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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꽤 많은 책을 읽었는데 그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책을 꼽으라면 단연 김용철 변호사가 쓴 "삼성을 생각한다"를 꼽고 싶다.
나는 이 책을 무려 5번이나 꼼꼼하게 완독했다. 그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그가 저서에서 여러차례 노무현을 비판하고 넘어갔기 때문이다.
솔직히 나는 이 점이 매우 불쾌했다. 물론 그가 노무현을 비판해서는 안된다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또한 그가 노무현을 비판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 책의 가치가 떨어진다라는 것도 아니다.
그의 책은 그럼에도 주변사람 모두에 일독을 권유하고 싶을 정도로 여전히 훌륭하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게 했다. 다만 그가 책속에서 노무현을 비판한 부분에는 전혀 근거가 없다라는 점을 분명하게 지적하고 넘어가지 않을수 없다.
먼저 "2002년 대선에서 당선된 노무현이 이후 5년동안 삼성과 찰떡처럼 유착해 놀아났다. 그 결과로 8~90년대에는 그저그런 재벌에 불과했고 97년 외환위기 직전까지도 서열 3위에 불과했던 삼성이 공룡으로 성장해 우리사회 전반을 좌지우지 하게 되었으며 그런 책임 중심에 노무현이 있다"라는 김용철의 주장은 출발부터가 완벽한 거짓이다.
97년 외환위기 직전에 형식상 재계 서열 1위는 현대그룹, 2위는 대우그룹 그리고 3위는 삼성그룹이었다. 그러나 김용철은 몰랐겠지만 당시 경제계 쪽에 조금이라도 몸 담고 있었던 사람들이 다 아는 진실은 실질상 1위는 삼성그룹,2위는 현대그룹 그리고 3위는 대우가 아닌 다른 그룹이었다.
그때 거의 모든 그룹의 장부가 분식회계 상태였는데 그나마 삼성은 분식규모가 적은데다 적게나마 꾸준하게 이익을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는 삼성보다 분식규모가 컸고 이익이 거의 제로상태였다. 그리고 대우는 분식규모가 매우 컸고 이익은 커녕 만성적자 상태였다.
그래서 당시 경제인들이 대우가 매출장부를 조작해 삼성을 누르고 재계 2위로 올라선것을 두고 "장부조작이 심해도 너무 심하다"라는 탄식을 했던것이다.
그 증거중 하나가 바로 형편없던 대우그룹의 주가였다. 대우그룹 계열사 상당수의 주가가 심지어 액면가보다도 낮았던 이유는 심심해서 그랬던것이 아니다. 바로 순이익의 몇배로 형성되는 적정주가산출의 법칙상 이윤을 내지 못하는 대우주식의 가치는 도저히 높을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김용철은 책에서 특수부 경제통 검사답게 기업들이 이렇듯 비자금을 만들기 위해 회계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두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하나는 비용을 부풀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매출을 누락하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기업들은 돈을 빼돌리기 위해 매출을 누락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은행대출을 끌어들이기 위해 매출을 부풀리기도 했다.
그럼 회계가 어떻게 되겠나. 고무줄처럼 줄였다 늘렸다하면 어느순간 헷갈려서 정신줄을 놓게 된다.
즉,어느 시점부터는 얼마가 엉터리인지 본인 자신조차도 모르게 된다라는것이다. 그래서 김우중이 해법으로 들고 나왔던 것이 바로 세계경영이었던 것이다.
분식회계가 종말로 치닫고 있으면 언젠가 터진다. 그럼 재산을 몰수 당하게 된다. 따라서 비자금을 국내에만 감춰둬선 안되고 해외로도 빼돌려 놓아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이돈으로 재기할수 있다. 그래서 김우중이 순식간에 해외에 수백개의 법인을 만들어 돈을 빼돌렸던것이다.
이런 행태가 바로97년 IMF 외환위기의 주원인중 하나다. 즉,해외자본의 유입과 이탈뿐만 아니라 국내자본의 도피목적의 빼돌리기 투자가 더 큰 역활을 했다라는것이다. 그랬기에 당시 대우의 해외투자가 가장 열성적이었던것이다. 그 다음이 현대였고 마지막이 삼성이었다. 분식회계가 많은 순으로 해외투자가 급격하게 일어났던 슬픈코미디를 놓고 당시 경제인들의 탄식은 절정에 달해가고 있었다는것을 김용철은 모르고 있는것이다.
결론적으로 97년 외환위기 이전 서열 3위였던 삼성이 노무현 지원 덕에 1위로 뛰어 올랐다는 김용철의 주장은 경제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데서 비롯된 오판일뿐이다. 삼성은 이미 90년대중반에 실질적으로 재계서열 1위에 올라 있었기 때문이다.
둘째,김용철은 책에서 "2002년 대선 당시 삼성 구조본의 핵심인사들 거의 전원이 이회창의 당선을 염원했는데 노무현의 부산상고 선배였던 이학수만큼은 노무현도 나쁘지 않다고 보았다. 왜냐하면 노무현이 이전부터도 이학수를 학수선배라고 부르며 잘 따랐기 때문이다. 말마따나 노무현 당선 이후에 참여정부 정책중에 삼성에 불리한것은 거의 없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역시도 완벽한 거짓이다. 김용철이 이런 엉터리판단을 내릴수 있는 이유 역시도 그의 경제지식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당시 삼성수뇌부가 원했던 것은 크게 3가지다.
첫째,부동산 과표 현실화및 보유세제 인상 그리고 차명부동산의 명실상부한 거래실명제 유도를 하지 말것.
둘째,달러외환보유고를 적정분 이상 축적하지 말고 고환율 정책을 펼칠것.
셋째,증세 복지증가하지 말고 대기업 부자감세해줄것등이다.
노무현은 이런 삼성의 3대요구를 모조리 거절했다. 과표현실화,거래실명제,종부세신설을 밀어 붙여 부동산에 대한 애착이 누구보다 컸던 이건희의 심장에 비수를 꼿았다.
그럼 수도권에 공장이라도 신설하게 해달라고 애원했던 부탁마저 "수도권 이남으로 내려가라"며 매정하게 거절했다. 실제로도 참여정부 시절 삼성의 대부분의 설비투자는 지방에서 일어났다.
고환율정책 요구에도 냉랭하게 나왔다. 공적자금 도움으로 살아난 기업이 해야할 일은 통화약세 정책으로 땅 짚고 헤엄치기식으로 부를 쌓는것이 아니라 경쟁력강화라고 일갈했던 것이다. 재벌 봐주기보다 외환위기 재발방지와 서민물가안정이 더 중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포퓰리즘 정책쓰면 한국이 아르헨티나꼴 날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한국의 복지제도는 쓰레기 수준이며 조세제도는 대기업재벌 부동산부자들이 선진국에 비해 세금을 거의 안내는 수준"이라며 국가재정의 7~15%수준이던 복지지출비중을 28%선으로 끌어올려 버렸다. 사색이된 삼성 앞에서 노무현은 다음 다다음정권은 복지비중을 국가예산대비(300조원) 30%가 아니라 GDP대비(1천조원)30%선으로 끌어 올려야 할것이라며 섬뜩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이랬던 노무현을 삼성에 불리한 정책은 거의 쓰지 않았던 대통령이었다고 김용철이 평가할수 있었던 이유는 위에서 언급한바처럼 그가 경제에 대해서 무지했기 때문이다.
그가 책속에서 "노무현이 삼성에 진 빚이 너무 컸다. 때문에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삼성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참여정부의 정책중에 삼성에 불리한것은 거의 없었으며 삼성이 제안한 정책을 그대로 채택한 사례가 비일비재했으며 임기후반으로 가면서부터는 아예 시키는대로 하는 수준이었다"라는 독설을 한데에는 바로 자신의 그런 무지가 존재했던 것이다.
노무현은 재계서열 3위였던 삼성을 1위로 키워준것이 아니라 1위였던 삼성이 더 커지지 못하도록 임기내내 고심했다. 임기 초반 전임정권 말기때 구사했던 카드대란정책으로 인하여 신용불량자가 양산되고 내수가 추락할때 삼성이 강력한 내수진작책이 필요하다라는 주장을 수없이 청와대로 올려보냈지만 역시 노무현은 묵살했다.
대신 그는 "자꾸만 한약(경기부양책) 먹을 생각하지 말고 밥(경제펀더멘탈 진작)을 잘 먹고 열심히 운동을 하자"라고 설득했다.
수도권 한나라당 지자제장들이 APT버블을 만들어내면서 시민들에게 열심히 마약을 주입하고 있을때도 "가격이 아닌 가치를 키워내야 하는데"라며 탄식했고
수도권집중과 규제완화가 해법이 아니라며 균형발전과 규제의 엄격한 집행으로 약자를 강자로부터 보호해내 시장질서를 바로 세워낼 해법을 고심했다.
이런 그의 설득과 탄식 그리고 고심이 김용철의 눈에는 수작처럼 비쳐졌을른지도 모르겠다. 비단 김용철뿐만 아니라 당시 한나라당,민주당,민주노동당에 이르기까지 노무현의 진심을 이해해 주려는 무리들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무현은 언제나 외로웠던것이다. 임기내내 보수진영으로부터는 삼성을 조진다는 비판에 시달리고 진보진영으로부터는 삼성과 놀아난다라는 비판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가슴속에 그런 세상을 향한 원망같은 것은 없었다. 다만 삼성이 하루빨리 스스로 노력해 분식회계및 비자금조성 관행을 중단하고 숨겨진 부실을 까기만을 바랬을뿐이다. 그 과정속에서 경기부양정책과 특혜정책을 기대하지 말고 스스로의 힘으로 환골탈태해 국민적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기만을 바랬던 것이다.
노무현이 삼성과 놀아난 유일한 부분은 바로 그 지점이었을뿐인것이다. 삼성이 과거를 반성하고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를 바랬던 그 진심 말이다. 그럼에도 김용철을 이 부분을 볼줄 모른다.
내가 삼성을 생각한다라는 책을 5번이나 읽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읽기 난해한 번역서도 두번이상은 잘읽지 않는다. 그럼에도 비교적 쉽게 쓰여진 그 책을 무려 5번이나 읽었던 이유는 삼성과 노무현 때문이 아니라 바로 김용철을 생각해보기 위해서였다.
김용철은 과연 삼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인가. 일견 책 내용만 보면 그렇게 보는것이 맞을수도 있다.
그러나 삼성을 바로 세우려고 치열하게 노력했던 노무현을 판단하는 부분을 보면 그는 삼성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삼성을 모르는데 그 삼성을 바로 세우려던 노무현의 혜안이 시야에 들어올리 없었을 것이다.
바로 그런 오판들이 노무현의 뜨겁던 심장을 멈추게 했고 오늘날 삼성의 폐해를 우리사회가 제대로 극복해내지 못하게 만들고 있는 근본적 원흉인것이다.
수십억원의 연봉과 수백만원짜리 양복을 걷어차버리고 서민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4000원 짜리 백반을 먹어가며 새로운 삶의 즐거움을 알아가고 있다라는 김용철에게 이런 충고를 해주고 싶다.
검사를 그만두고 삼성에 들어갔을때의 초심이 호화로운 삶에 있지 않았었듯이
서민들 속으로 뛰어든 지금의 초심이 검소한삶에 있을수 없다.
김용철이 진정으로 삼성에 부역하던 과거를 반성하고 삼성을 바로 세우는 일에 남은 일생을 매진하고 싶다면 그 삼성을 바로 세우려다 세상에 초라하게 비춰지며 사라져갔던 어느 한 정치인의 외로웠던 인생역정부터 바로 볼수 있어야 할것이다.
세상을 바로 세우는것은 결국 사람을 바로 세우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바로 세운다라는것은 결국 그 사람의 진심을 바로 알고 그 진심위에 그사람의 가치를 바로 올려세워내는일로부터 시작되는것임을 언제고 김용철이 깨닫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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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유산 1부
"가끔 황량한 벌판에 홀로 외롭게 버려져 있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얼마나 무섭고 냉혹한 세계에 몸담고 있는가를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 그런 순간들...
아내는 대체로 내가 하는 일이 옳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 같다. 특히 1990년 3당합당을 반대할 때 그랬다. 그렇지만 내가 한국 정치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는 아직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내가 정치를 하거나 말거나 한국정치가 달라질 것이 없는데, 왜 그 고생을 하느냐는 것이다.
아직도 나와 한참을 더 싸워야 할 것 같다.
"여보 나 좀 도와줘! 나는 꿈이 있어!! 나는 꼭 그 꿈을 실현하고 싶어. 정치를 하려면 미쳐야 된대. 여보 양숙씨!! 우리 같이 한번 미쳐보자 응??"
-하로동선 시절 中 노무현.
미친 꿈이란 무엇일까..
한나라당 입장에서 보면 대통령이 부당한 권력을 행사하지 않는 것이 그런 것일 수 있고 지역주의를 타파하자는것일수도 있습니다.
생전 노 대통령의 정치 역정은 적어도 이런 것들에 대한 정면도전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들이 그토록 거부했던 "노무현"의 키워드는 이제는 이런 것들이 미친 짓으로 치부되도록 한국정치를 발전시켜 달라는것에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그들은 거부했죠...
어느 어린이날을 맞아 노 대통령이 이런 말을 한적이 있습니다.
"꿈이 있었는데 꿈보다 조금 높게 되어 버렸다."
노 대통령은 나의 꿈은 사실 정치에 있지 않았고, 수도 없이 정치를 그만두리라 마음 먹었었는데 어쩌다 보니 계속 끌려 들어가 헤어나오지 못하게 되었다고 솔직하게 이야기 한 적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바로 그랬기에 그는 목표했던 것보다 조금 더 높은 것을 이뤄낼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뱃지를 달았으나 그 뱃지를 욕심내지 않았고,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으나 그 자리를 탐욕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살아생전 그 자리들이 어떡해야 국민의 의사대로 움직여줄 수 있는 시스템 속에 바인드될 수 있는가 만을 고민했었고 지금도 아마 하늘에서 그것만을 고민하고 있을 것입니다.
지금 미친 꿈을 꾸는 사람은 누구..
누군가는 4년 혹은 5년간 어느 정치인의 개줄에 묶여 살 것인가 하는 선택만을 편하게 고민하지 말고 상처받고 아픔도 겪으며 당당히 참여해 주권을 행사하라고 국민들에게 거침 없이 요구 했습니다.
아고라처럼 먹고사니즘을 훼방하지 않는 범위내에서의 자발적 참여세력의 증대는 이러한 시대적 주문에 대한 화답일 수 있습니다.
대통령은 국민의 지시에 따라, 국회의원들은 당원의 지시에 따라 정치하고 각 정당들은 국가와 국민를 위한 정책만을 입법해 나아가는것. 보수는 조금 더 가깝게, 진보는 그보다 조금 더 멀리 볼 수도 있겠지만 그러한 시차의 차이 이외에는 하나의 목적으로만 균일되는 정치를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바램들이 또 다시 미친 꿈으로 치부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은 제왕정치, 지역주의를 포기 못하겠다고 합니다. 자유선진당 민주당 등도 보스정치는 몰라도 지역주의는 버리지 못하겠다고 합니다.
차라리 민주주의 아예 못하겠다고 버티는 한나라당이 솔직할 지도 모릅니다. 권력을 국민에게 쥐어주면 나라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그들은 대놓고 이야기 하고 있으니까요. 상위 2%가 부와 권력을 장악한 나라에서 어느 것이 정상일런지는 알아서들 판단 하겠지요.
그에 반해 민주당의 정체성은 도대체 뭔지 의문 입니다. 한나라당은 총론,각론 모두 민주주의 못하겠다고 선언한 집단인데 반해 민주당은 총론에서는 하겠는데 각론으로 들어가면 못하겠다고 버티는 집단으로 보입니다.
노무현이 예전에 결혼식 축사에서 즐겨 사용하던 표현이 있습니다. "너무 큰 기와집을 짓지 마십시오! 그렇다고 불안해하지도 마십시오. 30년쯤 지난 선배로서 내게 결혼이 뭐냐고 묻는다면 그냥 "신비"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전 저게 무슨 의미일까 한참을 생각해 봤는데 이 시점에 딱 적합한 말인듯 싶습니다.
소신과 신념은 언제나 시련의 시간을 요구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그 시련속에서도 희망과 열정의 끈을 놓지 않는다면 언젠가 사랑과 다시 조우하게 되어 있습니다.
지금 노무현에 대한 국민적 사랑이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그가 대통령 재임시절 임기 내내 자신의 소신과 신념에서 벗어난 정치적 행위를 하지 않았기 때문일것입니다. 댓가로 그는 5년 내내 거친 시련에 시달렸습니다만 그 시련속에서도 국민에 대한 희망과 내일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놓지않았기에 결국 반전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바닥으로 내려갔다 다시 원점으로 되돌려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 국민적 사랑의 실체는 실상 우리 마음 속 깊은 곳에 언제나 존재하고 있었던 것뿐일런지도 모릅니다.
정치도 인생과 마찬가지로 희망과 열정의 끈만 놓지 않는다면 사랑과 지지는 결국 다시 돌아오며, 그것은 회귀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존재하고 있는 것이었임을 결국 깨닫게 되는것일뿐입니다.
노무현은 2%의 수구 기득권 때문에 임기 내내 미친놈 소리를 들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98%의 국민을 바라보고 묵묵히 이겨냈습니다. 지금 그 노무현의 임기가 끝이 났고 이명박이란 정반대 극단에 서있는 인물이 대통령으로 당선 되었습니다.
그 다음 대통령은 누가 되어야 할까요? 저는 아직 잘모르겠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제는 국가의 운영권을 진정으로 국민에게 돌려줄 수 있는 개혁의 적임자가 다시 전면에 나서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인물이라면 지금쯤 동료 의원들 또는 수구 기득권 들에게 미친놈 소리를 듣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아니 그럴게 확실합니다. 그러나 그 정도 시련쯤은 능히 이겨내며 국민들에게 개혁을 안겨줄 수 있는 정치인이 분명 어딘가에는 존재하고 있을거라 기대합니다.
만약 그러한 정치인이 대선에 출마한다면 그는 분명 생전 노무현 대통령처럼 어느 어린이 날에 아이들을 청와대에 불러놓고 "꿈이 있었는데 그 꿈보다 조금 높게 되어 버렸다." 라는 말을할 수 있게 될지도 모릅니다. 지금 개혁을 미친듯이 열망하고 있는 국민적 에너지는 그토록 거대한 것입니다.
미친 꿈. 노무현의 그 위대한 유산..
그럼 그 거대한 국민적 에너지를 어디로 모아 내야 할것인가. 현재 로선 이명박 다음으로 박근혜가 대통령이 될 확률이 99.9%입니다.
그녀는 이명박 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의 배금주의자입니다. "돈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숭배하며 오로지 돈모으기를 국가와 국민의 목적으로 지향하는" 배금주의 말입니다.
그들은 선전합니다.
"지금 우리의 문제는 오직 돈이 없는것이다. 따라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패해도 좋으니 돈을 모아야 한다. 그러면 모두가 부자가 될수 있고 행복해 질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거짓이죠.
지난세월 전세계는 오로지 통화교란에 의한 힘으로 부국이 빈국을 ,부자가 서민을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도시가 농촌을 착취하는 식으로만 성장해 왔습니다.
이 수법의 특징은 오로지 하나입니다. 모든 사람을 돈만 아는 배금주의자로 전락시키고, 이를 위해 그들 머리 속에서 철학적 사상을 말끔히 지워버리는것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투기꾼으로 전락한 사람들은 수구들이 만들어놓은 거대한 투기판위에서 아무 생각없이 서로가 가진것을 뺏기위해 처절한 이전투구만을 벌이며 살아가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인간의 존엄성이나 인간다움은 심각하게 훼손되어 버렸습니다.
그 결과 이제 누구도 거의 모든 사람이 투기꾼으로 전락한 매트릭스 같은 현실을 지적하려 들지 않는 처참한 세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설사 지적하고 싶어도 지적할수 없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철학적 빈곤에 빠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하여 고민끝에 일부에 의해 "너희들은 부패한 투기꾼 놈들" 이라는 인신공격만이 동원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생각없는 감정적 대응입니다. 이러한 철학 없는 비판은 이내 한계에 부딪혀 버리게 되죠.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 나만 손을 놓고 뒤쳐지란 말이냐. 아니면 머리깍고 중이라도 되라는 말이냐?" 국민들로부터 이내 이런 볼멘소리를 듣게 됩니다.
이명박같은 수구는 "좋아, 그런 너희들은 털어서 먼지 안나오나 보자. 만약 먼지가 한올 이라도 나오면 죽여주마" 라며 악독하게 이를 박박 갈아 댑니다. 이것은 생각없는 감정적 대응이 아닙니다. 지난 수천년간 배금주의를 역사적으로 유지 시켜온 그들 나름의 지고지순한 삶의 철학방정식인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에 대응하는 수천년간의 대응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인본주의 입니다. 우리는 지금 감정적 대응이 아닌 그것을 꺼내 들어야만 하는것입니다. 인본주의를 역사적으로 말하자면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할수 있겠지만 지금 이 순간 필요한것으로 대체하라고 한다면 저는 오직 하나 "조세 복지 선진화"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왜 지금 이 순간 휴머니즘이 곧 조세 복지 선진화인가.
조세 복지 선진화는 나만 손을놓고 뒤쳐지란 말이냐라는 국민적 두려움도 없애 줄수 있고, 너희는 털어서 먼지 안나오나 보자라는 국가적 폭력도 없애줄수 있고 ,무엇을 위해서 무엇을 고민해가며 살아가야 하는것인가라는 철학적 빈곤으로부터의 탈피도 이끌어낼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오로지 투기판으로 전락한 작금의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정상적으로 되돌릴수 있는 "유일의 길"이기도 합니다.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 그것은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설명하는 미시이론의 핵심화두입니다. "경기가 어려워지면 무지막지하게 돈을 찍고 국채를 찍어 시장에 퍼부어라"그것은 거시이론의 만병통치약처럼 남발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들은 다 부질없는 이야기일뿐입니다.
공정성이 부재된 효율성,내일의 기약이 없는 오늘만을 위한 정책. 이런 발전적이기는커녕 후퇴적이고 적확한 사용을 통한 구제는 커녕 오용과 남용을 통한 면피적 수법으로는 경제발전을 통해 사람들의 행복을 도모해낼수 있기는 커녕 부패하고 삭막한 결과만이 초래될뿐이기 때문 입니다.
조세 복지 선진화는 바로 이런 사막화된 정글자본주의와 카지노시장경제를 향한 오아시스와도 같은 존재인것입니다.
노무현의 유산은 모든 국민이 바로 이런 꿈을 꾸어달라는 것입니다.
어찌보면 꿈도 아닌 당연한것이 미친꿈으로 치부되는 정신나간 세상을 "원칙과 상식"이 바로 서는 세상으로 되돌리고 그 세상위에 사람들의 소박한 꿈이 바로설수 있는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부엉이바위 아래로 초연히 몸을 던진것입니다. 노무현을 죽인것은 누구입니까.
투기판속에서 나만 손을놓고 뒤쳐지란 말이냐라고 말했던 국민입니다. 너희는 털어서 먼지 안나오나 보자라고 말했던 이명박과박근혜입니다. 노무현 살해의 공범은 바로 철학없이 세상을 살아가던 우리 모두였던것입니다.
그 죄를 씻는 길은 노무현의 유산을 이어받아 우리 모두가 또다시 미친꿈을 꾸는 것입니다. 미친 꿈을 꾸는 정치인을 떠받들고 밀어 올리는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미친 꿈을 꾸어 그 미친꿈을 꿈, 그리고 꿈이 아닌 원칙과 상식으로 되돌리는것입니다.
그럼 사람사는 세상이 기적적으로 활짝 열리게 될것입니다. 지금 이순간 여러분에게 나즈막하게 묻고 싶습니다.
"또 다시 미칠 준비가 되었는가"
그 꿈에 우리가 자신있게 답할수 있다 라면 몇년이 지난 어느 어린이 날을 맞아 우리는 자식들에게 "꿈이 있었는데 그 꿈보다 조금 높게 되어 버렸다."라는 말을 인생의 황혼에서 말할수 있는 삶을 한번 꿈꾸어 보라고 말할수 있게 될것 입니다.
노무현의 유산 2
한 3~4년전 쯤의 일이다. 한창 치과치료를 받고 있느라 컨디션이 몹시 안좋았을 때였다. 그러던 와중에 어느날 노무현에 대한 꿈을 꾸었다.
그가 죽는 꿈이었다. 불길했다. 원래 꿈 자체를 잘 꾸지 않는데다 노무현꿈을 꾼적은 더더욱 없던터였다. 하여 다음날 하루종일 온통 그 꿈에 대한 생각만이 내 머리속을 지배했다. 급기야 참지 못하고 저녁때 내 주위에 유일하게 노무현과 관련이 있는 지인 한명을 불러내 술을 한잔하며 그 이야기를 했다.
"지금 봐선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을게 확실한데 정권을 잡으면 반드시 노무현을 죽이려 들지 않겠나."
"그렇겠지,그런데 노무현이 어디 털어서 먼지 하나 나올 사람인가."
"가족,친척,측근등을 족쳐 노무현에게 연계성을 뒤집어 씌운뒤 죽을때까지 조지지 않을까"
"글쎄,그렇게까지 할까. 그런데 너 신경과민증 걸린거 아니냐. 뭐 벌써부터 그런 생각을 하고 그래"
그러나 집으로 돌아오면서도 내내 그 생각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다. 새벽에 다시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만약 말이야,정권을 빼앗기고 나면 한 2~3년 정도 해외로 가족이 모두 나가 있는게 어떨까. 92년 김대중이 대선에서 패한뒤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영국으로 떠났던것처럼 말이야"
"난반댈세. 그거야 김영삼이 김대중을 조질게 확실하니 그랬던거고 노무현은 아무리 뒤져도 나올게 없잖아.그리고 노무현은 대통령 퇴임 후에도 계속 한국에 남아서 어떤 형태로든 정치관련 활동을 해야 되. 그게 내 견해일세"
그리고 몇일후 또 다시 꿈을 꾸었는데 이번에는 일면식도 없는 유력인사와 대화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니까,지금 추이로 봐선 정권교체가 확실하고,정권교체가 되면 노무현이 바로 정치적으로 살해될게 확실하니,그걸 100% 실제도래 상황으로 가정해 철두철미한 준비를 해둬라?"
"그렇지"
"이거 미친거 아냐."
나는 진지하게 이야기했지만 대화는 싱겁게 끝이 나고 말았다. 그가 그런 황당한 이야기를 더이상 듣고 있을 이유가 없다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기 때문이다.
꿈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리고 이후 대통합 민주신당에서 대선후보를 뽑는 경선이 벌어졌다. 최종후보로 정동영,손학규,이해찬,유시민,한명숙이 올라갔다.
여기서 목표는 후보선출및 대선승리가 아니었다. 당내 역학상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도 적었고 선출된다 한들 대선에서 이길 가능성은 더욱 적었기 때문이다. 다만 1위에 근접한 2위라도 해야 총선에서 친노 인사들이 폐족을 면해 퇴임후 노무현을 지켜줄 정치적 힘을 가질수 있다라는 의미가 있었을뿐이다.
그러나 한명숙이 이해찬에게 양보하고,유시민이 다시 이해찬에게 양보 했음에도 결과는 3위에 그쳤다. 결국 후보로 선출된 정동영은 대선에서 500만표차이로 대패한뒤 무책임하게 미국으로 떠나갔고, 2위로 당권을 잡은 손학규는 친노인사들의 공천을 철저히 외면했다.
대선 총선 연이은 완패.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잊고 있었던 노무현이 살해 되리라는 생각을 다시 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미국산 광우병소고기 수입반대 시위가 격화되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조선일보 기자들이 멱살을 잡히고,조선일보 사옥이 시위대의 오물투척으로 버무려지는것을 지켜보면서 오래전 꾸었던 꿈생각이 다시 떠올랐던 것이다. 김대중정권 당시 세무조사도중 신경쇠약 악화로 투신자살한 동아일보 명예회장 부인의 사진속 모습도 자꾸만 오버랩 됐다.
"조만간 노무현이 정치적으로 살해 되겠구나. 그리고 막을 방법이 없겠구나." 다른 사람들은 이때 노무현이 정치보복을 당하리라는 전조조차 별로 못느꼈을는지 모르지만 나는 이미 포기하는 단계에 도달해 있었다.
불현듯 노무현이 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 얼마후 내가 예전에 썼던 수많은 글중 하나를 가지고 봉하 마을로 내려갔다. 글제목은 "또 다시 미칠 준비가 되었는가" 바로 노무현의 유산 1부였다. 노무현은 종이를 펼치자 마자 바로 입가에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말을 던졌다.
"예전에 읽은적이 있습니다. 기억이 납니다. 감명깊게 읽었던 글중 하나인데.. 글속의 이때가.. "
"하로동선 시절이죠."
하로동선은 3당 합당의 야합에 반대한 댓가로 정치적시련을 겪던 동료들 끼리 낙선의 아픔도 달랠겸 민심에 귀도 기울일겸해서 차린 고기 집의 이름이었다. 여름에 난로 겨울에 부채라는 말로 무더운 한 여름에 화로가 무슨 소용이 있으며 찬바람이 쌩쌩부는 한겨울에 부채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라고 생각할수도 있겠으나 계절이 바뀌면 화로없이는 안되는 겨울이 오고 부채 없이는 안되는 여름이 온다라는 뜻이다.
"그때가 가장 힘든 시절이었나요."
"글쎄요,힘들다기보다는 뭐랄까. 씁쓸했죠."
"제가 보기엔 노대통령의 가장 씁쓸했던 시기는.."
"가장 씁쓸했던 시기는?"
"이빨이 깨졌는데 치아를 해넣을 돈이 없어 그대로 놔둔채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시기가 아니었을까요"
"하하..그랬었죠"
그는 젊은시절 막노동판을 전전할때 앞이빨을 다쳤지만 치아를 해넣을 돈이 없어 고생하다 결국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에야 제대로된 치아를 해넣을수 있었다.
그리고 몇년간의 편했던 판사출신 변호사 생활도 잠시,노동자와 양심수를 위한 고난의 인권 변호사로 나섰고,그걸 발판으로 국회의원이 되었으나 그것도 잠시,다시 3당야합에 반대하는 바람에 고기집에서 손님옆에 무릅 꿇고 앉아 고기를 썰어주고 가끔씩 따라주는 술이나 얻어 마시는 신세가 되었다. 그리고 5년뒤 대통령이 되었으나 그것도 역시 잠시,퇴임후 2년도 안되어 정치적 살해를 당하고 만다.
그리고 벌써 일주기가 되어간다. 이제 22일만 더 있으면 노무현이 부엉이바위아래 솔숲으로 몸을 던진지 정확히 일년이 되는 것이다.
그는 과연 몸을 던지기 바로 직전에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는 그가 죽음을 숙명으로 받아 들였으리라 짐작한다. 그의 인생에서 편한적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편할만하면 곧 애환이 찾아들고 순탄할만 하면 곧 삶의 전환적계기가 도래했다.
깨진이빨을 치료할 돈이 없어 겪는 비참함을 겪어야 했고,공안탄압과 재벌착취 속에서 눈물 흘리는 노동자들의 애환도 맛봐야 했다. 계보정치의 위력을 낙선으로 겪으며 지역주의의 폐혜를 절감했으며,정치인생 대부분을 검찰과 언론권력에 시달리다 결국 생의 마지막도 그들의 횡포에 의해 마감해야만 했다.
그것은 그가 자초한 일이었다. 가만히 있었더라면 판사,변호사를 하면서 호의호식 잘 살수도 있었을 것이다. 정치를 하면서 김영삼을 순순히 따라갔더라면 대통령은 못되었더라도 중진의원이 되어 편안한 삶을 살수도 있었을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것들을 거부했다. 원칙과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이다. 부정과 불의한 일들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그것들을 못본척 하고 넘어가기엔 그의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 것들에 의해 고통받는 사람들의 비명을 외면하기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응하고 공명하다보니 수많은 사람들과 인연으로 얽히게 되고 결국 그 인연이 모여 발휘된 국민적 힘에 의해 자신의 의지와는 정반대로 대통령의 자리에까지 오를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그것을 천명이라 믿었다. 따라서 권력에 유착하고 구도를 계산해가며 오른 자리가 아닌 철저히 그것들을 멀리한 댓가로 오른 자리인 만큼 끝까지 국민적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 정치를 해야만 한다라는 강박관념이 그의 삶전반을 관통하며 지배했다. 이런 지배는 그에게 많은 기쁨도 가져다 주었지만 역설적으로 죽음을 앞당기는 촉매제가 될수밖에는 없었다.
그럴수록 수구들이 부당한 자신들의 행태가 끊임없이 지적 당하고 있는 위협의 원흉으로 노무현을 지목하려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둘중 하나가 죽어야 하는 싸움. 결국 그 싸움에서 자신이 질수 밖에 없으리란 것을 잘알고 있었고 그는 그것을 숙명이자 천명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노무현의 이런 숙명적 죽음을 남아있는 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걸까. 노무현은 자신의 죽음을 숙명으로 여겼다. 그리고 그것을 한없이 미안해했다. 살면서 많은 짐과고통을 안겨 주었는데 자신의 몸을 던지는 죽음 이외에는 그것에 보답할 길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나에게 미안해 하지 말고 누구도 원망하지 말라는 말을 했다. 그것이 그의 진심이며 계산된 것일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그것은 겸손,배려일뿐이지 당부는 아니다.
노무현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한국적 문제를 해결하고 사람사는세상을 구현 하려는 꿈을 단 한번도 품에서 내려놓은 적이 없다. 다만 역활고민이 있었을 뿐이고 시민사회단체 활동으로 설정을 마무리 해가는 와중이었다.
그는 누구보다도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만이 희망이라는걸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다만 어렵고 고되기에,부끄럽고 미안 하기에 쉽고 명료하게 손내밀지 못했을 뿐이다. 따라서 당부에서 생각과 행동을 읽으려들지 말고 겸손,배려에서 화답을 도모할수 있어야 한다.
생전에도 노무현은 전혀 계산적이지 못한 사람이었음을 우리는 기억 해야만 한다. 노무현은 합리적이지만 계산적이지 않고,감성적이지만 엉성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수구들은 그의 재임시절에 늘 노림수에 빠지지않을까 조바심을 냈다. 부산에서 연거푸 낙선한것도,탄핵후폭풍도 철저히 계산된 것이라 공격했다. 계산된 것이라 공격해야 자신들의 불합리를 감출수 있었기 때문이다.
유럽순방 귀환도중 자이툰 부대를 기습방문한것도 엉성한 정치적쇼로 폄하했다. 그러나 그것은 타국에서 자신의 정치적소신과 배치되는 국익차원의 결정으로 목숨을 건 임무수행을 하는 장병들에 대한 미안함에서 나온 진심어린 행동이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위험하고 무책임한 행동으로 공격하지 않으면 노무현의 눈물에 쏟아지는 환호에 대응할수 없었기에 그리한것이다.
우리는 이런 수구들의 계산적이고 엉성한 시선이 아닌 노무현의 합리적이고 감성적인 잣대로 그를 평가하고유산을 물려받을수 있어야 한다.
그 길은 힘을 모아서 4대강을 중단 시키고,이를 악물어 아파트마약에서 깨어나고,정신을 모아서 민주주의의 길로 다시 나아가는것이다. 조세복지선진화의 점진적 완성으로 작금의 모든 한국적 문제를 해결하고 사람사는세상을 구현을 해나가는것이다.
유감스럽게도 매우 힘들어 보이지만. 그래서 마음이 매우 아프고 한없이 안타깝더라도. 희망을 버리지않고 노무현을 뽑아올렸던 국민적저력의 보이지않는 힘의 실체를 믿으며 한걸음씩 최선을 다해 뚜벅뚜벅 걸어가는것이 노무현의 유산을 진정으로 받드는 길인 것이다.
"여보 나 좀 도와줘! 나는 꿈이 있어!! 나는 꼭 그 꿈을 실현하고 싶어. 정치를 하려면 미쳐야 된대. 여보 양숙씨!! 우리 같이 한번 미쳐보자 응??"
3당야합 합류거부 댓가로 낙선을 거듭하던 시절 아내의 정치중단요구에 대한 노무현의 답변 이었다. 여자의 직감은 무서운것이고 아내말을 잘들어야 집안이 화목하다라는 말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결국 노무현은 아내 말을 듣지 않은 댓가로 15년뒤 정적에 의해 살해되었다.
미치지 않고서야 또다시 저런 길을 걸어 가려들 정치인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또 다시 그런 길을 걸어 가야만 하고 국민들은 반드시 누군가를 찾아내 맨앞에 다시 세워야만 한다. 그 사람을 죽이지 않는 길은 그길을 만류하는것이 아니다.
누군가 희생하지 않고서는 사람사는세상은 결코 도래하지 않을것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라며 사람사는세상은 그위에 올려지는것이다. 그 사람도 살고 민주주의도 살고 사람사는세상도 사는길은 오직 모두가 약간씩 미치는 길뿐이다.
모든 국민이 살짝 미칠수만 있다면 인생은 즐겁고 아름다워질수 있는것이다. 그러나 그 길이 그토록 어렵기 때문에 노무현은 죽어야만 했고 앞으로도 또 누군가는 죽어 나가야만 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죽지않는 삶이란 없다. 다만 가치있는 죽음인가의 여부만이 있을뿐이다. 노무현은 죽었고 그는 그 죽음을 숙명으로 받아 들였다. 그가 숙명으로 받아들인것은 죽음이 아니라 바로 가치있는 죽음이었다. 그는 나즈막한 한마디를 던진채 저 세상으로 사라져갔다. " 또 다시 미칠 준비가 되었는가" 국민들이 사람사는세상의 길을 포기할수 없다면 노무현의 이 질문에 어떤식으로든 대답할수 있어야 할것이다.
그것이 앞으로 매년 5월마다 국민모두가 접하게될 노무현의 진정한 유산일것이다.
김대중계승자는 유시민
Bad politician drives out good
-과대평가된 정치인이 과소평가된 정치인을 몰아낸다
1.
악화가 양화를 몰아낸다(Bad money drives out good)는 그레샴의 법칙은 은화가 금화를 몰아낸다는 식의 뜻이 아니다.
과거 정부가 금 은의 순도를 줄여 화폐량을 늘리면 사람들은 순도가 줄어든 신화폐를 사용하고 순도가 그대로인 구화폐는 녹여서 팔아버렸다.
순도 위조뿐만 아니라 금 은의 교환비율과 금광 은광의 발견에 따른 시장가치 사이의 차익발생 또한 문제를 일으켰다. 예컨데 은광이 발견되서 은의 시장가치가 하락했다고 치자. 금 은의 교환비율은 고정된 상태이므로 은의 과대평가가 발생하게 될것이다. 이때 사람들은 은화는 사용하고 금은 녹여서 보관하거나 팔려 든것이다.
이런 식으로 과대평가된 화폐가 과소평가된 화폐를 몰아낸 것을 그레샴의 법칙이라고 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금이 은을 몰아낸적도 있고 반대로 은이 금을 몰아낸적도 있다.
2.
그레샴의 법칙은 경제에서뿐만 아니라 정치에서도 적용된다. 화폐금융시장에서 악화가 양화를 몰아낸다면 정치에서는 악한정치인이 선한정치인을 몰아내는것이다.(Bad politician drives out good)
박정희시절을 한번 상기해 보자. 당시 그 밑의 2인자들이 서로를 죽고 죽이며 계속적으로 주류를 교체했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라 박정희가 그렇게 유도한 것이다.
조선시대때도 왕실은 당파싸움을 유도해 관료를 제거하고 반대로 관료는 역모를 유도해 왕실의 힘을 제거하는 힘겨루기를 벌였다. 그 까닭은 한정된 권력구도하에서 왕권을 지키는길은 오직 2인자들끼리 죽고 죽이는 주류계급 교체를 일으키는 길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않았다면 집권에 대한 갈증으로 당파싸움 정도가 아니라 왕조붕괴가 일어났을것이다.
이때 2인자싸움에서 이기는 쪽은 자연 더 악한 쪽이었다. 민주주의가 부재한 무법천지 속에서는 오직 힘의과시만이 승리의 외길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그 악함 때문에 얼마 못가 무너지고 말았다. 그렇게 악함이 커져감에 따라 무너지는 속도도 비례해 빨라졌고 급기야는 완전히 붕괴되는 지경에 이르고 만것이다. 박정희의 철권통치 종말은 사실상 예정된 붕괴였던것이다.
형식적 독재가 사라진후 그 붕괴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전두환이 박정희를 밟고,노태우가 전두환을 밟고,김영삼이 노태우를 밟고,이회창이 김영삼을 밟았는데 전두환때는 임기가 끝나자마자,노태우 김영삼때는 임기말엽에,이회창때는 아예 상시적으로 치고받고 하다가 끝내 정권을 내주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만것이다.
여기서 알아야할것은 과대평가를 일으킬때 집권을 하고 그 환상이 무너질때 자리를 내준다는것이다. 그렇게 과대평가를 일으키는 과정이 이른바 세규합과 이동인데 계파정치,정경언유착을 일컫는다. 이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뒤따르는 것이 매관매직과 부정부패다.
그러나 이걸 개혁하고 싶어도 태생적한계 때문에 불가하다. 개혁하려들수록 과소평가될것이기 때문이다. 개혁당하는 세력은 새로운 외피를 쓰고 스스로를 과대평가해 대항하려 들것이다. 따라서 개혁하려들수록 말로가 좋지않게 된다. 그나마 가장 개혁적이었던 김영삼의 말로가 가장 좋지않았던 이유가 바로 그것때문이다.
이명박이 철저하게 무개혁으로 나가려 들었던것은 이러한 학습효과에서 기인한것이다. 이명박이 권력구조의 생리를 모를줄 아나. 천만의 말이다. 그는 정치인생 내내 해방이후의 정치사만 연구한 사람이다. 박정희가 역사를 모를줄 아나. 역시 천만의 말이다. 그는 숙종때 서인의 남인 거세,다시 서인의 노론과 소론분화를 시작으로 이후 무려 200년 간 이어진 오직 너를 죽여야만 내가 사는 식의 피비린내나는 당파싸움 그 역사적 흐름의 근원을 꿰뚫고 있었던 사람이다.
3.
금은 양화고 은은 악화라서 은화가 금화를 몰아내는것이 아니다. 금이고 은이고를 떠나서 과대평가된 화폐가 시장에 넘쳐나고 과소평가된 화폐가 유통에서 사라진후 보관되거나 녹여서 팔린다는것이다.
그 이유는 화폐금융 시장이 진정한 의미의 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가 화폐증가를 통해 인플레이션을 일으켜 국민들의 부를 갈취하려 드는 이러한 행위는 한계에 도달할때마다 공황을 불러왔다. 1930년 대공황은 그래서 발생한것이다. 화폐가치가 지나치게 떨어지자 너나할것없이 금을 저장하려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정부는 아예 교환가치보증을 폐지하고 휴지조각 과도 같은 종이를 찍어내 이를 화폐로 받아들이길 법으로 강요했다.
1971년에 벌어진 일인데 이때 미 재무부 장관은 "이것은 서양문명의 종말이다. 언제고 참혹한 댓가를 치를것" 이라는 토로를 하기도 했다. 정부의 강도 짓을 합법으로 명문화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금본위제도 전환이후 위기의 양태는 자산버블로 나타났다.
화폐가 금으로 보증되지 못하자 휴지조각만도 못한 돈을 지니고 있느니 부동산 등의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쪽으로 대응행태가 바뀐것이다. 그결과 1990년대 초반 자산버블붕괴로 일본이 몰락하고, 2008년 미국이 서브프라임모기지사태로 몰락했다. 그 뒤를 이어 한국과 중국이 번호표를 뽑고 대기중이다. 시장경제가 종말직전이라는 탄식은 그래서 나오고 있는것이다.
4.
정치에서도 주의할 점은 김구,김대중,노무현은 선한 정치인이고 이승만,박정희,전두환,김영삼,이명박은 악한 정치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승만이 김구를 몰아내고,박정희 전두환 김영삼이 김대중을 몰아 내고,이명박이 김대중 노무현을 몰아낸것은 바로 과대평가된 정치인이 과소평가된 정치인을 정치에서 몰아낸것이다. 그이유 역시도 정치시장이 진정한 의미의 정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화폐금융시장을 시장으로 되돌리고 정치시장을 시장으로 되돌릴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화폐금융시장의 경우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부동산등 버블이 일어날수 있는 모든 재화와자산을 포함시키는 물가지수를 개발해 준칙에 입각한 명시적 인플레이션 목표제를 실시하는것이다. 이를통해 가격평가시스템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정치시장의경우는 언론을 개혁하고 계파정치를 타파할수있는 참여정치,시민주권정치를 이뤄내는것이다. 이를 통해 언론이 형편없는 정치인을 과대평가해 그들과 함께 제대로된 정치인을 과소평가해 정치에서 몰아내는 것을 막아내야 한다. 역시 평가시스템의 정상화가 핵심이다.
5.
그러나 이것이 말처럼 그리 쉬운것이 아니다. 또한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것을 이뤄낼것인지도 난제가 아닐수 없다. 이와 관련해 김구가 언급한 것이 있다.
과거 김구는 민주주의를 가리켜 민족마다 최선의 국가를 이루고 최선의 문화를 낳아 길러서 다른 민족과 서로 바꾸고 서로 돕는 일이라 말한바 있다.
그 진보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것으로 그는 언론의 자유를 꼽았다. 언론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교육과 문화가 중요하다고 했다. 여기서 교육이란 생활의 기술만을 가르치는것이 아니라 인생과 우주 그리고 정치에 대한 철학을 가르치는것이다. 그 철학의 기초 위에서 생활의 기술을 가르쳐내는 것이 바로 교육이라는것이다. 김구는 좋은 민주주의와 그속에서의 문화는 오직 그러한 정치양식의 건립속에서 나온다고 보았다.
그러니까 핵심은 결국 문화운동이라는것이다. 김구의 계승자인 김대중도 이러한 김구의 가르침을 평생 마음속에서 한번도 내려놓지 않았다.
이것의 실천으로서 그는 敬天愛人(경천애인.국민을 공경하고 국민을 사랑하라)에 입각한 반발짝문화운동론을 주창했다. 국민이 하늘이니 그 머리위에 올라 권위를 세우려 말고 국민이 현명하니 먼발치에 떨어져서 따라오라 소리치지 말고 그 옆에서 가르치려 들지도 말라는것이다. 권위주의와 계몽주의를 경계한 말이다.
한편으로는 언론과 싸웠다. 김대중이 수구언론에 대해 세무조사를 할때 거의 모든정치인이 "언론사는 성역이니 세무조사 하지 말고 그냥 놔두라"고 했다. 그러나 김대중은 거부했다. "탄압하자는게 아니라 성역이 있을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김대중의 계승자인 노무현은 한발 더 나아갔다. 언론사의 악의적 보도에 대해 반론청구를 하고 취재 선진화 계획으로 중소규모의언론사들에게도 똑같은 취재형평을 제공하려한것이다. 역시 "왜 거대언론은 물론 진보언론과도 싸워 상황을 어렵게 만드는가"라는 원망이 쏟아졌다. 말마따나, 정말로 상황은 어려워졌고 김대중 노무현은 과소평가를 거듭한끝에 정치적거세의 운명을 맞이하게되었다. 그렇다면 김구,김대중,노무현의 길은 실패할수밖에 없는 잘못된 방법을 선택한것이었을까.
6.
니체는 A politician divides mankind into two classes:tools and enemies 즉, 정치인은 오직 국민을 도구 아니면 적의 두 부류로 나눈다라고 말한바 있다.
결국 정치내부에서 절대다수가 국민의 적인 정치인을 적으로 돌릴수 있는 큰정치가 시도될때 정치문화는 한발짝씩 진보할수 있을것이다.
그러자면 정치인을 선악으로 나누지 않을수 있어야 한다. 반드시 박근혜여야 한다. 손학규,정동영,노회찬이어야한다라는 주장은 틀린 것이다. 과대평가된 정치인을 내리꼿고 과소평가된 정치인을 밀어올릴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자면 부동산,외환,주식을 사야하는가 팔아야하는가. 답은 비싸면 팔고 쌀때 사면된다는것이다. 정치역시 마찬가지다. 시장이 가격으로 움직이듯이 정치는 평가로 움직일수 있어야 한다. 그 평가의 주도권을 국민이 가져오고 제대로된 평가를 이끌어낼수있느냐가 정치양식 건립을 위한 문화운동의 성패인것이다. 그러나 시장에는 가격표가 있지만 정치에는 제대로된 수시 가변하는 평가표가 없다. 그럼에도 그나마 그것을 가장 쉽게 판단할수 있는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정치시장에서의 고립과 열세다.
현실정치에서 당연히 국민의 적이 국민의 도구로 쓰일 정치인보다 판세에서 우세하다. 위선자들은 반드시 패를 지어 세를 형성하려 들기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도구의 고립과 열세는 식별의 계기가 될수 있다. 과거 김대중이 빨갱이로 몰려 모든 정치 세력으로부터 고립되어 열세에 처했을때 국민들은 그것을 통해 적아를 식별하고 대통령 당선이란 반전을 일으킨바 있다. 보수 진보를 망라한 현실정치세력이 노무현을 몰아 붙여 탄핵하려다 역풍을 맞은것도 마찬가지다.
대의명분을 가지고 싸우다 고립되어 열세에 처하는 정치인. 그럼에도 무엇이 옳으냐 그르냐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정치인. 이런 과정 속에서 스스로는 과소평가되지만 국민에게는 스스로 판단하고 식별하고 행동할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낼수 있는 정치인. 이런 행동들이 바로 언론이며 교육이며 정치이며 문화인것이고 이런 행동들을 해낼수 있는 정치인이 바로 국민의 도구로 쓰일수 있는 제대로된 정치인의 입증인것이다.
7.
이명박이 집권하면서 가장 역점을 둔 분야가 언론장악이다. 언론장악은 정치에 대한 평가시스템 작동을 망가뜨려 정치발전을 저해한다. 따라서 이명박은 한국 정치의 암적존재인것이다.
그러나 이런 일인독재의 폐단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계급독재다. 과거 김구가 "그 나라의 법이 일개인에서 나오는것을 전제 또는 독재라 하고 일계급에서 나오는 것을 계급독재 또는 파쇼라고 한다. 이러한 계급독재 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것이 어떤 주의나 이데올로기 즉 철학을 기초로 하는 계급독재다. 개인의 독재는 그 독재자만 제거하면 그만이지만 다수의 계급이 독재일때는 이를 제거하기가 심히 어려우니 국제적도움 같은 것이 없이는 깨뜨리기 어려울 정도다" 라고 말한바 있는데 이 점을 일컬은것이다.
말마따나 이명박만큼이나 문제인것이 오늘날 진보류들의 지적 파쇼행태다. 모든 것의 문제는 오직 신자유주의이고 신자유주의의 증좌는 FTA찬성과 삼성부역이고 그 명단에 포함되면 평생 주홍글씨가 되어 끝내 처단되는 운명에 처해지게될것이다 라는 이런 식의 서슬퍼런 행태는 지켜보는것만으로도 섬뜩하다.
수구류들이 김구를 테러리스트,김대중을 빨갱이로 딱지붙이려했던것과 마찬가지의 행태이기 때문이다. 사민주의나 사회주의를 숭배하면 모든 문제가 일거에 해결된다는 논리는 이명박이 집권하면 무조건 경제살아난다는 논리와 같은 연장선상에 놓여있는 잘못된것이다.
김대중,노무현이 벌인 언론과의 싸움은 그런것이 아닌 이런 평가시스템훼손행위와의 대결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언론사라도 세금을 내고,오보나 악의적보도를 하면 정정을 요청하고,거대언론사만 특혜를 누리는것이 아니라 중소언론사도 공정한 취재환경을 보장받을수 있게해 국민들이 올바른 평가를 할수있도록 도와주려한것이다.
그런데 진보류들은 엉뚱한 싸움을 하고 있다. 자신들만이 지고지선이며,평가는 그런 자신들이 하며,그것을 받아 들이지 못하는 국민은 오직 어리석기때문이라는것이다. 이런 행태야말로 올바른 정치문화양식건립을 저지하는 최고의 장애물이라 아니할수 없다.
8.
민주당 역시도 마찬가지다. 현재 손학규는 정동영에게 호남공천권을 넘겨주기 싫어하는 지역토호들에 빌붙어 대통령 후보자리를 얻는 대신에 당권을 내주는 야합에 승부를 걸고 있다. 정동영은 호남출신임을 내세워 그자리의 탈환을 주창하고있다. 심지어 그들 일부는 자신이 호남출신이기에 김대중의 계승자라는 저렴한 말까지 하고 다니고 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그런 것이 아니다. 계파정치를 그만두지 못한다는것이다. 손학규,정동영에게 줄대면 살아남고 줄대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 기호 2만 확보하면 이길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계파정치는 매관매직,부정부패를 부를수밖에는 없다. 무엇보다 국민의 정치평가와는 상관없기 때문에 정치평가시스템을 망가뜨린다.
언론개혁도 할수 없다. 국민의 도구인양 둔갑하는 과대평가를 유지하려면 개혁은 커녕 잘 보여도 부족할 판이기 때문이다. 김구,김대중,노무현정신을 바로세우고 친일매국청산,사대주의청산,민족통일과 복지건설로 나설수 있는 길도 없다. 그것은 오직 제대로된 언로위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할수있는 일이라고는 오직 제대로된 정치인을 과소평가해 짓누르고 자신들에대한 과대평가는 더욱 부풀려 정권을 잡아 관직을 나눠먹고 부정부패를 저지르는것뿐이다.
이러한 행태는 김대중을 계승하기는 커녕 그 정신의 정반대 극단을 걷는것이다. 진정으로 김대중을 계승 하려거든 계보정치청산,언론개혁,시민주권정치,시민모금정치,인터넷정치에 나설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태생적한계로 인해 불가하다. 개혁하려 드는순간 과소평가될것이기 때문이다.
정치시스템을 망가뜨리는 중심에 서있으면서 경제시스템을 정상화시켜내야 살려낼수있는 민생경제 또한 살려낼수 없다. 결국 정치판을 떠나는 그 순간까지 정치를 망가뜨리는 역활만을 하면서 지낼수밖에는없는것이다.
9.
김구를 김대중이 계승하고,김대중을 노무현이 계승하고,노무현을 유시민이 계승한다고 말할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 지점이다.
국민에게만 빚 지고 오직 그들의 도구로서 정치할수 있겠는가 란 물음에 유시민이 가장 가까이 서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반면 손학규,정동영,노회찬등은 끼리끼리 패짓고 누구를 밀어내 구도로서 뭘 만들어 낼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유시민은 그길이 성공의 길이 될수없으며 설사 성공할수 있다한들 옳지 않다고 굳게 믿고 있다.
해답은 독재정치,계파정치,패거리정치가 아니다. 언론과 지식인들을 떠받들고 그들과 함께 파당지어 세불리기 경쟁을 하는 구태정치가 아니다. 국민들을 참여시켜 그 패거리즘을 쳐나가는 문화운동이다. 그 속에서 역사,교육,언론,문화등을 논하며 그들의 가면을 벗겨내고 특혜를 날려버리는것이다. 그 과정들을 통해 정치 평가시스템을 정상화시켜 내면 되는것이다. 그럼 그 다음은 국민들이 알아서 할것이다. 이 고비만 슬기롭게 이겨내면 결국 정치는 진보하게 되어있다.
그러나 그 과정이 그토록 어렵다. 패거리에서 벗어나면 고립되어 열세에 처하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두려움을 도저히 이겨낼수가 없는것이다.
그럴수록 대통령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한다. 재선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선거기법,선거공학,구도에 대한 의존을 버려야 한다. 그리고 목표를 오로지 문화양식의 건립에 두어야한다. 이기는데 목표를 두는게 아니라 그 길을 어떻게 걸어갈것인가에 목표를 두라는 이야기다. 보상에서 만족을 얻으려 들지 말고 존재양식 자체에서 만족을 구하라는 것이다.
김구는 그렇게 살았다. 김대중도 마찬가지고 노무현도 마찬가지다. 내가 유시민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그는 하나의 행동을 하고 뒤로 물러나 앉아 웃으면서 국민들이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지켜본다. 자신이 인정받기를 기대하는 심리에서가 아니라 그것을 통해 국민들의 문화양식이 한층 공고히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하는 심리에서다. 버스떼기로 표를 사오는 정치인에 맞섰다 힘없이 나자빠지는 모습을 보여주는가 하면 시민들에게 이자쳐서 갚을테니 돈빌려달라고 졸라 성공해 다른 정치인들의 얼굴을 창백하게 만들기도 한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솔직히 말한뒤 쾌재를 부르며 악의적으로 편집해 보도하는 언론들의 모습을 보면서도 자꾸만 그 행동을 반복한다. 솔직한 것보다 위선적인 것이 더 문제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결국 유시민을 띄워주기위해 글을 쓴것이 아니냐고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다. 천만의 말이다. 나는 유시민을 좋아한다거나 그가 대통령이 되어야한다는식의 글을 쓰자는것이 아니다. 다만,그가 늘 과소평가되어 정치판에서 수세에 처해있는 것에 호기심이 가있을뿐이다. 차별화 될수록 정치판에선 수세에 몰리고,그렇게 작아질수록 역설적으로 국민적지지가 커지는 정치발전 진통의 과정성패 향배가 우리 정치사의 중요한 분기점이 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금이 양화고 은이 악화가 아니듯 오로지 유시민만이 좋은 정치인이고 다른 이들이 모두 나쁜 정치인인것은 아니다. 다만 그는 이전에도 지금도 그리고 이후에도 과소평가되어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확률이 높을뿐이다. 그래서 유시민의 가치가 아직 우리곁에 도구로서 유효하다고 본다.
나는 그런 유시민이 하루라도 빨리 과대평가 받을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만약 그런날이 온다면 그때는 유시민이 대통령이 되는 날이 도래하는것이 아니라 지금의 유시민정도가 가장 평범한 정치인이 되는 정치가 도래하는 날이 될것이기 때문이다. 제대로된 정치가 바로 서는 날이 될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나는 유시민이야말로 진정한 김대중의 계승자라고 보고 있으며 그에게 걸고있는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