가 자주 흘러내려 큰 돌을 경계에 쌓아 다듬었는데도 말썽을 부렸었다.
그러기에 아예 텃밭지형을 고려하여 포클레인으로 땅을 한 길 넘게 파서 유공관과 큰 돌멩이를 묻어 배수로를 만들고, 조그만 습지였던 웅덩이를 확장하면서 연못을 크게 보강하고 알맞게 도랑을 내니 말썽 많던 토사의 흘러내림으로부터 해방이 되었다.
경계인 돌 축대 위로는 개나리묘목을 300여주 심어 그 길이가 60여 미터가 되니 올 봄에는 노란 개나리울타리를 그려보며 웃음을 지으면서 텃밭경계를 즐겁게 바라보았었다.
그리고 개나리가 한 길 이상 자라고 번지면 개나리 위쪽으로는 앵두를 심을까 어쩔까하며 알맞은 울타리용 나무를 고르느라 묘목판매책을 뒤지며 시간을 보내기도 하였다.
그런데 쑥이 경계선 윗쪽 둑을 뒤덮었다.
그리고 텃밭도 막무가내로 뒤덮었다.
단오 전에는 어린 쑥을 그 것도 텃밭과 둑에 지천으로 널린 쑥을 맛있게 생긴 놈만을 골라가며 잔뜩 따기도 했는데 몇 바구니 따다보니 싫증이 나기도하고 이건 아니다 싶어 그만두었다.
장마 전에 그 앙증맞던 쑥이 허리춤까지 자랐다.
텃밭에 심은 매실과 벚나무 등 150여 작은 묘목들을 쑥과 씀바귀, 이름 모를 덩굴(요놈은 작은 콩짜개난 같은 잎이 무성하게 잔뜩 달리고 줄기가 어린나무줄기를 조이며 감고 올라가 완전히 덮어버린다) 등이 나무족속들을 무릎 꿇게 만들었다.
웃기게도 푸성귀 등의 작물도 아닌 소위 나무들이란 녀석들이 굴복당한 모양이란!
아무리 묘목이라 하드라도 1 미터가 넘는 것이어서 초봄에 심어놓기만 하면 절로 자랄 줄 알았는데 영 그게 아니다.
그냥 놔두면 잡초가 나무를 뒤덮고 잡초줄기가 나무를 옥죄어 나무의 성장을 막고 나무가 아예 햇빛을 못 받아 죽을 것만 같다.
예초기를 가동하여 잡초를 토벌하는 과정에서 공들여 심은 매실과 벚나무를 몇 그루 싹둑 해버렸다.
그 뒤로는 힘이 더 들어도 어린 나무 주변의 풀을 낫으로 일일이 베어내며 돌돌 말은 잡초줄기를 끊어내는 작업을 한다.
개나리는 작은 놈을 심어서 그런지 아예 보이질 않는다.
장마 전에 두 번이나 개나리묘목 주변의 쑥 등 잡초를 다스렸는데 장마가 끝나고 보니 둑이 온통 쑥대와 닭의장풀 등이 뒤덮인 잡초천국이고 개나리는 전혀 보이질 않는다.
60여 미터 길이의 경사진 둑을 따라 개나리를 살리려 쭈그리고 앉아 낫질을 하였다.
땀을 흘리며 낫질을 하다보면 그것도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러다가 쓰윽~ 에쿠! 빌어먹을 쌍!
이번에는 엄지의 손톱 옆을 베었다.
목장갑을 파고들며 소름끼치는 느낌이 금방 뚝뚝 떨어지는 핏방울로 현실임을 보게 된다.
쑥 잎을 씹어 상처위에 덥고 감싸 쥐고는 농막으로 달려간다.
소독하고 일단은 반창고로 단단히 붙여 지혈을 해본다.
다행이 병원에 가서 꿰매어야할 정도는 아니다.
낫질을 벌써 4년이나 하는데 올해에는 처음으로 베었고, 그간 세 번이나 베었다.
일이 서툴러서 그렇기도 하지만 무지 기분이 나쁘다.
한 번 베이고 나면 기분도 언짢지만 텃밭생활에 지장이 막대하고 실로 불편하기 이루 말할 수 없다.
한 번 베이면 낫은 팽개치고 다시 만지기도 싫다.
밥하고 설거지하기도 불편하고, 목욕이나 빨래하는 경우는 더욱 더 불편하다.
잡생각을 하면 하는 일이 잘못되는 경우가 발생된다.
농사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기구와 기계를 쓰는 일에는 언제나 위험이 뒤따른다.
곰곰이 생각해 본다.
요즈음 심사가 불편한 일이 연이어 발생되었고, 성질 돋은 마음을 그대로 가지고 텃밭에서 양미간을 찌푸리고 있었음을 상기해본다.
머리의 복잡하고 피곤함을 육체에서 흘러내리는 땀으로 씻어내려 하는 어리석음을 생각해보면서 사고의 원인은 스스로의 마음에 있었음을 바로 가려낸다.
자연 속에서의 텃밭생활은 즐김과 마음 닦기에 있어야하는데 속된 삶에 있어서의 피곤과 좌절 등을 도피하기 위한 방안으로 함은 매우 잘못된 것임을 다시금 알고 나니 다시 마음을 추스르게 되고 이내 차분해진다.
취미농군은 텃밭에 오면 바로 상쾌함을 가져야한다.
설사 불유쾌한 마음을 가지고 텃밭에 왔다하여도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고요를 찾아 평화로운 마음을 이루어야한다.
그래야 취미농군에게 진정한 텃밭의 의미가 주어지는 것이다.
텃밭은 반드시 도량이 되어야한다.
육십여 평의 경사진 둑에서 베어낸 잡초를 연못 옆에 쌓아놓으니 대형승용차만한 퇴비더미가 되었다.
내년 고추밭 거름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잡초가 삭으면 한 지게가 한 줌이 된다고 하지만 인분주 듬뿍 뿌리고 텃밭 잡초 한 무더기 더하면 우리 집 먹을 고추는 충분히 얻을 수 있는 거름이 될 것이다.
고추밭에 파는 비료나 거름을 일체 주지 않고 오직 텃밭에서 생산된 인분주와 잡초 베어낸 것만을 덮어주었는데도 홍고추가 남아돈다.
끝까지 말려보아야 하겠지만 남는 고춧가루를 남에게 나누어 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니 내년에는 고추를 올해보다 좀 줄여 심어도 될 것이다.
(2007.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