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성체대회 한국 순례단, 필리핀에서 현지인들과 한국어 미사
- 27일 필리핀 세부 마볼로 성 요셉 성당에서 '본당과의 만남' 가져 - 가톨릭 신자들의 세계 단위 모임인 제51차 세계성체대회가 2016년 1월 24-31일 필리핀 세부 대교구에서 열리고 있다. 세계성체대회에 참가한 한국 순례단(한국 대표 장봉훈 주교)이 27일 오후 4시 대회 공식 프로그램인 ‘본당과의 만남’(Parish Encounter)에 참가, 세부 대교구에 있는 ‘마볼로 성 요셉 성당’에서 필리핀 신자들과 함께 한국어로 장엄 미사를 봉헌하고 친교의 시간을 가졌다.
▲ 마볼로 성 요셉 성당에서 제51차 세계성체대회 한국 대표 장봉훈 주교와 사제단이 ‘본당과의 만남’ 장엄 미사를 거행하고 있다.
‘본당과의 만남’은 참가국 신자들이 주최국 성당에서 현지인들과 교류하는 자리이다. 가톨릭의 매일 미사 기도문과 성경 독서는 세계 공통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미사에 참석한 신자들은 어느 언어를 사용하더라도 같은 성경 말씀을 읽고 같은 기도를 하게 된다. 미사 후에는 식사 나눔, 문화공연을 통해 개최국의 가톨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이번 만남의 경우, 미사를 비롯한 전체 일정은 성 요셉 성당과 세부 한인 공동체의 긴밀한 협의를 거쳐 준비됐다. 장엄 미사는 장봉훈 주교가 주례하고, 순례단의 일원인 박정일 주교(전 마산교구장)와 필리핀 주교 2명, 순례단 실무 담당 이정주 신부(주교회의 홍보국장), 세부 한인 공동체 주임 정세진 신부(전주교구 파견), 마볼로 성당 주임 호세 도사도 몬시뇰을 비롯한 필리핀 신부 20여 명이 공동 집전했다. 한국에서는 주교회의 순례단 41명과 개별 신청자 6명, 세부 한인공동체 신자 80여 명이 참례했다. 주교회의 순례단은 한복을 입고 성당에 방문해 현지 신자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필리핀 신자들도 장 주교가 주례하는 미사에 참례하기 위해 성당을 가득 채워, 모두 1,200명가량이 미사를 봉헌했다. 장 주교는 강론을 통해 “성체대회에 참가한 한국 신자들은 필리핀 교회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 안에서, 495년 전 가톨릭 신앙이 전래된 이래 숱한 시련과 고통, 가난과 절망 중에 필리핀 사람들이 의지한 신앙과 희망을 확인하기를 간절히 원한다”고 인사했다. 이어 “오늘 미사 독서에서 이스라엘의 다윗 왕은 하느님의 집을 짓기를 소망했고, 하느님은 이 결심에 큰 감동을 받으시어 축복을 내리셨다. 신자 여러분도 가난하고 병들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위대한 꿈을 가진 하느님의 자녀가 되어서 세상을 위한 ‘희망의 샘’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필리핀 신자들을 위한 영어 통역은 이정주 신부가 맡았다.
▲ 장봉훈 주교가 한국과 필리핀 신자들에게 강론을 하고 있다.
영성체 후에는 양국 신자들의 신앙 체험을 들었다. 한국 대표 황규열 토마스(광주대교구) 씨는 IMF 외환위기 때 명예퇴직한 뒤, 가계에 대한 근심을 하느님께 맡기고 교회와 신자들에게 봉사하는 길을 택한 사연을 들려주었다. 필리핀 대표 조이 라모스 씨는 삶의 더 깊은 의미를 찾기 위해 성지를 순례하고 교회 봉사자로 활동한 경험을 발표했다. 한-영 통역은 필리핀에서 선교 중인 김 로사 수녀(위로의 성모 수녀회)가 맡았다. 미사 직후, 한국과 필리핀의 주교 4명은 1,200명 신자들의 머리에 일일이 손을 얹어 축복해 주었다. 장 주교는 필리핀 주교회의 취재단과의 인터뷰에서 “일생 처음으로 외국인 공동체 앞에서 한국어로 미사한 것이 큰 행복이었다.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십자가가 세워진 땅, 필리핀의 신자들에게 안수(손 얹음)하며 그들이 신앙 안에서 희망을 찾고 있음을 실감했다”고 했다. 또한 장 주교는 “한국인들에게 세계성체대회 참가는 전 세계가 하나의 신앙 공동체에 동참한다는 의미가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같은 열기가 전해진다”고 덧붙였다.
▲ 본당과의 만남 미사를 공동 집전한 주교 4명이 신자들에게 안수하고 있다.
이어 한국 순례단은 저녁식사를 든 뒤, 신자들이 준비한 문화공연을 관람했다. 성 요셉 성당 성가대는 필리핀 성가 2곡에 이어 한국 민요 ‘아리랑’을 한국어로 불렀고, 한국 순례단은 노래에 맞춰 춤을 추었다. 이어 필리핀 신자들은 아기 예수(산토 니뇨)를 경배하는 ‘시눌룩’ 공연을 선보였고, 한국 순례단은 답가로 ‘우리의 소원은 통일’에 이어 ‘아리랑’을 다시 한 번 불렀다. 성 요셉 성당에서는 순례단에게 세계성체대회 기념 묵주를, 순례단은 성 요셉 성당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복자화를 선물했다. 마지막으로 한국과 필리핀의 신자들은 시눌룩의 북소리에 맞춰 춤을 추며 작별인사를 나눴다. 제51차 세계성체대회 ‘본당과의 만남’에서는 세부 대교구 내 14개 성당이 순례자들에게 문을 열었다. 한국 순례단에 배정된 마볼로 성 요셉 성당은 1792년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선교사들이 설립했다. 세부 지역의 지진과 화재로 몇 번의 재건축을 거쳤으며, 지금은 필리핀 그리스도교 전래 500주년 기념사업과 성당 보수공사를 겸한 ‘마볼로 2016’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 한국 순례단이 마볼로 성 요셉 성당에 124위 복자화를 선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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