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훈, 「쓰레기통」
아침에 쓰레기통을 열고
생각에 지쳐 만신창이가 된
시 원고를 구겨 버리는데,
훅,
과일 향기가 진동한다
아득하다, 멀리서 새소리 들려온다
세상의 모든 통은 그냥 통이다
썩은 과일, 귤, 사과 몇 조각 버렸는데
쓰레기통을 과일 바구니로 만들어 버린다
넌 무얼 담았느냐
쓰레기통이 나를 묻는다
두 눈을 감고 고개를 떨군다
멀리서 나뭇잎 하나 떨어진다
― 원재훈, 「쓰레기통」 『시와시학』 겨울호, 시와시학사, 2011.
과일 쓰레기를 담은 ‘쓰레기통’도 하찮은 자신을 ‘과일 바구니’처럼 만들어 제 몫을 다한다. 하물며 시인이라고 이름을 내걸고 세상에 나돌고자 하는 이는 어떤 생각, 어떤 말로 이 ‘세상 통’을 채우려는 것인가. 원재훈 시인이 「쓰레기통」에서 말하고 있는 시 쓰기에 대한 깊은 자기 성찰은 한 개인의 탄식으로만 머물지 않는다. 날밤을 새우지 않더라도, ‘시 원고’를 ‘만신창이’까지 만들지는 않더라도 시인일 수 있을 조건을 보다 넓고 멀리 헤아려 봄 직한 일 아닌가. 도대체 귀한 밥 먹고, 넌 세상에 무슨 짓거리를 하고 있는가고 우리 모두에게 되묻는 죽비소리 짱짱한 시가 「쓰레기통」 이다.
< ‘시의 조건 시인의 조건, 박태일 비평집(박태일, 케보이북스, 2015)’에서 옮겨 적음. (2020.08.04. 화룡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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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라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