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삼매님의 글 내용이 멋지지만 어제 일 처럼 생생할, 가슴 아픈 말씀을 보니 제가 송구할 따름입니다.
'노비문서'라는 단어가 불씨로 작용했나 싶은 것이...
여러 님들 말씀대로 아픔을 털어 놓으셔서 고맙단 말씀을 올리고 싶습니다. 님의 울분이 이 찌는 더위에 회오리 바람처럼 정신을 차리게 해 주셨으니 그져 고마울 밖에요. 고맙습니다.
호칭에 대한 의견을 올리며 조심스러웠습니다.
살면서 어느 누구도... (심지어 여성문제 전문가들에게서도) 공식적으로는 이견을 내지 않았던 문제였던 것 같아서요.
지금도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지만 호칭문제로 금 가기 시작한 제 결혼의 시작 부분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아! 결혼전 저의 환경이 우선이겠군요.
아버지가 저 중2때 암 선고를 받고 중3때 수술을 받으셨고 병마와 싸우다가 고2때 겨울에 돌아가셨습니다. 제가 어린 나이 였고 제 동생들도 역시.. (여기서 저의 가여웠을지도 모르는 과거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고 어머니와 아버지의 부부간의 의리를 말하려고 합니다.) 사실 질병의 증후는 좀 더 오래전 부터 있었고... 조금씩 아버지의 달리는 기운이 자식들에게는 그늘로 작용을 했을겁니다. 장사하는 집안에서 가장이 쓰러지고나니 뭐 다 말씀 안해도 어머니의 고생을 짐작 하실겁니다. 세 번의 큰수술(2달이상씩 입원 했지요)동안 어머니는 집엘 한 번도 와서 주무시지 않았습니다. 병원에서 매일 아버지의 벗으로 지새신거죠. 그 병원에 제가 매일 어머니 밥을 해 날랐고, 남자 형제만 있는 저는 참 죽을 고생을 했어요. 하고 싶은 것은 너무나 많은데 어린나이에 모르는 살림 해야지, 병원밥 해서 날라야지, 학교다녀야지, 집에서 하는 소규모 가내 수공업에 일 손 대야지,일당일 하러오는 아주머니들 점심도 준비해야하고(김치만 있으면 밥 먹어요! 하는 소리, 아직도 깜짝 깜짝 놀랍니다.) 일도 분배해야하고... 무슨 공부를 했겠어요? 아니 샜네요. 여하튼 그 세월 앓는 분도 간병하는 분도 끝 날까지 존대말을 쓰셨답니다.(조용조용...)
그리고 저와 같은 띠의 할아버지, 지금은 팔십팔세로 혼자시지만 십이년전 동갑인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서로 존대말을 쓰셨어요.
할아버지 할머니께 마지막 말이 "나 저거(텔레비젼 프로)마저 보고 잘테니 먼저 자요!" 그러셨대요. 그리고 할머니는 "소리좀 작게해줘요!" 그러고는 영영 주무시게 됬죠. 그 이후로 할아버지는 십년도 더 지난 오늘까지도 할머니 돌아 누워 주무시다 가신 그 곳에다 하루에 백번씩 사과를 하십니다. 살아 생전 섭섭하게 한 것이 있다고..."미안해요!"라는 말로요.
지금 까지의 얘기를 결혼전 남편에게 했습니다. 남편은 감동했고 자기도 본 받아 실천하겠다고 말을 했고요. 그런가보다 하며 결혼을 했습니다.오히려 결혼전엔 편하게 하던말을 결혼식 올리고 나더니 깍듯이 존대로 하더군요. 친정이 그랬으니 어색함 없이 받아 들였어요. 그리고 두어달...시누들이 시비를 거는 겁니다. 존대말로는 친해질 수가 없다는 거지요.
남편은 처음에는 무시했습니다. 제게 다른 내색은 안 했고요. 그런데 집안의 제사가 있어 집안 고모님이 오셨습니다.(여기서 또 고백 하나...진짜 고모가 아니고 어릴때 부터 친하게 지내던 분을 지칭합니다. 제게는 그런 사실 모른척,진짜처럼 대하라고 명이 내렸었죠.) 남편과 제가 나누는 얘기를 듣더니 대뜸 그러시더군요 "얘 OO 야! 부부끼리 존대말 쓰는것이 아니다!" 황당~ 더 황당한사실은 남편이 추호의 의심도 없이 그 말씀을 따르더라고요. 그 날 많이 싸웠어요. 말을 놓길래 저도 말을 놯습니다.두 살 차이니 못할 것도 없잖아요?
예전에는 말이 서로를 다칠까봐 부부간에는 호칭이 없었답니다.
감정이 안 좋을때 부를 말이 모호하면 좀 더 생각할 시간이 생긴다는 뜻이었겠죠.
그런데 "XX야 밥 먹었니?" 아! 부부간에...
그래서 제 예뻤을지도 모르는 꿈을 악다구니쓰는 아줌마로 만들었답니다.
제가 예민 한건지 몰라도 존대말 없는 영어권의 소설이나 만화가 들어오면 분명히 여자는 존대말로, 남자는 반말로 번역을 해요.TV에서 하는 외화를 봐도 그렇지 않아요? (어느님 영어문화권에서도 시동생과는 존대를 한다고 하셨는데 혹시 더빙한 영화 보고 그렇게 알고 계심은 아니지...)
저 보고 틀렸다고는 마세요. 진솔한 저의 삶과 생각이니까요.
그져 내 생각은 좀 다르더라...이렇게 말씀하시면 그 다른 생각을 생각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