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이 누워있는 오후
조성례
한낮이 마당에 누워있다
나는 자꾸 고요를 접어서 날린다
햇살에 눌려있는 꽃잎들이 함께 날아간다
잠자리 한 마리 긴 꼬리를 끌며 날아오더니
스스로 자리를 비어 주고 간다
그 빈자리에 내가 가만히 앉는다
그 빈자리에 또 하나의 내가 앉아서
턱을 고이고 푸른 하늘을 바라본다
커다란 새가 날아간다
날개를 한 번 접을 때마다
내 어미처럼 겨드랑 사이로
퐁 퐁 퐁 구름을 낳는다
하늘은 금세 조개구름으로 덮인다
새가 다시 날개 짓을 하자 온통
그가 떨어트린 새털구름이 어미를 감싸 안아
마당에 커다란 그늘을 만들어주고
대추나무 저 혼자 바람을 끌어안는다
문득
마음 혼자 봉선화 꽃잎에 머물며 사방을 살핀다
나를 깨우는 수탉의 긴 홰 울음소리
순간 허공도 내게 흔들리며 기운다
활처럼 휜 허리에 더욱 힘을 주며
오후가 고요 대신 접히고 있다
시산맥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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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이 누워있는 오후
조성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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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8 00:05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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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적막이 아름답게 느껴지네요.
멋진 조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