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대통령 집무실 이름?
새 대통령 집무실 이름 짓기에 대해 어려운 건가요? 그간 돈 왕창 받으면서 이름 짓는 작명가들 다 어디로 가신 건가요?^^ 제가 생각하는 새 대통령 집무실 이름은 <용산대(龍山臺)>로 쓰면 무난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기존의 청와대(靑瓦臺)는 음양오행[(陰陽五行 : 동쪽은 목(木)이고, 색은 청색(靑色)] 원리에 따라 지어진 것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세상도 변했습니다. 마침 새 대통령이 탄생했습니다. 바꾸는 게 좋습니다.
사실 청와대의 대(臺)는 이름에도 부합하지 않습니다. 북악산이 가로 막고 있어 사방을 둘러볼 수 없는 위치에 있습니다. 때문에 지리적으로도 적합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용산(龍山)에 훨씬 어울리는 이름입니다. 참고로 우리 선현들은 건물에 이름을 부여할 때 생각나는 대로 짓지 않았습니다. 하나같이 뜻을 담았습니다. 아래 적시한 글은 지난해에 출간한 저의 졸저인 김해영, <서원, 유학자의 본향>에 기술했던 부분입니다.
궁궐이나 공적 건물을 자세히 보면 ‘사용 목적과 용도’, ‘건물의 공간적 배치에 따라’ 이름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가령 과거의 조정(朝廷)에서 지방에 파견된 관료[사또]가 공무를 집행하는 공간은 이른바 ‘동헌(東軒)’이라 했고, 남원의 ‘광한루(廣寒樓)’나 안동 병산서원의 ‘만대루(晩對樓)’와 같이 ‘루(樓)’자가 붙는 건물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강남의 ‘압구정(鴨鷗亭)’과 같이 ‘정(亭)’자가 붙여진 건물도 적지 않습니다.
경복궁과 창덕궁 등 궁궐로 사용된 곳을 가보면 국가적 재앙으로 문화재가 많이 훼손됐지만, 전각(殿閣) 등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궁궐내의 여러 건축물들은 ‘주인의 신분이나 그 쓰임새 등에 따라’ 차례대로 이름이 붙여져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물부터 살펴보면, 전(殿), 당(堂), 합(閤), 각(閣), 재(齋), 헌(軒), 루(樓), 정(亭)으로, 건물 이름만 봐도 대체로 어떤 쓰임과 어떤 규모의 건물인지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전(殿)’은 가장 격이 높은 건물로 즉위식이나 세자의 혼례식 등 왕실의 주요행사가 열리는 공간이나 군주가 임석한 조회 등 직무를 수행하는 공간으로 사용합니다. 본래 중국에선 천자 곧 황제가 당(堂)을 구별할 때나, 승상과 같은 고위관리가 있는 집을 말할 때 전(殿)이라 했습니다. 전하(殿下)나 중전(中殿), 자전(慈殿) 등과 같이 왕과 왕비, 대비 등을 지칭하는 대명사의 역할을 하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당(堂)’은 전(殿)에 비해 격(格)이 한 단계 낮은 곳으로 의전행사보다는 일상 업무나 기거용으로 더 많이 쓰였습니다. 가령 군주가 신료들을 만나 정사를 논하는 곳을 연거지소(燕居之所)라 하는데, 연거지소엔 대체로 당호(堂號)가 붙습니다. 한자 글자 뜻으론 집을 반으로 나누어 앞쪽 반 빈 부분을 당(堂)이라 하고, 뒤쪽 막힌 부분은 실(室)로 썼습니다. 또 다른 의미로는 햇볕을 바로 받는 집을 가리키기도 했습니다.
‘합(閤)’은 대체로 전(殿)에 부속되어 있는 건물이나 전(殿)의 일부를 이루는 것이 아닌, 그 자체가 어느 정도의 규모를 갖추고 독립되어 있는 집을 말합니다. 중국에선 문 옆에 있는 집을 규(閨)나 합(閤)으로 쓰기도 했습니다. ‘각(閣)’은 규모 면에서 전(殿)이나 당(堂)보다 떨어지며, ‘전’이나 ‘당’의 부속건물이거나, 독립된 건물로 되어 있습니다. 독립 건물일 경우에도 부속 건물을 많이 거느리지 않고 비교적 단출합니다.
‘재(齋)’는 숙식 등 평상 주거용으로 쓰거나, 주요 인물이 조용하게 지낼 수 있는, 대체로 독립된 건물로 있습니다. 규모 면에서 전(殿)이나 당(堂)에 비해 작은 편입니다. 예컨대 아직 출가하지 않은 대군이나 공주, 옹주들의 집이거나, 세자궁 소속의 인물들이 기거하는 곳 혹은 격이 높지 않은 후궁의 집인 경우에 쓰입니다. 주로 학업, 사색을 위한 공간이나 그와 관련된 서고 같은 기능을 가진 곳에도 많이 쓰입니다.
‘헌(軒)’은 전(殿)을 기준으로 좌우에서 이를 보좌하는 형태인 익각(翼閣)이거나 따로 독립된 건물로 위치합니다. 전(殿)의 익각(翼閣)인 경우에는 전(殿)의 주인이 보조적으로 활용하거나 혹은 공적 기능을 가진 경우엔 특별한 인물을 위한 공간으로도 사용했습니다. ‘루(樓)’는 대체로 온돌이 아닌 지면(地面)에서 사람 키 높이 정도의 간격을 두고 마루형태입니다. 주요 건물의 일부, 정자처럼 독립건물인 경우도 있습니다.
또 기능적으로 루(樓)는 정(亭)과는 달리 내전의 생활공간에 연접되어 배치되거나 독립적으로 위치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정(亭)’은 우리가 흔히 ‘정자’라고 하는데, 경관이 좋은 곳에 있어 휴식이나 연회 공간으로 사용하는 작은 규모의 집을 가리킵니다. 지붕 모양이 사각형 이외에 육각형, 팔각형을 이루고 있으며, 곳에 따라선 부채꼴을 이루는 형태도 있습니다. 궁궐에서 정(亭)은 대체로 후원에 집중적으로 위치합니다.
참고로 ‘대(臺)’는 사방을 바라볼 수 있는 높은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궁궐에서 대(臺)는 평지보다 높은 곳에서 사열(査閱), 과거(科擧), 자연물 등을 내려다보는 장소에 위치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아울러 일반적으로 혼합된 명칭으론 방(房)이 가장 작은 규모이고, 방보다 위는 실(室), 실보다 위는 옥(屋), 옥보다 위는 헌(軒), 헌보다 위는 각(閣), 각보다 위는 원(院), 원보다 위는 관(館), 관보다 위는 전(殿)으로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