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7개 업체 바다를 폐수처리장으로 썼다
[기획] 해양폐기물 처리 실태
기자 말 : 사업체에서 발생한 폐기물이 바다에 버려지고 있다. 정부는 2016년부터 폐기물 해양투기를 전면 금지했다. 하지만 지금도 엄청난 산업폐기물이 바다에 버려지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가 공개한 페기물 투기 현황을 중심으로 산업폐기물 해양 투기 실태를 살펴본다.
바다를 폐수처리장으로 쓴 기업 407개 업체
2014~2015 해양투기 부동 1위 기업은 울산 무림P&P
2015년에도 319개 공장이 25만3624톤 해양폐기 신청
2014년 한 해 바다를 자신들의 폐수처리장으로 여긴 대한민국 기업은 모두 407개 업체다. 2014년 한 해 동안 산업폐수를 바다에 가장 많이 배출한 기업은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에 있는 무림피앤피다. 무림피앤피는 종이 제조회사로 우리나라 전체 해양투기의 13%에 달하는 6만1742톤의 폐수를 바다에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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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
산업폐수 4천 톤이 넘는 많은 양을 버린 기업에는 효성(용연2공장), 금호석유(울산수지공장), SKC울산공장, 종근당 계열사인 종근당건강, 하림(익산공장), 한솔제지(장항), 대한제당 등이 포함돼 있다.
그룹사별로 보면 2014년도에 산업폐수를 가장 많이 해양투기한 기업 33개 기업이 2개 이상 공장에서 해양투기를 했다. 계열사가 가장 많은 기업은 서울우유와 농협중앙회, 사조 등이다. 이들 3개 기업은 각 4개 공장에서 해양투기했다.
2015년도에 육상폐기물을 해양투기하겟다고 신청한 기업은 287개사 319개 공장이다. 이들은 2015년 한 해 동안 25만3624톤의 산업폐수를 바다에 버리겠다고 정부(해양수산부)에 신청했다. 산업폐수는 6만8928톤, 산업폐수오니는 18만4696톤이다. 배출량을 가장 많이 신청한 기업은 울산 무림피앤피다. 이어 한국제지, 태광산업, 효성, 카프로 등이 포함돼 있다.
2015년에 해양투기를 신청한 기업 가운데 2014년에 이어서 신청한 기업은 301개사로 전체 94%에 달한다. 2014년도보다 2015년에 해양투기량을 증가시켜 허가받은 기업은 42개사다. 2014년보다 해양투기량이 증가한 기업은 쌍용, 금복주, 애경유화 등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15년 1월 한달 동안 산업폐기물 4만625톤이 해양투기 됐다. 친환경기업으로 알려진 ‘풀무원’도 해양투기에 가담했다. 환경운동연합은 풀무원을 향해 “바다를 쓰레기장으로 여기는 자칭 친환경기업”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우유와 한국야쿠르트, 동원 등 어린이와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기업도 해양투기에 앞장섰다.
2013년 하반기 해양수산부에 해양폐기 중단을 약속했던 대기업 가운데 하림, 서울우유, 한국바스프, 하이트진로 등은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2014년도에도 바다에 산업폐수를 버렸다. 약속을 깬 기업 가운데 하림, 한국바스프, 하이트진로 등은 2015년도에도 해양투기를 계속 하겠다고 신청했다.
한국 기업이 육상폐기물을 바다에 내다 버리기 시작한 건 1960년대 말부터다. 개별 기업은 1980년대 말까지 아무런 통제 없이 매년 30~50만 톤 규모로 유기성 산업폐기물을 바다에 버렸다. 정부는 1988년에 이르러서야 해양투기량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정부가 BpRLANF 직매립금지조치를 취하자 해양투기량은 급증했다. 1988년 55만2천 톤이던 해양폐기물은 2005년 9929만톤까지 늘어나 18배 증가했다.
2005년 당시 동해바다에서 잡힌 홍게에서 돼지털과 사람 머리카락이 검출되고 이는 식탁에까지 올라왔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매년 100만 톤씩 해양투기를 줄이겠다는 ‘해양투기 저감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2006년부터 폐산, 폐알칼리, 하수준설물, 건설 및 정수공사오니 해양배출이 금지됐다. 2007년부터 동해병 배출해역에서는 조업이 금지됐고 2012년부터 하수오니와 가축분료 해양배출을 금지, 2013년부터 음식폐기물과 분료 해양배출을 금지했다. 하지만 가장 독성이 강한 산업폐수 해양배출은 계속 허용됐다.
2012년 말 이명박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육상폐기물 해상투기 제로화 계획’을 의결해 2014년부터 해양투기를 중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폐수를 육상에서 처리할 준비가 아직 안 된 기업들은 2년 동안 산업폐기물을 계속 바다에 버릴 수 있도록 허가했다. 법을 개정하지 않는 이상 2016년 이후로는 해양폐기 추가연장은 할 수 없다.
1993년부터 누적 해양폐기물 서울시 면적의 15배
2016년부터 산업체 폐기물 해양투기 전면 금지
사업체 폐기물 해양투기는 서해병과 동해병, 동해정 세 곳으로 버려졌다. 정부는 1993년 3곳을 폐기물 투기해역으로 지정해 기업체는 매년 폐기물을 바다에 쏟아 붓고 있다. 해양폐기물 누적 투기 면적은 7,937㎢으로서 서울시 면적 15배 규모에 달한다. 누적 폐기물 투기량은 127,305천㎥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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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남구 용잠동에 정박중인 산업폐기물 해양처리 선박 [사진/ 용석록 기자] |
울산에서는 현재 14개 사업체가 폐기물 위탁처리업체 3곳을 통해 산업폐기물을 해상에 내다 버린다. 14개 업체 중 2개 업체는 4월과 6월까지 해양폐기 중단, 12개 업체는 8월 말까지 해양투기를 육상처리로 전환할 계획이다. 울산해양수산청은 그때까지 산업폐기물 8만7962㎥를 해양처리 하도록 허가했다.
산업폐기물은 인천항, 부산항, 울산항, 군산항, 포항항, 여수항 등 전국 6개 항구를 통해 바다로 버려졌다. 이 가운데 39%에 달하는 19만1639톤이 울산항을 통해 배출됐다. 육상폐기물 해양배출 해역은 동해 2곳, 서해 1곳 등 3곳으로 지정돼 있다. 동해 2곳은 포항앞바다(동해병)와 울산앞바다(동해정)다. 2013년부터 동해정 해역은 사용하지 않는다.
‘오니’는 찌꺼기를 뜻한다. 정부는 2012년 7월 ‘해양투기 제로화 추진계획’에 하수오니와 가축분뇨는 2011년까지, 분뇨·분뇨오니는 2012년까지, 폐수·폐수오니는 2013년까지로 해양 투기를 단계적으로 금지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해양 투기가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면 폐수와 폐수오니에 대해서는 2년간 한시적 배출을 허용해 지금까지 폐기물 해양투기가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2016년 1월 1일부터 국제사회가 해양투기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준설토사, 수산가공 잔재물 등 일부를 제외한 모든 육상폐기물 해양배출을 전면 금지한다. 울산은 오는 8월 말까지만 해양에 폐기물을 버리고 이후부터 전량 육상처리하기로 했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31일 ‘바다의 날’을 맞아 5월 말까지만 해양투기를 허용하라고 요구했다.
2014년 이후 폐수와 폐수오니 해양투기 총 허용량은 52만 8764.63m3 이며, 485개 업체가 2015년까지 2년간 폐기물 해양 투기를 신청했다. 2014년 해양투기 신청 업체 명단에는 효성, 엘지화학, 삼성석유화학, 금호석유화학, 무림제지 등 대기업과 그 계열사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와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지난 3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월 31일까지 산업폐기물 해양투기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대한민국 해양투기 백서 만들어 교훈 삼자
환경련, 5월 31일 이전에 해양투기 모두 철회하길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는 2015년 5월 31일 ‘바다의 날’ 이후부터 해양투기를 전면 금지시키자고 정부에 제안했다. 해양투기지역이었던 동해 2곳과 서해 1곳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설정해 수 십 년 동안 오염물질 투기로 망가진 해양생태계 복원도 필요하다.
환경련은 1988년부터 2015년까지 해양투기 28년을 대한민국 환경정책과 해양정책의 대표적인 실패사례로 기록해야 한다고 했다. 해양투기 전 과정을 정부, 기업, 민간 측면에서 ‘대한민국 해양투기 백서’로 기록해 다시 되풀이돼서는 안 될 교훈으로 삼자는 요구다.
환경련은 그동안 바다를 폐수처리장으로 여겨온 해양투기 참여기업이 국민과 바다생태계, 국제사회에 사과하고 해양생태계 보호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라고 촉구했다. 해양투기지역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할 경우 해당 프로그램에 필요한 경비를 기업이 부담하고, 1사 1해양생물 보호운동 등을 진해할 것도 촉구했다.
효성.백광산업 폐수 해양배출 조기 중단 움직임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가 5월 31일까지 사업체 폐수 해양배출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한 가운데 몇몇 기업이 해양투기 계획을 바꿔 육상처리 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사실은 환경련 바다위원회가 19일 성명서를 배포하면서 알려졌다.
효성 울산공장은 5월 21일부로 폐수오니 해양투기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효성은 화학섬유업체로 올 한 해 1448톤의 해양투기물량을 해양수산부에 신청했지만 이 가운데 170톤만 바다에 버리고 나머지는 육상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하림 익산공장과 정읍공장은 폐기물을 소각하는 혐기성 소화시설을 도입하는 등 6월 중순이면 산업폐수를 더 이상 바다에 버리지 않겠다고 했다. 2015년 1만 776톤 해양폐기물처리를 신청했던 백광산업도 60억원을 투자해 폐기물을 전량 육상처리하고 있다.
작년과 올해 해양투기량 1위를 기록한 제지회사 울산 무림피앤피도 조기에 해양투기 중단할 것을 적극 검토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해양수산부 확인에 따르면 이밖에도 동양섬유, 풀무원 등이 해양투기 신고필증을 반납하거나 취소했다.
윤준하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위원장은 “이제라도 일부 기업이 산업폐수를 바다에 버리지 않겠다니 다행이다. 다른 기업들도 5월 31일 이전에 해양투기 계획을 철회하기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