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인이 보는 한동대 사건 – 한동은 비리의 온상이 아니다
5월 15일 스승의 날 여러 다른 대학의 학우들이 학교에서 멋진 파티를 준비하고 있을 즈음 자리도 좁고 스승도 보이지 않는 경주 구치소 앞에서는 1500여명의 한동대학교 학생, 교수,교직원, 학부모 등이 모였다. 그들은 사립학교법 위반, 업무상 공금횡령, 명예훼손 죄 등의 혐의로 법정 구속된 한동대학교 총장인 김영길 총장과 오성연 행정 부총장에게 스승의 날 행사를 위해 경주 구치소에 모여 스승의 노래를 부르고 카네이션을 구치소 입구에 가지런히 쌓아 놓았다.
언제나 총장, 재단과 전쟁을 하던 학생들만 보아오던 사람들에겐 이번 한동대 학우들의 반응이 의아하게 보일 수도 있다. 당연히 무슨 사이비 교주의 집회가 아니다. 그렇다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토록 순진한 학생들이 이런 행사를 가져야 했던 것인가. 이제부터 그 얘길 하려고 한다. 언론에서 발표한 기사만 보고 김영길 총장에게 파렴치범이라는 딱지를 붙인 그대들은 반성하란 말이다.
95년, 지도상의 꼬랑지 부분인 포항이라는 곳, 그것두 시내버스조차 들어오지 않는 산골마을에 건물 몇 채가 들어서더니 한동대학교라는 대학이 생겼다. 단지 또 하나의 대학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캐치 프레이즈, 진정한 기독교 정신과 21세기형 실무형 인재 양성이란 모토로 개교 첫해부터 서울의 상위권 대학에 버금가는 입학성적으로 파란을 일으켰다. 문득 내가 학교를 처음 오던 날이 기억 난다. 처음으로 발을 들인 낯선 포항 땅, 한동의 기숙사 앞에는 총장님을 비롯한 여러 교수님들이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첫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교수님들이 학생들의 발을 닦으며 섬기는 자세를 보여주신 날을 아직 기억한다. 다른 학교에도 잠시 다녀본 경험이 있는 나였기에 이런 분위기는 너무도 생소하게 느껴졌지만 이런 곳도 있구나라는 것을 느꼈었다. 다른 학교의 학생들, 총장 얼굴 대부분 모른다. 물론 이름을 제대로 아는 사람도 없다. 그렇지만 김영길 총장님은 언제나 우리의 곁에 계셨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문득 누군가 뒤에서 머리를 쓰다듬어 돌아보면 총장님의 인자한 웃음이 나를 쳐다보곤 있었다. 또한 식당에선 우리와 같이 줄을 서서 기다리다 함께 식사를 하시던 모습 등 우리는 언제나 총장님과 함께 하고 있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총장님은 우리들에게 비전을 갖게 하셨다는 점이다. 우리가 이 젊은 날에 무엇을 해야 할지를 제시해 주신분... 김영길 총장님은 우리에게 그렇게 기억된다. 진정한 우리의 스승으로… 하지만 원 재단의 부도로 인해 한동대는 선린병원과 합병을 하게 되고 서울의 온누리 교회로 재단이 넘어가면서 문제는 불거지기 시작했다. 송태헌 전 이사장은 다시 재단을 찾기 위한 소송을 시작했고 이 때부터 지금까지 크고 작은 소송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후에 수십 여 차례의 소송과 재판이 있었지만 대부분 한동대의 승리로 돌아갔다.
이번 김영길 총장님의 구속사건을 법적으로 따져보면 대강 이러하다. (여기서 본인이 법과 별 상관이 없는 사람이라고 이 글의 신뢰성이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밝힌다. 다음의 법 자문은 내가 생각하는 것이 아닌 유능한 변호사님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김영길총장에 대한 죄목은 대략 세가지이다.
첫번째로는 한동대학교에서 설립자(송태헌 전 이사장)를 학교 돈을 횡령하였다고하여 고소를 한일이 있었다. 검찰에서 조사 한 결과, 설립자는 불기소 처분되고 한동대 고소인들은 무고혐의가 없다 하여 무혐의 처분되었다.
그 후 경주지원의 판결에서 설립자의 횡령사실을 인정하는 판결이 있었다. 그런데 작년, 설립자는 김영길총장을 다시 횡령무고 혐의로 고소하였고 이를 검찰이 무고죄로 기소한 것이다. 그러나 검찰이 한번 무고가 안된다고 결론지었고 법원판결에서 횡령이 맞다고 판단한 사건에 관하여 이번에 포항지원에서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이러고서 대한민국 사법부를 믿으라는 말이 나오겠는가? 간단히 풀어서 말하면 전에는 동전의 앞면이 맞다 했던 것을 이번엔 뒷면이 맞다 하니 이 어찌된 일인가를 말하는 거다. 이제 이해가 가시리라 믿는다.
두번째로는 설립자가 한동대학교를 상대로 학교 경영권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하여 1,2심 모두 한동대학교가 승소하였다. 그 소송에서 김영길총장이 증언을 한일이 있었다. 이 증언이 위증이라 하여 설립자가 김영길총장을 고소하였고 그 위증사건은 무죄로 확정되었다. 그런데 그 사건에서 한동대학교가 김영길총장을 위하여 변호사를 선임하여 일부 변호사에게 보수를 지급하였는데 이를 김영길총장이 학교 돈을 횡령하였다 하여 검찰이 기소 한 것이다.
독자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우리나라에선 회사 일을 하다가 회사원이 형사재판을 받으면 회사에서 변호사를 선임하여주고 비용을 지출한다. 이거 기본이란 말이다. 이와 같은 일이 어떻게 횡령이 될 수 있겠는가?
세번째로는 한동대학교가 우수대학교로 선정되어 국고보조금이 나온 일이 있는데 우리 학교는 재정이 거의 바닥이었다. 그래서 그 때 학교에서 교직원에게 월급을 주지 못하고 있던 차에 그 보조금으로 교직원 월급을 우선 지급하고 보름 후에 이를 채워 놓았던 일이 있었다. 이를 이번에 국고보조금 유용으로 기소하였고 이것이 유죄로 인정되었다. 우리는 김영길총장이 비록 일부 행정관계법을 위반하였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한동대학교를 위한 것이었고 개인이 사리사욕을 취한 바도 전혀 없는데 이러한 사유로 어찌 김영길총장을 법정구속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충분히 무죄가 판결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총장님은 2년형을 받았으며 더군다나 '죄질이 나쁘고' '도주의 우려가 있어서' 법정 구속을 해버렸다. 학생들에게 존경받는 대학총장이라는 사회적 지위를 전혀 고려치 않은 경우라 하겠다. 게다가 존경받는 세계적인 과학자임도 전혀 고려치 않았다.
물론 우리나라의 재판에는 법관의 오심을 방지하기 위한 3심 제도라는 것이 있다. 언제나 제도는 그럴 듯하다. 하지만 만약 김영길총장이 2, 3심에서 무죄판결을 받는다고 하여도 이번 법정구속으로 입은 상처를 어떻게 누구로부터 보상 받을 수 있겠는가? 특히나 이렇게 실추된 학교의 이미지는 다시 살릴 방도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긴 이번 일로 울 학교 이름도 모르던 사람들도 많이 알았다고는 하더만 이걸 좋은 현상이라 해야 하나?
그런데 더 중요한 문제는 그 다음에 있다. 그것은 학교가 어떻게 되느니 서로 싸우고들 있는데 정작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은 뒷전에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러다간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포항지역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한동대를 지역민의 대학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한동대학교는 시립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역민의 대학이란 말이 너무 추상적이라 구체적으로 이해하기는 내 좁은 소견으로는 너무 어렵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나만 어려운게 아니라 대부분 이해를 못하는 듯하다는 것이다. 그래도 대충 그 내용을 살펴보면 이러하다. 포항지역의 학생들이 쉽게 들어가 공부할 수 있는 대학, 그로 인해 포항지역 학부모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는 대학이 지역민의 대학이라는 것이란다. 하지만 현재 한동대는 4학기동안 의무적으로 포항 각 시민단체등에서 자원봉사를 한다. 또한 야간 학부의 설치로 포항 지역민들의 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한동은 나름대로 포항과 하나되기 위해서 노력한다. 물론 모든 일이 만족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동대는 아직 7살짜리 어린애라는 것을 기억하길 바란다. 지금 시민 단체가 해야 할 일은 이 어린아이를 넘어뜨리는 것이 아닌 제대로 걸을 수 있도록 도와 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시대는 바야흐로 21세기로 흘러 들어가고 각 대학들은 저마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이런 저런 노력들을 해대고 있는데 우리 한동대는 그나마 있는 경쟁력마저 없애버리라는 말이다. 더군다나 이런 일에 앞장 서고 있는 포항 경실련이란 단체를 보자. 사실 경실련이란 단체에 나는 우호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포항 경실련이 하고 있는 일들을 보자면 이게 과연 시민단체인가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지역민의 대학을 만들자는 말.. 참 듣기 좋은 말이다. 그런데 과연 대다수의 포항시민은 이러한 일에 관심이 있는가. 또한 이미 여러 시민들은 포항경실련의 게시판에 지역의 유력인사와 연합하여 자신들의 영화에만 관심이 있어보이는 이들을 시민단체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일부의 의견은 이들은 시민의 이름을 앞세웠지만 노리는 것은 따로 있다는 입장이다. 과연 학교를 시립화하는 것이 지역민의 대학으로 거듭나는 것인가. 전국의 어느 사립대에서 이런 논의가 있어 왔는가. 또한 이들은 한동의 기독교 정신이 지역과 거리를 두게 하는 원인이라고 규정한다. 하지만 이는 설립초기부터 있었던 –송태헌 전 이사장도 동의한 - 한동대학교의 건학이념이다. 한 학교의 건학이념을 일개 시민단체가 좌지우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제 지루했던 글의 결론으로 들어가자면 이번 김영길 총장의 법정 구속은 학생들이 인정하는 스승의 권위가 판사의 한마디에 땅으로 곤두박질쳤다는 것이다. 과연 이땅에 진정한 스승은 있다고 생각하는가. 하지만 우리에겐 진정한 스승이 있다. 우리는 그것을 자랑으로 여기고 있다. 사학비리 척결의 표본을 만들고 싶었던가? 그렇다면 번지수를 한참 잘못 찾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지금껏 말해온 것으로 이는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한동을 사랑한다. 또한 정의를 사랑한다. 이 땅에 진정한 정의가 뿌리내리는 그날을 위해 한동인은 노력하고 있다. 만일 재단과 총장에게 비리가 있다면 우리 학생들이 먼저 들고 있어 날 것이다. 더 이상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판세싸움에 우리의 존경하는 스승을, 그리고 열심히 배우는 학생들을 희생시키지 말아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