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해蟹) 걸음 인생
“미아리 눈물고개 임이 넘든 이별고개” 라는 “단장의 미아리 고개 ”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이 노래는 잘 알다시피 6.25 사변때 인민군에게 납치되어 끌려가는 남편을 보고 창자가 끊어지는 절규를 하는 아내의 부르짖음입니다. 이 애(창자)를 끊는 노래가 우리나라의 유행가 이므로 단장이라는 말이
우리나라 말인 줄 알지만 사실은 단장(斷腸)은 중국 슬픈 이야기의 한 토막입니다.
중국 명사(名士)들의 일화집(逸話集)인 세설신어(世說新語)에 나오는 이야기로서. 진나라의 환온이라는 사람이 촉나라로 가던 도중 환온의 하인이 양자강의 삼협에서 상인으로부터 원숭이 새끼를 한 마리 사서 싣고가자 그 어미가 새끼와 떨어질 수 없어 그리워하며 울부짖으며 백여 리나 강가로 배를 따라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더 이상 배를 따라 올수 없게 되자 강가 모래밭위에서 길길이 뛰던 어미 원숭이는 그대로 꼬꾸러 지는 것이었습니다. 배를 모래톱에 대고 죽은 원숭이의 배를 갈라보니 너무나 슬퍼했던 나머지 창자가 마디마디 끊어져 있었다고 합니다. 단장(斷腸) !
원문(原文)
桓公入蜀 至三峽中 部伍中有得 子者 其母緣岸哀號 行百餘里不去 遂跳上船 至便卽絶 破視其腹中
腸皆寸寸斷 公聞之 怨 命黜其人
그래서 견딜수 없이 힘들고 슬플 때를 애(창자腸)를 끊는다거나 창자가 끊어지는 단장(斷腸)이란
단어로 표현합니다.
그런데 이 단장(斷腸)보다 한술 더 떠서 슬픔의 극치를 이루는 말로 “무장공자(無腸公子)”라는 말이
있습니다.
무장공자(無腸公子)란 말은 창자가 없는 귀공자라는 뜻으로 바로 게(蟹)를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즐겨 먹는 꽃게 종류는 창자가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무장공자(無腸公子)라는 말은 주로
담력이나 기개가 없는 사람을 비웃는 말이나 속빠진 인간과 지배 계급의 부패상을 풍자한 말로 쓰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나 삶이 힘들어 쥐어짜야할 창자까지 없어진 생명의 동물인 게를 대상으로 비유하기도 합니다.
갯뻘밭에서 옆으로도 잘 기어 다니는 게를 특히 조선의 여인들이 부러워하였습니다. 조선의 여인들은 사회 속에서 가정 속에서 남편으로부터 시어머니로부터 또한 자식을 키우면서 숙명적인 천대를 받았습니다.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장님 3년도 여기서 나온 말입니다. 여자의 일생을 살면서 창자를 끊어내는 단장(斷腸)의 고통이 삶의 구비 구비에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흘러가는 개울가에 빨래를 헹구면서 내창자도 씻어 넣던지 아니면
그냥 띄어 보내고 싶다고 한숨지어 말하였습니다.
게는 몸에 창자가 없으므로 단장(斷腸)의 고통이나 애간장이 녹을 일이 없는 삶을 살다 갑니다.
얼마나 인생살이에 시달렸으면 창자 없는 게를 다 부러워하였겠습니까!
인생의 삶이 창자를 끊으며 새끼와 사별하는 원숭이나 미아리 눈물고개에서 생이별하며 몸부림치는
아픔과 슬픔은 아닐 지라도 병든 아내 때문에 병든 남편 때문에 뇌성마비 지체부자유 자녀 때문에
때로는 본인의 건강대문에 혹은 여러 가지 사연으로 견디기 힘든 순간순간이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습니다.
오늘(10월 18일) 송탄 조그만한 교회에서 의료 봉사를 하는데 4 살배기 소마마비 어린이를 업은 엄마가 돈이 없어 병원에는 못가고 침을 맞으면 나을까 싶어 내앞에 눕혔습니다.
하나님 !
제가 아 아이를 어떻게 하라고 이 죄인에게 보냈습니까?
참 짓궂기도 하십니다
예수님처럼 죽은 나사로도 살리고 10년묵은 혈류병 환자도 낫게하고 앉은뱅이도 걷게하는 능력이 있지만 저에게는 그런 힘이 없지 않습니까?
그저 밥만 먹고 똥만 싸는 미련함이 저 어린이와 별 차이가 없는 놈에게 이런 불쌍한 아이를 보내면 저 보고 어떻하라는 것입니까.
예수님은 장애아를 낳아보지 못해서 잘 모르시겠지만
이 엄마의 염통은 소금에 절여있고 그 심정은 계피처럼 말라있습니다
창자는 이미 끊어진지 오래이고 가슴은 숯처럼 탓을 것입니다.
예수님이 이 아이를 고쳐 주세요!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
이 괴로움을 잊기 위해서 교회에서 기도도 하고 부처님께 염불도 하지만 창자가 있기 때문에 그 아픔이 쉽게 가라앉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게처럼 창자 없이 살수는 없지 않습니까?
다만 슬픔을 억제 하기 위해 게걸음(횡보橫步)을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인생입니다!
아픔 마음 달래고 늙은 외로움 채우려 대천 전어회 유람도 게 걸음이고 서해의 물결위에 마음도 실어
보내고 가을 찬 서풍에 눈시울이 흐려지는 것도 한이 끓어 오른 게거품입니다.
인생개고(人生皆苦)!!
농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