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과 투쟁 병행해야”VS“노정협의기구 설치 선행돼야”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서울시 노사민정협의회의 참여를 결정하면서, 정부주도의 협의 기구 참여가 지역 노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는 지난 16일, 운영위를 통해 서울시 노사민정협의회의 참여를 확정했다. 현재 서울시와의 대화 통로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노사민정협의회를 통한 노정협의의 소통구조를 마련해 노동 현안을 논의해 나가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여전히 노사민정협의회 참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불식되지 않고 있다. 박원순 시장표 ‘노사민정협의회’ 계획역시 지난 오세훈 시장 시절의 틀과 기능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어, 노동계가 ‘들러리’로 전락 하게 될 가능성 역시 존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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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
“박원순 친 노동적 행보...교섭 없이 투쟁만 하기는 어려워”
작년 10월, 야권단일후보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서울본부는 서울시 측에 노정협의기구 설치를 요구해 왔다. 그간 서울시와 대화채널이 막혀, 노동계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은 만큼 소통구조를 만들어 노동현안을 논의해 나가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서울시는 지난 4월, 서울본부 측에 ‘서울시 노사민정협의회 운영활성화 계획’을 전달하고, 기존에 있던 서울시 노사민정협의회의 참여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서울본부는 단위 간담회와 토론회 등을 걸쳐, 운영위를 통해 노사민정협의회 참여를 최종 결정하게 됐다.
이재웅 서울본부장은 “서울시와 협의기구를 만들어, 서울시 투자, 출연기관 노사 관계의 전문성 문제, 경영의 투명성과 민주성, 구조조정 문제 등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해결해 간다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본부는 노사민정협의회 참여를 통해 △교섭권 확보 △지역본부의 주요 역할인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의 지역적 해결 △지자체 개입, 대응력을 높여 노동존중사회로 지역사회 전환, 노동시민사회진영의 역할과 조직 강화 △서울본부 및 해당 산별, 연맹의 서울시와의 정책합의 및 정책협약 현실화 강제 등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그간 서울시 노사민정협의회에 보이콧 해온 서울본부가 참여를 결정한 것은 박 시장의 행보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박 시장이 도시철도 해고자 복직과 비정규직 무기계약직화 등의 정책으로 친 노동적 행보를 보이면서, 서울시와의 정례적인 교섭창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재웅 본부장은 “그동안 교섭 없이 투쟁만 했는데, 노사문제가 교섭 없이 투쟁만 하기에는 어려운 지점이 있다”며 “특히 박 시장은 야권단일후보로 우리도 지지했고, 시정활동 역시 낮은 곳을 향해 행보하고 있다고 생각해 내용을 가지고 교섭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노사민정협의회 참여와 관련해서 서울본부는 열어놓고 논의하자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현장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간담회 등을 진행해 왔다”며 “그 결과 도시철도와 지하철, 세종문화회관 등 투자, 출연기관 노조 조합원 등 많은 현장 조합원들이 찬성의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실효성 없어...노정협의기구 설치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여전히 ‘노사민정협의회’가 정부 주도의 기구인 만큼, 노동계 내부에서도 참여 여부를 놓고 이견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상 그간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를 비롯한 지역노사민정협의회는 노동계로부터 노사협조주의에 기대 자율적인 노사관계를 억압하는 기구로 이용돼 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노사정위원회가 정리해고법, 파견법 도입 등을 추진하면서, 민주노총은 대의원대회를 통해 노사정위 불참을 결정하기도 했다.
지역노사민정협의회의 경우 고용정책과 일자리 창출과 관련한 의제를 중심으로 다뤄온 만큼, 노동정책에 대한 갈등조정과 공공부문 노동정책에는 한계를 보여왔다. 때문에 서울시 노사민정협의회 또한 그간 민주노총의 참여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상시적이고 안정적인 회의운영이 지속되지 못했다.
특히 일각에서는 서울본부를 비롯한 노동계가 서울시와의 ‘교섭창구’ 회복을 위한 요구로 내걸었던 것이 ‘노정협의기구’설치인 만큼, 노정협의기구 설치를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의 노사민정협의회 역시 정부 정책의 골간인 ‘노사협조주의’를 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별도의 노정협의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공공운수노조, 연맹은 11일, 상집회의를 통해 ‘노사민정협의회 참가는 반대하며, 노정협의기구를 실현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노사민정협의회에 대한 비판점 없이, 노정협의기구를 별도로 추진할 수 없으니 노사민정협의회에 참석하자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특히 노사민정협의회의 주요하게 논의되는 의제가 일자리 창출 등의 서울시 차원의 사업들인 만큼, 실효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노정협의기구의 설치이지만, 이를 위한 노력은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재웅 본부장은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에 대한 피해의식이 대단하지만, 지역 노사정협의회는 거버넌스 형태의 협의기구로, 성격이 질적으로 완전히 다르다”며 “또한 노정협의기구 자체가 노사민정협의회의 산하기구인 만큼, 우선 노사민정협의회를 통해 논의하겠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어서 이 본부장은 “이후 노사민정협의회에서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경우, 참여를 거부할 수 있으며 있으며, 비정규직과 해고자 복직 문제 등의 의제를 콘트롤하면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논의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