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오고 싶었다.
멈춤과 단절의 시간 통과하는 정도도 저마다 다를텐데, 편지처럼 도착한 새생명으로 자발적 유배상태였으니...
아무튼 오늘 내 마음의 일기예보는 설렘주의보.
졸로리 줄서서 초록손 흔드는 어린 모야, 산언덕에 하얗게 웃고선 삘기들아 모두 안녕!
오오, 우리들의 아르젠티노사우르스!
치맛자락 휘날리며 다가가는 찐팬.
이쁜 처자가 산길 초롱꽃에 눈맞출 때 나무 사이로 스윽 내다보는 티라노스사우르스 좀 보소.
포장 잘된 산길 모퉁이와 길옆 바위자락마다 심어놓은 노란 낮달맞이와 송엽꽃에 엿보이는 동동숲 지킴이의 손길
느끼며 숲 으뜸자리에 이르니 맨 먼저 반겨주는 부산 선생님들.
매번 봉사하시는 자비와 성실함이 꽃향기보다 그윽하다.
갓 삶은 국수와 떡을 먹고, 문학관 2층으로 길을 잡아 녹색잔치 벌어지는 숲으로 들어갔다.
내려다 보니 초록잎 깔고 하얗게 피어난 산딸나무 꽃이 눈을 때린다.
꽃그늘 잎그늘 아래 삼삼오오 환담 나누는 아름다운 풍경에 보는 내 눈이 새물새물...
겨울에도 마르지 않던 전설의 글샘물, 한 모금 마시니 이게 웬 일!
쓰고 싶은 충동이 마구마구 일어나는 게 아닌가!
균질하게 흐르던 샘물도 갑자기 함성처럼 쏟아지더라는 글샘의 또 다른 전설...
하룻밤 풍찬노숙하며 숲의 밤과 낮의 소리에 가만히 귀기울이고픈 인디언 캠프도 만나고...
드넓은 산자락에 자리잡은 수국군락지. 이만큼 자리잡도록 들인 노역이 짚였다.
흙의 성질이 수국 꽃색을 정한다던데 달개비 꽃색같은 잉크색 수국이 맘을 파릇하게 적신다.
시시콜콜 북캠프의 염원에 호응하는 내 마음.
호연지기와 상상력은 숲속 북캠프 참가의 덤이려니...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호빗의 집인 듯, 하야오의 모노노케 히메에 나오는 집인 듯!
눈을 비비고 찬탄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밖에 계신 나무할아버지께 인사하고 안에 들어가니, 집 안에도 떠억 자리하고 계신 참나무!
사람을 세상 끝까지 가보게 하는 게 상상력이지만 숲 속 나무를 방으로 들인 분의 동심과 상상력에 무조건 경배!
여러 사람의 재능기부와 따뜻한 마음으로 지었다는 나무위 도서관.
위층 올라가는 나무계단 양쪽에 오늘 수상자 두분의 프로필과 작품이 진열돼 있었다.
놀라워라! 진열된 정은미님의 작품은 무려 46권!
와, <리보와 앤>의 작가님이잖아!
어윤정님은 얼마전 읽은 문학동네 문학상 수상작의 젊은 작가여서 놀랐다.
빨간머리 앤의 동쪽다락방 같은 다락에 누웠다가, 참나무 배경으로 사진찍기 놀이하며
웃음 끊이지 않는 사람들...
살아가는 터전 주위에 신비라곤 없는게 우리의 비극일텐데, 이곳은 수만년 전 공룡의 땅이니 뭔 놀이인들 안하랴.
7회 수상자 권영상 선생님이 느릅나무를 원하셔서 새로 식재하셨다는 말씀과 몸살하던 그때의 느릅나무 기억하는데,
이렇게 건장하고 싱그러워서 반가움이 와락!
5,6월은 나무심기에 적절치도 않기에 물주며 돌봤을 공력이 짐작됐다.
"선생님나무는 뭘로 정하고 싶으세요?" 숲길에서 만나 발걸음 맞춘 이의 질문.
"모든 나무가 다 멋있고 존경스럽지만 꼭 정해야 한다면...
음, 오월에 꽃피고 구월에 열매 익고 물에 가지 담그면 푸른 물 드는 물푸레나무..."
자신은 편백나무가 좋겠다는데, 인생에서 그런 실없고 실리적이지 않은 대화가 좋다.
"여기 이름 없는 돌 많은데, 한개 새겨요."
네임펜 내밀었고, 자기 이름 새기는 열린아동문학상 예약자의 뒷태이십니당.^^
반가워요! 내려오는 산길에서 만난 멀리서 오신 백우선 차영미 선생님.
오전에 현판식을 했다는 동심정 가는 길은 우렁찬 물소리가 먼저 달려나와 마음을 씻어준다.
현판의 시는 박윤규선생님, 글씨는 예원 선생님 작품.
동심정 초입의 김재원선생님 나무와 돌이 반가웠다.
북을 보니 여긴 득음하는 장소...
이태백인냥 꽃 꺾어놓고, 아니 뜰보리수 열매 따놓고 실컷 마시며 노래 불러도 흐르는 물소리가 다 감춰줄 것 같다.
약속 잘 지키는 이상근 고성군수님의 축사로 시상식이 시작됐다.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시라는(그러니까 전부이신) 배익천선생님의 경과보고와
박선미 심사위원장의 심사경위 말씀을 들었다.
올해는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몇번이나 순위가 바뀐 끝에 선정된 수상자들이라고...
무성한 뒷말로 상의 권위 떨어뜨리는 여타 문학상과 달리 심사과정의 신뢰와 수작선정에 으쓱하고 감사한 마음.
수상자 어머니 아버지의 작품낭독에 귀기울이는 두 분 뒷모습에 어린 감동...
전국 최고 레스토랑에서 누리는 K푸드 식사.
"제가 꽃 만지는 직업이라 손힘이 좋아요." 하며 어깨 만지는 다정한 손길.
아까 마스크 한 채 나무 아래 앉아 있는데 지나가는 예원선생님이, "강경숙 선생님 아니세요?" 하셔서 놀랐다.
전국에서 오시는 분이 얼마며, 몇번 걸음 하지도 일손 돕지도 않은 희미한 존재를 어찌...황송한 마음이 가만히 일었다는...
탁자와 의자 정리한 뒤 귀갓길 오르기 전 한 컷.
일상은 팍팍하고 부조리로 가득하지만 지상에 이보다 아름다운 행사가 있으랴.
시간의 강물따라 흐르면서 재미없고 공감력 없는 어른 될까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운 나.
고요히 저녁햇살 받고있는 고분군 스칠 때 동심과 환상 놓치지않을 동동숲 프리입장권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첫댓글 재미있고 공감력 있는 글에 박수 보냅니다 ㅡ☆
오! 모든 행사의 마무리는 강경숙샘의
철학적 서정으로 마무리 됩니다.
무대의 중심을 벗어난 행사의 뒷모습을
찬찬히 보여줘 새로운 감동이 밀려옵니다.
8일 시상식도 기대됩니다.
강경숙 선생님의 시상식 풍경스케치, 그리웠답니다.
얼굴 뵈어 더 반가웠습니다.
범초 선생님, 들장미샘, 정영혜샘~
마음이 입속에 있지 않아 말로 쉬이 표현은 못했는데,
무지무지 반가웠어요.^^
오늘 스윽 둘러보니 후기가 아직 한 편도 안올라왔기에 찍은 사진 몇컷으로 부랴사랴 끼적였답니당.
선생님의 발길이 어디로 향했는지, 어떤 곳에 마음 뺐겼는지.
늘해샘의 시선을 따라 다시 한 번 시상식을 둘러보네요~^^
무심히 지나칠수도 있을 순간을 담는 선생님의 마음이 보입니다 보여요.
동심정, 앗쭈구리 샘물은 가보지 못했는데 사진으로 보니 좋네요.
고성으로 같이 갈 수 있어서 너무 반가웠고, 같이 오지 못해 아쉬웠어요.
그래도 8일이 있으니, 해해해. 그때 보아요~^^
'신비'라는 낱말 하나로 압축 되는 산골 통신. 깊고 그윽한 여운 담은 시화네요.
茶놀이에 빠져 못본 장면을 세세하게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맑아진 낯빛, 더 깊어진 눈망울로
동동숲을 둘러보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섬세하고 깔끔한 후기인데
부랴부랴 끼적였다니
내공이 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