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바둑 국가대표팀이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영광을 기억하며 한 자리에 모였다. 그리고 축하를 받았다. 12월 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바둑 국가대표 환영식이 열렸다.
금메달 3개(남자단체전, 여자단체전, 혼성복식/이슬아‧박정환)와 동메달 1개(혼성복식/김윤영‧최철한)를 따낸 대표선수단(이창호 이세돌 조한승 최철한 강동윤 박정환 조혜연 이민진 김윤영 이슬아)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된 환영식에는 한국기원 허동수 이사장과 임원진, 바둑기자단 등 80여 명이 자리했다.
선수단 환영식은 바둑국가대표 소개 자료화면 상영을 시작으로 대표팀 경과보고,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인터뷰 순으로 진행됐다.
한국기원 이사장인 GS칼텍스 허동수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마지막 순간 손에 땀이 날 정도로 긴장감을 느꼈고 시상식장에서 애국가를 들으며 가슴이 뭉클했다”면서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통해 온 국민이 한국 바둑의 우수성을 다시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또 선수단의 공적을 치하하며, 격려금을 지급했다.
환영식을 끝으로 별도의 해단식 없이 태극마크를 반납한 바둑국가대표 선수단은 4년 후 열리는 인천 아시안게임의 정식 종목 채택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 '넥타이 절대 안 매기'로 유명한 이창호 9단이 이날은 특별히 매려고 한다. 윤성현 여자 팀 코치까지 도와보지만 역시 만만치 않다.
▲ 아시안게임에서의 수훈으로 9단 승단설이 도는 조혜연 8단. 조한승 9단과 이야기하고 있다. 조한승 9단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중국 차를 마시고 있다.
▲ 훈남 조한승 9단.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가기 전 대대장으로부터 서면으로 응원을 받았고 다녀온 뒤 축하를 받았다. 금메달을 따내면서 군 혜택을 받았다. 신분으로는 공익요원이지만(야구의 추신수 선수도 마찬가지) 활동 무대가 한국기원이어서 실질적으로는 제대나 다름없다. 조 9단은 "군 생활은은 보람 있었다. 군 혜택을 받게 되어 기전에 자유롭게 참가할 수 있는 이점이 있어 좋다"고 말했다.
▲ 허동수 한국기원 이사장(왼쪽)과 김기춘 부이사장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들이 기량을 발휘하는 데 도움을 준 숨은 공로자들이다.
▲ 강동윤 9단은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를 말해달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난 방에 계속 누워 있느라 별로 에피소드가 없었다"고 대답해 좌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오른쪽에서는 조혜연 8단이 핸드폰으로 장난을 하고 있다.
▲ 환영회 전경. 80여명이 코엑스인터컨티넨칼 호텔 30층의 주피터 홀에 자리했다.
▲ 베트남 선수와 긴 승부를 펼쳤던 이세돌 9단. 왜 그렇게 장고 했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아시안게임에서 모든 판에 신중했다. 꼭 이겨야 된다는 생각이 들어, 두 세번 손빼도 죽지 않을 것 같은 돌이 이때는 죽을 것만 같더라"고 대답하자 좌중에서 웃음 꽃이 피었다.
▲ 최철한 9단과 박정환 8단. 김윤영 초단이 "최철한 9단은 여자 친구가 있다. 그 여자 친구가 아시안게임 때 만큼은 호흡을 맞추라고 최 9단을 빌려주겠다고 했었다.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잘 돌려줬다."고 말하자 최 9단은 이 말을 받았다. "나를 빌려줬다가 돌려줬다가 했단 말인가? 하하. 페어 바둑은 호흡이 키포인트라고 봤다. 눈빛만 봐도 파트너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야 했다. 그래서 붙어다녔다. 그때문인지 나와 김윤영 2단이 나란히 나온 사진에 대해 어떤 댓글엔 '20년 된 부부가 등산 가는 것 같다'고 써 있더라. 그걸 보고 웃었다." 최철한 9단은 혼성 페어전에서 박정환-이슬아 조와 결승행 다툼을 벌일 수밖에 없던 순간도 말했다. "우리끼리의 대결이 벌어지는 그 코스만 피했으면 하고 바랐는데, 결국은 그 코스가 되고 말았다. 박정환 8단은 군 혜택이 걸려 있었고 이슬아 초단은 스타로 떠야 했다는 점이 강렬하게 작용했던 모양이다. 원래는 그 팀에 승률이 좋았는데, 그 기세에 눌렸나보다. 우리 팀이 지고 말았다"
▲ 이슬아 초단 "혼성 페어 짝인 정환이가 군 면제도 걸려 있어서 그랬는지 부담감을 많이 느끼고 밥도 안 먹어서 한때는 나도 힘들었다." 중국 씨에허-송용혜 조의 벌점으로 이긴 순간에 대한 질문에는 "나는 상대 팀의 벌점을 기억했고 우리 팀의 승리를 알고 기뻤다. 그런데 정환이는 상대의 벌점을 모른 모양이었다. 내가 기뻐하면서 정환이의 얼굴을 쳐다봤는데, 얼굴이 썩어있더라 "라고 답해 여기 저기서 웃음 소리들이 터져나왔다.
▲ 총감독 양재호 9단. 오더상 주요 전략은 이세돌 9단을 씨에허 7단과 안 붙게 하는 거였다. 이겨봤자 본전이고 지면 큰 타격이었기 때문이다. 이창호 9단은 가능하면 구리 9단이나 창하오 9단과 붙도록 했다. 부진한 이창호 9단이었지만 아시안게임에서 잘 해주리라 믿었다. 그게 성공적이었다. 혼성페어에 총력을 기울였다. 거기서 중국을 이기면 단체전부터는 자멸할 수도 있을 것이라 봤는데 그대로 됐다. 여자단체전은 루이 나이웨이 9단이 큰 걸림돌이었다. 김윤영 2단은 여류기성전에서 루이 9단을 꺾었지만 아시안게임 땐 체력소모가 큰 탓에 힘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 이민진 5단이 서울에서부터 자신 있다고 하기에 루이 9단과 붙도록 했는데 결국 이겼다."
▲ 부진했지만 아시안게임에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했던 이창호 9단. 여타 대회보다 아시안게임은 더 책임감을 느꼈다고 술회.
▲ 얼짱스타가 되어 바둑계 외적으로도 널리 알려지고 있는 이슬아 초단.
▲ 사회자의 질문-이슬아 초단이 너무 떠서 다른 여자 대표들 사이에 질투는 없었나?-에 조혜연 8단은 "슬아가 외모로 뜨는 건 시간문제였다(좌중 웃음). 한편으로는 선배로서 과연 이제부턴 어떤 양상이 될까 궁금하기도 하다. 또, 나는 카메라 세례를 받는 걸 싫어하기 때문에 최대한 슬아 옆에 가지 말아야겠다고도 생각했다(좌중 웃음)"고 말했다.
▲ 앞과 같은 질문에 김윤영 2단은 "슬아가 가는 곳마다 얼굴마담으로 승부해줬다. 그래서 나머지 우리끼린 '실력으로 승부하자'는 결의를 다졌다. 그래서 이렇게 아시안게임 성적이 좋아진 것 같다(좌중 웃음)"
▲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선수들의 두통을 막아준 침이 역시 화제.
▲ 금메달리스트들이 같이 앉았다.
▲ 허동수 이사장이 양재호 총감독을 통해 선수들에게 격려금을 전달했다.
▲ 대표 선수들이 바둑 홍보대사 탤런트 이영아 씨와 기념 촬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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