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자녀들에게 줄 빵을 강아지에게 주는 것은 옳지 않아!’ 마귀 들린 딸을 구해 주십사는 여인의 호소에 만민의 그리스도께서 이방인을 개로 비유하시다니! 복음 나누기에서 “이건 예수님답지 않네요.” 하던 누군가의 말에 충분히 공감했다. 그러나 오늘 복음의 초점은 예수님이 아니라 ‘여인의 믿음’이다. ‘제발 딸만 구해 주세요. 개가 아니라 쥐라고 부른들 상관없어요!’ 모성애는 위대하다.
어머니의 눈물겨운 사랑이 있는 가정은 삼위일체의 하느님과 나자렛의 성가정만큼이나 완전한 공동체이다. 가정이 공동체 세계의 기초다. 그래서 교회는 가정을 완전에 가까운 공동체 모델로 삼고 하느님을 아버지로 또 교우들을 형제자매라 부른다. 하느님께서 모든 생명의 창조주이시기에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는 하느님과 한 몸이라는 것이 그리스도교 사상이자 공동체의 영성이다. 혈연으로 이루어진 가정은 대가족과 친지로 마을을 이루고, 인정과 도덕과 자치와 원로의 권위가 있는 소사회를 이룬다. 건강한 ‘본디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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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복음에 나오는 여인의 자녀 사랑이 가정과 혈연을 넘어 이웃과 인류에게 미친다면 전쟁도 빈부의 양극화도 없는, 지상의 하느님 나라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제 농경 사회와 마을은 사라지고 대가족은 해체되었으며 가족마저 함께 밥도 먹지 못하는, 가정이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지난해 4월에 성인의 반열에 오른 요한 23세 교황은 “사람은 함께 사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가르치셨다. 병든 시대를 치유하여 사랑의 사회로 가는 길은 서로 함께 사는 데 있다. 대가족이 함께 사는 마을이 복구되어야 한다. 작은 삶과 마을의 회복 없이 가족애를 뛰어넘을 방법이 없다. 미래가 없어 보인다.
출전 : 2015. 2. 12.(목) 매일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