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때가 있었지요.
음주가무와는 완전히 담 쌓아서 술자리가 괴롭고
접대할 때와 모임에서 노래 시킬 때가 제일로 고통스러웠던 시절이...
그때 내 애창곡이 '개똥벌레'였지요.
다소 외우기 쉬운 가사와 단조로운 박자 덕에
순전히 따라 부르기 쉽다는 이유에서 였지만
그나마도 중간쯤이면 박자 놓치고 가사 까먹고...
지금도 그때와 별반 달라진것은 없겠지만
예전에 비하면 그래도 장족의 발전을 했답니다.
돼지 멱따는 소리에 남들은 소음으로 들리겠지만
나만 즐거우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주구장창 목소리를 높이곤 하죠.
그러다 보니 레파토리도 슬슬 변하여
옛 시절을 그리며 조항조의 '남자라는 이유'로 와
김성환의 '인생'을 애창곡 삼아 책읽듯 읊어대었고
그 다음엔 신웅의 '무효'를, 또 담엔 남진의 '모르리'를 부르다
얼마나 잘살지는 몰라도 태진아의 '잘살꺼야'를 목이 터져라 외쳤으며
중년의 멋도 부려 볼거라고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를 어눌하게 익히고
그놈의 정이 뭐라고 이젠 잊혀진 그녀를 생각하며
현당의 '정하나 준것이' 와 고영준의 '정에 약한 남자'를 애절하게 불러보았죠.
그래도 시원찮으면 박진석의 '천년을 빌려준다면'과
두리안의 '사랑해 당신을'을 부르며 옛추억에 젖기도하고
옛 여인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지금의 여인을 생각한다며
오승근의 '장미꽃 한송이'와 '있을때 잘해'를 불러 환심을 사고
박진도의 '똑똑한 여자'와 조승구의 '사랑의 꽃'을 부르며
애교 아닌 애교를 부려가며 강아지 꼬리치듯 아양을 떨었지요.
그래도 통하지 않으면 이창용의 '당신이 최고야' 외치고
그래도 시큰둥하면 현철의 '사랑의 이름표'를 불러 구애작전을 폅니다.
일본놈들이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웃기는 짬뽕같은 애길 씨부릴땐
정광태와 김흥국이 함께 부른 '독도로 날아간 호랑나비'를 소리높여 부르고
우리 누님이 생각 날 때면 설운도의 '누이'를 부르며
어머니가 생각나면 이효정의 '우리 어머니'를 부르며 감상에 젖어도 봅니다.
마음이 울적할 때면
바비킴의 '약한 남자'와 '미친듯 살고싶다'를 읊조리고
최성수의 '티브이를 보면서'를 부르며 눈물도 흘려보며
나훈아의 '허야'를 부르며 인생무상을 노래하죠.
기분전환이 필요하면 오석준의 '웃어요'를 부르며
조금 신이 나면 나훈아의 '모르고'를 소리높혀 악을 쓰고
지금의 내 처지를 생각하며 윤태규의 '마이웨이'를 부르며
앞으로의 꿈을 애기하고플땐 미나의 '꿈은 이루어진다'를 외치고
그것으로 부족하면 젊은이들 따라 해 볼거라고
노라조의 '해피송'과 노브레인의 '미친듯 놀자'를 불러보지만
어디 그것이 가당키나 하나요?
숨이차서 따라 갈순 없지만 기분전환이나 하는거죠.
하이고....
그러다 보니 열거한 것이 수월치 않네요...
이정도면 장족의 발전이 아니라 천지개벽 할 일이죠. ^^
하지만 아직도 음치 수준인것 만은 어쩔수 없으니
에헤통재라..... 내 멋에 내 멋대로 살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