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레의 시민들>
용기있는 자만이
生을 허락받으리라
- 김영빈 디카시집 'Pause'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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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은 백하수오의 새싹입니다.
콩나물처럼 올라오는 싹들을 보고 웬 칼레의 시민일까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배경지식이 있으신 분들은 이내 제가 본 이미지가 어떤 것이었는지 알아차리실 겁니다.
'여섯 명이 죽어야 한다. 그렇다면 누가 죽을 것인가?’14세기 백년전쟁 당시 영국군에게 포위당한 프랑스의 도시 칼레(Calais), 1년 넘게 영국군의 거센 공격을 막아내지만 더 이상 원병을 기대할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1347년 결국 항복한다. 그리고 영국왕 에드워드 3세에게 항복사절단을 보내는데 점령자가 제시한 조건은 "칼레 시민의 생명을 보장하는 대신 누군가가 저항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도시의 시민 대표 6명을 교수형에 처하겠다."
광장에 모여 소식을 전해 듣고 혼란에 빠진 칼레의 시민들, 도대체 누가 죽음을 자청한단 말인가?
바로 이때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는 한 사람, "내가 그 여섯 사람 중 한사람이 되겠소" 칼레 시(市)에서 가장 부자인 '외스타슈 생 피에르'(Eudtache de St Pierre) 그리고 뒤이어 교수형을 자처하는 다섯 사람 칼레시의 시장, 상인, 법률가 등 부유한 귀족들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일찍 모인 여섯명의 자원자들은 점령자의 요구대로 속옷 차림에 목에는 밧줄을 걸고 교수대를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칼레시와 시민들을 구하기 위해...
이들이 처형되려던 마지막 순간, 임신한 왕비의 간청을 들은 영국 왕 에드워드3세는 이들을 모두 살려주게 된다. 기록에 의해 이들 여섯명의 용기와 희생정신은 높은 신분에 따른 도덕적 의무인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 의 상징으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으며 칼레시는 로댕에게 부탁하여 10년의 작업 끝에 1889년 ‘칼레의 시민(Le bourgeois de Calasis)’이라는 세계적 걸작품이 탄생하게 되었다.
- 홍천 뉴스투데이 에서 발췌 -
다른 사람의 예술작품(조각, 사진, 그림 등)을 그대로 찍어 디카시를 쓰는 경우를 인터넷에서 종종 접하곤 합니다.
위에 있는 '칼레의 시민들' 조각상을 제가 찍어 디카시를 썼다면 어땠을까요? 저는 스스로 뭔가 만족이 안 되었을 것 같습니다. 제가 발품 팔아 발견한 '새로운 것'이 아니니까요.
그런데, 백하수오를 발아시켜 올라오는 새싹들에게서 '칼레의 시민들'이 연상되었을 때 순간 남모를 희열이 느껴졌습니다.
흔하디 흔한 새싹 사진에 무슨 희열이냐 하시겠지만, 이 사진에 붙인 두 줄의 문장을 보고 아!!! 하고 감탄해 주는 독자가 한명이라도 있다면 성공이다 싶은 마음이 늘 있거든요.
쓸 때나, 읽을 때나...디카시도, 아는 만큼 보입니다.
그래서 많은 경험과 독서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책도 제대로 못 보고 사는 게으른 요즘의 저를 반성합니다...)
첫댓글 제가 게이판 이동 했습니다~
자주 좋은 글 올려 주셔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창작디카시 게시판에 안 어울릴 듯 해서 자유게시판에 올렸었네요. ㅎㅎ
@들풀(김영빈) 홍천 뉴스투데이 발췌 글이라 하셔서 매스미디어...쪽으로요^^
공감 되는 부분, 공감 안 되는 부분 그것은 보는
독자의 마음이겠으나 여섯이 아니라서 아쉽네요...
ㅎㅎ 그렇게까지 되었음 더 좋았겠지요.
영락없네요.
저 갓돋은 백하수오 새싹을 보며 칼레의 시민들을 떠올리시다니요!
죽음마저 두려워하지 않는 이타심이 나와 모두를 살렸지요.
작품 자주 올려주세요 선생님👍👍
사는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못 오게 되네요. 저 아니라도 좋은 작품들 많이 올라오던데요~^^
그래도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라 자주 들르도록 하겠습니다.
앗
칼레의 시민 있었군요
수많은 책을 읽었는데
이야기는 처음입니다
디카시와 역사 이야기
정말 환상의 콜라보
계속 진행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표상인 사람들의 이야기라 늘 가슴에 담아두었던 내용이었어요.^^
누군가가의 창작 정신이 한번 거친 것은
신선감이 떨어집니다
게다가 자칫하면 그 작품 홍보 밖에 안되는
작품을 생산하는 격입니다
창작이란 갓 잡아 올린 생선 같아서
신선도가 작품의 생명입니다
누군가가 제목을 같게 작업해도
김영빈 선생님 감각을 빌린 것이므로
감동이 반감되지요
역사를 모르면 읽어도 낯선 시 같지만
언술자체에 모순이 없으므로 이미지와 직결됩니다
네. 신선감이 목적이라면 다른 소재를 찾아서 써봤겠지요.
모든 디카시가 신선하고 감동을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지 못할 거라면 새로운 지식을 전달해 주거나 잊고 있던 것을 환기시켜 주는 등의 효과를 주는 디카시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노래도 명곡은 종종 리메이크되어 또다른 감동을 주기도 합니다.
제가 디카시 강연 때 이 작품을 이 이야기와 연관지어 소개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한 사람의 독자라도 가슴을 울릴 수 있다면, 이런 시도도 저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역사 속 칼레의 시민들에 더 반응하지, 로댕의 조각상에 크게 감응하진 않았습니다.
용기있는 자가 인정받는
세상이길 바래봅니다
이권다툼의 욕심에 그렇지
못한 현실을 생각해보네요
선생님의 디카시에 대한 순수한 열정에 감탄하며, 응원을 보내드립니다.^^
칼레의 시민들 저는 보자마자 점찍었습니다. 하여 학습자료로 쓰기도 했지요. 디카시의 고전입니다.
공감해주셔서 감사해요, 선생님. 언제 기회 되면 수업하시는 거 들어보고 싶어요.^^
@들풀(김영빈) 아녀요. 김영빈 선생님 작품 전시회때 강의 하시는걸보니 교수님 같았어요. 저는 그냥 웃고 놀아요